차 안에는 김광석의 "거리에서"가 잔잔이 울려퍼지고 늦가을 거리에 바람이 부는 듯한 스산한 가사의 느낌에 젖은 채 버스는 해맑은 가을 아침을 달려 예산 예당호로 향한다.
9월로 접어든 날씨는 어느덧 가을이 왔음을 차창 밖 대기의 미세한 변화에서 느낄 수 있다.
1] 예산 예당호
1928년에 착공되어 광복 전후 중단되었다가 1952년 다시 착공하고 1964년 완공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농업용 저수지인 예당호는 예당평야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농사에서 천수답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오늘날이 되지 않았나 싶다.
농사는 물과는 떨어질 수가 없는 관계로,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고 설파했는데 그는 물이 생명을 살리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몸도 70%가 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농업용 저수지 예당호로 가면서 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왕버들이 아름다운 경북 청송의 주산지도 농사용 저수지로 조선 경종 때 만들었다는데 농업이 생존의 근간이 되었던 그 시절에 순수 사람의 노동력으로 물을 얻기 위해 저수지를 팠던 역사 속 인부들의 땀에 젖은 머리띠와 망깨로 둑을 다지던 팔뚝에 솟은 핏줄을 생각해 본다.
예당호는 출렁다리, 음악분수, 느린 호수길로 슬로시티의 면모를 갖추었다.
현수교식 출렁다리는 규모가 커서 상하 진폭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데 바닥 중앙을 따라 격자 모양의 틈이 있어 수면을 내려다 볼 수 있다.
길이가 402m인 예당호 출렁다리보다 최근에 완공된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는 길이가 600m가 된다고 한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출렁다리를 만드는 세상이 되었고 전국의 출렁다리는 171개에 이른다고 한다.
5.4km에 달하는 데크길인 느린 호수길은 호수변을 경사 없이 미음완보(微吟緩步)하기에 적당한 길이다.
예산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많은데, 윤봉길 의사 생가, 추사고택, 고암 이응노화백이 동백림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출소 후 몸을 추스렸던 수덕여관, 들기름으로 나물맛을 낸 수덕사 앞의 산채정식, 여성 미국대사였던 캐슬린 스티븐스(한국명 심은경)대사가 평화봉사단원으로 1975년 한국에 와서 예산중학교 영어선생님으로 일하기도 했고 백종원의 고향,예산국수, 예산사과 등이 떠오른다.
예당호 출렁다리
느린 호수길을 따라 유색 벼로 조형미를 더한 논에 수놓인 I ♡ 예산
느린 호수길에서 여치가 내 팔뚝을 타고
2] 보령 죽도 상화원(尙和園)
섬이었던 죽도가 제방으로 육지와 연결되면서 접근이 쉬워지고 섬이 품고 있는 콘텐츠가 다양하게 개발되어 방문객이 늘어났다.
자연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자연에 안기는 듯한 시설이 군데군데 아담하게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료정원이다.
비를 맞지 않고 신발이 젖지 않는, 지붕이 덮히고 데크길인 회랑이 일주 산책로를 따라 구비구비 연결되어 있다.
죽도에 자연과 시설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하여 자연미를 살린 한국적 정원을 표방하고 있으며 지형과 공간 조건에 따라 융통성있게 배치의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어서 상화원을 가꾼 사람들의 철학을 생각케 한다.
1) 회랑 : 섬을 빙 둘러 2km에 이르는 신책로로, 지붕이 있고 데크길로 연결되어서 비에 젖지 않고 섬을 돌 수 있다.
오솔길처럼 걷다가 중간중간 쉼터도 있고 방문자 센터에서 제공하는 차를 마시며 해송 숲에서 테이블을 앞에 두고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며 쉴 수도 있다.
2) 한옥마을 :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의 폐가에 가까운 한옥 중 보존가치가 있는 한옥을 이건, 복원하여 문간채, 행랑채, 안채, 정자 등으로 모습을 되살려 9채가 조성되어 있고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도 동형으로 한옥마을의 뒤쪽에 자리잡고 있다.
병산서원의 만대루가 낙동강을 보고 있다면 상화원의 만대루는 서해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다.
3) 석양정원 : 섬 서쪽을 따라 회랑 아래쪽으로 350n에 이르는 회랑을 해변 가까이 추가로 설치하여 바다를 지척에서 느낄 수 있으며 200m에 달하는 나무 벤치가 바다를 향하여 있다.
가우디의 상상력이 반영된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의 긴 벤치에 앉지 못 한들 어떠랴, 여기 나무벤치에 앉아서 붉은 낙조를 보며 "나"에게 침잠할 수만 있다면.
중간에 해변독서실이 있어 편한 자세로 휴식과 책읽기도 할 수 있다.
4) 해변연못: 33군데 소형 해변연못을 만들어 연꽃을 비롯한 다양한 수생식물로 정원의 운치를 더했다.
5) 하늘정원: 숙소인 빌라의 옥상과 연결되는 야외 연회장이다. 데크와 지붕이 갖추어진 연단으로, 높이 솟은 소나무를 베지 않고 바닥에 구멍을 뚫어, 소나무는 하늘 높이 서 있고 연회장은 나무 중간 높이 공중에 떠있는 듯한 모습으로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6) 상화원 안에는 편의점, 음식점, 기념품점 등 판매시설이 없어 자연친화적인 분위기에서 조용히 정원을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방문자센터에서 커피, 녹차, 둥굴레차 등과 약간의 떡을 제공한다.
상화원은 금요일, 주말, 법정공휴일에 개방하며 숙소는 25인 이상일 경우 예약이 가능하다 한다.
상화원 일주 회랑
지붕과 데크길, 그리고 나무를 베지 읺고 데크길에 구멍을 뚫어 나무를 살렸다
회랑 옆 언덕의 비상하는 조선말 조각
회랑 중간의 쉼터, 고사목과 생목의 조화가 보인다
방문자 센터 앞의 휴식공간, 차를 마시며 의자에 앉아 해송 사이로 바다를 내려다 본다
숙소인 빌라, 뒤편에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하늘정원이 있다
일주 회랑에서 해안가로 가까이 갈 수 있는 석양정원 회랑 입구
해안가 바위, 굴곡 많은 인생처럼 거칠다
바닷가 관음보살상
데크길을 받치는 기둥, 책을 포개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한옥마을의 고창군 구암리 가옥의 문간채
구암리 가옥 문간채의 오래 된 기둥
청양군 대봉리 가옥
낙안 읍성 동원 복원 한옥
낙안 읍성 동원 복원 한옥의 오래 된 기둥
홍성군 행정리 가옥
고창 읍성 관청 복원 한옥
한옥 마을 뒤쪽,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를 본떠 만든 만대루
옆으로 누운 나무를 살리려 데크길을 꺾어 설치했다
3] 보령 오천항과 수영성
조선시대 경상도와 전라도에는 좌수영과 우수영이 있었으나 서해에는 충청 수영 한 곳만 존재했다.
수영성 관아터는 유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고 성 석축 1,650m와 영보정, 빈민구제를 담당하던 진휼청, 상부 문루가 사라진 홍예문이 남아 있다.
맑은 가을하늘과 하얗고 탐스런 구름을 배경으로 영보정 처마끝이 하늘에 매달려 있다.
오천항은 서해 쪽으로 천수만과 안면도가 파도를 막아주고 있어 조선 수군의 수영을 유지하는 데 좋은 지형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지금은 소형 어선이 밀집 정박해 있고 몇 척의 요트가 떠 있어 평화로운 어항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낮에는 조금 덥기도 하였으나 어김 없이 가을은 찾아온 것 같은 길여행이었다.
충청 수영성 영보정
충청 수영성에서 내려다 본 아담한 오천항, 요트도 보인다
가을이
봄이는 아직 안개비 속 유채꽃 추억에 있고
여름이는 짧게 무덥고 습한 기승을 부리다 어느듯 순리따라 물러나고
마침내 가을이가 왔습니다.
장독간 숨바꼭질 하던 어린 순정의 가을이가 우리를 찾아 왔습니다.
물 먹은 소케처럼 무거웠던 여름을 떨치고 잠 들었던 뇌세포를 깨우며 가을이가 우리곁에 왔습니다.
숲의 숨소리가 귀 옆 머릿결을 간지럽히고 바다의 윤슬은 눈 부시면서도 아늑합니다
그렇게 가을이가 가까이 왔습니다
겨울이가 오면 차가운 하늘에 냉정하고도 뜨거운 이성을 나부낄 때를 대비하라고 가을이가 찾아 왔습니다.
가을이를 맞아들일 일만 남았습니다.
첫댓글 참석하지 못한 여행길,
멋진 사진과 수려한 해설로 실제 여행한 듯 감동을 느껴봅니다.
수고하셨읍니다
가슴으로 가을을 품고 머리로 가을을 느끼며 한반도 산하를 구석구석 두 발로 마음껏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항님의 후기는 항상 수준 높은 감동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함께했던 길벗이지만 문항님 후기를읽고 다시한번 젖어듭니다 유독 이뻣던 하늘과 차마시며 바라보며 느낄수 있었던 쉼도 좋았었지요
청남빛 하늘에 보랏빛 향기, 어울리는 가을의 소묘인 것 같습니다.
역사 ,문화 건축 이야기를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필사 하시는 능력에 감탄사를 보냅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여행이라는 단어를 명사처럼앞에 두어도 불편하지 않을것 같아요..^^
에산는 사는 지인이있어 모임에 다녀온 기억이 있고민 물고기국수를 먹고왔던 것 같습니다
청명한 하늘과 투명한 대기가 깊어지는 가을이 오면 여름내 잠 들었던 뇌세포가 깨어나 세상의 공기를 가슴 깊이 호흡하고픈 욕심이 들 것 같습니다.
백신 2차라 집콕하느라 신청 못했더니~~~
몇년전 상화뭔과 많이 달라졌네요
에구 아까운 마음을 문항님 멋진사진과 자세한 설명으로 대신합니다
담 여행지서 즐겁게 만나요
상화원의 테마별 구간을 지나며, 마음의 휴식과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걸음을 가능케 한 섬으로 디자인한 사람들의 철학이 느껴지는 오솔길이었습니다.
상화원에서 제공하는 차와 조그만 떡 하나를 제외하고는 섬 안에서는 먹거리를 살 수 없는 발상도 신선하고요.
항상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는 차원에서 상화(尙和)라고 이름 짓지 않았을까요?
예산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한가지 수정 했으면 하는것이 있는데요
두번째 사진 설명 ~
" 풀밭에 수놓인 ♡ 예산 "
이라 하셨는데 ~
풀밭이 아니고 농민들이 땀흘리며 벼논에 유색벼를 심어 만든 논 그림 입니다
따라서 풀밭이 아니고 " 벼 논 " 입니다
@ 유색벼를 심어 만든 논 그림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느린 호수길을 걷다가 찍었는데 세심하게 보지 못했군요.
@문항! 님 ~~~ 오류를 말씀드려 마음 불편케 해드려 미안 합니다만 하나 더 말씀드리면 곤충은 여치가 아니고 '북방실베짱이' 입니다
@처나무개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어릴 때부터 보아 왔던 모양이라 자연스레 여치라 생각했는데 다른 모양이군요.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은 되지 못합니다.
@문항! @ 여 치
문항님의 자세한 설명과 아름다운 사진으로 다시한번 예당호와 상화원 여행을 복습해봅니다
가을인줄 알고 떠난 여행 햇빛 뜨거워 땀흘리며 걷던 생각나내요. 고즈넉한 한국정원 상화원도요^^
이제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담 여행때 또 뵈요^~^
여행은 가슴에서 우러나서 길을 떠나 찾아오는 사람의 눈과 가슴에 안기는 것 같습니다.
가을에는 이런 감성이 더 깊어지겠지요.
문항님께서 올려주신 후기로
그곳을 거닐며
언젠가 그곳에 서는날
기억하며 걸어보겠습니다
여행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하지요
다시 그곳으로 달려갈 생각을 하며
행복한 아침입니다
감사 합니다
여행길에서 두분 함께 할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