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나
2020년의 정부 개입 규모는 너무나도 커서 전쟁 시의 재정 모형과 그대로 비교해도 좋은 정도였다.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은 기능 면에서 재정 정책의 쌍둥이였다. 2020년에 금융 시스템 분야에서 관리 통제주의가 다시 한번 우위를 점했지만, 그것은 전능한 기술 관료들이 금융 시스템을 조작한다는 의미보다는 위태로운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황급한 노력에 가까웠다. '대마불사'는 전체 시스템의 필수 원칙이 되었다. 그 효과는 부채를 연료로 삼은 투기와 성장이 계속해서 가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었다.
애덤 투즈의 책 <셧다운>은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부터 2021년 여름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의사가 아닌 역사가로서의 그는 이 책에서 의학이 아닌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펜데믹의 세계사를 서술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현대 선진국들의 놀랄만한 무능력을, 투즈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백의 말을 빌려 '조직화된 무책임'이라고 비판한다. 조직화•제도화된 무책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지난 40년간 지배해온 신자유주의와 시장 혁명, 탈정치와 탈국가, 빈부격차와 불평등, 재정준칙과 긴축재정 등등이다. 여기에는 공중보건 예산 감축과 WTO의 역할 약화 등도 포함된다.
2020년에 발발한 코로나 셧다운은 2008년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최악의 경제 후퇴와 대량실업 사태를 전 세계에서 낳았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발생한 경제위기와의 전쟁 역시 전 세계적이라는 의미에서, 바이러스와의 대결은 '진정한 세계대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와 플라스틱 위기의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게다가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다수의 선진국들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등의 인구학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모든 동시대적 변화, 다차원적 변화, 어지러운 사건들의 연속들을 애담 투즈는 거대한 풍경화로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