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가족여행(4월 18~19일)
화창하다 못해 여름 같이 더운 날, 그래도 4월이니 봄이라 해야겠다.
18(토). 전날 미소네 가족과 1시까지 맥주를 마신 탓에 아침은 개운하지 않았지만 예정했던 대로 소속리산 오르는 길에 두릅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에 장도 봐야하고 회사에 들러 야영준비도 해야 하는 관계로 서둘러야했지만 화창한 봄날-초여름 같은- 백야리로 올라가는 길에서 만난 꽃들에 창문을 연 채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폐부 깊숙이 맑은 공기를 들여 마셔도 보면서 고개 위에 도착하여 차를 대고는 곧장 산길로 접어들었다. 만개한 진달래가 반긴다. 간혹 눈에 띄는 음료수 병과 과자 봉지가 눈에 거슬렸다. 철탑을 지나고 오르막길에 가시나무 가지가 길을 점령하여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두릅은 아직 때가 일러 따지 못했고 술이라도 깨자고 소속리산으로 걸음을 바삐 옮겼다. 꽃동네 뒤쪽 능선과 만나는 곳부터는 코팅한 종이로 성경글귀를 적어서 나무에 매달아 놓은 것들이 흉하게 방치되어 있어 오늘 내려가는 길에는 청소라도 좀 하자고 마음먹었다. 매번 산에 오를 때마다 산으로부터 맑은 공기와 편안한 휴식을 받아왔으니 오늘 하루쯤 청소로 보답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소속리산에 올라서서 풀 섶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모으고 무분별하게 달아놓은 표식기를 정리하자 커다란 비닐봉지에 반이나 찬다. 내려오는 길에 흉물로 변해있던 코팅된 것들도 다 걷고 쓰레기와 표식기들을 주워 담으니 큰 비닐봉지에 한 가득이나 된다.
돌아오는 길에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회사에 들러 야영장비를 차에 실었다. 같이 가기로 한 종필이네는 도연이가 아파 갈 수 없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우리가족만이 1박 2일을 자연 속에서 보내야했다. 문경 농암 쌍룡계곡은 좀 멀고 괴산 칠성 갈론 계곡에 야영장이 있고 인테넷에서 검색한 바로는 조용하고 경치가 좋다하여 집에서 준비를 마치고 출발할 때는 목표를 갈론계곡으로 잡았다.
암벽장에서 운동와 계시다는 옥천형님을 만나 인사한 후 차를 천천히 몰아 봄이 깊어가는 주위 숲을 감상하며 괴산으로 들어섰다.
칠성댐은 국내 최초의 수력발전소다. 계곡에 우라늄 매장량이 많아 그 개발을 막으려고 미국의 압력이 작용해서 만들어진 댐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무튼 그 칠성댐에 직접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댐 왼편으로 갈론까지는 비포장이라던 정보도 틀렸다.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가 기분 좋은 드라이브 코스를 제공했지만 달려드는 외지차량들로 좁은 곳에서 곡예 하듯 길을 비켜주는 일이 돌발적으로 생겨 신경이 여간 쓰이는게 아니다.
한 모퉁이를 돌아서자 갈론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듣던 것과는 달리 마을은 제법 규모가 컸다. 근사한 펜션까지 들어서 있고 폐교는 용도를 달리하여 사용될 목적으로 한창 개축공사 중이었다. 아이들은 오는 도중 깊이 잠들어 주차장에 차를 대고 혼자 계곡으로 야영장소를 찾아 30분 정도 돌아다녔다. 국립공원구역이라서 야영을 할 수 없다는 안내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고 사실 야영할 만한 적당한 장소도 눈에 띄지 않아 발걸음을 돌리기로 결심했다.
야영장이 있다는 정보는 개축중인 폐교 운동장이 그 장소인 듯 했으나 공사 중이라서 외인출입금지라는 팻말만이 돌리는 발걸음을 무심히 떠미는 것 같아 기대와는 너무 차이가 많아 되돌리는 걸음도 아쉽지 않다는 생각이 더해져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어려운 결심을 실행으로 옮긴 것에 대한 후회는 이곳에 대한 답사, 확인이라는 것으로 상쇄하기로 했다.
어디로 갈 것인가를 아내와 상의했지만 아내는 별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조령산 입구를 생각도 했으나 물이 없어 별로였고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닷돈재로 가자고 결론지어 버렸다.
눈에 익은 길을 거슬러 올라 송계계곡으로 시원하게 내려서서 닷돈재 야영장에 차를 댔다. 이번 캠핑 장소는 계곡 안쪽으로 하기로 했다. 아침이면 지나다니는 차의 소음이 싫었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좀 더 자연다운 아늑함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다른 이유의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화사한 날인데도 야영장은 텅 비어있었다. 짐을 양손 가득 들고 등에 메고 야영장 한 복판으로 나아갔다. 선반처럼 생긴 바위가 놓인 곳에 자리를 잡았다. 건영과 우영의 도움으로 텐트를 먼저 쳐 놓고나자 시간은 벌써 6시를 넘어서고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지난번에 도룡농 알을 봤던 계곡 암반위로 가서 수면위로 물수제비도 날려보고 배드민턴을 치기도 하고 한 동안 현지적응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숲 위로 어스름이 내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무렵 정리와 저녁준비를 했다.
이번 야영에는 아마도 처음으로 돼지고기가 메뉴에서 빠졌다. 너무 비싼 가격이 부담되어 도저히 장바구니에 담을 수가 없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닭이었다. 볶음탕용으로 썰어진 닭 한 마리를 사왔는데 아이들에게 햄과 함께 구워줄 생각으로 날개와 다리 4쪽을 남겨 두고 나머지로 닭볶음탕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물을 끓여 닭고기를 넣은 후 핏물을 빼서 코펠에 넣었다. 감자를 까서 12등분으로 자르고 코펠에 1/3쯤 물을 부은 후 고추장 2큰 술과 고춧가루, 통마늘을 넣고 끓였다. 아이들을 위해서 조금 달게 설탕을 1큰 술, 파를 넣고 푹 끓이자 냄새가 그럴 듯하다. 텐트 앞에 매트를 깔고 그 가운데 렌지를 놓고 둘러 앉아 저녁식사를 시작하는데 끓던 볶음탕 국물을 맛보던 건영이가 집에서 먹던 떡볶이랑 국물 맛이 똑같다며 계속 웃는다. 고기 건져 먹은 후에 떡을 넣으면 완전 떡볶이라며. 그러나 떡을 준비하지 못해 아쉬운 맘에 다음번에는 꼭 떡을 가져오자고 하여 아이들과도 대충 합의를 마쳤다.
밥과 닭볶음탕에 아이들이 맛있게 저녁을 먹다가 조금 부족한 듯한 생각에 라면사리를 만장일치로 하나 까 넣었다. 이렇게하자 좀 많으리라던 국물이 딱 들어맞았다. 아내는 맥주를 나는 소주를 한 잔 하다가 속이 좀 거북하여 반쯤 남은 소주를 밀어놨었는데 국물이 그럴 듯하여 한 병 다 먹게 되었다.
저녁식사 자리를 정리하면서 아이들에게 약속한 햄과 닭 꼬치구이를 위해 야영장 한쪽에 버려져 있던 철망을 주워다가 숯탄을 피웠다. 그 위에 꼬치에 꿴 닭고기와 햄을 하나씩 쥐어주자 열심히 돌려가며 굽는다. 닭고기는 순식간에 아이들 입속으로 사라졌고 우영이 팔뚝만한 햄은 너무 양이 많아 아내와 내가 조금 거들었는데도 조금 남겨야 했다.
환한 랜턴 불빛에도 숲의 터진 사이로 올려다 보이는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반갑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이들은 별이 많지 않다고 말했고 가스등을 아이들 모르게 끄자 갑자기 많아진 별들에 탄성을 지르는 아이들에게 별 100만개짜리 호텔에서의 하룻밤을 오늘 준비한 것에 무척 만족한다는 대답을 듣고 가스등을 다시 켜자 배부른 아이들은 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뒹굴며 시끄럽더니 곧 잠에 빠져들어 야영장은 고요함에 쌓였다. 도로를 달리던 차도 끊어져 숲 속은 잠시 완벽한 산중으로 바뀌었다.
커피 한 잔을 타 마시고 아내에게도 권했지만 잠을 못 잔다며 사양하더니 아이들과 함께 잠이 들었다. 바깥 매트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한 동안 바라보았다. 도시에서는 불빛이 너무 밝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별들이 맑은 봄 하늘 가득 쏟아질 듯 반짝이고 있는 숲에는 바람 한 점 없었다. 침낭을 뒤집어쓰고 헤드랜턴을 밝히고 가져온 두 권의 책 중 한 권-안데를 헤크마이어의 알프스의 3대 북벽-을 펴 들었다. 최초로 아이거 북벽을 오른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잠 들기 전에 남은 페이지들을 모두 읽어 내려갔다. 벌써 서너번 읽는 것인데 요즘 들어 하인리히 하러의 <하얀거미>를 정리중이라서 다시 읽기로 했던 것인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으로 와 닿아 손에 잡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또 해 보았다.
책의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최고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자기 자신의 육체와 넋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행위는 결코 헛수고가 아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예가 영원히 남아 있게 되고, 빼앗길 리도 없는 우리들의 생생한 추억은 생애의 반려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투쟁이 고통스럽고 위험한 것일수록 그 대가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산에 다니며 많은 사람들에게 ‘왜 힘들게 고생하며 산에 다니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그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답이 헤크마이어의 책에 나와 있는 것 같아 한 밤중 월악산 닷돈재 야영장에서 비박을 하며 손에 쥔 책을 다 읽고 조용히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일기 중에 :
아직은 밤공기가 차가웠지만 서늘한 공기의 감촉은 오히려 상쾌한 느낌으로 와 닿았다. 안데를 헤크마이어의 알프스의 3대 북벽을 읽다가 불을 끄자 숲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별빛에 놀란 것처럼 커지는 눈은 결코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 오는 동안 차 안에서 2시간 넘게 잤던 아이들도 텐트에 들어가자 곧 잠에 떨어졌다.
침낭 밖으로 노출된 머리 부분의 차가운 기운으로 깊게 잠들 수는 없었지만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먼 숲에서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 비정상적인 울음의 주변 상가에서 사육하는 닭울음소리가 밤새 계속되었다. 바람은 없다. 밤 한때 카스테레오를 시끄럽게 켜 놓고 놀던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떠나간 후 숲은 제 모습을 찾은 것처럼, 그런 것이 자연스러움인데도 어색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다.
19일(일)
정각 7시가 되자 갑자기 울리는 앰프의 음악소리-여가수가 불러재끼는 전통가요-에 놀라서 잠에서 깼다. 음악이 그치자 마을이장이라고 소개한 사람의 방송이 이어졌다. 이런 산중에서까지 시끄러운 음악에 동네 이장의 방송이라니 참 어처구니가 없다. 덕분에 잠은 확 깨고 말았다. 바위 위에 올려져 있는 렌지에 불을 붙이고 커피 한 잔을 끓여 향기를 코로 훌쩍 들여 마셔보고는 침낭에 몸을 넣은 채 다시 책을 손에 들었다. 시끄러운 소리에도 다행히 텐트안의 아내와 아이들은 깨지 않았나보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코고는 소리가 계곡물 흐르는 소리에 섞여 들리다 말다를 반복했다. 숲은 이미 환하게 밝아 있었다.
송계계곡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질주할 차들과 ‘양아치’라고 부르는 오토바이족들의 굉음을 생각하면 숲의 아침은 그리 유쾌하지 않을거란 예측에 그런 시간이 올 때까지 만이라도 아이들이 푹 자고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침낭에 몸을 넣은 채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8시 경, 산릉을 올라선 해가 얼굴로 비쳐들어 왔고 곧 침낭에 몸을 넣고 있기에는 너무 더운 열기에 상체를 아침공기에 노출시켰는데 예상외로 춥지 않았다. 어느 고급호텔에서 보낸 1박보다 호사스런 비박을 마친 후의 상쾌함이란-전날 술을 적게 마신 것도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해가 든 야영장에 계곡바람이 살짝 지나가는듯하더니 벚꽃이 숲 사이로 비처럼 내렸다. 그런 야영장 숲은 여전히 우리가족만이 단독으로 차지하고 있었다. 우영이 손바닥보다 작은 파란 잎들이 돋아난 활엽수들도 햇살을 더 많이 받으려는 듯 온몸을 기지개켜듯 활짝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 즈음 잠에서 부시시 깨어난 아이들이 열린 텐트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건영이는 찬공기가 싫었던지 다시 침낭으로 기어 들어가고 우영이는 밖으로 나와서 내 팔을 베개 삼아 웃으며 누웠다.
콩나물을 넣은 냄비가 끓을 무렵 남은 느타리버섯과 두부 한 모, 묵은 김치, 마늘을 넣고 국을 끓였다. 아이들에게는 햄과 즉석 카레를 데워 주었고 숲 속에서 맞은 아침 소박한 아침식사시간을 맞이했다. 바람에 날리는 벚꽃 잎이 선하게 와 닿은 것을 아이들도 마찬가지 감정으로 보고 있었나보다. 신기한 듯 바라보는 아이들의 얼굴에 걸린 웃음을 아내와 나는 놓치지 않았다. 밥을 먹고도 조금 추웠던지 건영이는 다시 텐트로 들어갔고 우영이는 내 옆에 앉아 장난을 걸어온다.
텐트 위로 걸어둔 로프에 침낭을 뒤집어 널어둔 것을 보고 우영이가 남은 침낭을 널겠다고 부산하게 움직인다. 건영이는 그런 우영이의 행동이 못 마땅한 듯, 혹은 애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듯 심드렁하게 텐트 안에 누워있었다. 침낭 널기를 다 마치고 아이들과 개울로 내려갔다. 암반 위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서 건너편 물가로 나서자 막 부화한 올챙이가 시커멓게 무리지어 아이들의 놀이대상으로 변했다. 올챙이 잡기에 빠진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따가운 햇살에 아이들의 목덜미가 탈 것이 염려스러운 것은 둘째치고라도 저렇게 열심히 놀고 있는 녀석들을 그냥 놔두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아 그냥 두기로 했다. 물이 고인 아래쪽으로 가서는 물수제비를 띄워 보내며 놀다가 물에 들어갈 수 없어 심드렁해진 아이들은 스스로 ‘너무 추어서..’들어갈 수 없음을 알고는 다시 애꿎은 올챙이만 열심히 잡았다 놓아주었다는 반복했다.
콩나물국 남은 것에 라면 2개를 끓여 점심을 먹고는 다시 아이들이 개울로 내려갔고 건영이를 뒤따르는 우영이의 놀이 조건에 ‘아빠가 꼭 와야 한다’는 것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어 개울에서 한 시간 넘게 아이들과 놀아줘야 했다. 부화한 작은 물고기를 잡아주자 우영이의 표현이 넘 재미있다. “아빠 이 생선 어떻게 하지?”
청주에서 왔다는 1학년 남자 아이는 그 작은 물고기를 보고 ‘멸치’라고 해서 더 황당해하기도 했다. 그렇게 즐겁게 놀다가 징검다리에서 빠지지 않기 위해 두 손까지 써가며 엉덩이를 하늘 높이 치켜 올린 채 건너는 우영이를 재미있다고 바라보며 뒤따라와 캠프를 정리해서 야영장을 떠났다.
만수골 자연관찰로.
만수골 입구 비탈진 돌길을 뒤뚱거리며 뛰어가는 우영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아이들 뒤를 따라 입구 안내소 앞에 다다랐다. 관리인 아가씨가 팜플릿을 권하는데 정작 우리가 찾는 관찰로 안내문은 다 떨어져 없다고 하여 실망스런 발걸음을 계곡으로 들여놓았다. 조팝나무(a bridal wreath) 흰 꽃이 만발한 곳에서 모처럼 가족사진을 찍었다. 산책로는 아이들이 걷기에도 별 부담이 없는 소로로 연결되었고 숲이 터진 곳에서는 따가운 햇살에 몸이 축 처졌지만 나무그늘로 들어서면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우측 계곡의 시원한 계류는 아이들의 계속된 관심사였다. 건너편에 계곡물로 내려갈 수 있는 곳을 발견한 우영이는 군말 없이 소로를 열심히 걸었다. 건너편으로 가기 위한 일념으로 사진 찍기도 귀찮아하는 녀석의 서두르는 발걸음이 너무 재미있어 뒤 따르는 건영이의 축 처진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보였다.
오후 2시, 하루 중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피톤 치드>가 가장 활발해서 사람에게 가장 좋은 시간대라는 안내판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 진다. 계곡에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현수막이 무색하게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사람들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소란스럽게 웃고 떠들고 있다. 결국 돌아오는 길의 다리를 건너자 우영이의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거리까지 셈해 달라며 내 옆에 꼭 붙어 있는 녀석에게 약속대로 계곡에 내려설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해서는 족욕을 잠깐 하도록 해 주었다. 점심 전후에 3시간 정도나 물속에서 놀았으면서 여전히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아이들은 아직도 엄마 뱃속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물놀이 후 아이스크림을 요구하는 건영이에게 수안보의 한 마트에서 덤으로 음료수까지 안겨주니 헤 벌린 입이 만족함을 나타내 준다. 오는 길에 오토바이 폭주족들로 불쾌한 시선을 운전 신경까지 더 해가며 겨우 읍내로 들어섰다. 공원에서 놀다갈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던 우영이는 잠이 들었고 암장에 도착했을 때는 미소네 가족이 나와 그늘에 앉아 휴일 오후를 한가히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몰려다니며 놀이에 열중했고 자장면을 시켜 저녁을 대신하고는 화창한 봄날-초여름 같았던- 1박 2일 가족 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짐을 풀다가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날인데 맥주 한 잔 안 해?”
“사 와요?”
“그러던지?”
짐을 두자마자 아내는 아이들 간식도 사야한다며 어차피 가게에 가야하니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섰다.
☆준비물 목록☆
야영장비-텐트(3인용, 노스페이스), 대형매트1, 얇은 매트1, 그라운드 시트(비닐), 로프 30m,
슬링긴것1, 카라비너1, 가스등 1, 부탄가스4, epi가스 쓰던것2, 가스렌지1, 가스버너1,
코펠1, 냄비1, 세제, 수세미, 스푼셑4, 나무젓가락10, 컵30, 가위, 집게, 과도, 숯탄, 토치, 조미료세트,
배드민턴 라켓, 디지털카메라, 아이들 옷가지, 세면도구, 책2권, 수첩,
필기구, 모자, 선글라스, 해드랜턴3, 전지등1, 바비큐꼬치 4
먹을거리-밥(집에서), 볶음용 닭 1마리, 콩나물, 두부1모, 구이용햄3, 마늘, 대파, 라면3, 빼빼로2, 콜라1,
사이다1, 감자3, 양파1, 고추장 조금, 느타리버섯
경 비 - 부식구입비 29,600원, 음료&아이스크림 6,000원, 자장면 14,000원 계: 49,600원
첫댓글 꼭 아이들과 같이 해보고싶은데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정말 살아가는 얘기 잘 보고 갑니다 ~~
아이들은 스스로 적응을 잘합니다. 자연에라면 어디에 둬도 잘 적응한는데 어른들은 어린 자식이 품안에서 벗어나면 늘 걱정이지요. 아이들 생각보다 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