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밤 KBS 2TV 주말극(이하 KBS 주말극) ‘현재는 아름다워’가 종영했다. 4월 2일 시작한 50부작 드라마인 만큼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인데, 시청률은 전작들과 달랐다. 가령 직전 KBS 주말극 ‘신사와 아가씨’가 최고 시청률 38.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를 찍은 반면 ‘현재는 아름다워’는 29.4%에 그쳤다.
‘현재는 아름다워’의 첫회 시청률은 ‘신사와 아가씨’의 22.7%보다 높은24.5%다. 그런데 “드라마는 4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7일 방송된 38회는 27.4%를 기록했다. 다른 회차에서도 20% 초ㆍ중반대에서 오르내리며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면 4개월 내내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이 없었다는 것”(스포츠서울, 2022.8.9.)이란 지적이 나왔다.
회가 거듭되면서 이렇다 할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현재는 아름다워’는 50부작 내내 단 한 차례도 30%대 시청률로 올라선 적이 없다. KBS 주말극만의 고정 시청층이 존재함을 감안하면 최고 시청률조차 29.4%에 그친 ‘현재는 아름다워’는 겨우 현상유지에 머문 정도의 드라마가 아닐까 한다.
‘현재는 아름다워’는 이민호(박상원)ㆍ한경애(김혜옥) 부부가 아버지 이경철(박인환)의 협조를 받아 30대 중ㆍ후반에 접어든 아들인 윤재(오민석)ㆍ현재(윤시윤)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로 시작한다. 빨리 결혼하는 아들에게 서울 시내에 있는 아파트를 경품으로 주는 프로젝트다. ‘현재는 아름다워’는 그래서 ‘혼인성사 프로젝트 드라마’다.
아직 20대인 막내 수재(서범준)까지 덩달아 끼게 돼 3형제의 치열한 짝짓기가 펼쳐진다. 수재가 나유나(최예빈)를 끌어들여 저지른 사기결혼이 들통나면서 어른들 반성과 함께 프로젝트는 유야무야된다. 대신 윤재는 심해준(신동미), 현재는 현미래(배다빈)와 본격 연애에 나서고 마침내 백년가약을 맺는다.
결혼연령이 자꾸 늦어지고 비혼주의가 늘어나는 사회현실이 반영된 듯해 참신한 소재라는 생각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이내 실망감이 자리한다. 2회에서 경철은 50년째 잃어버린 딸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중학교 교감인 아들 민호가 양자임도 드러나서다. ‘또 입양 가족 이야기냐?’는 짜증스러움이 묻어난 건 다름이 아니다.
최근 KBS 주말극들을 살펴보면 양부모ㆍ양자 등 입양 가족 이야기가 필수임을 알 수 있다. 최근 3~4년 동안 방송한 KBS 주말극은 2019년 3월 시작한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부터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ㆍ‘한번 다녀왔습니다’ㆍ‘오! 삼광빌라!’ㆍ‘오케이 광자매’ㆍ‘신사와 아가씨’ㆍ‘현재는 아름다워’까지 모두 7편이다.
이 7편의 KBS 주말극중 양부모ㆍ양자 이야기가 없는 것은 ‘한번 다녀왔습니다’ 딱 1편뿐이다. 너무 자주 써먹는 식상한 소재라는 짜증과 함께 생기는 의문이 있다. 과연 우리 사회가 툭하면 드라마 소재로 쓰일 만큼 입양 가정이 만연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렇게 많이 핏줄 아닌 입양아들로 가족 구성이 이루어진 한국사회인가?
‘현재는 아름다워’는 아예 처음부터 입양아의 두 가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란 점에서 일부에 그쳤던 다른 KBS 주말극과 궤를 달리 한다. 의구심 가득한 그런 생각을 더욱 갖게 하는 이유다. 결국 경철의 친손녀 미래와 양손자 현재가 결혼하게 되는, 족보가 꼬이는 일이 벌어진다. 과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시청자들로선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시청률 만회를 노린 설정인지 모르겠으나 어찌 안나오나 하던 시한부 이야기가 또 나오는 것도 좀 그렇다. 경철이 50년 만에 찾은 딸 진수정(박지영)이 간암 판정을 받은 것. 사위도 자식이라며 간이식에 나서는 현재를 둘러싼 양할아버지와 아버지ㆍ어머니, 그리고 장모가 갖는 난처함, 만류, 거부 등을 가족애 구현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46회 말미에서 드러난 수정의 간암환자는 식상함을 넘어 근본적 문제를 노출한다. ‘현재는 아름다워’를 보며 즐겁고 유쾌한 주말 저녁을 보낸 시청자들에게 억지 슬픔 내지는 인위적 비극을 강요한 셈이어서다. 병은 치매환자로 죽음을 맞는 수정 양모 정미영(이주실)을 보는 것으로만 했으면 좋을 뻔했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유나의 양다리 걸치기다. 요즘 세태를 나름 반영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유나가 수재와 현정후(김강민)를 맺고 끊음없이 자유롭게 만나는 것은 좀 아니지 싶다. 수재와 사돈으로 얽히긴 하지만, 현실에서 정후 같은 캐릭터를 찾아볼 수 없어서다. 젊은 남녀관계는 수재ㆍ유나ㆍ정후처럼 그렇게 화합되는 게 아니다.
자식들의 부모ㆍ조부모 공경하기 등 효심(孝心)을 일깨우고, 핏줄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가족이 되어 잘 살 수 있다는 가족주의랄까 가족애도 읽히지만, 배우들의 발음상 오류가 또 다른 실망감을 준다. “떠떠치(떳떳이→떠떠시) 사니까”(1회), “너 비시(빚이→비지) 있어?”(2회), “나이가 며신지(몇인지→며친지)”(28회)가 그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가르쳐’로 발음해야 할 것을 ‘가리켜’로 잘못 말하는데, 14ㆍ36ㆍ39ㆍ48회 등 무려 4차례나 그렇다. 배우 여러 명이 마치 통일시키기라도 한 듯 똑같은 걸 보면 발음상 오류는 대본의 문제로 보인다. “이 자리를 빌어(빌려)”(2회)같이 정서법을 무시한 오류도 있다. 하루 전 끝난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에선 못보던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