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블루베리에 꽃이 피고 결실이 되는 시기가 되니 이곳저곳에서 비료의 사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무의 생육주기로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블루베리 재배에서 비료 사용에 대한 인식과 그 공감대를 들여다보면 적지 않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블루베리에 비료사용의 근거는 거의 대부분 비료업자들의 권고 사항에 의지하거나 드물게는 미국의 자료들을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비료업자들의 권고는 시기별로 특정한 비료 일정량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한다는 지극히 판매를 위한 제시이며, 간혹 미국의 자료 이용에서도 규격화된 생육주기별 공급 자료에 많은 의지를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블루베리 재배 역사가 짧고, 제대로 된 전문 연구기관 조차 없는 현실에서 미국의 자료를 참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로 그들의 신뢰성 있는 자료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가?
미국에서의 블루베리 재배는 각 지역의 대학교를 중심으로 품종, 재배방식, 비료 등 대부분의 연구가 이루어지며, USDA가 여기에 일조를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소위 블루베리 전용 비료라고 하여 유통되고 있는 것들은 사용 시기나 방법들, 또한 성분이나 그 비율마저도 정확히 미국 대학들의 자료에 근거한 것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 솔직한 사실이다.
간혹 보게되는 미국의 규격화된 생육주기별 비료 사용의 자료는 가정재배(취미재배)에 권유되는 것으로 상업적 재배를 하는 본업 농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각 대학들에서 상업 재배지의 비료사용 안(案)은 우리나라 비료업자들이 권유하는 것처럼 생육주기에 따라 일률적으로 특정량을 공급하라는 규격화된 권유를 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나무의 잎과 토양에 함유되어야 하는 적정 비율을 제시하고 부족할 경우 공급해 줄 것을 권유한다.
실제로 미국의 미시건 주립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와 오레곤 주립대학교(Oregon State University)에서 제공되는 비료 사용에 대한 자료가 어떠한지 그 일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P)의 사용에 대한 미시건 주립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의 견해이다.
블루베리 재배지에서 인(P)의 결핍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인(P)의 지속적 과다 사용은 철(Fe)의 결핍을 야기하여 블루베리 성장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식재지에서 5~10년에 한 번씩 인(P)의 수준을 조정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한 인(P)의 필요량 확인에는 잎 분석이 가장 유용하다.
Phosphorus deficiencies are extremely rare.(중략)
Continual application of too much phosphorus fertilizer can lead to iron deficiency symptoms and poor growth. Adjusting levels once every 5 to 10 years is adequate in most plantings. Leaf analysis is the best measure of phosphorus need. (Michigan State University)
오레곤 주립대학교(Oregon State University)에서 역시 견해가 비슷하다.
토양검사와 잎 분석을 통하여 인(P)이 부족한 경우 살포할 것을 권유하며, 토양 검사만으로 살포여부의 판단에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P application might be justified if tissue P and soil P levels are low.
Soil test P alone is a poor indicator of P sufficiency for blueberries.
블루베리에 적정한 토양 유효인산함량은 10~30mg/kg인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토양에는 이 기준치의 10배~30배, 심지어 50배 이상 함유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매년 인(P)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변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고 있다.
다음은 미시건 주립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의 자료에 나온 칼륨(K)에 대한 자료이다.
Potassium (K). Potash, like nitrogen, is water soluble but is used in much smaller quantities by blueberries. Few fields have shown deficiency symptoms for this element, but at some sites, soil levels (K less than 100 lb/A) and foliar levels (0.35 percent) have dropped below the point considered adequate for high yields.
칼륨(K)은 질소(N)와 같이 수용성이지만 블루베리 나무들이 이용하는 양은 매우 적다.
일반적인 재배지에서는 칼륨(K) 결핍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때문에 토양에 함유량이 100 lb/A이하 (잎 0.35% 이하)인 경우에만 추가 살포한다.
참고로 칼륨(K) 100 lb/A는 우리나라 토양검정에 표기되는 단위로 0.127cmol+/kg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토양에는 저 기준량의 최소 3배에서 10배 정도로 많이 함유되어 있다.
오레곤 주립대학교(Oregon State University)의 경우도 칼륨(K)의 과다는 마그네슘(Mg)의 결핍을 초래하기 때문에 잎 분석에서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칼륨(K)을 살포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Excess K can interfere with uptake of other elements, especially Mg.
Therefore, do not apply K unless foliar analysis indicates a deficiency.
특히 혐석회 식물(Calcifuge)인 블루베리에 칼슘(Ca²⁺)의 사용은 상당히 유의해야하는 사항으로 칼슘(Ca²⁺)은 고등식물의 생존을 위한 필수원소로 생체 내에서 다양한 기능을 가지지만 식물체내의 필요량이나 요구량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고 과도하게 축적하는 특이한 반응을 보인다.
즉 자연 상태에서 많은 식물들은 생명의 기본과정에 요구되는 양보다 더 많은 칼슘(Ca²⁺)을 흡수한다. 보통 세포질은 낮은 칼슘(Ca²⁺) 농도(0.1~0.2μmol/L)를 유지하기 때문에 특정 환경 하에서는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루베리와 같이 칼슘(Ca²⁺) 농도가 낮은 토양에 적응한 혐석회 식물(Calcifuge)들은 칼슘(Ca²⁺)에 대하여 낮은 요구성과 낮은 저항성을 갖고 있으며, 칼슘(Ca²⁺) 농도가 높을 경우 석회 유도성 황백화(Lime-induce chlorosis)가 나타나며, 이는 유기산 대사를 포함하는 고도로 복잡한 “대사장애”를 유발한다.
또한 혐석회 식물들은 중탄산이온(HCO³⁻)과 칼슘(Ca²⁺)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중탄산이온(HCO³⁻) 농도가 높은 경우 뿌리에 다량의 말산염(malate)을 생성시켜 생장에 저해를 가져온다.
때문에 토양에 1,000ppm 이상의 칼슘(Ca²⁺)이 함유된 경우는 토양 pH가 낮더라도 블루베리에 생리적 장애를 유발하므로 이러한 토양에는 블루베리 식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Avoid soils with high calcium content (>2000 lb/acre or >1000 ppm) which are also unacceptable for blueberry production. Even with a low pH, high calcium will interfere with the physiology of the plant.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미국의 대학들에서는 시기별로 특정 비료의 일정량을 무조건 시비할 것을 권고하는 경우는 전혀 없다. 철저히 나무와 토양의 상태에 따라 사용여부와 사용량을 결정할 것을 권고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블루베리 재배를 들여다보면 나무는 물론 심겨진 토양의 상태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어떠한 비료를 언제 어느만큼 주어야 한다는 천편일률적인 생각들과 그러한 공감대만이 팽배해 있다.
블루베리 나무를 사람으로 여기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고도비만 환자에게 고칼로리 음식을 권유하거나 동맥경화를 앓는 환자에게 동물성 지방을 권유하면 곧 바로 미친놈 소리를 듣거나 천하의 무식쟁이 취급을 당할 것이다. 그 누구든 건강상태에 따라 음식의 섭취에 대한 고려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사람뿐만 아니라 나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토양검정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토양검정 후 투입된 유기물도 고려해야한다.
다량원소들이 차고 넘쳐흘러 성분에 따라서는 블루베리에 필요한 기준량의 몇 배 혹은 몇 십 배나 함유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 되면서 우리는 비료업자 혹은 주위의 선배들로부터 또다시 비료사용을 종용(慫慂)받기 시작한다. 사실은 우리들 스스로가 먼저 그것을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각자의 토양은 모두 다르다.
생육주기에 따른 천편일률적인 시비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비료보다는 각자의 토양 상태를 아는 것이 먼저이다.
또한 우리는 나무가 잘 자라지 않거나 수확량이 저조한 경우, 심지어 병에 걸렸을 때조차 가장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것이 “비료를 주려는 것”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99%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의 부재(不在), 즉 조밀한 토양에서 비롯되는 통기성 부족과 나쁜 물 빠짐, 부적정한 토양 pH, 토양 유기물 부족 혹은 빈약한 멀치(Mulch), 잘못된 수분관리 등에서 비롯된 것들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출처 : 물건너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