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6월 한달 내내 거의 매일 비가 내린다. 마치 서부의 시애틀 날씨가 된 것 같다. 뉴욕은 겨울은 눈이 많이 오고 추우며 여름은 상당히 더운 기후인데, 덕분에 시원한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아마 지구 온난화 현상의 영향인 것 같다.
오늘은 둘째 홍근이 졸업식이라 날씨에 더 신경이 쓰인다. 학교에서는 오늘 비가 오면 졸업식을 실내로 바꾸고 일요일 실내체육관에서 할 예정인데, 이 때는 한 학생당 가족이 두 명만 참가하는 티켓을 미리 집으로 보냈다.
집을 나서는데 비가 쏟아진다. 일단 가보자고 1시간 전에 갔더니 벌써 지붕이 있는 대형 텐트 안은 축하하러 온 가족들이 가득 차, 겨우 귀퉁이 끝에 자리를 잡았다.
완전 축제 분위기이다. 졸업식은 거창하게 진행되었다. 대학 졸업식과 같은 분위기이다. 먼저 검은 가운을 입은 선생님이 앞에 서고 뒤로 흰색 가운의 여학생 그리고 파란색의 남학생들이 함께 뒤에서 부터 입장을 한다.
모두 기립하여 미국국가를 부르고 교장선생님과 카운티의 교육청 대표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특히 교장선생님은 올 뉴욕타임즈 고등학교 평가에서 이 슈라이버고등학교가 미국 30,000여개 고등학교 가운데 우수 공립고등학교 1,500개를 선정하여 평가를 하였는데, 167위를 하였다고 보고 한다.
학교신문을 보니 한 360명 정도가 졸업을 하는데 하바드 예일 콜럼비아 뉴욕대 등의 아이비리그 부터 미 전역의 100여 개 대학에 진학을 하고 있다. 미국에 대학이 대략 3,000여개가 있으니 자기의 적성에 맞추어 다양하게 진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같은 대학에 수 십명씩 몰려 가지 않고 한 대학에 많이 가야 3-4명 정도다.
이 다양성이 미국의 경쟁력이 아닌가 한다. 미국의 고등학생들은 재수를 할 필요가 없다. 어디든 자기의 수준에 맞추어 갈 대학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그 대신 그 대학이 마음에 안 들면 편입을 하면 된다, 편입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구태여 재수는 필요없는 것이다.
식순에 함께 적힌 우수상 수여 리스트를 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1-2개의 상을 다 받고 있다. 약 200여개의 상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특이한 것은 개인들이 조성한 자기의 이름을 딴 기념상들이 150여 개나 된다.
이 역시 지방자치의 전통에서 나온 것 같다. 이 학교 졸업생이나,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기부한 것으로 보인다.
홍근이도 성적 우수상과 개인 기념상을 받았는데, 성적 우수상은 부상이 없고, 개인메모리얼상은 부상이 100달러이다. 부상이 많지 않으므로 개인들은 큰 부담없이 기념상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은 대학에서 주로 이런 장학재단들이 있으나, 미국은 고등학교에서도 하는 것 같다.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고등학교도 시도할 만 해 보였다.
공식 인사말이 끝나고 나서는 모든 학생들이 줄지어 연단에 올라가 차례로 졸업증서를 받았다. 연단에 내려 오면 기념촬영을 개별적으로 하는데 미국국기 앞에서 한다. 자연스럽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장치이다.
엄숙한 분위기가 아니고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의 이름이 호명되면 환호성을 올린다. 나도 이런 분위기라 우리아이 이름이 불러지자 '우'하고 큰 소리로 축하했다. 선생님 학생 학부모가 함께 어우러진 아주 화기애애한 축제의 장이다.
연단에서는 귀빈들과 악수를 하는데 한국학생으로 보이는 한 학생은 연단의 모든 사람들과 남녀 구별없이 일일이 포옹을 한다. 한국아이도 미국교육제도에서는 저렇게 활달하게 바뀌는 것인지 도리어 부러웠다.
물론 내 아이는 아니다. 홍근이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타서 내가 답답할 때가 있다.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따르는 모범생이다. 그러나 이것이 도리어 문제이다. 좀 더 모험심을 가졌으면 한다.
홍근이 형인 성근이는 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고 오직 음악만 좋아하는 등 도리어 너무 사교적이라 문제다. 잘 웃기고 재미가 있어서인지 친구들에게 파티에 꼭 오라는 독촉을 자주 받는다. 내가 글을 쓰는 지금도 친구 생일파티에 간다고 비가쏟아지는데도 자기가 아끼는 남방에 흰색바지를 입고 나갔다. 아마 참석자들 중에 여자아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오늘 졸업식에 참여하고 보니 이런 고등학교에서 성근이가 낙제를 안하고 졸업을 했다는 것이 용하다. 한국에서는 흑석동에 있는 사설 학원에서 조차 성적이 떨어진다고 받아 주지 않던 아이였다.
대학을 자기가 좋아하는 맨하튼의 음악전문대학을 보냈더니 올 'A+'로 이 달에 졸업을 했다. 음악을 전공해 가지고 먹고 살 수 있을까 부모입장에서는 걱정이다.
지난 봄에는 맨하튼의 지하클럽에서 '카프카'라는 명칭으로 유료공연을 한다기에 가 보았다. 한 5-60명 정도를 모아 놓고 하는 곳이다. 소위 말하는 '언더 락가수'들의 공연장인 것 같다.
그래도 내 자식이니 한국에서 공부를 못한다고 구박받던 아이가 미국의 맨하튼에서 저 정도라도 공연을 하니 괜찮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속담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그 격이다. 여하튼 잘 살고 못사는 것은 이제 자기 손에 달렸다. 부모의 역할과 영향력도 이제 이 아이에게서는 줄어드는 때인 것 같다.
미국의 고등학교는 낙제가 있는 유급(留級)제도이다. 뉴욕주의 고등학교 정시 졸업률이 50%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은 교육개혁이 한창 진행중이다. 워싱턴 디씨의 교육감으로 미셀 리라는 한국계인 30대의 여자가 맡아서 능력이 안되는 교사들을 과감하게 교단에서 밀어내고, 학교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각 주마다 학생 1인당 정부지원 비용이 다른데, 뉴욕주 통계를 보니 1인당 16,000달러를 쓰고 있다. 상당한 투자이다. 그런데도 성적이 형편없으니 문제인 것이다. 매 년 학교들을 평가를 해서 성적이 나쁘면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다. 그러니 예산이 깍이면 교사를 해고할 수 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심지어는 학교를 폐쇄하는 강경정책을 사용쓰기도 한다.
대학 진학률도 졸업생 대비 55%정도이다. 한국은 전문대를 포함하여 82%이다. 일본이 60%대이다. 그래서 한국의 교육부는 한국의 대학 진학률을 선진국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고 하여, 정원감축을 하는 대학에 예산을 더 배정하는 등의 '사탕과 채찍'의 정책을 펴왔으나 미국은 도리어 대학 진학률을 높이려고 안간 힘을 쏫고 있다. 홍근이에게 졸업식이 대학졸업식과 같이 성대하다고 하니,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한 학생당 1년에 만불 이상의 경비를 쓰지만 한국인의 눈에 보면 낭비적 요소가 많아 보인다. 학교들은 밤에도 모든 교실에 전기불을 켜 놓고 있다.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학생들의 책걸상 등 교실 청소는 밤에 용역직원들이 해 준다. 수위라고 해야 될지 모르지만 상당수의 보안요원들이 채용되어 있다. 물론 미국의 특수한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시각일 수도 있다.
미국의 교육이 한 아이 한 아이의 개성과 의사를 존중해 주고 체벌보다는 격려를, 그리고 성적이 우선이 아니고 적성에 따른 다양한 아르바이트 체험 봉사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중등교육에서 준다는 점이 부러웠다.
미국에 조금 있어 보니 내 눈에는 미국 중등교육의 단점도 보이기도 하고, 한국 교육의 장점이 많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 글은 내 자식 자랑을 하려고 쓴 것이 아니고, 교육자의 입장에서 내가 경험한 내용을 통해 미국 교육제도의 장단점을 우리가 좀 더 알 필요가 있어서 주마간산격으로 소개하였다.
2009.06.26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첫댓글 체벌보다는 격려. 봉사활동의 중시. 다양한 아르바이트의 체험... 꼭 배워야할 점이군요... 아드님의 영광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아드님의 졸업을 축하드려요. 건강 하세요.
아지못했든 미국교육제도를소상히 알려주어감사하고요 아드님의졸업축하합니다.
아드님의 졸업식 성대한 졸업식 축하드립니다.건강 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감사합니다.
아드님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누구보다도 사모님께서 큰 보람을 느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