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설악산 오지산행(문경새재 대장님)

[심천]

설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혹자는 사나이다운 박력이 넘치는 산이라 하고

혹자는 지리산의 선비같은 풍모와 비교해서

수려한 여인의 멋을 간직한 산이라 표현한다

혹자는 우스개소리로 설설기며 악으로 오르는 산이라고도 한다 

오지산행이란 뭘까?

사람의 발길이 별루 닿지 않는 산행지를 일컫는 말이 아닐까

오지산행은 길의 흔적이 아예 없거나 희미하여 길을 만들면서 가야한다

오지산행을 몇번 참석해보니 개고생이야 이루 말할바 못되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우선 사람을 만나지 않아 좋고 자연의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좋다

산행지가 베일에 가려진 채 대장님 인솔하에 9명이 두 차에 나눠타고 설악으로 출발한다

들머리에 와서야 오늘의 산행코스를 알려주신다

오색관리분소-설악폭포-대청봉-중청-끝청-09-11 분깃점-독주폭포-독주골-오색관리분소(원점회귀) 대략 8시간의 코스라고 하셨다

대청봉까지 올라가는 코스는 설악코스 중에 가장 단거리 코스라고 하였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깔딱고개가 징글맞다

역시나 오늘도 설악은 쉽게 모습을 보여 주기가 싫은가 보다

운무가 사방을 에워싸서 경관조망은 언감생심,미련을 접고 묵묵히 갈 길을 간다

두시간쯤 올랐을까...대청봉 정상에 섰다

힘겹게 오를수록 그리움으로 남는 산

지나온 길은 잊으라

만날 길만 기억하라

이순간 구름에 올라탄 신선이 되어

호기롭게 천하를 둘러 본다

설악의 기후는 시어머니 심술보같다.

끝청으로 가는 길에 아주 잠깐 운무의 장막을 확 걷어준다

눈앞에 펼쳐지는 진경산수화...

기묘한 암벽과 운무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시공의 예술...

날카로운 칼날을 등어리에 수없이 꼽은 공룡은 마등령으로 치닫고 

불꽃같은 범봉과 1275봉은 덤벼 보라는듯이 호기롭다

톱날같은 봉오리들의 파나로마 용아장성과 화채능선,

조물주의 화려한 조각솜씨를 보여주는 만물상이 위상을 자랑하며 한눈에 조망된다

저 멀리 회운각에서 시작되는 천불동계곡의 힘찬 물소리가 들리는둣 하다

한계령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잡힐듯한 거리에서 귀떼기청봉과 가리봉,주걱봉이 손짓한다

한계령삼거리을 지나 어디메쯤에서 오지로 접어든다

이제부터는 비등로인 셈이다.

희미하게나마 길의 흔적이라곤 없으니 

아래로 아래로 육감에 의지한채 계곡을 찾아 숲을 헤쳐 나간다

여기서 만나는 너덜지대는 귀떼기청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에서 만난 큰바위의 너덜지대와는 사못 다른 형태이다

수만년 오랜 풍화에 의해 생겨난 너덜지대가 아닌

아마도 산사태로 생겨났을둣한 너덜지대야말로

돌들이 견고하게 자리잡지를 못해 밟는 순간 아래로 쏟아진다

낙석의 사고가 심히 우려되어 오금이 저린다

설악산의 3대 폭포라면 토왕성폭포,독주폭포,대승폭포를 꼽는다고 한다

독주폭포는 그 장엄함과 아름다움에비해 사람들에게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서북능선 자체가 가장 늦게 개방되었으며 독주폭포는 연중 단 한차례 개방하므로

몰래 숨어드는 산꾼들이 더러 있을뿐 그야말로 오지인 셈이다

문경대장답게 빡세게 행군을 했지만 어느새 날은 저물어가는데 말없이 능선을 타던

대장님께서 갑자기 방향을 틀어 계곡으로 방향을 바꾼다.

아마도 고민하다가 꼭 독주폭포를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독주골의 바위는 물이끼가 돌들을 덮고 있어 엄청 미끄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우려하던 사고가 현실로 일어났다

바위를 밟는 순간 엄청 미끄러워 뒤에 오는 친구에게 노심초사

단단히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으나 바로 그 순간 뒤따르던 친구가

우당당탕! 미끄러지면서 머리를 바위에 쿵! 하고 부딪치는게 아닌가

직감적으로 대형사고다 싶어 재빨리 머리부터 살펴보니

다행히 머리가 터지지는 않았지만 의식이 없는지 흔들어도 대답이 없다

그러나 워낙 바위에 머리 부딪치는 소리가 컷으므로 내심

차라리 머리가 터져 피가 나왔으면 했다

머리속에서 뇌출혈이 생기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

핸폰이 터지지 않는 지역이라 119에 연락할 방법도 없다

순간적으로 온갖 불길한 생각이 다 들었다.

얼마나 놀랬는지 다리가 후들거려 서있기 조차 힘들었다

다행히 조금 지나니 친구의 의식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의 5분이 몇시간은 되는 것 처럼 느겨졌다

다리에 찰과상도 입었지만 자신도 엄청 놀랬는지 통증도 못느끼는 모양이다

몸을 추수리고 나서도 위축되어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

이제부터가 정작 위험한 코스인데 낭패가 아닐수 없었다

배낭을 받아 메었지만 이미 몸이 성치 않아 잔뜩 움추린 친구는

거의 엄금엉금 기다시피 하니 산행사간이 자꾸만 지연된다

이미 7시가 넘어 사방이 어두워져 렌튼 없이는 산행이 불가능하다

다행히 일행중 4분이 렌튼을 준비하고 있어 아슬아슬한 산행을 이어간다

여전히 너덜지대는 위협이었다.

낙석으로 돌이 굴러내리는 소리는 천둥소리 같았다

핸폰 화면창의 희미한 불빛에 의지한채 백여미터 앞서서 길을 개척하는 대장님은

그야말로 죽기아니면 까무라치기 식의 사투를 벌리고있다

독주폭포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무서운 물소리만 들릴뿐 폭포의 형체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고립되면 9명이 꼼짝없이 덜덜 떨면서 날밤 까야한다

어두워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폭포아래로 대장님이 자일을 깐다

이제부터 최고의 적은 어둠이다.

대장님도 사람인지라 자칫 미끄러지거나 하면 천길 낭떨어지기라 뼈도 못추린다

다행히 릿지와 암벽경험이 출중한 루든님,사라님,그자리님이 함심하여 생명줄을 깔았지만

환자인 친구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3단계의 폭포,즉 만장,천장,백장 차례대로 자일의 암벽모험을 하고서야

모든 폭포구간을 내려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를 건너는 힘겨운 골치기가 이어졌다

아홉시가 훌쩍 넘었지만 몇시에 하산할 지

아무도 묻는이도 없었고 불평하지 않았다

극도의 긴장감과 체력적인 소모와 배고픔으로 거의 아사 직전 일텐데도

서로를 격려하며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눈물나도록 고마웠다

설악산 암벽만 400여회이상 했다는 그자리님이 화이팅을 외친다

"아자! 아자! 즐기자."

그러나 모두들 말할 기력도 없는지 썰렁하다

내가 한마디 거든다

"우리 우짜든동 살아서 돌아 가입시다."

그제서야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내 친구는 숨죽이며 울고 있었지만 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힘들어서 흘리는 눈물일수도 있겠지만

산우님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의 눈물임을 알기에....

끝도 없이 지리한 골치기에 미끄러지고 쓰러지길 장장 5시간

오색에 도착하니 이미 밤 12시가 훌쩍 지나 있었다

오지산행을 13시간 연속으로 강행군 한 셈이다

중청에서 날머리로 미리 복귀한 대장님 친구분은 우리 일행이 돌아오지 않고

통화도 되지 않자 불안하여 119구조대에 조난신고를 해 두었다고 했다

다시 한번 느끼는거지만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시간의 여정을 따라 묵묵히 오르다 잠시 머무르는 곳일뿐....

그러니 산에서는 항상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아무리 날고 긴다해도 한순간 자만함을 허락하지 않으니까

산우들의 안전을 위해 초연하게 리딩하시는 대장님의 늠늠한 모습을 보았고

출중한 경험으로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산사람의 의리를 보았고

극한 고통의 시간 동안 서로를 부축하며 격려하며 화이팅을 외치는 산우님들의

참사랑을 보았습니다

포기하지 않고서....

서로를 믿으며....

함께 한 산우님들!

진정 당신들이 영웅이십니다

진심으로 자랑스럽고 사랑합니다

지금부터는 독주폭포의 사진을 구경하세요

칠흑같은 밤이라 사진을 찍지못해 여기저기서 퍼왔슴다

 아마도 한계령삼거리 지나 서북능선으로 걷다가 여기에서 오지길로 접어들은듯 합니다

그자리님이 고목에서 노루궁뎅이만 찾으라고 합디다

글씨...이게 엄청 비싼거라 하네요 

 만장

까마득한 저 아래로 미끄러지면 뼈도 못추립니다

 만장(萬丈)

 백장(百丈)

죽어서 새생명을 키우는....

 한계령 삼거리

천장(千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