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고추'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남지하면 땅콩이였던 거 같은데
언제부턴가 고추가 남지를 대표하는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싱글고추」라는 이름을 달고 전국에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그런데 남지고추가 유명해 진 이유를 알면
더 많이 사랑하고 광고하고, 나눠먹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타민C가 밀감보다도 오렌지 보다도 두 배나 더 많다고 한다.
그러면 남지고추가 유명해진 이유를 한번 보자 ??
지금은 없어졌지만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남지철교 아래 낙동강 가에는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은 무덤이 하나 있었다, 홍수가 지면 물에 잠기곤 하던 그 무덤을 사람들은‘처녀무덤’이라고 했다.
주인 없는 처녀무덤이 만들어 진 것은 100여 년전, 여기 웃개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얼마전까지 참봉 벼슬을 지낸 김아무개라는 사람이 살았다. 집안 대대로 외동이어서 후손을 많이 보려고 애썼지만 아이가 나면 죽기도하여 몇 대를 외동으로 이어왔다.
그러던 어느 해 큰 장마로 홍수가 져 김참봉이 애써 가꾼 농작물도 물속에 잠겼다. 사흘 뒤 물이 빠진 것을 보고 김참봉은 밭에 나가봤다. 심어 놓은 농작물은 하나도 쓸모없이 되어 낙심하고 있는데 아직 물이 덜 빠진 웅덩이에 뭔가가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젊은 여자 시체로 물에 불어 황소같이 된 덩치가 물가에 밀려와 있는 것이 아닌가. 강 위쪽 어디선가 익사하여 떠내려 온 듯했다.
삽으로 밀어내 강물에 띄워버릴까 하다가 김참봉은 이것도 인연이겠거니 생각하고 바로 그곳에 구덩이를 파고 처녀를 묻어 주었다.
그날 밤 꿈에 죽은 처녀가 나타나 큰 절을 올리더니“서방님 고맙습니다. 은혜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내년부턴 밭에 고추를 심으면 고추농사가 잘 될 것입니다.”고 사례하고 사라졌다.
김참봉은 이듬해 시험 삼아 고추를 심었다.
그러나 현몽처럼 고추농사는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김참봉은 꿈을 개꿈으로 취급하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면 죽어나든 자식이 죽지 않고 번성하기 시작했다.
아들 둘, 딸 하나를 낳아 몇 대로 이어온 외동을 면하고, 손자도 여럿을 보았다. 또한 후손들도 아들을 못 낳아서 걱정하지 않았다고 하니 처녀의 보은(고추농사가 잘 되리라는)은 그대로 딱 들어맞은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