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요즘 학교 운동장이 점점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올해부터 5년 동안 전국 4백여 개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까는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인조잔디의 유해성을 의심하게 하는 보고들이 유럽에서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보통 인조잔디에 탄력을 주기 위해 충전재로 쓰는 재생고무칩이 문제라고 합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인조잔디 구장, 축구 동호회 회원들이 경기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초록색으로 깔린 인조잔디 구장에서는 요즘 같은 겨울철에도 별다른 부상 걱정 없이 마음껏 공을 찰 수 있습니다.
<인터뷰> 탁경렬 (축구 동호회 회원) : "처음에 맨땅에서 했는데 그 때는 부상도 많고 많이 다치고 그랬었거든요. 그랬었는데 그런 부상위험도 많이 줄었고, 그러다 보니까 좀 더 열심히 뛰어 다니다 보니까 실력도 향상이 되고, 굉장히 유익하고.."
그런데 경기장 주변을 살펴보니 까만 고무 알갱이들이 수도 없이 발견됩니다. 공이 튈 때마다, 발로 잔디를 찰 때마다 이 까만 고무가루 들이 쉴 새 없이 튀어 오릅니다.
몸에 붙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인터뷰> 주형종 (축구 동호회 회원) : "밑으로 많이 붙는다고 봐야죠, 슬라이딩 같은 것 하고, 뭐 넘어지고 하면 땀이 나니까"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의 몸에 붙은 고무알갱이들을 털어봤습니다.
하얀 종이 위에 고무 가루들이 금새 까맣게 떨어져 내립니다. 인조잔디구장을 많이 이용하는 축구 선수들은 여름에는 심한 고무 냄새까지 난다고 합니다.
<녹취> 고등학교 축구 선수 : "게임 뛸 때는 모르겠는데 운동 끝나고 나면 게임 끝나고 나면 냄새가 많이 나고, 머리 좀 아프고…"
<인터뷰> 고등학교 축구 감독 : "여름 같은 경우는 굉장히 냄새가 많이 나고, 타이어 타는 냄새, 급브레이크 잡았을 때 타이어 타는 냄새가 굉장히 많이 올라와요, 그 다음에 아이들 몸에도 많이 붙어서 숙소에 들어오면 위생적으로 많이 안 좋고"
그렇다면 인조잔디용 고무칩들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과연 인체에 해로운 것일까?
인조잔디 구장의 단면돕니다. 맨 아래 골재가 들어가고, 위에 석분, 투스콘이 깔립니다.
그리고 그 위에 인조잔디가 놓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래와 고무칩이 인조잔디 위에 깔리게 됩니다. 고무칩은 인조잔디에 천연잔디와 같은 쿠션감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인터뷰> 강신우 (축구협회 기술국장) : "작은 자갈 그리고 석불, 이런 것들로 해서 다져가지고 자연스럽게 배수와 함게 완충작용도 적당하게 가져지고 그 위에 인조잔디가 깔리고 그 위에 고무칩이 그 역할을 완충작용 역할을 해 주는 그런 구조로 돼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 1위가 축구선수일 정도로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 이탈리아, 로마 남동쪽에 있는 이 축구 클럽에서는 매주 경기가 열립니다. 이 클럽에 깔린 잔디도 인조 잔디, 역시 충격 흡수를 위해 검은 고무칩들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건너편에 있는 인조잔디구장은 사정이 다릅니다. 고무칩이 아니라 흙과 코르크를 섞은 재료들입니다.
<인터뷰> 디 비쉘리아 (토르뜨레 떼스떼 축구 클럽 회장) : "가장 최신 4세대 인조잔딥니다. 흙, 모래, 코르크가 사용되고 전혀 고무칩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고무칩들은 대부분 폐타이어나 폐고무들을 재생해서 만들어집니다.
'이탈리아 아마추어 축구협회는 올해부터 이 구장처럼 폐타이어 등으로 만든 고무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폐타이어에서 인체에 유해한 발암물질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국민들의 건강과 관련된 조사 업무를 전담하는 이탈리아 고등의학 연구솝니다.
이 연구소의 1차 조사 결과 11 개 인조잔디 구장에서 채취한 고무칩 셈플에서 이미 IPA라는 발암물질과 톨루엔, 벤젠 등 유해 물질이 확인됐습니다.
<인터뷰> 비네티 (박사/이탈리아 고등의학연구소) : "IPA는 집중된 수치가 나왔습니다. (상업용 토지를 공원, 놀이터로 바꿀 때 적용하는 법정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이 집중돼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IPA는 발암 물질입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는 보건부와 환경부, 노동인권위원회, 스포츠계, 그리고 폐타이어 사업연맹 대표 등 15 명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고무칩의 유해성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베르나 (교수/인조잔디특별위원회 위원장) : "인조잔디 축구장 하나에는 120톤의 고무칩이 들어갑니다. 고무칩에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고무칩 가루를 흡입하게 됩니다. 중요한 건 어느 정도를 흡입했을 때 인체에 해로운가 하는 것입니다."
특별위원회는 현재 고무칩에 들어있는 유해물질이 인체에 어떻게 흡수되고,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베르나 (교수/인조잔디특별위원회 위원장) : "햇볕이 강할 때는 마찰이 더 심하고 그래서 공기에 더 많이 떠다닌다. 그래서 봄, 여름, 겨울 등 계절별로 로마, 로마 남쪽, 북쪽이나 지역별로 차등화해서 연구하고 있다"
로마 남부 한 성당에서 운영하는 스포츠 클럽, 10 살 안팎의 어린이들이 날마다 이곳에 모여 축구 연습을 합니다.
<인터뷰> 카티야 (학부모) : "다섯살 때부터 축구 시작했다. 팀워크도 키우고 단체 경기라서 공동체 이뤄서 공동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처럼 축구가 생활이나 다름없다 보니 이탈리아 아마축구협회가 앞장서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올해 2월부터 인조잔디 구장에 폐타이어 등이 아닌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도록 협회 규정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타베키오 (이탈리아 아마추어축구협회장) : "(IPA가 발생하지 않는 그런)새로운 제품을 사용합니다. 축구 선수들은 심장 박동이 4배 이상 2백까지 올라가고 그만큼 4배 이상 유해 요소를 인체에 흡입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년에야 나올 예정인 최종 연구 결과까지 기다리기 힘든데다 국제축구연맹에서도 아직 폐타이어 등으로 만들어진 고무칩 사용을 금지시키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타베키오 (이탈리아 아마추어축구협회장) : "FIFA나 UEFA는 지금도 폐타이어 고무칩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회의에서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도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만큼 인조잔디 구장을 지을 때 유해성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인터뷰> 비네티 (박사/이탈리아 고등의학연구소) : "최종 연구 결과를 기다려야 합니다. 미래 인조잔디 구장 건설의 기준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 겨울인데도 초록색 인조잔디 위에서 어린이들이 즐겁게 체육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83개 학교를 시작으로 오는 2010년까지 모두 443개 초중고등학교에 인조잔디를 깔 계획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 천7백억 원이 넘습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인조잔디에 들어가는 폐고무에 대한 규정이 어떻게 돼 있을까?
<인터뷰> 신영재 (교육인적자원부 과장) : "지금 현재는 FIFA 기준을 따르도록 돼 있습니다. 파일이라든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고무칩이라든가 이런 것이 피파에서 인정한 용도의 그런 품질을 사용하도록 해 놓고 있죠."
폐타이어 등 폐고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예기입니다.
취재진은 2년 전, 그리고 지난해 각각 만들어진 국내 인조잔디 구장에서 고무칩을 채취해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그랬더니 다핵방향족 탄화수소, 이탈리아에서 검출된 IPA와 같은 유해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오상용 (한림대 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 "폐타이어를 사용하는 인조잔디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도중에 이런 발생하는 이런 비산먼지는 어떤 구역질이나 구토, 또 기침 만성 기관지 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발생할 수 있고 또 IPA와 같은 다반성 방향성 탄화수소를 사용하는 경우 이런 발암성 물질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암 발생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이 물질들은 모든 타이어에 들어 있는 석유화합물질로 EU 에서는 오는 2010년부터 이 물질의 함량을 낮추도록 타이어 기준을 강화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런 유해물질들이 어떻게 인체에 흡수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역학 조사를 한 사례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인조잔디 업체 관계자 : "현재까지는 저희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정확한 수치나 기준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논란의 거리가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업체로서도 상당히 난감한 부분 중의 하나고 향후에도 명확한 기준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이제 밝혀지게 되면은 그 논란은 잠식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스웨덴 국립화학연구원에서 펴낸 공식 문서입니다. 인조잔디는 매우 우려할 만 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지만 노출 정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사람의 건강을 직접 위협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타이어 고무는 대체 물질로 바뀌어야 하고, 유해성 때문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지곤 (박사/한국체육과학 연구원) : "운동공간에서 사용되는 시설이기 때문에 그런 건강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아주 절실히 필요하다고 볼 수가 있겠죠. 그리고 그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검증을 거쳐야 되는 것이 합당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 신영재 (교육인적자원부 과장) : "문제가 된다 라고 보면 보완을 해야 되리라고 생각하고, 지금 아마 국내에서 생산된 것 중에 친환경적인 제품이 많이 나와 있는 것 같아요. 내년에라도 고무칩 같은 것을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용하도록 저희가 지도해 나가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까는 사업, 보다 나은 운동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돼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채 유해성에 대한 경고마저 나온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나중에 바로잡기에는 더 많은 돈과 시간이 들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