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 제30항은 사이시옷을 규정한다.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음운론 환경에 따라 구분해 놨다.
그런데 ‘값, 길, 집, 빛, 말, 국’이 결합하는 합성어 중 상당수는 사이시옷을 받치어 적는 게 어색하다. ‘절대’와 ‘값’을 결합한 ‘절대값’을 예로 들어 본다. 이 말을 [절때깝/절땓깝] 이렇게 발음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그러나 현행 규정대로라면 ‘절댓값’으로 표기함이 맞다. ‘장마’와 ‘비’를 결합한 ‘장마비’도 마찬가지다. 이걸 굳이 [장마삐/장맏삐]로 말할 사람이 있을지. 이 말 역시 ‘장맛비’로 표기한다.
물론 사람마다 발음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통일 규약으로 정해 놓은 발음이 표준 발음이다. 그리고 이 표준발음, 음운론 환경에 따라 사이시옷을 예외 없이 적용했다. 어떤 규정이든, 규정을 일괄 적용하면 편리하다. 예외를 두면 예외를 두는 이유를 밝혀야 하지만, 그 이유를 뚜렷이 밝히기 어려운 사례도 분명 있을 테고.
어찌 되었든, 사이시옷 규정대로 라면, ‘등교’와 ‘길’을 결합하면 ‘등굣길[등교낄/등굗낄]’이 된다. 역시 뭔가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