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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공연 <고인돌은 살어있다>. ⓒ조백현 기자 | 오산시(시장 곽상욱)가 주최하고 오산문화원(원장 임명재)과 오산문화재단(상임이사 강창일)이 주관한 ‘제4회 독산성문화제’가 10~12일 3일간 연인원 3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제4회 독산성문화제는 과거의 축제와 비교해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 향토문화축제로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축제는 오산문화재단이 처음으로 지역의 축제를 주관했고, 문화행사의 주무대도 그동안 진행됐던 시청앞마당에서 다소 낯선 고인돌공원으로 옮겨졌다.
그럼에도 축제에 참여한 인원이 역대 최대였을 뿐만 아니라 진행된 프로그램의 질이나 운영 등 전반적으로 무난했던 성공적인 축제였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기연예인 중심의 이벤트성 프로그램을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이다.
주최 측은 대신 <고인돌은 살어있다!> 등의 창작 공연이나 교육적 의미가 담긴 체험 프로그램,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등을 다채롭게 배치했다.
시민들은 <코바나콘서트>, <마린보이 거리광대 마술쇼>, 거리극 열두띠 풍류난장 <까마귀 날다>, <숙명가야금연주단> 등에 큰 호응을 보였다.
또한 <조랑말 타기>, <장승만들기>, 선사체험 놀이터 <고인돌마을>, <곤충만들기> 등은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체험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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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보이 거리광대 마술쇼. ⓒ조백현 기자 | 딸이 세마고에 입학하면서 오산으로 이사왔다는 편현주씨는 “축제 시작과 마지막을 참여했다. TV에서나 볼 수 있는 연주나 공연을 쾌적한 자연에서 직접보니 신기하고 너무 좋았다”며 몇 번씩이나 이런 축제를 자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와 같이 한 곳에 거대한 관중이 모이는 대신 시민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도처에서 수십, 수백명씩 그룹을 지어 프로그램을 즐기는 모습을 연출했다.
시민들은 체험행사에 참여하거나 혹은 공연을 즐기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변의 풀밭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가족이나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화려하고 시끌벅적지근함 대신 흥이 있으면서도 차분하고 질서있게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주최 측이 일회성 소비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인기연예인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려는 유혹을 뿌리친 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축제 개혁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서현숙 경제문화국장은 “이번 축제는 교육도시에 맞게 교훈과 의미를 담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기존의 인기가수나 아이돌 공연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았다가 공연이 끝나면 사람들이 흩어지는 방식을 탈피했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이번 축제에 만족한다. 왜 오산문화재단과 같은 전문가 집단이 필요한지 절감했고, 이들에게 프로그램을 맡긴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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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극 <열두띠 풍류난장>. ⓒ조백현 기자 | 그동안 이벤트회사에 축제를 전적으로 맡기던 관행을 깨고 문화재단이 직접 기획하고 필요할 경우 기획사나 이벤트회사를 섭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도 진일보한 모습이다.
강창일 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이런 규모의 축제를 몇 명의 직원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 힘든 일이다. 직원들과 시 관계 공무원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전기음향, 상하수도, 교통,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 복잡한 상황을 잘 관리했다”면서 “축제와 문화 관련하여 좋은 경험을 했고 지역사회의 역량강화로 축적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에 그동안 지역의 축제를 주관해 왔던 오산문화원은 그 역할이 많이 축소됐다.
이와 관련, 배명숙 경기시낭송협회 회장은 “축제가 이렇게 발전한데는 오산문화원 관계자들의 그동안의 노고가 컸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면서 “그들은 축제 경험이 전혀 없었던 초기에 체험프로그램들을 개발했고 인터넷을 뒤져 자료를 찾고 연구했다”고 뒷배경을 전했다.
이번 축제의 또 다른 특징은 시청앞 아스팔트에서 연예인 중심으로 영혼없이 진행됐던 축제를 역사·문화·환경을 결합시킬 수 있는 고인돌공원으로 옮겨 향토문화축제의 정체성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고인돌공원에서 독산성 세마대까지 역사문화 트레킹, 세교신도시 개발 때 사라졌던 300년된 은행나무를 복원하기 위한 후계목 심기, 지역민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금암마을 주민이 지내왔던 산신제 등이 축제의 공식행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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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산신제. ⓒ조백현 기자 | 금암동 고인돌공원은 세교신도시 개발전엔 청동기시대 문화가 남아있고 지역민의 삶과 역사를 비교적 잘 간직해 왔던 상징적인 곳이다.
이번에 주최 측이 고인돌 공원으로 문화행사의 주무대를 정한 것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 제고, 세교신도시 주민의 지역에 대한 정체성 확립, 세교신도시 주민들과 구시가지 주민과의 소통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오산에 거주한지 4년됐다는 세교10단지 주민 이기백(30세) 씨는 “오산에 와서 결혼도 하고 20개월된 아들도 얻었다”고 밝히면서 “이번에 오산축제를 처음 경험했다. 볼거리가 많고 공간도 넓고 쾌적해서 좋았다. 아내가 가야금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연주하면서 상당히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더라”고 말했다.
권율의 독산성 전투, 정조개혁 정치, 궐리사, 금암동 주민들 사이에 남아있던 유교적 관습 등 지역축제의 이론적, 철학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학술토론회가 진행된 것도 유의미한 시도였다.
‘교육, 공자에게 길을 묻다’ 학술토론회에서는 시대에 맞지 않는 신분질서, 충효정신만을 강조하는 고루한 유교의 이미지를 벗어나 유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깊이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자본주의·시장경제에서의 무한경쟁과 물질만능주의, 입시와 성적지상주의,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교육현장에서 공자와 유교 가르침의 본질인 인을 중심으로 한 인본주의와 심신수양을 통한 인격함양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이밖에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주최 측은 화장실이나 식수대, 주차장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준비하고 서비스를 제공하여 시민들이 큰 불편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축제 시작전부터 잡음이 터져나왔던 먹거리장터도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메뉴, 위생 등으로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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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사체험 <고인돌마을>. ⓒ조백현 기자 | 무난하고 성공적인 축제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몇몇 시민들로부터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구 시가지에 살고 있는 상당수 지역민들은 고인돌공원이 어디있는지 조차 모르는 현실에서 지역축제의 장소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점, 고인돌 유적 등의 훼손방지에 대한 협조 안내문 부착 등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잔디훼손에 대한 우려 등이 그것이다.
지역축제가 4년의 연륜이 쌓이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이젠 ‘오산의 축제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라는 플랜카드에서의 구호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때다.
전체적으로 과거보다 향상된 콘텐츠나 운영노하우를 확보한 상태에서 이젠 축제의 상품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듯 하다.
축제 과정에서 만난 한 시민은 “좀더 콘텐츠를 보강하고 물향기수목원을 묶어 홍보를 잘하면 오산의 축제도 외부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물향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