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코스 : 무사골고개-소이산(봉화봉)-가덕산-피반령-분기점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실제거리 24.5km, 접속 3.5km / 하산 4km
- 산행일시 : 2024년 6월 21일(금) 09:35~19:13 (11시간 38분)
★ 기록들
집에서 801번 첫차를 타고 청주 영운동 행정복지센터에 하차했지만, 313번 버스 도착정보는 아예 뜨질 않는다. 최대한 들머리 근처에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교통편을 알아보니 척산3리 가는 버스가 있다. 정류장을 옮겨 10여분 기다리자 버스가 왔다. 척산3리에서 하차한 후 3.5km 떨어진 등동 버스정류장까지는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침임에도 무척 덥다.
집에서 3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한 들머리는 시작부터 까칠하게 맞이한다. 희미한 흔적을 따라 올라가자 가시덤불이 나를 에워싼다. 가시덤불을 돌파해서 올라가보니 그 옆으로 임도처럼 훤하게 열려있는 길이 보인다. 이럴 때는 무척 허탈하다.
이번 구간에는 유독 멧돼지 흔적이 많이 보인다. 인간만 없으면 상위 포식자니 서로 피하는게 상책이다. 313봉에 이어 225.6봉까지는 매끄럽게 연결이 된다. 매번 그렇지만 재를 만나면 오르내리막이 순탄치가 않다. 32번 지방도를 내려설 때는 도저히 날머리를 찾을 수 없어 돌파를 시도했다가 한참동안 가시덤불 속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했다(11:45~11:55). 이번 구간 내게 가장 큰 시련을 준 곳이었다. 도로를 건너 문중 묘지를 거쳐 정상에 이르자 문의청남대 톨게이트가 보인다. 여기를 건너는 방법(나중에 선답자의 산행기를 보고 확인)을 알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데, 한참을 우회하여 다시 도로에 내려선 후 국전리 마을회관까지 걸어갔다. 고속도로 굴다리가 보이는 마을회관 앞 정자에서 점심식사를 하고(12:30~12:50), 굴다리를 지나 봉수대 흔적이 있는 봉화봉(소이산)을 터치다운하며 마루금에 복귀했다(13:20).
<철조망을 따라가야 한다>
<어렵사리 내려선 32번 국도>
<문의청남대 톨게이트 - 선답자들은 쉽게 건너는 방법을 소개했는데 그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남계리와 국전리 삼거리>
<국전리 마을회관 앞 정자>
<국전리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굴다리>
유니온백시멘트공장이 있는 곳이 날머리라 청남대 진입로가 위치한 삼거리에 내려선 후 상고개까지 걸어올라갔다. 청남대 울트라마라톤 주행로이기 때문에 눈에 익숙했다. 잠시 농로를 따라가다 마루금으로 복귀했지만 다시 한번 더 고속도로 굴다리를 통과해야 했다. 이번엔 다행히 둘러가지 않고 바로 통과할 수 있었다(14:20). 어려운 구간 다 통과했으니 고개를 넘을 때 신경 써야하는 것 외에는 그닥 어려움이 남아있질 않았다. 능갓고개를 넘어(15:17), 삼거리봉(15:48)에서 왼쪽으로 급하게 꺾으며 고도를 높여갔다. 이제야 비로소 등산하는 느낌이 난다고 해야할까. 그동안 고개도 아니고 산도 아닌 곳을 숱하게 지나쳤다.
16시 6분 가덕산(427m)에 도착했다. 왼쪽편으로 청주시 가덕면이 위치해있어 산 이름을 가덕산이라 했는지 모르겠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드디어 16시 43분 피반령에 도착했다. 2년전 청남대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곧 산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다. 정자에서 회포를 풀려고 온 분한테 사진한장을 부탁한다.
<내려선 청남대 진입 삼거리>
<상장1리 교차로>
<특이한 시설로 올라가 마루금으로 복귀>
<인공조림 숲>
<삼항리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굴다리>
<능갓고개>
<저 멀리 작두산(432m)과 소이산(봉화봉), 그리고 마루금>
<삼거리봉-좌틀해야 함>
길을 건너자 제단이 있고 그 뒷편으로 희미한 길을 따라 올라가자 마루금은 뚜렷해진다. 분기점을 향할 수록 오르내리막이 급하게 반복되고 17시 36분 547.3봉에 이어 18시 4분 장자봉(581m)에 이르렀다. 남아있는 오이와 토마토를 먹고 커피도 다 비웠다. 선글라스를 벗어 배낭에 넣은 것 같은데 결국 분실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17시 13분 한남금북정맥이 갈라친 팔봉지맥 분기점에 도착함으로써 54km의 산줄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분기점에는 단군지맥 비석도 세워져 있다. 은적산이 있는 단군성전을 따라가는 길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분깃점에서 시작했다면 이 의미를 알지 못하겠지만 이미 단군성전을 거쳐 온 나로서는 대강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분기점>
보은군 쪽 쌍암재로 내려서면 도로 따라 갈 수 있지만 보은군으로 가면 귀가길이 무척 불편하다. 따라서 청주시 내암리 임도로 내려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문제는 능선에서 임도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불가피하지만 울창한 가시덤불을 돌파하기로 했다. 언뜻 봐서는 200~300m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통과하고보니 1km나 되었다. 키 높은 잡목은 그 밑으로 썰매 타듯이(경사가 급해서) 미끄러져 빠져나와야 했고, 낮은 가시덤불은 밟으면서 내려와야 했다. 40분간의 혈투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몸뚱아리 여기저기 훈장처럼 생채기를 냈다.
임도에 도착한 후에는 방향을 잡고 3km 떨어진 내암리 마을로 내려섰다. 내암리에 다 와서 계곡에 들어가 팬티만 남기고 대충 씻은 후 옷을 갈아입자마자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다행히 택시는 바로 올라왔지만 택시를 타고 얼마지나지 않아 버스가 올라오고 있었다. 22시 40분 경 집에 도착하고 보니 썬글라스가 사라지고 없다. 안타깝지만 포기해야겠다.
<분기점에서 임도로 내려선 길-가운데 지점>
★ 에필로그
전월지맥을 미호천 합강에서 마치자마자 계획없이 얼떨결에 시작한 팔봉지맥이다. 역으로 진행하다보니 고개를 만났을 때 날머리로 내려서기가 무척 힘들었고, 들머리 찾기도 어려웠다. 그 동안 산을 다니면서도 진드기에 물린 적이 없었는데, 팔봉지맥에서 내 몸에서 피를 빠는 진드기를 두마리나 찾아냈다. 옥스팜트레일워커 대회 1등 부상으로 받은 골전도 이어폰과 스프츠 안경도 이 구간에서 분실했다. 혹독한 지맥 신고식이나 다름 없다.
앞으로 신고식을 제대로 했으니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 달에는 관암지맥으로 갈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세종, 공주, 대전, 청주지역은 연내 얼추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