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나이든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살아가기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14살고양이와길고양이 스크랩 길고양이 TNR 7일간의 기록
더불어밥 추천 0 조회 301 11.03.30 10:19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중성화 수술이 그렇게 불편한가?

길고양이와 한 번 인연을 맺고 나면 수 많은 애달픔을 달고 살아야 한다.

비, 눈 오는 날이면 감기 걸리지 않으려나, 발정기에 싸우는 소리 들리면 동네 사람들에게 해코지 당하지 않으려나, 밥 주는 걸 혹 동네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으려나... 애면글면한다.

길고양이를 모르고 살았으면 몰랐을 마음의 고통들. 

 

그런데 그 중 최고가 1년이면 몇 번씩 이어지는 암컷 고양이들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죽음이다.

발정기에 사?들이 싫어하는 우는 소리를 내며 온 동네를 다니고, 그러다가 싸우다가 다치고, 임신한 암컷들은 1년에 두세 번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다. 어미가 영양이 좋지 않고 사는 환경이 나쁘다보니 새끼들의 생존률은 50%도 되지 않고, 어미도 출산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거나 영양부족으로 죽기도 한다.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현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여겨져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TNR이다. TNR은 포획해서 중성화 수술을 한 후(암컷은 불임, 수컷은 거세) 포획한 곳에 방사하는 작업이다.

 

이런 방법으로 TNR이 진행되면 지역의 길고양이 개체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발정기 때 생기는 싸움이나 울음소리(아기 울음 소리와 비슷하다고 사람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소리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의 민원도 줄고, 잦은 임신과 출산으로 병들어 죽기 쉬운 암컷들의 수명도 연장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어느 정도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물론 동물들에 대한 중성화 수술이 자연적이지 않다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면 1년이면 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고 키우기를 반복하다가 주민들의 민원으로 잡혀가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인가? 평균 수명 2~3년인 길고양이의 삶은 자연적인가? 

 

중성화 수술이 마뜩잖은 사람도 있겠지만 현재로서 TNR은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그나마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이다. 나도 이 방법에 대해 오래 고민하고 여러 자료를 조사했지만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또한 '이 방법이 최선일까?' 머리로 고민하다가도 몇 달 전 임신해서 낳은 새끼가 다 죽은 어미 고양이가 또 배가 불러 나타나면 고민이고 뭐고 없어진다. 그저 행동으로 옮길 밖에.

 

구청 TNR을 포기하다

5년 넘게 길고양이 아이들에게 밥을 주면서 지금까지 수술을 시킨 녀석은 둘 뿐이다. 길고양이 시절 온순하게 잡혀준 대장님과 작년에 내가 잡을 수 있게 해준 강이까지 딱 둘. 나머지 아이들은 포획이 어려워 늘 포기했다.

 

그러다가 벌써 서너 번 출산을 한 민호가 올 봄 또 발정기를 맞자 부지런히 수술 계획을 잡았다. 이번에는 대장이나 민호처럼 내가 직접 다 하는 게 아니라 구청의 도움을 받자고 마음먹었다. 현재 서울시 대부분의 구는 TNR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구청에서 외주를 준 곳에서 포획한 후 수술을 하고, 포획한 곳에 방사를 하는 것이다. 원하는 사람이 구청에 연락하면 와서 포획하고 수술한 후 원래 자리에 풀어주며 가격은 무료다.

 

실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뢰가 부족했지만 앞으로 길고양이 TNR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이 시스템을 많이 이용하고 모니터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심을 했다. 부족한 부분은 진행하는 내가 꼼꼼히 체크하고 잔소리하면 된다고 생각해 연락을 했다. 그러나...

 

작년까지 수의사협회에서 맡아서 해오던 길고양이 TNR 사업이 올해 비용상의 문제로 다른 단체로 넘어갔고 2월부터 전화를 해서 독촉했지만 한 달을 넘기도록 단체에서는 병원조차 섭외하지 못하고 있었다. 길고양이 암컷들의 발정기가 시작되는 2~3월부터 포획이 시작되지 않으면 또 수 많은 암컷들은 임신, 출산을 거쳐야 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것인가?

 

단체에서는 비용에 맞는 수술 병원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비용을 싸게 책정했길래 모든 병원이 마다할까? 그렇게 싸게 섭외한 곳에서 수술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아직 우리나라는 고양이 관련 진료를 해보지 않은 동물병원이 많아 숙련되지 않은 엄한 곳을 섭외했다가는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었다.

 

결국 종로 안에서 수술 병원을 찾지 못하고 다른 지역의 병원을 섭외 중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접었다. 안 그래도 이 단체가 진행하는 TNR 때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기 때문에 종로구청이 이 단체와 계약을 했다고 했을 때부터 의구심이 있었는데 진행 과정을 보니 신뢰가 가지 않았다. 구청이 계속 이 단체와 TNR을 진행하는한 구청 시스템을 이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은 단지 비용의 문제이겠지만 나에게는 오랫동안 밥주고 지켜본 소중한 생명들이다. 그런 생명들의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면 믿고 맡길 수 없다.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시키는 수술인데 그 과정에서 잘못되면 그 아이들을 어찌하라고.

 

다른 일도 그렇지만 제발 구청의 길고양이 TNR 사업 선정은 비용만이 아니라 집행하는 곳의 전문성, 숙련도를 기준으로 선정해주기를 바란다. 진정성은 바라지도 않는다.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일 아닌가.

 

장이, 노랑이, 삼색이, 애썼다!

다음으로 섭외한 곳은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국내 길고양이 관련 단체로 가장 큰 곳이고 길고양이 관한 자료와 전문성, 노하우를 가장 잘 갖춘 곳으로 매월 회비를 내는 정회원이 TNR을 할 경우 고양이 진료를 잘 하는 연계 동물병원에서 저렴한 가격에 수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포획, 방사는 직접 해야 한다.

 

하지만 알아보니 종로구에 위치한 동물병원은 꽉 차 있어서 2주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민호가 임신할 수 있어서 2주나 기다릴 수 없었고, 다른 병원을 추천했지만 너무 멀어서 차가 없는 나의 경우는 너무 먼 곳은 곤란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알아서 하기로!^^;

첫째날, 일단 포획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수소문해 덫을 구해서 마당에 놓았다. 과연 어느 녀석이 잡혀줄 것인가?

 

 

다음날 아침 나가보니 한 곳엔 장이와 다른 곳엔 새끼 고양이가 잡혀 있었다.

어린 녀석은 바로 방사. 너는 가을에 하자. 아직 수술을 견디기에는 체력이 부족하니까.

문을 열어주자 똥줄 빠지게 도망가는 녀석^^

 

잡힌 장이는 바로 병원으로 데리고 가 수술했다.

차도 없어서 덫을 이고지고 택시를 이용해 오갔는데 다행히 택시 운전 기사분들이 승차를 거부하지 않아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장이는 남자 녀석이라 수술 시간 대략 5분. 차에 태워서 집에 오는데 벌써 아웅아웅 깰 기세다. 마취에서 잘 깨어나고 있구나, 고맙다, 장.

 

 

 

그날 밤 장이는 따뜻한 방에서 재웠다.

 

책이랑 온갖 것들로 너저분한 방이지만 이 곳에 넣고 불 끄고 문을 닫으니 한결 편한 모양이었다.

오전에 수술했는데 오후부터 배 고프다고 울어서 밥을 줬더니 허겁지겁 먹는 녀석.

역시 그간 우리집 마당에서 잘 먹고 잘 뛰어 놀아 체력이 좋으니 회복도 빠르다.

 

다음날 방사하기 전에 문을 열어줬더니 어리둥절한 모습.

고양이들은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체력 회복이 되었다면 빨리 원래 자리에 방사하는 게 좋다.

아니면 그 사이 다른 고양이가 그 지역으로 영입될지 모르고 그러면 수술한 녀석은 자신의 영역을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아, 예쁜 귀 잘라서 미안. 어여 네 세상으로 가.

TNR을 한 길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했다는 표식으로 귀를 조금 자른다. 다시 잡혀서 같은 곳을 수술하는 불행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케이지를 나와 한 동안 멍하게 서 있던 녀석은 빛의 속도로 담을 넘어 뒷집으로 가버렸다.

 

쌩쌩한 모습으로 사라지는 장이를 보면서 엄마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포획해서 병원에 가기 전 엄마는 안절부절이었다.

"장이가 이제 겨우 한 살인데, 아직 씨도 못 뿌려 봤는데, 아직 너무 어리고, 숫놈이니까 그냥 두면 안되겠니? 엄마는 불교신자라 그런가 아직 어린 녀석 수술시키는 게 마음에 걸리고....혹시 수술하다 잘못되면 어쩌나 너무 불안하고 불쌍하고..."

 

그렇게 애를 태웠는데 너무 멀쩡한 장이를 보니 엄마는 안심이 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런가 보다.

그러면서 또 걱정이다.

"그런데 수술시켰다고 이제 우리 집에 안 오면 어쩌냐? 어디 밥 구할 때도 없을텐데...."


하지만 담을 넘어간 지 10초 만에 장이는 다시 담을 넘어와 우리 앞에 섰다, 고맙게도^^
"언니, 엄마, 밥 줘."

 

3일째 되는 날, 이번에는 두 녀석이 잡혔다.

요즘 이 구역의 대장이자 싸움꾼 노랑이와

아주 가끔씩 배가 몹시 고플 때나 임신해서 허기질 때 찾아오는 삼색이.

족히 서너 번은 임신, 출산을 했었을 녀석이다.

 

노랑이는 동네의 평화를 위해서도 꼭 잡아야 할 녀석이었으니 천만 다행.

혹 아이들이 불안해 할까봐 병원 가기 전에 모포로 덮어뒀다.

 

병원에 도착한 녀석들의 눈빛은 두려움 그 자체다.

미안하다, 얘들아. 조금만 참아.

 

수컷 노랑이가 먼저 수술을 마치고 나왔고

뒤이어 암컷 삼색이가 수술을 했는데 이 녀석에게 문제가 생겼다.

워낙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서 수술도 힘들었고 회복도 걱정이라고.

그래서 수술을 마치고 영양제를 맞췄다.

잘 깨어나줘야 할텐데.

뭘 먹은 게 없어보인다는 선생님.

하긴 요즘에는 음식물 쓰레기도 통에 들어가 있으니 이 아이가 먹을 게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배를 주리다가 못 참으면 우리 집에 와서 살금살금 먹고 갔던 아이.

그렇게 오랜만에 왔다가 덜컥 잡혀버린 것이다.

 

 

영양제 맞는 녀석을 보며 혹 잘못될까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이 아이는 귀를 자르는 수술도 하지 못했다.

워낙 체력이 없어서 수술도 힘든데 귀까지 자르는 일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다.

그 정도로 심각했던 녀석.

창고는 강이와 장이가 살고 있으니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노랑이는 이동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방사했다. 

어찌나 싸움꾼인지 얼굴이 온통 상처투성이인 녀석.

구역 대장 노릇이 힘든 게지.

그래도 앞으로는 좀 덜 싸우겠지? 길고양이 들은 싸움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얻어 죽는 아이들도 있다. 

 

삼색이는 꼬박 4일을 방에서 돌봤다.

마취에서도 한참만에 깨어났고 깨고서도 많이 아파했다.

그리고 사람이랑 거의 교류가 없던 아이라 그런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4일 내내 그 녀석 밥 먹이는 게 전쟁이었다.

끝없는 하악질에 근처에서 사람 소리만 나도 발로 케이지를 깨질 듯이 팡팡 때리고 발톱을 세우고 위협했다.

 

잘 회복되어서 방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4일 동안 회복식으로 먹이는 처방식 영양캔을 듬뿍듬뿍 주었더이 마지막 날엔 많이 팔팔해졌고 케이지 문을 열어주자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담을 너머 사라져 버렸다.

케이지 안에 대단한 굵기의 건강한 똥을 잔뜩 싸놓은 것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된다.

계획에도 없던 아이였는데 앞으로 임신, 출산의 고통없이 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영민한 고양이 민호는 과연 잡을 수 있을까?

이렇게 7일간의 길고양이 TNR 작업이 끝났다.

그런데 정작 이 프로젝트의 1차 목표였던 잦은 출산의 민호를 잡지 못했다.

영리하고 겁 많은 민호는 덫에 의심이 많았고 이 구역 아이들이 거의 다 잡히는 동안 결국 잡히지 않았다.

마지막 날엔 밥을 주지 않고 배를 쫄쫄 굶겼는데도 잡히지 않은 녀석.

간혹 이렇게 절대로 잡히지 않는 녀석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민호가 그런 경우일까?

덫을 계속 놓으면 민호가 더 의심을 할까봐 일단 덫은 철수시켰다.

 

덫을 놓고 있는 동안 사람이 보고 있는 동안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았던 녀석.

어디 있나 궁금했는데 TNR 프로젝트 마지막 날, 골목 너머 건너편 집 담장 위에서 보고 말았다.

저기 멀리 대문 위 남의 집 마당에 앉아 있는 민호가 보이는가? ㅠ,ㅜ;;

 

 

 

너무나 평화롭게 앉아 있는 녀석.

언니 왜? 날 잡으려고?

 

민호 포획 작업은 며칠 뒤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

이번에는 꼭 성공해야 할텐데. 아니면 조만간 또 민호는 출산을 할 게 뻔하다.

민호야, 언니를 도와줘. 네가 도와줘야 나도 널 도울 수가 있어.

 

 ------------

1. 구청의 길고양이 TNR은 각 구청 지역경제과, 산업환경과로 연락하면 된다. 친절하게 응해주니 걱정하지 말고 연락해보자. 그리고 어느 업체와 함께 TNR을 실시하는지, 포획, 방사는 어떻게 하는지,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하는지, 고양이 진료를 많이 한 병원인지 꼼꼼히 따져본다.

2. 구청 TNR을 믿지 못하겠다면 한국고양이보호협회를 통해 직접 하는 방법도 있다. 매달 회비를 내는 정회원이 되면 저렴한 비용으로 믿을 수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서 TNR을 직접 진행할 수 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http://www.catcare.or.kr/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고 TNR 문제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다.   

 

 

 
다음검색
댓글
  • 11.03.30 10:40

    첫댓글 강북구에선 올해부터 tnr사업을 지원하지 않는다고합니다.ㅠㅠ 사람들은 더불어 살생각보단 업애버릴생각만 하는거 같아요,

  • 11.03.30 15:48

    밥님 7일간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제발 민호가 포획되어 더 이상 임신,출산으로 인해 더 힘든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 11.03.30 22:02

    정말 애 쓰셨어요...아이들이 그 맘 알거예요.

  • 11.04.02 23:20

    저도 민호 같은 아이가 있었는데요. 결국은 포획 되더라구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삼색이 넘 심각해서 귀를 안 잘랐다니.... 특히 암컷은 귀가 잘리지 않았으면 언제고 포획되면 또 완전 개복수술합니다. 영양제주사까지 놔 주셨는데...귀를 잘라 주시지.... 귀를 안 잘라서 개복한 여아를(집냥이 출신인것 같아요) 보고 넘 가슴 아팠어요.....ㅠㅠㅠ 그리고 삼색이는 반드시 밥 먹으러 옵니다. 수술한 남아와 달리 수술한 여아는 평방 300제곱미터를 넘어가질 않더군요. 가능하다면.....사료장소를 2~3곳 늘여서 주면 안될까요? 부탁할께요.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