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세계선수권의 기억
오랜만에 만난 동현이는 키도 마음도 부쩍 자라있었다. 특별한 경험은 확실히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가장 큰 원동력인 듯했다. “국가대표 선발 소식을 듣고 제 귀를 의심했다니까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처음엔 얼떨떨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실력도 한참 모자란데 뽑아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었어요. 선배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배우자는 마음으로 착실히 따라갔죠.” 조양호 대한탁구협회장이 취임하면서 박차를 가한 유망주 발굴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유망주에게 큰 무대 경험을 주기위해 선발된 김동현은 지난해 요코하마 세계선수권대회에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다는 행운을 누렸다. “일단 태릉선수촌 생활은 많이 힘들었어요. 훈련 자체도 고되고 대선배님들과 함께 하는 훈련이라 부담도 많이 됐는데 선배님들이 막내라고 정말 많이 챙겨주셨어요. 특히 룸메이트였던 주세혁 형은 동생처럼 챙겨줬어요. 유승민, 오상은, 주세혁 형이랑 함께 운동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 자리에 오르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동현이는 양하은(군포 흥진고)과 짝을 이룬 세계선수권 혼합복식에서 64강에 진출하며 대표팀 막내의 위력을 보여줬다.
“태어나서 그렇게 떨어본 적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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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은 크고 관중들은 꽉 들어차 있는데 손발 떨리는 걸 감추느라 애를 먹었어요. 하은이 누나와 대화를 많이 하면서 편안하게 즐기면서 경기하자 했죠. 또 남자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갔는데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어요.”
많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나섰던 첫 번째 세계대회는 동현이에게 무엇보다 값진 경험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태릉선수촌 생활과 세계대회 출전으로 많은 걸 배웠어요. 큰 대회에 출전하고 나니 저도 모르게 눈이 떠진다는 말을 조금 실감할 수 있어요. 국가대표를 통해 자신감도 얻었고 기술적으로도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렵고 힘들겠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요. 유승민 형이나 주세혁 형처럼 강한 자신감으로 실수에도 의연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태극마크에 연연하기 보다는 꾸준히 제 실력을 키워가면서 김동현다운 탁구를 하고 싶어요.”
당당하면서도 속 깊은 포부에 동현이만의 자신감이 잔뜩 묻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노력과 땀으로 성장하다!
동현이의 핏속에는 처음부터 탁구 유전자가 강하게 박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교때 까지 탁구 선수로 활약하며 일선 코치로 재직 중인 아버지(김상섭 씨)의 권유로 처음 라켓을 잡은 동현이. 어린 시절 장난치기 좋아하는 개구쟁이 꼬마였지만 코피를 자주 쏟는 등 약한 몸이 부모님의 큰 걱정거리였다.
8살 때 처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간 탁구장이 꼬마 동현이의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약한 몸으로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아버지의 걱정과는 달리 동현이는 처음부터 탁구가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탁구도 그냥 놀이였어요. 아버지가 코치를 하고 계셔서 어려서부터 남들이 하는 건 정말 많이 봤었어요. 처음 라켓을 쥐고 탁구공을 이리저리 치는 데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그때부터 친구들과의 놀이보다 재밌는 만화보다 탁구가 더 좋아졌어요.”
적극적이었던 부모님은 고향인 경북 왜관에서 탁구부가 있는 포항으로 온 가족이 이사까지 하는 열성을 보였다.
“저에게 아버지는 지금도 가장 엄한 코치세요. 제가 출전한 경기는 모두 비디오로 남겨 분석해주시고요. 탁구 문외한이셨던 어머니도 이제는 하도 많이 봐서 상대 선수 파악까지 해주세요(웃음).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뵐 수는 없지만 전화통화는 매일 하죠. 어려서부터 저 때문에 고생하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쉴 수 없어요.”
일단 탁구에 재미를 붙인 동현이를 말릴 수는 없었다. 1년 남짓 탁구를 배운 뒤 출전한 대회에서 2등에 입상하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초등학교 내내 동현이는 우승과는 인연이 멀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4강 까지는 들어가는데 우승을 한 번도 못하는 거예요. 자존심도 상하고 부모님, 선생님께도 많이 혼났죠. 중학교 올라갈 무렵 그때부터 오기를 갖고 혼자만의 새벽운동을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김동현만의 새벽운동이 시작됐다.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 러닝으로 몸을 풀고 서브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특별한 새벽운동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 기량을 올리고 있었다.
“원래 제가 그렇게 부지런한 아이는 아니었어요. 아침잠도 많고요. 그래도 새벽운동을 빼먹으려고 잠을 더 잔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꾸준히 새벽 훈련을 하다 보니 자신감도 붙고 성적도 점점 오르더라구요. 중학교 1학년 5월에 있었던 아시아주니어 선발전에서 1학년으로는 혼자 선발됐어요. 스스로 뭔가 해냈구나 정말 기뻤었죠.”
해맑게 웃으며 지난 얘기를 해주는 동현이의 미소 속에서 꿈틀거리는 강한 승부 근성을 읽어낼 수 있었다.
라이벌은 없다?! “라이벌요? 모든 선수가 라이벌이자 좋은 자극제죠. 어떤 특정 선수를 꼭 이기겠다, 넘어서겠다는 생각은 원래부터 없어요. 그냥 경기에 임했을 때 최선을 다하고 졌으면 왜 졌나 분석하고 상대에 따라 보완해서 다음 경기에 나서면 되요.” 라이벌이 있냐는 질문에 어린나이답지 않게 아주 어른스러운 대답을 내놓는다. 그만큼 동현이에게 있어 탁구란 누구를 넘어서야만 이기는 게임이 아닌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본인 표현대로 재미난 결과를 가져다주는 공정한 게임일 뿐이다. “지난 요코하마 세계선수권대회에 갔을 때 마롱 선수를 직접 봤어요. 제 우상이기도 한데 사람 같지가 않더라고요. 절대 받아내지 못할 것 같은 공도 신기하게 받아내고 도대체 표정도 읽을 수가 없던데요.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디하나 소홀하지 않은 진짜 슈퍼스타의 모습이었어요. 나도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탁구를 시작한 후로 단 한 번도 라켓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동현이가 이제 한발짝 내딛어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올해 고등학생 신분으로 신고식을 치러야하는 것이다. 처음이라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근차근 준비하며 가지고 있는 능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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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한국 탁구의 희망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김동현. 탁구 라켓을 잡은 뒤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보며 꿈을 키워왔다. 중국의 간판스타 마롱을 넘어서는 대한민국 남자 탁구의 슈퍼스타로 거듭나길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내 꿈은 지금부터가 시작!
174cm의 키에 자신감 있는 공격이 일품인 동현이는 밝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대표팀에서도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철승 남자대표팀 코치는 “어린나이에 선배들과의 훈련이 힘들 수도 있는데 워낙 성격이 밝고 활발해 귀여움을 받고 있다. 탁구를 할 때 자신감도 있고 지구력도 좋아 장래성이 있다. 스피드를 보완하고 주득점원만 개발한다면 쟁쟁한 선배 뒤를 이을 수 있는 재목감이다.”라고 평가한다.
2010년 동현이는 유스올림픽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중이다. 올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제1회 유스올림픽에 당당히 한국 대표 1인으로 선발되어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한국대표로 선발되어 너무 기뻤어요. 목표는 물론 금메달인데 부담감은 없어요. 세계선수권을 거울삼아 긴장안하고 자신감 있게 경기에 임하면 통할 수 있다고 배웠거든요. 요즘은 시간 날 때마다 상대선수 비디오를 보면서 분석하고 있어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잘 되는 점은 더욱 발전시켜서 꼭 메달을 따고 싶어요.”
“아직은 쑥스러워요. 제 실력이 한참 멀었는걸요. 스피드도 떨어지고 강한 최후의 한방도 없어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2의 유승민이라는 주위의 얘기에 손사래를 치며 본인은 아직 멀었다는 김동현. 16살의 나이처럼 동현이는 아직 어리기에 가능성이 무한하다. 매번 조금씩은 나아지지만 아직도 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긴장되고 떨린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어린나이에 국가대표가 돼서 좋겠다고 하는데요. 정말 부담이 많이 되는 자리예요. 그래도 전 제 자신을 믿고 싶어요. 유승민 형처럼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떨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아무리 힘들어도 이겨낼 겁니다. 이제 시작일 뿐인걸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제2의 누구라는 꼬리표보다 제1의 김동현으로 가기위해 마음을 다잡고 꿈을 위해 나가고 있는 동현이. 16살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두둑한 배짱과 자신감을 가진 될성부른 떡잎 김동현의 노력과 땀이 더해져 세계 제패라는 값진 열매로 수확하길 기대한다.
글_김경혜 | 사진_안성호
이름: 김동현
생년월일: 1994년 11월 10일
키/몸무게: 174cm/64kg
전형: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드형
출신학교: 장량초-대흥중-두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