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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장,
심숙희는 병을 앓는다.
막내아들의 걱정과 근심으로 인해서 오는 마음의 병이다.
이제는 아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집을 가 보고 싶어도 어느 누구도 가르쳐 주질 않고 있다.
아들에게 전화를 해 보지만 통화가 되질 않고 있다.
처음에는 괘씸하고 화가 나서 아들과 연을 끊으려고 했지만 마음과는 달리 되지 않고 늘 아들 걱정과 소식이 오기를 기다려보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어머님!
진지를 이렇게 드셔서 어떻게 하십니까?
조금만 더 드셔보십시오.“
김은하는 시어머님이 걱정스럽다.
자식에 대한 미련과 애증을 가슴에 안고 기어이 병을 얻으신 시어머님의 모습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온다.
“어머님!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서방님 연락을 기다리시면 어떨까요?
반드시 연락을 해 올 것입니다.“
”정말 너희들도 그 아이의 집을 모르고 있니?“
”네!
모시고 가고 싶어도 정말 저희에게도 집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동서가 건강해지면 반드시 연락이 올 것입니다.“
”그 아이 절대로 건강해지지 않는다.
마음이 늘 그쪽으로만 다 가 있는 사람이 어찌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냐?
우리 용재는 뒷전이고 예전 서방에게 마음을 몽땅 쏟아 붓고 있을 것이야!“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둘 사이에 자식도 있는데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완전히 잊기야 하겠습니까마는 그렇다고 현제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너는 사람이 너무 착해서 그런 아이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내 눈에는 보지 않아도 그 아이의 마음이 보인다.
우리 용재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어!“
김은하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은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아직은 모든 것이 자신의 품안에 있기에 어머님의 이런 마음을 헤아릴 수가 없다.
김은하는 시어머님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쓴다.
매일 시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음식을 만들어드리며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며느리로서의 최선을 다 하고 있다.
“큰애야!
나에게 너무 마음을 쓰지 마라!
네가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보니 미안해지는 구나!“
”어머님!
어머님께서 건강하시어 진지도 잘 드시고 노인정에도 나가시고 하시는 것이 제일 좋아 보입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자리에 누워계시니 겁도 나고 걱정이 됩니다.“
”오냐!
내가 우리 맏며느리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
심숙희는 조금씩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꾸만 가슴에 무언가 얹어 놓은 것처럼 답답하고 소화가 되질 않는다.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 그만큼 편안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을 해 본다.
어차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의 일이다.
이제는 부모의 마음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자식이 때로는 서운하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더 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닌 것이다.
심숙희는 기운을 차리려고 노인정엘 나가본다.
오랜만에 들린 노인정에서는 환영을 해 준다.
“이 사람아!
그렇게 꼼짝을 하지 않고 있으면 황천길을 떠난 것인 줄 알고 모두들 마음 아파하지 않는가?“
”미안하외다.
그저 마음이 심란스러워 몸을 움직이기 싫더라고.“
”그럴 때 일수록 더욱 몸을 움직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황천길로 들어서는 수가 있으니 조심하시게!“
심숙희는 두어 시간 노인정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치가 않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자리에 눕는다.
마음 같아서는 아들의 회사로 찾아가 아들의 얼굴이라도 보고 왔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늙어서 남편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이 또한 서글퍼진다.
심숙희는 육체의 병보다 마음의 병을 앓는다.
그 시간 강인태와 일행들은 일주일간의 모든 촬영을 끝내고 그곳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그들은 부족들의 삶과 사랑 문화와 음악 그리고 그들의 결혼식을 세밀하게 촬영을 했다.
마침 그들이 가고 삼일 째가 되는 날 부족의 결혼식이 있었다.
딸을 결혼시키는 것이다.
다른 부족의 신랑이 먼 길을 걸어 신부를 데리러 온다.
혼수 예단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사냥을 한 짐승 한 마리를 어깨에 메고 온다.
그 짐승으로 온 부족은 축제를 벌이고 신부는 신랑을 따라서 떠난다.
축제는 밤까지 이어지고 모두들 두 사람을 축복해주는 그들만의 축제가 열리는 성대한 의식이 하루 종일 계속이 된다.
강인태는 그들의 장례 역시 촬영을 한다.
물론 그들이 있는 동안 죽은 사람은 없지만 그들이 시키는 대로 의식을 만들어 장례식을 치루어 본다.
특별한 것이 없다.
사나흘 동안 온 부족이 슬픔에 잠겨 그들만의 슬픔을 나타내는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춘 다음에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의식이 거행이 된다.
그들은 나체 그대로를 밀림 깊숙한 곳으로 가져다 놓는다.
태어난 그대로의 알몸으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낸다는 그들만의 의식이다.
수진은 그 모든 것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만일 아빠가 돌아오지 못했더라면 아빠 역시 그렇게 밀림 속에서 짐승의 밥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가슴 속의 뜨거운 덩어리가 밀려올라 온다.
비로소 아빠가 그 오랜 세월 얼마나 극심한 고통과 싸워왔는지를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아빠의 대단한 의지가 없었더라면 결코 살아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수진이는 다시 아빠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가슴 가득 담는다.
그들은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들의 모든 것을 보여준 순수한 그들의 삶이 자연과 하나가 되어 더욱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 부족이 외지인을 받아드린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세상과 담을 쌓고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 나름대로의 질서를 유지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자손을 번성시키며 아름다운 음악이 있고 순수한 매력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
강인태는 그 모든 것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화면에 담는다.
그들 일행이 일주일 만에 그곳을 떠나 다시 문명의 세계로 돌아온다.
오고 가는 것만도 일주일이 걸리고 그곳에서 보낸 일주일을 합쳐 거의 보름 만에 다시 문명의 세계와 마주 대하는 일행들이다.
모두들 아무런 사고 없이 돌아올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누구 한 사람 낙오자도 없고 다친 사람도 없다.
일행들 모두 깊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고 호텔에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푹 쉬는 하루를 갖는다.
꿀맛 같은 쉼이다.
참으로 편안하다는 생각밖에는 다른 생각들은 머릿속에서 지워진 것 같다.
워낙에 긴장을 하고 나올 때에도 많은 신경을 썼기에 그들은 그대로 지쳐서 잠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강인태는 모든 스태프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참으로 고생을 많이 했고 한 사람의 낙오자도 다친 사람도 없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수진이는 잠을 잘 수가 없다.
가슴속에 밀려오는 감각들이 수진이를 잠을 들지 못하게 한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엄마를 생각해 본다.
엄마가 조금만 더 기다려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빠를 위해서도 엄마는 끝까지 기다려야 했다는 생각을 하니 공연히 엄마가 미워지려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빠가 숫한 죽을 고비를 누구를 위해서 견디며 그 무서운 고통을 이겨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엄마가 미워지려는 마음이 든다.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두고 아빠는 결코 쓰러질 수도 그곳에서 짐승들의 밥이 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빠가 그런 온갖 고통을 당하고 있는 그 시간 엄마는 자신만의 새로운 행복을 찾아서 떠날 생각을 했다는 것이 수진이에게는 더욱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고 엄마가 미워지려고 한다.
남자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엄마의 의지력이 참으로 가엽다.
자신은 절대로 엄마처럼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 되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출국한지 삼주 만에 귀국을 한다.
다큐멘터리로서는 대작을 준비해온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부족의 모든 것과 진정한 밀림을 담아온 것이다.
밀림 속에서 십여 년이 넘는 세월을 버티어 온 사람의 체험담을 담아서 진정한 밀림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방송사 측에서는 타 방송에서 내 보내지 못했던 분야를 독점 방영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누누이 예고를 한다.
강인태의 십여 년이 넘는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밀림속이다.
이정아는 그 예고가 나오기만 하면 넋을 잃는다.
아직도 마음속에는 남편이고 딸이다.
예고를 통해서 남편의 모습이 나온다.
가슴이 떨리고 당장이라도 달려가 만나고 싶다.
수진이도 만나서 고생했다고 그리고 큰일을 했다고 안아주고 싶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가슴 속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것임을 너무 잘 알기에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본다.
왜 수진이처럼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지 못했던가?
아직도 이렇게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사람인데 그가 죽었다고 자신이 어떻게 다른 남자하고 살아갈 생각을 했더란 말인가?
모든 시간들을 되돌리고 싶다.
이정아는 그렇게 또 다시 마음의 병을 앓기 시작한다.
유용재 또한 아내의 마음이 어떠하다는 것을 짐작을 한다.
강인태가 다시 정글로 들어가 제작을 한 다큐멘터리를 예고 방영을 하는 것을 아내라고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장안의 화제가 되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기대감을 안고 기다리고 있는 프로를 아내라고 눈감고 귀 막지 않는 이상에는 알 것이다.
유용재 또한 그 예고만 나오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마치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유용재는 아내의 마음을 그저 모른 척 해 버린다.
어차피 아파야 할 것은 아파서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나 아파할지는 모르지만 그저 많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모른 척을 한다.
아마 엄마는 이 모든 것을 예측을 하셨다는 것처럼 그렇게 아내를 믿지 못하고 계신 것이다.
이제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이해를 할 수 있는 유용재다.
엄마에게 비로소 죄송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를 하지 못해서 엄마에게 상처를 드린 것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가서 용서를 빌고 싶다.
그러나 아내와 자신의 가정을 위해서 엄마가 조금 더 이해를 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일만 지나가버리면 아내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강인태의 프로가 방영이 되어 지나가 버리기를 바라고 있다.
“강인태의 정글 대 탐험”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예고를 한다.
예상했던 대로 시청률이 상당히 높다.
삼부작으로 나누어 일주일에 한번 방영을 하는데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예상보다 대단한 것이다.
강인태의 이름은 유명세를 타고 퍼져 나간다.
인기 또한 대단한 피디가 되어 다음 프로 역시 대작이 주어진다.
강인태로서는 개인적인 성공이고 방송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겨놓은 것이다.
수진은 그런 아빠를 보면서 참으로 존경스럽고 더욱 사랑하는 마음이 든다.
세상 누구하고도 바꿀 수 없는 아빠의 존재다.
세상에서 가장 커 보이고 대단해 보이는 아빠의 존재인 것이다.
수진이는 학교 강의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온다.
매일 바쁜 아빠는 때로는 새벽에 나가시기도 하고 늦게 들어오실 때가 많다.
지방에 촬영이 있으면 하루 이틀은 들어오지 못하시는 때가 있고 해외 출장이라도 있으면 한 동안 수진이 혼자서 보내야 한다.
그러나 수진이는 그런 아빠의 건강을 위해서 더욱 열심히 살림을 하고 아빠의 건강식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강인태는 이제 유능하고 실력이 있는 피디로서 인정을 받으며 승승장구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한다.
이제 아내가 자신의 곁을 완전하게 떠났다는 것조차 잊고 살아갈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며 늘 딸
수진이만을 생각한다.
아무리 멀리 나가 있어도 반드시 전화를 해서 딸과의 대화를 나누며 잘 지내고 있는 것인지 확인을 한다.
“수진아!
아빠가 오늘도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
”네, 아빠!
아무리 바쁘셔도 드시는 것을 소홀하게 하시면 안 된다는 거 알죠?“
”그래!
우리 수진이를 생각해서라도 아빠가 건강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너는 뭘 먹을 거니?“
”저도 맛있는 거해서 먹을게요.“
“그래!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 딸!
사랑한다.
아빠는 아빠 딸만 생각해도 기운이 솟는다.“
”아빠!
수진이도 아빠를 사랑해요.
바쁘게 일하시는 아빠가 너무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워요.“
그렇게 부녀는 서로를 아끼며 사랑한다.
그러나 이정아는 “강인태의 정글 대 탐험”을 보고 또 보면서 자꾸만 그리움 속으로 빠져든다.
비로소 화면에서나마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녹화를 해 놓고 수없이 보고 또 본다.
“아, 인태씨!
보고 싶어, 너무 당신이 보고 싶어서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아.“
그러나 드러내 놓고 그리워한다는 것을 표시할 수가 없다.
남편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남편을 배신하는 것만 같은 것이다.
그러나 유용재는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저 모른 척 한다.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아내의 마음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집안은 또 다시 엉망이 되어간다.
아이는 이제 하루 종일 어린이 집에 맡겨놓는다.
유용재는 긴 한숨을 내 쉰다.
아내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야 할 것인지 이제는 자신이 없다.
유용재는 차라리 아내를 놓아주기로 마음을 먹는다.
“우리 이혼할까?”
“네? 이혼이라고 했어요?”
이정아는 놀라는 눈으로 남편을 바라본다.
“내가 당신을 잡고 있어서는 안 될 것만 같다.
언제까지 강인태를 생각하고 모든 일에서 손을 놓고 있으니 차라리 당신을 놓아주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
“동준이는 내가 맡을 테니까 당신은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당신 건강을 위해서도 좋겠지?”
“여보!
미안해요.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아요.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나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알고 그렇지만 이혼은 못합니다.“
”당신과 우리 모두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 좋겠소.“
”여보!
제발..........우리 동준이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요?
동준이를 떼어놓고 어떻게 살아가라고요?
다시는........다시는 생각을 하지 않을게요.“
”그것이 어디 당신 마음대로 되는 일이겠소?
당신이 마음대로 되는 일이라면 지금 당신이 이러지는 않을 것이오.
우리 동준이와 집안을 둘러보시오.“
유용재는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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