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경 제5권
[선(禪)을 성취한다]
선남자야, 보살에게 다시 열 가지 법이 있으면 선(禪)을 성취한다고 한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부정관(不淨觀)을 많이 닦는 것,
자비관(慈悲觀)을 많이 닦는 것,
12인연관(因緣觀)을 많이 닦는 것,
허물 여의는 법을 많이 닦는 것,
공(空)을 많이 닦는 것,
무상(無相)을 많이 닦는 것,
선(禪)을 익히는 법을 많이 닦는 것,
많이 닦으며 뉘우치거나 한탄하지 않는 것,
계율을 완전히 지키는 것이다.
[부정관을 많이 닦는다]
선남자야, 부정관을 많이 닦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홀로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조용히 마음을 거두어 현재를 염오하고 몸을 바르게 하여 단정히 앉아 자세를 완전히 갖추고는,
깊이 마음으로 기뻐하며 결가부좌하고 다음과 같이 사유한다.
‘사람이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음료나 거친 음식을 먹으면, 맛있는 음식이나 맛없는 음식들은 모두 이 몸에 의해 변해서 깨끗하지 못한 것이 되고 피고름이 되어 더러운 냄새를 풍긴다.
이처럼 모두 다 싫어해야 할 것인데도 모든 중생들은 좋은 맛을 탐하고 집착해 마음으로 항상 애착한다.
나는 이제 부처님의 정법에 의지해 여실한 모습으로 이 몸 관찰하기를 원하리라.
물들어 집착해서도 안 되고 또 싫어해 떠나서도 안 되니, 속히 열반을 구하리라.’
이를 보살이 부정한 모습을 많이 관하는 것이라 한다.
[자비스러운 마음을 많이 닦는다]
보살이 자비스러운 마음을 많이 닦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몸을 단정히 하고 홀로 앉아 위에서 말한 염처(染處)를 고요히 사유한다.
‘중생은 노여움이 많아 문득 남을 괴롭히고 방해하려는 마음을 내어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른다.
만약 중생이 나와 같다면 어찌 내세(來世)의 나에게 원한을 일으키겠는가?
이런 중생은 내가 방편을 써서 그 노여움을 끊게 하리라.’
이런 생각을 가지고 깊은 마음으로 사유하여 비단 입으로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12인연을 많이 닦는다]
보살이 12인연을 많이 닦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이렇게 생각한다.
‘중생이 탐욕과 노여움을 많이 일으키나 이러한 것들은 모두 인연으로 생기고 나머지 법도 모두 다 인연으로 일어난다.
어찌 지혜로운 이가 이런 사실을 알면서 한 찰나나마 인연법을 따르겠는가?
모두 다 곧 공한 것이니, 이러한 것을 위해 스스로를 해쳐서는 안 된다.’
[허물을 여의는 법을 많이 닦는다]
보살이 허물을 여의는 법을 많이 닦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만약 스스로 허물을 지었으면 살펴서 끊어 없애고,
남의 잘못을 보면 평등한 마음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살펴서 스스로의 허물을 없애버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이란 모든 부처님에게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법과 승가에 대해서도 역시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계에 대해서도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나이 들고 지혜로운 화상이나 아사리와 또 상좌(上坐)ㆍ중좌(中坐)ㆍ하좌(下坐)에 대해서도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높이고 다른 사람을 얕보며,
마음은 기꺼이 오욕으로 향하고 열반을 등져버리는 것이다.
아견(我見)ㆍ중생견(衆生見)ㆍ수자견(壽者見)ㆍ인자견(人者見)을 허공과 같다고 생각해 단견(斷見)을 일으키거나,
매우 깊이 있다는 생각에 집착해 상견(常見)을 일으키는 것이다.
현성을 등져버려 멀리 여의고 보통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을 매우 가까이하며,
계를 지키는 사람을 멀리하고 계를 깨뜨리는 사람은 매우 가까이하며,
악지식을 가까이하고 선지식은 멀리 떠나며,
경법(經法)을 비방하며 항상 믿지 않는 것이다.
모든 깊은 뜻을 들으면 마음으로 놀라고 두려움을 일으키며, 게으르고 나태하며,
닦는 법을 가벼이 여겨 실천하지 않고, 의지가 박약하고 언변이 없으며,
의심하지 않아야 할 곳에 대해서는 의혹을 품고 의심해야 할 곳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5개(蓋)에 덮이고, 환혹(幻惑)과 아첨과 속임과 잠에 덮이며,
이익과 세상의 명예에 탐착하고, 집안의 혈통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직업을 자랑하는 것이다.
무리에 애착하며, 정법을 멀리하고, 세속의 이야기들을 즐기며, 선정(禪定)을 버리고 멀리하는 것이다.
선한 것을 보면 기뻐하지 않고, 악한 것을 들으면 탐내고 즐거워하며,
마음으로 출가한 사람을 가까이하려 하지 않고, 그저 젊은 여자나 소년이나 소녀만 가까이할 생각하며,
아련야에 머무를 것을 바라지 않고, 먹을 때 먹을 양을 알지 못하며,
지혜로운 스승이나 벗이나 훌륭한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다.
경전을 외우고 경행(經行)할 때를 알지 못하고
또 마땅히 가야 할 곳과 돌아와야 할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사소한 계율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작은 악을 가벼이 여기며,
쳐다보는 것이 단정하지 않고, 거동이 경솔하며,
항상 좌법(左法)을 하고, 말이 거칠고 사나우며,
좋거나 나쁜 물질에 대해 마음이 모두 탐착해 기뻐하거나 성내고,
자비심을 닦지 않아 고통 받는 중생에 대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다.
병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고도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으며,
항상 불타는 곳에 있으면서도 벗어나기를 구하지 않고,
몸을 관찰하지 않으며, 금계(禁戒)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자기의 몸을 관찰하지 않아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없다 하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며,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도가 아닌 것을 도라 하며, 도를 도가 아니라 하고,
아직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고 하는 것이다.
복(福)을 조금 짓고는 곧 많다고 결론짓고 마음이 착란(錯亂)되어 큰 공덕을 끝내 수행하지 않는 것이다.
마하연을 헐뜯고 성문을 비방하며, 대승을 좋아하는 사람을 비방하고 소승을 좋아하는 사람을 비방하며,
또 비방을 일으켜 계(戒)를 비난하고 계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사람됨이 억세고 말은 항상 추악하며,
스스로 자기를 높이면서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고, 염치가 없으며,
조악(躁惡)하고 거칠며, 말씨가 불손하고, 교묘하게 꾸미는 말을 좋아하며,
항상 남에게 악한 말을 하고, 온갖 거짓말을 많이 하며, 어조가 실없고 절도가 없는 것이다.
[공(空)을 많이 닦는다]
이와 같은 허물이 있으므로 이런 허물을 여의기 위해 모든 희롱을 떠나 공정(空定)을 익히고 닦는다.
공을 많이 닦으므로 곳곳에서 체성이 다 공한 것임을 관찰하고, 공한 것을 능히 관찰하는 지혜 역시 공함을 관찰한다.
[무상(無相)을 많이 닦는다]
이렇게 관찰한 다음에 마음을 무상(無相)에 집중해 안팎의 법을 관찰하면, 몸의 모양도 얻을 수 없고 마음을 집중한 모양 또한 얻을 수 없다.
이때 마음을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없고, 몸에 있어서 몸의 모양을 얻을 수 없으며,
또 바깥의 모양도 얻을 수 없고, 바깥을 생각하는 모양도 얻을 수 없어 바깥의 모양을 제거하고 몸의 모양 역시 제거한다.
[선(禪)을 익히는 법을 많이 닦는다]
안으로 눈을 제거해 끊고 마음으로 선법(善法)을 좋아해 끊임없이 차례로 도를 닦아 넓히며,
항상 선정과 지혜를 생각하고 공덕의 근본을 닦는다.
모든 법의 여실한 깊은 뜻을 바르게 관찰하는 것을 지혜라 하고,
어지러운 생각을 잘 거두어 환희하며 후회가 없는 것을 선정이라 한다.
[계율을 완전히 지킨다]
왜냐하면 청정하게 계를 지키기 때문이다.
보살은 청정하게 계를 지키므로 반드시 선(禪)을 성취한다.
계는 선도(禪道)를 충분히 갖추고 있으므로 지계를 다 갖추는 것을 곧 선을 닦는 것이라 한다.
선남자야, 이러한 열 가지를 갖추면, 이를 보살이 선법(禪法)을 잘 닦는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