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흑백보검(黑白寶劍) "그때 우리들은 한 객점에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으며 사면이 벽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우리 아홉 명은 큰소리로 떠들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그가 들을 수 순간 석청과 민유는 흠칫했다. 옆방에서 남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별 "우리 아홉 명은 그와 같은 소리를 듣자 일시 어리둥절해졌지요. 그 여기까지 듣던 석청이 흠칫하며 말했다. "그 늙은이는 바로 일일부과삼(一日不過三)이다!" 경만종은 줄곧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때 급히 물었다. "석 장주, 그 늙은이를 아십니까?" 석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모르지만 선친에게 들은 바는 있소. 무림에는 그와 같은 인물 왕만인은 욕을 퍼부었다. "제기랄! 하루에 세 사람을 죽이고도 모자라? 그와 같이 사악하고 악 석청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정(丁)씨라는 선배는 정사지간에 놓인 사람이고 또 잔인하여 사 그러나 이 말을 설산파 제자들 앞에서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늙은 도적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느 문파의 사람입니까?" 석청은 담담히 말했다. "그 사람의 성은 정씨이며 진짜 이름은 모르나 별호는 일일불과삼이 가만균은 분연히 말했다. "그 늙은 도적은 정말 엉터리없는 수작을 부리는 늙은이였습니다." 석청은 계속 말했다. "소문에 의하면 그 사람에게는 세 사람의 형제가 있었다는구료. 형은 왕만인은 다시 욕을 퍼부었다. "제기랄, 불이,불삼,불사라니. 꼭 개방귀같은 이름만 붙여놓았군." 이에 경만종은 황급히 타일렀다. "왕 사제, 석 아주머니 앞에서 그런 고약한 말을 쓰면 되겠는가?" 왕만인은 급히 사과하였다. "죄송합니다." 민유는 말했다. "아마도 그 사람의 이름은 별명일 거에요. 그와 같이 괴상한 이름은 석청은 말했다. "본래 정씨 삼형제는 무림에서 상당한 명성을 떨치고 있었소. 아마도 왕만인은 변명하듯 설명을 했다. "그 늙은 도적은 곧이어, '손만년(孫萬年)과 저만춘(楮萬春)이라는 가만균은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 덧붙였다. "양주에서 우리들은 그런 늙은이와 처녀애를 눈여겨 본 적이 없었습 석청과 민유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경 형, 나의 불칙한 자식놈이 능소성에서 큰 죄를 짓게 된 날이 언 경만종은 기억을 더듬더니 말했다. "십이월 초열흘날이었지요." 석청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이 삼월 열이틀이니 백 사형은 능소성에서 떠난 지 이미 삼개월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경 형, 그리고 왕 형, 여러 형들에게 내가 약속을 하겠소. 우리 부 그는 포권을 했다. "아니! 당신은...... 겨우 그 몇마디 말을 하고 떠나려는 것입니까?" 석청은 아연해서 말했다. "가 사형, 또 무슨 할말이 있으시오?" 가만균은 냉랭히 말했다. "우리들은 당신의 아들을 찾지 못했소이다. 그러니 당신네 부부가 능 이 말에 석청은 난감한 듯 말했다. "능소성으로 물론 가야지요. 그러나 모든 일에 어느 정도 단서가 잡 가만균은 경만종을 바라보았다가 왕만인을 바라보곤 했다. "석 장주 부부를 우리들이 만나 보고도 능소성으로 모셔오지 못했다 석청은 그의 뜻을 알고도 남았다. "백 나으리는 덕망이 높으신 분이지요. 불초는 항상 그 분을 존경하 그는 자기의 허리에서 검은 검집의 장검을 풀며 민유에게 다시 말했 "사매, 그대의 검도 푸시오." 민유는 검을 풀어 석청에게 건네주었다. 석청은 두손으로 쌍검을 받 "우리 사질녀의 한 목숨과 봉 사형의 한쪽 팔, 사모님이 산에서 내려 석청은 미소지었다. "내 아들놈이 귀파에 큰 죄를 지었으니 불초는 사죄를 하는 것 외에 그는 두 손바닥 위에 장검을 받쳐들고 경만종이 그 두자루의 검을 받 '우리들이 이 두사람을 데리고 대설산으로 가려면 한바탕탕의 큰 싸 그는 석청이 검을 거둬들일까봐 신속히 앞으로 나오며 두손을 일제히 "그럼 먼저 당신의 무기를 바치시오." 팔을 와락 잡아당겨 장검을 빼앗으려고 하는데 두 자루의 장검은 석 "떨어져랏!" 힘껏 잡아당겼다. 그 순간 두자루의 장검에서 세찬 힘이 쏟아져 나와 "아이쿠!" 그는 신음을 내뱉으며 검을 놓고 물러섰다. 두 자루의 검은 여전히 "무례를 범하지 말게!" 즉시 손을 뻗쳐서 가만균의 뒷덜미를 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가만균 "야단났구나!" 그는 석청이 이와 같은 함정을 파 놓고 자기를 끌어들여 자기와 내공 "우리들은 형제와 다름없는 사이이오. 어찌 우애를 손상할 수 있겠 경만종은 조금전에 석청이 조금만 힘을 주었다면 자기는 이미 피를 "사매, 우리는 변량성으로 갑시다." 민유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사형, 그 애가......" 석청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 말을 가로챘다. "차라리 견이처럼 한 칼에 살해당했으면 좋았을 것을!" 민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사형, 어떻게 그런 말을......" 석청은 그녀의 손을 잡고 백마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그녀를 부축하 "경 사형, 이번에 모든 일이 꼬이기만 하는군요." 경만종은 말했다. "꼬이는 게 당연하다. 상대방의 무공이 얼마나 고강한지 너도 보았 말을 하면서 그는 흑백쌍검을 검집에서 뽑아보았다. 백검은 얼음과 "검은 진짜로구나!" 화만자는 그와 같은 보검을 감탄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 "검은 물론 진짜예요. 우리들이 사람을 잡아두지 못했는데 이 두자루 경만종은 흠칫해서 물었다. "화 사매, 어째서 그와 같은 말을 하지?" 화만자는 말했다. "작년 어느날 소매가 백 사형 부부와 잡담을 나누며 천하의 보검과 가만균이 그 말을 받았다. "우리 일곱 사람이 철통 같은 수비로 보검을 지키고 있을텐데 그들이 경만종은 잠시 생각해보고 말했다. "화 사매의 말이 옳네. 결코 쓸데없는 일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 왕만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매사를 조심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오. 오늘부터 우리 여섯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물었다. "경 사형. 그 석가가 변량으로 간다고 했는데 우리들은 그자의 뒤를 경만종은 변량으로 가지 않는다면 자기들이 상대방에게 겁을 집어먹 "자 빨리 가자!" 일곱 명의 설산파 제자들이 재빨리 그곳에서 떠나려 할 때 한 명의 "살인강도를 놓지지 마라! 살인강도들이 도망을 치려고 한다!" 경만종은 관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휘둘러 여러 사람에게 빨리 "살인자의 이름은 백자재(白自在)이며 설산파의 늙어도 죽지 않는 장 설산파의 제자들은 그와 같은 말을 듣고 놀람과 분노로 인해 온몸의 "이 개같은 벼슬아치들이 너무 무례하구나. 너의 혀바닥을 잘라 놓고 경만종은 황급히 말했다. "왕 사제. 잠깐! 관가의 사람이 어떻게 사부의 별호와 함자를 알고있 그는 몸을 날려 앞으로 나아가 포권을 취하고 허리를 굽히며 물었다. "어느 나으리께서 이곳까지 왕림하셨소?" 이때였다. 별안간 칙, 하는 소리가 나면서 가마 안에서 한 알의 암기 "석 장주이십니까?" 이렇게 외치면서 그녀는 백검을 검집에서 뽑아내어 말채찍을 자르려 "흥! 이제 보니 석가 집은 모두 형편없는 놈들만 사는군! 아들 녀석 그는 빨갛게 상기된 채 씩씩거리며 말을 이었다. "마치 커다란 선심이라도 쓰는 것 처럼 흑백쌍검을 맡겨 두겠다고 얘 왕만인은 유유히 사라져가는 가마를 향해 고래고래 악을 썼다. "이 천하에 둘도 없는 날강도놈아!" 이때 경만종이 침중한 음성으로 그의 말을 가로챘다. "이 일으 더 이상 떠들어 보았자 우리 설산파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일이 이 지경이 되자 설산파 제자들은 심한 좌절감에 빠졌다.
왕만인은 계속해서 말했다.
돌로 쌓아 올린 벽이었지요. 그런데 그 음성이 벽을 뚫고 들려 오는데
말소리는 또박또박 매우 또렷했습니다. 마치 마주 않아 이야기 하는
것과 같았지요."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로 어렵지 않다고 하겠으나 옆방에서 하는 말이 상대방 사람에게 또렷
하게 들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내공이 깊은 고인이 아니면 될 수 없
었던 것이다.
가만균은 왕만인의 뒤를 이어 그 다음 이야기를 해주었다.
러나 곧이어 왕만인이 호통쳐 물었습니다. '웬놈이냐? 더 살기 싫어졌
나 보구나. 감히 우리 말을 엿듣나니!' 호통소리에 그들은 인기척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늙은이의 음성이 다시 들렸왔지요.
'당(當)아야, 이 사람들은 설산파의 사람들이로구나. 그들의 사부는
백 늙은이라고 하는데 이 할아버지가 가장 미워하는 늙은이지. 그런데
그 꼬마애가 설산파의 늙은이를 울화통이 치밀게 만들고 그 집안을 쑥
밭으로 만들었다니 재미있지 않느냐? 헤헤헤...... 정말 묘하다 묘
해.' 이와 같은 말을 듣게 되자 설산파의 제자들은 대노하여 금방 그
쪽으로 달려가려고 했지요. 그러나 경 사형이 재빨리 손을 흔들어 여
러 사람에게 잠자코 있으라는 시늉을 해보였지요. 그 늙은이의 말이
끝나자 곧이어 젊은 아가씨의 음성이 들려왔지요. '재미있네요. 아주
재미있어요. 그 늙은 것이 울화통이 터져 죽었으면 더욱 재미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게 애석하네요.' 이어서 그녀는 또 몇 마디 설산파
의 제자들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욕지거리를 해댔지요. 그 늙은
이가 기침을 몇 번 하더니 다시 말했지요. '그 늙은이가 울화통이 터
져 죽게 된다면 그야말로 재미있는 일이지. 나중에 시간이 있으면 이
할아버지가 너를 대설산의 능소성으로 데리고 가 구경을 시켜주마. 그
리고 그 늙은이가 울화통이 터져 죽는 꼴을 보여주지. 친히 보아야
더욱 재미있을 것 아니냐?' 이렇게 되자 설산파의 제자들인이상 목숨
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했지요. 따라
서 우리들이 막 방에서 뛰쳐나오려고 할 때 드르륵 문 여는 소리가 나
면서 객실에서 사람이 문을 열고 나오는 기척이 들렸고 이어서 두 사
람이 마당으로 내려서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지요. 우리들은 모두 검
을 뽑아들고 마당으로 달려나가려고 했지요. 그런데 경 사형이 다시
손을 내흔들며 서두르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한데 이 때 또 늙은이
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당아, 오늘 우리들은 몇 사람을 죽였지?'
그러자 젊은 여자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사람밖에 죽이
지 못했어요.' 그러자 그 늙은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그
럼 아직 두 사람은 더 죽일 수가 있겠구나.'"
이 있는데 일일불과삼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고 했소. 그 사람은
하루에 세사람만 죽인 후 마음이 약해져서 세사람 이상은 죽이지 못한
다는 것이오."
랄한 늙은 도적이 지금까지 살도록 내버려 두다니!"
람을 죽이기 좋아하나 크게 나쁜 죄를 지은 적이 없다고 들었다. 그리
고 죽이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들었다.'
경만종은 다시 물었다.
라고 해서 윗대의 어른들은 그를 정불삼(丁不三)이라 불렀다고 하더군
요."
정불이(丁不二)라 하고는 아우는 정불사(丁不四)라고 한다고 합디다."
지을 수 없을테니까요."
백 나으리는 그들과 어떤 충돌이 있어서 그들의 이름을 들먹이기를 싫
어했기 때문에 뭇사형들은 모르는 것 같구료. 그 후에는 어떻게 되었
소?"
놈들이 있으면 빨리 기어 나와라.' 하고 외쳤소이다. 우리 설산파 제
자들은 그와 같은 호통소리를 듣자 더 참을 수 없어 아홉 명이 우루루
몰려 나가게 되었지요. 그런데 정말 이상한 노릇이었습니다. 우리가
마당에 나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어요. 아무리 사방으로 찾아보았으나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었지요. 심지어 지붕 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 사제는 반쯤 닫혀진 그 객실까지도 살
폈으나 탁자 위에 촛불만 켜져 있을 뿐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
었지요. 정히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가 있던 방에서
그 누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지요. 바로 그 늙은이의 음성이었습니
다. 그 늙은이는 우리보고 들으라는 듯이 호통을 쳤습니다. '손만년!
그리고 저만춘, 너희들 두 놈은 양주에서 왜 나의 손녀딸을 희롱했지?
나의 이 손녀딸로 말하면 나이가 어리나 매우 아름답다. 네 두 놈의
짐승같은 녀석이 어떤 더러운 생각을 했을 것인지 짐작할 만 하다. 너
희 두 놈은 어서 기어 나와라.' 이와 같은 호통소리에 손만년 사형과
저만춘 사형은 더욱 울화통이 터져 그만 검을 들고 그 방으로 달려 들
어 갔습니다. 그 때 경사형이 소리쳤지요. '조심해! 모두 함께 들어가
자!' 그 순간, 그 방의 등불이 꺼졌고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습
니다. 저는 큰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손 사형! 저 사형!' 그러나 두
사람의 대답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방안에서는 무기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불안하여 재빨리 화섭자를 꺼내
불을 켰습니다. 그리고 방안으로 달려 들어가 보니 손만년 사형과 저
만춘 사형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이미 몸이 뻣뻣해진 상태
였습니다. 장검은 그들의 곁에 놓여 있었지요. 경 사형과 저는 두 사
형의 곁으로 다가가 그들을 잡아 당겼습니다. 그런데 손만년 사형과
저만춘 사형은 힘없이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숨
을 거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전신에 상처 하나 나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늙은이가 어떤 수법으로 그들을 해쳤
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설산파의 제자들은 창피막심한 일이었
지만 그 늙은 도적과 처녀의 그림자도 보지못한 상태에서 그런 사건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니다. 손 사형과 저 사제가 아마 그 손녀딸을 몇 본 쳐다본 모양입니
다. 하지만 그게 뭐 대단한 일인가요?"
석청은 넌즈시 입을 열었다.
제였소?"
이 되었구료. 그렇다면 지금쯤 현소장은 잿더미가 되었겠소."
부는 그 녀석의 행방을 반드시 알아보겠으며 사로잡은 후에 능소성으
로 데리고 가 백 나으리와 봉 사형, 그리고 백 사형에게 사죄를 하겠
소. 그리고 일일불과삼 정불삼의 행방도 알아내어 그때 백 나으리에게
알려 드리리다. 그렇게 된다면 백 나으리가 친히 나서서 일을 처리하
면 될 것이외다. 그럼 이만 실례할까하오."
가만균은 급히 말했다.
소성으로 가서 우리 사부님을 만나 주어야 우리들의 체면이 설것이 아
니겠습니까?"
혀야 하지 않겠소?"
그러다가 그는 성이 난 얼굴로 분연히 말했다.
는 사실을 사부님께서 아시게 된다면 우리들은 그야말로......"
그들이 많은 사람의 수로 자기네들을 억지로 대설산으로 끌고가려고
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니까 아들을 잡지 못하면 그의 애비라도
잡아가서 목숨으로 보상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석청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며 윗어른으로 모셔왔소이다. 만약에 백 사형이 이 곳에 계시어 백 나
으리께서 명을 내려 불초에게 능소성으로 가자고 한다면 불초는 반드
시 명을 받들어야 하겠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이렇게 하기로 합
시다."
다.
쳐 들고 경만종에게 내밀었다.
그들 부부가 생명처럼 아끼는 흑백쌍검을 맡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설
산파의 체면을 크게 세워주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
라서 그들은 이들 두 부부가 이 보검을 찾기 위해서도 능소성으로 반
드시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경만종은 몇 마디 사과의 말을
하고 흑백쌍검을 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가만균은 달랐다.
가만균은 큰소리로 말했다.
가시고, 백 사형의 형수님께서 실성을 하시고, 손 사형과 저 사형이
비명횡사한 것을 어찌 당신네의 두자루 무쇠로 만든 칼과 맞바꿀 수
있다는 거요? 경 사형이야 당신과 교분이 있어서 당신의 체면을 봐주
겠지만 이 가 아무개는 당신을 모르오. 당신은 오늘 능소성으로 가야
하오. 가기 싫어도 가야하오."
더 무슨 할 말이 있겠소? 가 형이 설산파의 고수로서 무공이 고강하다
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소. 비록 만나 보지는 못 했지만 평소 앙모
해 왔소."
아가기를 기다렸다.
가만균은 속으로 생각했다.
움이 벌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가 스스로 무기를 바치려고 하니
오히려 잘 되었다. 무기를 빼앗은 후에 처치하면 될 것이다. "실례를
범하지 않으면 내가 살지 못한다" 는 속담도 있지 않느냐?'
뻗쳐내어 설산파의 금나수법으로 석청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는 두자
루의 장검을 힘주어 움켜쥐고 말했다.
청의 손바닥에서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가만균은 깜짝 놀라 두 팔에 힘을 불끈 주고 일갈했다.
그의 두 순목으로 밀려들었다. 뚝, 하는 소리가 나며 대뜸 그는 손목
관절이 탈골되고 말았다.
석청의 손바닥 위에 얌전히 놓여져 있었다.
옆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석청이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은
것을 똑똑히 보았으므로 그 누구도 석청에게 따질 명분이 서지 않았
다.
가만균은 고통과 울화를 참을 수 없어 오른 다리를 들어서 맹렬하게
석청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경만종은 급히 외쳤다.
의 발길질은 허공을 걷어차고 말았다.
경만종은 석청의 내력이 무서운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가만균의
발길질이 석청의 몸에 격중되었다면 가만균의 다리뼈가 부러지고 말았
을 것이다.
경만종은 무공이나 견식이 가만균을 훨씬 능가했다. 그는 열 손가락
에 힘을 주입하고 조심스레 손을 뻗쳐서 석청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는 장검을 움켜쥐려고 했다.
그의 손가락 끝이 막 검집에 닿는 순간 그는 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손을 움찔 떨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뜨거운 기운이 가슴 속으로 침
투해 들어왔다.
석청의 내공이 장검을 통해서 자기에게 전해진 것이 틀림없었다.
경만종은 내심 부르짖었다.
을 겨루려는 속셈을 지녔음을 직감하였다. 사실 내공을 겨루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 없으며 강한 자는 살아남지만 약한 자는 패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의 내공이 별 차이가 없으면 죽을 때까지 겨뤄야 비로소
승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이며 나중에는 손을 멈추고 양보하고 싶어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바로 내공의 겨룸인 것이다.
경만종은 부득이 석청과 겨루지 않을 수 없어 내심 절망감을 맛보았
다. 그가 어떻게 석청과 겨룰 수 있겟는가?
그러나 뜻밖에도 석청은 두칼을 경만종의 손아귀에 쥐어주며 웃었다.
소? 그럼 이만 작별합시다."
토하고 즉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
다.
그는 멍하니 쌍검을 받아들고 서서 온 얼굴 가득 부끄러움을 담고 무
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고 있었다.
석청은 민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 말에 태웠다.
설사파의 제자들은 그녀의 가련한 모습을 보고 저 여자가 과연 강호
를 떨어 울리는 빙설신검인지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설산파의 여검객 화만자는 현소쌍검(玄素雙劍) 석청 부부가 말을 몰
아 떠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자기도 모르게 측은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때 왕만인이 가만균의 탈골된 손목뼈를 맞춰주고 있었다.
가만균은 연신 빌어먹을이니 제미랄이니 욕을 해대고 있었다.
화만자는 그 광경을 보자 눈살을 찌푸리며 경만종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지? 우리 일곱 명이 힘을 합쳐도 그들을 당해낼 수 없으니 할 수 없
다. 그들의 무기를 압류했으니 능소성으로 돌아가도 할 말은 있는 셈
이다."
같이 싸늘한 한기를 뿜어냈고 흑검은 먹처럼 새까만 빛을 뿜어냈다.
그 싸늘한 광채가 발산되자 살을 에이는 듯한 통증이 뼈속으로 스며
드는 것 같았다. 정말 보기 드문 희세의 보검이었다.
경만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
의 보검을 능소성까지 무사히 가져갈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겠죠."
보도를 논한 적이 있어요. 마침 옆에 있던 석중옥이란 개잡종이 끼여
들어 말하기를 자기 부모의 흑백쌍검이 천하에서 으뜸이라고 했어요.
석중옥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 부부는 흑백쌍검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
긴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그들은 아들인 자기를 대설산으로 보내 무공
을 배우게 하느라고 몇 년씩 떼어놓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만 한시도
흑백쌍검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석장주가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보검을 우리에게 맡기긴 했지만 만약 어떤 수작을 부려
보검을 훔쳐간 후 훗날 능소성으로 찾아와 우리들에게 보검을 내달라
고 한다면 일이 매우 난처하게 되지 않겠어요?"
무슨 재주로 보검을 훔쳐간단 말이오?"
라고 생각되는군. 석청이라는 사람은 만만한 인물이 아닐세. 그러니
우리들이 신중히 경계를 해야 할 것이네."
사람의 남자들이 매일 밤 차례로 보검을 지키기로 합시다."
쫒아서 가는 것이 좋겠소? 아니면 다른 길로 앞질러 가는 것이 좋겟
소?"
은 행위라고 생각되었다. 더군다나 변량은 이름난 큰 성인데 이곳까지
왔다가 그 성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소심한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보검을 가지고 변량으로 가는 것은
역시 위험을 자처하는 일인지라 일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였다.
별안간 호통소리가 들려오며 저쪽에서 한 떼의 관졸이 나타났다.
네 명의 가마꾼이 파란색 가마를 메고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도 관가
에서 사람이 나온 모양이었다. 후감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으니 조
사를 하러 나온 모양이었다.
경만종은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때 자기들이 무기를 들고 이곳에 모
여 있는 것은 의심을 받기 쉬우며 관가와 충돌을 하게 된다면 귀찮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는 급히 말했다.
관졸이 갑자기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가자고 재촉을 했다.
그때 관졸의 날카로운 외침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문인(掌問人)이라고 했다. 무위무덕(無爲無德)한 백자재야! 이 못된
놈들아! 떼를 지어 다니며 남의 재물을 빼앗기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
는다니, 정말 흉악하구나! 저놈들을 잡아라!"
솜털이 빳빳이 곤두섰다.
그들의 사부 백자재는 별호가 위덕 선생(爲德先生)이었다. 관졸이 그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만 해도 불경스러운 데 감히 무위무덕이라고
비꼬지 않는가?
왕만인이 휙, 하니 장검을 뽑아들고 부르짖었다.
말겠다."
지? 이는 어떤 자의 교사를 받았을 것이네."
가 날아나왔다.
그 암기는 바로 그의 허벅지 옆에 있는 복토혈(伏兎穴)을 적중시켰
다. 이 암기는 무척 가늘고 작은 것이었으나 위력은 굉장했다.
경만종은 그만 다리에 맥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힘없이 옆으로 쓰러
졌다.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은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사력을 다해 가
마 안으로 번개같이 던졌다.
그가 쓰러지긴 했어도 그가 펼쳐낸 학비구천(鶴飛九泉)의 위력은 역
시 정확하고 매서웠다. 쉭, 하는 소리와 함께 장검은 가마의 휘장을
뚫고 안으로 날아들었다. 틀림없이 가마 안에서 암기를 날린 사람을
정통으로 찌른것 같았다.
그는 속으로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네 명의 가마꾼은 아무 일도 없
다는 듯 여전히 가마를 떠메고 나는 듯이 달려왔다.
다음 순간이었다. 갑자기 한가닥 채찍이 가마 안에서 뻗쳐나와 왕만
인의 왼쪽 다리를 휘감는 것이 아닌가!
곧이어 그 채찍이 당겨졌다가 떨쳐지자 왕만인의 몸이 허공에 붕떠오
르게 되었다.
그 순간 채찍은 날쌔게 그가 들고 있떤 묵검(墨劍)을 휘감아 가마 안
으로 끌어들이고 마는 것이 아닌가!
화만자는 그 광경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고했다. 찍, 하는 가벼운 음향과 함께 더불어 가마 안에서 다시 한개
의 암기가 날아나와 그녀의 손목에 적중되었다.
그녀는 손목에 격렬한 고통을 느끼고 그만 백검을 놓치고 말았다.
옆에 있던 동문 사형이 재빨리 팔을 뻗어 백검을 꽉 잡았다.
그러나 가마 안에서 다시 한 줄기 물체가 유성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나와 그의 머리를 휘감아 버리는 것이 아닌가?
갑작스런 기습에 눈앞이 캄캄해진 그는 깜짝 놀란 나머지 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그런 연후에 머리에 씌워진 것을 벗기고 땅바닥에 내팽
개쳤다.
알고보니 그것은 관원이 쓰던 모자였다.
그 순간 가마 안에서 뻗쳐나온 채찍은 다시 백검을 휘감아서 가마 안
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닌가?
가만균등은 큰소리로 부르짖으며 가마의 뒤를 쫓았다. 그러자 가마
안에서 예리한 파공을 대동한 암기가 끊임없이 격사되어 나왔다.
어떤 것은 그들의 얼굴을 향해 격사되어 왔고 어떤 것은 그들의 허리
께를 향해 쏘아졌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암기를 피할 수가 없었
다.
그 암기들은 요혈을 적중시키지는 못했으나 몸에 맞자 여간 아픈 것
이 아니었다.
여러사람들이 암기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알고보니 가마 안에서 격사되어 나온 암기는 구리단추가 아닌가?
옷차락에서 금방 떼어낸 것이 분명했다.
설산파의 제자들은 가마 안의 그 사람이 반드시 석청일 것이라고 생
각했다. 아니, 석청 부부가 다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
약에 그들이 힘을 합쳐 협공을 가한다고 해도 역시 석청 부부에게 패
한다는 것은 기정사실 아닌가?
가만균은 노하를 참지 못하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은 천하에 둘도 없는 색마이고 그 애비는 수치라고는 전혀 모르는 몰
염치한 인간이군!"
기한 지 채 한 시각도 못 되는데 암기를 사용하여 보검을 도로 탈취해
가는 몰염치하고 비열한 작자군."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것밖에 안되네. 그러니 더이상 여기서 왈가왈부하지 말고 본파로 돌아
가서 자세한 것은 사부님께 말씀드리고 적절한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
세."
능소성 일대에서 크게 위맹을 떨쳐온 그들인지라 창피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설산파의 무공을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이번 일로
인해 크게 망신을 당하고 만 셈이었다. 그들은 각기 길게 한숨만 토할
뿐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