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괴산고 청소년들과 처음으로 북클럽 모임을 가졌습니다.
첫 책으로는 <데미안>을 읽었는데요....청소년 북클럽 게시판은 그룹에 속해있는 청소년들만 읽을 수 있게 막혀있기 때문에 전체 공개 게시판에 제 감상문을 특별히 다시 올려 봅니다. 그만큼 기억하고 싶은 제 인생의 책이라서요...오랜만에 이렇게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고등학생들이지만 역시 예상처럼 책이 어려웠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몇 몇 부분은 흥미롭게 읽었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권해주고 싶은 좋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주었네요.
책방지기도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내 청춘의 책 <데미안>을 다시 읽어보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청춘의 긴 터널을 한참 지나 인생 종반으로 접어든 지금 이 책을 읽어보니 헤세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메시지들이 이렇게 명료하게 잘 읽혀지는데 청년기엔 이 책을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지요. 그럼에도 늘 이 책을, 헤세를, 좋아하는 책과 작가로 꼽았던 것은 그의 기독교적 사상의 배경과 신앙의 추구, 자연을 가꾸며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 등이 제게 많이 와닿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데미안은 처음부터 두 개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싱클레어가 속해있는 이 두 개의 세계, 하나는 사랑과 엄격, 모범과 교훈이라는 잘 가꿔진 신의 정원 같은 집안의 세계. 다른 하나는 하녀와 직공, 추문과 야만이 넘쳐나는 집 밖, 세속의 세계입니다. 이 두 세계는 그러나 어느 하나가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가 없고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할 수 밖에 없는데 처음으로 두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년 싱클레어에게는 그런 사실 자체가 커다란 충격이고 도전이지요.
세계를 건너기 위해서는 충돌이 불가피하고 어린 소년에게 최초의 충격은 동급생인 '크로머'입니다. 그룹에서 소외당하고 싶지 않아 내뱉은 작은 거짓말이 자신을 압박하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처음으로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인 싱클레어는 절망과 두려움에 빠져요. 이때 그에게 나타난 이가 데미안입니다.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두 명의 서로 다른 별개의 인물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두 개의 분열된 자아이기도 합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내면의 선과 악, 이성과 감성, 믿음와 회의, 신앙과 반항 등 헤세가 평생의 주제로 삼고 있던 두 개의 세계, 두 개의 자아, 그리고 이를 뛰어넘어 이뤄야 하는 구원에 대한 이야기로 저는 읽었습니다.
다시 읽으면서 싱클레어의 꿈에 등장하는 '새'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날카롭고 겁 없는 매의 머리를 가진 한 마리의 맹금.
새의 반신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어두운 지구에 박혀있다
어두운 지구에 박혀있는 새, 날지 못하는 새,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새.....이것이 바로 청춘의 모습이자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었구나....하고 새롭게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이 유명한 데미안의 구절을 다시 읽어 봅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하여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