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김은옥
창밖에서 목련송이들이 말을 건다
모국어에 쑥맥인
구멍구멍 숨통이 답답한 내게
모-옥 려-언 모-옥 려-언
복식호흡으로 크게 따라 해보라고
비오는 창밖으로 검은 옷들이 지나간다
몸 냄새 잃은 커피 때문에
내 눈도 어두워져 가는데
내가 내 그림자에 놀라
왼쪽 발이 오른쪽 발을 걸어서 넘어지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는
노인 같지 않은 젊은 노인들이
애써 노인 같은 눈빛을 하고서
노인복지관 버스에 날쌔게 올라탄다
굼뜬 버스를 바라보며 단비를 느긋하게 받아 마시던 목련 꽃잎들이
노인 복지관 버스 지붕 위로 무임승차 하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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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옥 2009년 『수필과비평』 수필 신인상, 2015년 『시와문화』 등단. 수필집 『고도를 살다 』. 시집 『안개의 저쪽 』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