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랑스러운 아들 昇勳 에게
가기 싫어 그렇게 무자비하게 쏟아 붓던 비와 바람도 잦아들고 살갖에 살랑거리는 바람결이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요즘이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있어선지 며칠 동안 막바지 폭염속에서 매미도 저렇게 목청을 높이나보다.
멋진 아들 덕분에 속초를 사랑하게 됐고 네가 그 곳에 머물고 있다는 것만으로 일기예보 시간에는 꼭 그곳의 날씨와 기온을 챙겨본다.
엊그제 (8월 27일) 3주만에 다시 본 네모습이 얼마나 대견한지 같이갔던 사람들에게 너무 자랑해서 ‘팔불출’이 되버린 아빠,엄마였다.
고성팔경 중 하나인 마산봉이 멀지 않는 마좌리 산골짜기에서 사나이로 새로 태어난 것 같은 네가 내 아들이라는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랑하고팠던게다.
네가 근무 하는 곳으로 겸사 겸사 늦은 여름 휴가를 갔었던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것 같다.
석호의 깨끗함을 그대로 보여준 영랑호와 그곳의 숲속에 오롯이 앉은 방갈로형 콘도,
빨간 등대와 시간대 별로 바뀌는 물빛, 그곳 동명항의 동화스러운 정경,
바다 냄새 진한 아바이 마을 앞의 갯배 그리고 '가을 동화'의 송혜교가 머물렀던 정겨운 가게,
거의 모든 집이 1박 2일 강호동,이승기사진 붙혀 놓아 어느 집이 진짜인지 도통 헷갈리게 만든, 소문만큼 맛있는 오징어 순대와 아바이 순대국집,
참숯에 구워주는 도루묵,이면수,고등어,긴따로(?빨간 생선),오징어구이,
다음 면회 때 너를 위해 아빠가 가이드 할려고 하는데 괜찮지?
설악동의 번잡스러움을 뒤로하고 올랐던 흔들 바위와 승훈이 무탈하게 군 생활 마칠수 있도록 보살펴달라고 불공드렸던 계조암,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었던-아빠와 나이가 같은 설악산 지게꾼-그 분과 이런 저런 얘기 하고 기념 사진도 찍었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80키로의 생수(500cc 생수 160병) 짊어지고 그냥 걷기도 힘든 산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아빠는 말을 잃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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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깊은 옛절을 느끼고자 찾았던 건봉사는 6.25 한국전쟁 때 많은 당우들이 소멸되어 이제는 옛 맛을 찾을수가 없더구나.
건봉사 가면서 우연히 들렀던 7번 국도변‘조선면옥’의 막국수는 그 곳의 인심 좋은 아주머니와 더불어 정말 강원도의 참맛을 느낄수 있었다.
텃밭에 심어 놓은 오이,방울토마토,고추를 따 주시면서 집에서 담그신 머루주를 내주시드라.
나중에 이곳도 같이 가봤으면 좋겠다.
승훈아 ,이제는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는 네 모습에서 아빠는 걱정을 덜기로 했다.
후임에게 주겠다고 이등병 모자 56호 사오라고 해서 아빠는 웃음이 나더라.벌써 후임 챙겨줘야 하는 선임이 됐나 싶어서...
부산이 고향인 재현이 어머니에게 승훈이가 햄버거 사오라고 해서 면회때 가져갔으니 재현이도 먹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주지않았냐?
재현이 부모님께서 전우들과 나눠먹으라고 우체국 택배로 과자 한박스 보냈다고 하시던데 즐거운 파티가 되겠구나.
그리고 이번 주 토요일(9월 3일) 에 면박 간다고 하시더라.
어떻게 찾아 가냐고 쪽지 보내셨길래 네비게이션에 '구성리 솔밭 막국수'라고 치면 된다고 알려드렸다.아빠도 휘웅이 어머님으로부터 쪽지 받고 쉽게 찾아갔었는데...ㅎㅎㅎ
부산에서 차를 가지고 그 곳까지 가실려면 고생 많으시겠다.
승훈이는 면박한번 못했는데 서운 하지 않냐?
면박 필요없다는 의젓함이 오히려 아빠는 가슴 아리더라.
지예 누나가 너한테 써놨던 편지 못가져 갔었는데 다음에 지현이 누나 면회갈때 보내주마.
9월 두 번째 주에 속초 갈 때 네 면회 신청 한다고 하더라.
필요한 것 있으면 그 때 가져다 줄테니 전화해라.
아빠가 집으로 돌아올 때 양양 쪽으로 오다보니까 성주 삼촌이 근무 하는 8군단 표시가 보이더라. 엄마는 장교니까 평일에 들러도 면회 될거니까 들르자고 했었는데 일행도 있어서 그냥 지나쳤는데 조금은 아쉽더라.
맡은바 임무 성실하게 수행하고 늘 건강 챙기기 바란다.
사랑한다. 내 아들.
2011.08.30 아빠.
첫댓글 회장님의아들사랑이얼마나 가슴아린지알
것같습니다가족사랑다시한번느끼게하네요
어느 부모나 똑같을진대 저만 유난하게 보일까봐 겸면쩍습니다.
죄송 합니다 이번여행 함께하려 휴가까지 맞추어 놓았는데
사정상 함께하지 못해 서운합니다.
나마스테는 참으로 감정이 풍부하고 정이 많은 전통적인 부성을
을 대표하는 한국의 아버지 입니다.,
아들을 군대를 보낸 아빠의 심정 공감하고
우리의 환경속에서만 맛볼수 있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잘간직하십시오.
정말 같이 가지 못해 아쉬웠고,저희들 끼리만 즐긴것같아 죄송스런 맘이 많았습니다.
세상의 아버지들 모두 같은 마음 아닐까요?
표현을 안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