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안 돼 / 이훈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잠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 날 때 장난할 때도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대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을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아마 다들 듣고 부르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 노래가 유독 거슬렸다. 이유가 있어서 우는 것인데 그 때문에 선물을 안 준다면 매정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특히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에게 울음은 세상에 보내는 유일한 신호가 아닌가? 어디 아프거나 배가 고파도 울지 않으면 소통이 안 돼서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어른도 아니고 어린이에게 이런 노래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줄뿐더러 같이 신나게 부르기까지 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아마 서양에서 온 노래일 텐데 가사가 궁금했다. 찾아봤더니 다음과 같다. 후렴구는 뺐다.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You Better not pout
I'm Telling you why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He's making a list
checking it twice
gonna find out
who's naughty or nice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He sees you when you're sleeping
He knows when you're awake
He knows if you've been bad or good
So be good for goodness sake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울면 안 돼>는 원곡을 그대로 옮겼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내용이 비슷하다. ‘선물’이 겉으로 안 나타나 있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명단을 만들어서 꼼꼼하게 살펴보고 누가 말을 안 듣는지 착한지를 알아낸다.”(He's making a list, checking it twice, gonna find out who's naughty or nice.)는 가사가 선물을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편하게 잘 듣다가 지금에 와서야 이 노래에 예민해진 더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 못난이 대통령 때문이다. 이 사람은 누가 울면 그 이유를 들어 보고 잘 풀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틀어막으려고만 한다. 이태원 참사나 화물 연대 파업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 사회의 약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우리 대통령은 울음의 다른 이름들이라고 할 비판이나 지적을 공격으로만 여긴다. 그래서 관저에도 자기 생각을 노예처럼 따르는 사람만 골라서 부른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대통령이라면 누구보다도 먼저 유가족에게 용서를 빌고 주무 장관을 해임하고 나서 그들을 쓰다듬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야당 정치인도 만나지 않는다. 자기와 같은 편이 아니면 다 물리치려고 든다. 생각이 한쪽으로 완전히 쏠렸다. 이런 걸 두고 미쳤다고 한다.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저 가사를 다시 읽으면 요즘의 대통령의 행태를 그대로 담은 것 같아 무섭기조차 하다. “명단을 만들어서 꼼꼼하게 살펴보고 누가 말을 안 듣는지 착한지를 알아낸다.” 지금 우리 대통령은 이 말대로 하고 있다. 자기와 다르게 생각하면 내부 총질 한다며 쫓아내고 순종하면 당대표 등 좋은 자리에 앉히려고 한다. 하늘에는 낙하산이 가득 떠 있다.
우리는 더 크게, 많이들 울어야 한다. 슬픔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