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스포츠-e스포츠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세부 종목은 7개로 구성됐으며, 한국은 이 중 왕자영요, 몽삼국2, 도타2를 제외한 FC 온라인, 스트리트 파이터5, 리그오브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4개 종목에 출전했습니다.
한국은 스트리트파이터5 김관우가 첫 금메달을 따냈고 리그오브레전드 대표팀은 전승 우승을 달성했으며, FC온라인 김관우가 동메달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표팀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저도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유저로서 한국을 응원하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개최국의 온갖 텃세를 부리던 중국을 2:0 세트 스코어로 승리를 따내는 것을 보고 정말 통쾌했습니다. 롤은 5:5 팀게임으로 팀의 전략으로 적팀의 기지를 부수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되고 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롤의 전설적인 프로게이머인 페이커 선수가 최근에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과연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 페이커 선수는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의 스포츠 관념인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고 또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 생각합니다." 라고 답변했습니다. 저도 이 인터뷰를 보고 페이커 선수가 e스포츠와 스포츠를 관통하는 본질의 답변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공정한 경쟁을 하고 한계에 도전하며, 그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 바로 스포츠의 의의이고 본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2. 드래곤 보트-중국의 전통 축제에서 유래한 드래곤보트는 1976년 홍콩에서 드래곤보트 축제를 개최하면서부터 본격적인 근대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현재는 미국 영국 호주 등까지 전파됐고, 한국에서는 지난 1999년 협회가 결성됐다. 배 앞머리에 용머리 조각이 있어 용선으로 불린다. 길이 11.6m, 너비 1.12m의 배 위에 모두 22명이 탄다. 뱃머리에 북잡이(북치는 사람)와 후미에 키잡이(키잡는 사람) 한 명씩이 자리하고, 20명의 노잡이가 노를 젓는다. 북을 치는 선수가 사실상 팀의 리더로 선수들이 지치며 속도를 조절해주기도 하며 스피드가 필요할 때는 빨리 북을 치며 선수들의 힘을 끌어내는 역할도 해준다. 종주국인 중국과 필리핀이 강하지만, 한국도 카누 선수들로 구성돼 경쟁력이 있다. 관건은 선수들 간 호흡과 조직력이다.
3. 롤러스케이트-롤러스케이트는 생각보다 세분화해있는 종목이다. 항저우 대회에서는 스피드 스케이트(1,000m·EP 10,000m·계주 3.000m), 인라인 프리스타일(스피드 슬라럼·페어 슬라럼), 아티스틱 프리 등 6개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남녀 구분을 고려하면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제외+포인트(EP) 10,000m란 200m짜리 트랙을 50바퀴 도는 동안 특정 바퀴째에서 순위권에 든 선수들이 포인트를 받고 가장 후미에 있는 선수는 탈락하는 경기 방식이다. 종이 울리고 돌아오는 바퀴에서 1, 2위에 자리한 선수는 각각 2점, 1점을 받고 마지막 바퀴에서는 1∼3위가 각각 3∼1점을 받는다.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인라인 프리스타일(스피드 슬라럼·페어 슬라럼)과 아티스틱 프리는 보다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스피드 슬라럼에선 80㎝ 간격으로 놓인 스무 개의 콘을 한 발로 빠르게 헤쳐 나가야 하고, 페어 슬라럼에선 남녀가 짝을 이뤄 여러 개의 콘 사이에서 연기를 펼친다. 아티스틱 프리는 양쪽에 바퀴가 2개씩 달린 쿼드 스케이트를 신고 음악에 맞춰 점프, 스핀 등 자유롭게 연기하는 종목이다.
4. 쿠라시-쿠라시는 현대 우즈베키스탄이 위치한 영토에서 기원한 전통 무술 경기로, 우즈벡어로 '정당한 방법으로 목표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우즈벡 국가 명절 및 축제에 행해지는 국기이기도 하다. 쿠라시는 레슬링, 유도와 마찬가지로 선 채로 맞붙어 싸우는 경기다. 상대에게 타격을 가하지 않는 '유술'의 일종으로 손과 발을 이용해 상대를 내던져 쓰러트리면 점수를 얻는다. 오로지 서서 경기가 진행되며, 바닥에서 꺾고 조르는 등의 바닥 기술은 금지된다. 상대방을 메쳐 바닥에 완전히 닿게 할 경우 유도의 '한판'과 비슷한 '할랄'이 선언되고, 바로 경기가 종료된다.
5. 바둑-바둑은 두 사람이 흑백의 바둑돌을 나누어 가지고 바둑판 위에 번갈아 하나씩 두어 가며 승부를 겨루는 보드 게임이다. 가로세로 19줄, 361개 교차점에 돌로 에워싼 빈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빈 공간을 바둑 용어로 '집'이라고 한다. 바둑의 승리 조건은 단 하나, 상대방보다 더 집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돌을 많이 따는 게임이 아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땐 남자단체·여자단체·혼성페어전이 있었습니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바둑이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습니다. 13년 만에 부활한 항저우 대회에선 남자단체·여자단체·남자개인전으로 종목이 구성됐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2010년: 남자단체-여자단체-혼성페어
2023년: 남자단체-여자단체-남자개인
아시안게임은 개최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편인데, 중국이 공식적으로 이유를 밝힌 적은 없습니다. 다만 지난 광저우 대회 당시 바둑 금메달을 싹쓸이 한 한국에 대한 견제의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정도입니다.
6. 브릿지-카드 놀이처럼 보이지만 중국에서는 과거 중국의 덩샤오핑 주석이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고, 그가 게임하는 모습이 종종 외신을 타고 전해지기도 했다. 덩샤오핑은 브릿지게임을 널리 알린 공로로 국제브릿지협회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두뇌 스포츠 종목 대회인 세계 마인드 스포츠 게임(World Mind Sports Games)에 바둑, 체스 등과 함께 브릿지도 포함되어 있지만, 아직도 과연 이게 스포츠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확한 명칭은 콘트랙트 브릿지로, 4명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52장의 플레잉 카드로 펼치는 이 게임은 카드를 나누어 모양과 숫자를 조합해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게임이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채택된 브릿지는 선수들이 2대2로 나뉘어 승부를 가르는 카드 게임이다. 같은 팀 2명은 얼굴도 마주볼 수 없고 대화도 할 수 없다. 한 조가 얼마나 높은 점수의 카드를 많이 갖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여타 종목과 달리 선수들이 가진 카드 패가 승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진 기자들은 게임 초반 촬영을 한 뒤 경기장을 떠나야한다. 경기는 보통 2~3시간이 소요되며 고령자도 플레이를 할 수 있어 80대 선수가 출전하는 경우도 있다.
7. 상치-샹치는 중국의 전통장기로 한자를 읽으면 상기가 된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장기와 비슷한 말을 사용하지만 상이한 부분도 있다. 한국장기가 양쪽의 왕이 초와 한인데 반해, 샹치에서는 將(장)과 帥(수)로 표시된다. 마, 상, 차, 포, 사, 졸/병은 동일하나 양쪽 말의 한자가 약간 다르다. 상의 경우 흑색 진영은 ‘象(상)’, 붉은색 진영은 ‘相(상)’이라고 쓰여있다. 말의 모양도 한국이 8각형인데 반해 샹치는 원형이다. 움직임도 다르다. 한국의 포는 반드시 다른 말을 뛰어 넘어야 상대 말을 잡을 수 있지만, 샹치의 포는 평상시 차처럼 움직일 수 있다. 잡을 때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다른 말을 뛰어 넘어야한다. 또 장기는 둘 곳이 없을 경우 패스할 수 있지만 샹치는 허용되지 않는다.
8. 크라쉬-한국의 씨름처럼 우즈베키스탄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 씨름이다. 크라쉬는 ‘경쟁하다’, ‘싸우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규칙을 정비한 뒤 1998년 처음 세계 대회가 열리면서 본격적인 국제화가 이뤄졌다. 경기 시간은 남자가 4분, 여자가 3분이며, 기술을 걸어 상대를 메쳐 어깨나 대퇴부, 히프가 매트에 닿으면 득점이 된다. 또 선수가 처벌을 받으면 상대 선수가 득점을 얻은 것으로 인정된다. 득점은 찰라, 욘보쉬, 칼롤 등 3가지가 있다. 반대로 경기를 피하며 도망가는 행위, 선 자세에서 10초 이상 방어 자세만 취하는 등의 경우에는 탐백이라는 벌점을 받는다. 벌점은 탐백, 닥기,기롬 3가지가 있다.
9. 브레이킹-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이 된 브레이킹은 국내에선 브레이크 댄스로 잘 알려져있다. 남자는 비보이, 여자는 비걸로 부르며, 파리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브레이킹에 걸린 금메달은 남녀 개인전 1개 씩. 브레이킹은 보통 1대1 배틀로 승부를 가린다. 예선과 16강 조별 리그를 통과하면, 8강 이후엔 1대1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토너먼트에서는 DJ가 무작위로 트는 음악에 맞춰 두 선수가 1분 안에 번갈아 가며 춤을 펼치는 게 한 라운드며, 경기당 기본 두 라운드씩 진행된다. 채점 방식은 피겨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 등과 비슷하다. 큰 틀에선 신체적인 퀄리티(테크닉·다양성), 해석적인 퀄리티(수행성·음악성), 미적인 퀄리티(창의성·개인성) 등 3가지 평가 요소를 점수로 환산한 뒤 요소마다 따로 주어지는 가중치를 보태 최종점수로 부여한다.
10. 카바디-힌두어로 ‘숨을 참는다’는 뜻의 카바디는 일종의 술래잡기와 격투가 혼합된 방식으로, 인도가 종주국이다. 팀 인원은 12명이며, 경기는 7명 참여한다. 양 팀 각 7명이 전·후반 40분 동안 경기가 펼쳐지는 단체전 경기로, 경기 스타일로는 전통 스타일, 비치 스타일, 원형 스타일 등 3가지 형태가 있다. 경기 방식은 1명의 공격하는 선수가 있고, 방어하는 상대편 7명이 대치된 상태에서 공격자가 상대 선수를 터치하면 득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조금 복잡하다고 생각이 들 수 있으나 경기를 보게 되면 금세 적응할 수 있다. 7명의 수비수 역시 공격 선수를 터치해 득점을 올린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과 체력이 요구되며, 거친 경기방식 때문에 자신을 방어하는 호신 기술이 보이기도 한다. 공격권을 가진 팀에서는 ‘침입자(raider)’라는 1명의 공격수를 상대 진영으로 보내 ‘숨을 멈춘 상태에서’ 상대 팀의 선수들을 터치하거나, 붙잡은 뒤 다시 진영으로 돌아와야 득점을 취할 수 있다. 실제로는 선수가 숨을 참을 수 없으니 끊임없이 “카바디, 카바디, 카바디”라고 외쳐줘야 하며, 의도적으로 늦게 외치면 파울이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