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月曜日), 휴가 사흘째입니다. 계획으론 유치원생인 처질을 앞장세워 처가식구들과 근교에서 물놀이를 해야 하는 ‘처가데이’인데 어째 아내의 반응이 뜻뜨미지근합니다. 휴가 전부터 몇 차례 옆구리를 찔러봤지만 되돌아온 것은 호통뿐이었습니다. 말로만 생색을 낸다나요.
어젯밤부터 시작된 비는 오전이 다가도록 그칠 줄 모릅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나들이도 못 가는데 날씨마저 화창했다면 더 짜증났을 겁니다. 처가데이는 개뿔! 이게 뭔데이?
휴가 첫 날에는 장어구이와 초밥(스시 아님)에 우거지정식과 동동주까지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오롯이 한식을 즐겼습니다. 둘째 날에는 이태리 요리와 이태리 와인에 월남 쌈과 쌀국수, 하노이맥주까지 이태리와 베트남을 넘나들며 두 나라의 식문화를 만끽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셋째 날을 맞았으니 일본요리나 중국요리면 딱이지 싶습니다. 일본이냐 중국이냐 그것이 문제인데 어제, 그제 연이틀 저도주를 마셨으니 오늘은 왠지 독주가 땡깁니다. 소츄보단 빠이주가 더 독하니 중국술로 낙찰! 땅! 땅!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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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무더울 때를 피해 더위가 한풀 꺾일 즈음에 슬그머니 탈옥했습니다. 목적지는 영등포구청역 인근에 있는 대관원입니다. 지인의 단골집으로 이미 수차례 방문해서 메뉴판에 등재된 것부터 숨은 요리까지 요리조리 먹어본즉 기복은 있지만 그래도 믿고 먹을 수 있는 동네 중국집스런 요릿집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업장에 술을 반입했습니다. 어제는 이태리식당이니 이태리 와인을, 오늘은 중국집이니 그에 걸맞은 중국술입니다. 코키지 프리이니 요리를 넉넉히 주문하는 것으로 체면치레를 할 작정입니다. 입가심용 청도맥주 한 병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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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향장우육
대관원은 코스메뉴도 잘 짜져 있지만 요리의 양을 대중소로 구분해서 주문할 수 있기에 소수의 인원으로도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첫 주문은 오향장우육과 깐풍새우입니다. 두 메뉴 공히 대관원의 영업상무이자 얼굴마담입니다. 갈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메뉴입니다. 상기 메뉴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던 바가 있기에 궁금하신 분은 그 글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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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풍새우
두 번째 주문은 탕수육입니다. 요건 별기대가 없었기에 사진을 안 찍었는데 이날의 탕수육은 발군이었습니다. 탕수육을 두고 부먹이니 찍먹이니 편을 가르고 어느 것이 더 낫네를 따지는데 내가 아는 한 탕수육은 고기튀김에 소스를 끼얹어 나오는 것이 마땅합니다. 만일 고기튀김을 먹고 싶다면 덴뿌라를 주문할 일입니다. 매스 미디어에서 미식담이 횡횡하기 전까지만 해도 찍먹이니 부먹이니 따위의 말조차 없었습니다. 짬뽕이나 짜장은 왜 찍먹이니 부먹이니를 안 따지는 걸까요?. 짬뽕이나 짜장도 찍먹, 부먹을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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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복
세 번째 주문은 전가복입니다. 보통은 양장피나 팔보채, 유산슬 중 택일하는데 이날은 좀 더 고가의 메뉴로 주문했습니다. 슬슬 배가 불러오는지라 이래서는 술을 반입한 값을 못하겠다 싶어서 한방에 6만원짜리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물론 미리 식당 측에 당일 식재료의 상태를 문의했었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기에 주문을 한 겁니다. 만일 답변이 애매했다면 앞서 언급했던 양장피나, 팔보채, 유산슬 중 택일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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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
마지막 주문은 짜장면, 짬뽕, 볶음밥입니다. 탕수육과 마찬가지로 식사메뉴에는 큰 기대치가 없었기에 사진이 달랑 볶음밥 사진 한 장뿐입니다. 이날의 볶음밥은 뎁힘밥과의 중간쯤이랄까 좀 더 까슬하게 볶아냈으면 좋았겠단 의견입니다. 짜장은 생략하고, 짬뽕이 아주 발군이었습다. 그간은 삼선짬뽕을 주문했었는데 이번엔 착오로 그냥 짬뽕을 주문했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이날은 넉넉하게 담긴 건더기로 인해 바닥에 깔린 면을 건져내기가 곤란한 지경이었고, 달달하면서도 묵직한 국물의 발란스도 좋았습니다. 간만에 맛있는 짬뽕을 맛봅니다. 이런 짬뽕이라면 아내도 딸도, 장모님도, 처제도, 염서방도 하준이 놈만 빼고 모두 만족시킬 수 있겠습니다. 제길...처가데이도 아닌데 어째서 자꾸 처가식구들이 생각나는 걸까요? 지금 폭풍흡입하고 있는 것이 눈물인지, 콧물인지 혹은 짬뽕국물인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이게 뭔데이...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2차는 스코틀랜드로 갔다는 소문입니다. 싱글몰트위스키를 그냥 몹시 마구 할짝할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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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덕분에 이탈리아, 중국, 스코트랜드로 이어지는
여름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로 계속 이어진다죠.
월요일 오리백숙 먹는 기미아재 역할한다고 못간게 아쉽네요,,,대관원 아다리가 잘 안맞네요,,,
그러게요. ㄷㅐ관원도 일요일 휴무라 애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