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의 삶-안동교구 부석공소 정건희 우술라
배효심 베로니카 안동 Re. 명예기자
정건희 우술라 자매님(76세)은 안동교구 휴천동성당(주임신부 정진훈 타대오) 관할인 부석공소 신자이다. 60년 전 초등학교 6학년, 김천 시내 성당 밑에서 살았는데, 성당에 다녀오는 사람들이 옥수수, 옷, 기름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께 기름을 갖다 드려 효도해야겠다고 스스로 성당을 찾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세례를 받았는데, 그 시절에 세례를 받으려면 1년 동안 결석 없이 교육받아야 했고, 두꺼운 문답책을 외워 신부님 앞에서 찰고를 받아야 통과할 수 있었다.
세례 이후 더우나 추우나 눈보라를 맞으며 성당까지 왕복 40리를 걸어 다녔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넓고 쉬운 길은 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명심했다. 금요일 금육 지키기, 성당을 향해 삼종기도 바치기, 무릎 꿇고 기도하기를 꼭 했고, 그때마다 ‘이기자. 이겨내야 한다.’ 하며 화살기도를 바쳤다.
어느 날, 아버지가 편찮으시자 어머니는 김천에서 유명한 무당에게 굿을 부탁했다. 두 시간을 콩죽 같은 땀을 흘리던 무당은 천주교 신자가 있으면 굿이 안 된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김천여중을 졸업하고 성희여고에 진학해서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였다. “성모님이 정말 저를 사랑하신 것 같아요.”
결혼해서 서울 신혼생활 1년 후 부석으로 귀향했는데, 시댁은 독실한 불교 집안이었다. 열심히 노력하여 네 자녀를 키우고, 7남매 맏이인 부군의 동생들을 모두 결혼시켰다. “내가 세례를 받지 않으면 죽어서 서로 다른 곳에 가잖아. 우리가 한 곳에서 만나야 하는데….” 불교 신자였던 친정어머니가 대세를 요청하며 말씀하셨다. 부모님 두 분 모두 대세를 받았다. 자녀들은 부모를 구원하고, 부모는 자녀를 구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드님 네 명과 손자, 손녀들에게 성당에 잘 다니고 있는지 전화로 확인한다.
100명 영혼 구원해 하늘나라 선물 보따리로 풀어놔야
1973년 부석에는 어르신 6명이 가정집에서 공소예절을 드리고 있었다. 26세 새댁이었던 자매님은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회합을 이끌어갔고, 부석주유소를 운영하면서는 주유소 2층에서 풍기성당 안덕화 베드로 신부님을 모시고 미사를 드렸다. 그 당시 외인이었던 부군이 두봉 주교님을 찾아뵙고 “신자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미사와 회합을 하는 것이 딱하니 땅을 마련해 주시면 집은 저희 힘으로 지어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공소 신자들이 돌가루 포대 봉투 붙이기와 절미운동, 감자 이삭 주워 판매하기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에다가 풍기성당과 휴천동성당의 지원을 받아 땅을 사서 공소를 짓게 되었다. 젊은이라고는 자매님뿐이라 혼자서 꽃 심고 풀을 뽑고 있으니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딱하다고 도와주었다. 그렇게 봉사한 것이 40여 년이다.
시어머님과 부군인 이영창 프란치스코 형제님도 세례를 받았고 공소회장직을 12년간 맡아서 봉사하였다. 부석공소 치명자의 모후 Pr. 회합이 중단된 이후로 휴천동성당 상아탑 Pr.(단장 한정복 글라라)에 전입하여 부단장으로 봉사한다. 레지오 회합이 있는 날은 부석면에서 휴천동성당까지 55리 길을 차로 가야 해 허둥지둥 아침을 못 먹고 가는 날이 많다. 요즘은 부석사 가까이 사는 예비자 친구를 위해 주일 7시 30분 집에서 출발하여 휴천동성당에서 9시 예비자 교리와 교중미사에 함께 참석한다.
부군은 예비자를 데리러 가는 주일, 군말 없이 차량봉사를 한다. 그동안 인도했던 예비자들은 교리반 개근상을 꼭 받았다.
자매님의 주요 활동은 예비자 모집이다. 지금까지 대세와 개종을 포함하여 인도한 세례자가 40명이 좀 모자라고 대녀는 9명이다. “100명의 영혼을 구원하여 하늘나라에 가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아야 하는데, 몸이 아프니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까 봐 겁이 나요. 하느님 저를 안 아프게 해주세요.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어요.” 이렇게 기도한다. 기도 지향으로 예비자를 정하고 9일기도를 바치면서 ‘성모님, 힘을 실어주시고 주님 일꾼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면 성모님은 꼭 들어주셨다.
선교, 용기를 낸다면 나머지는 주님이 이루어 주셔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해요. 레지오 단원이라면 성모님의 군사로서 세찬 파도에 대항해야 합니다. 세례 대상자는 많은데 두려움 때문에, 혹시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도전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자매님은 선교를 위한 기도를 하면서 대상자가 정해지면 아낌없이 베푼다. 내가 못 먹더라도 좋은 것을 선물한다. 선교는 누구라도 할 수 있고 신자들이 용기를 내기만 한다면 나머지는 주님이 이루어 주신다고 믿는다.
개신교 신자였던 한 자매님을 위해서 기도해주고 1년을 기다려 예비자 교리반으로 인도하였다. 노인복지관 이용 방법을 소상히 안내해 주고 복지관 수업을 같이 받았다. 부석사에서 영주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며 대화하고 도움을 주었더니 마음을 열어주었다.
“47년 전 휴천동성당 배세영 마르첼로 외국인 신부님은 시아버님이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자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55리 길을 달려오셨어요. 잠시 후 시발택시를 타고 온 수녀님 두 분이 기도해주셨는데 방에 있던 사람 모두가 눈물을 흘렸어요. 신부님이 가시자 바로 임종하셨고요. 훗날 시누이가 개종한 데에도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나이가 70대 중반에 들어서니 몸이 여기저기 삐거덕거리는데 주님께서 이끌어주시리라 믿고 최선을 다해 주님 사업을 하며 기도의 힘으로 이겨내려고 합니다. 이웃의 어려운 일, 보듬어 줄 일이 있으면 베풀어주고 밥이 되어주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