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 리뷰를 오랜만에 쓰네요.^^;;
얼마 전, 삼일상고 체육관에서 고려대와 삼일상고의 연습경기가 있었습니다. 경기 결과는 고려대의 91-57, 34점차 승리였습니다.
전 2쿼터 시작할 때부터 경기를 봤기 때문에, 1쿼터를 통으로 못봤습니다. 이 점을 알고, 글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고려대는 고등학생들과의 경기였기 때문에, 이들이 최상의 경기력으로 경기를 임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글 시작합니다. 고려대는 주로 주력 선수들이 많은 출장시간을 소화했습니다. 삼일상고는 박정현이 나오지 못했지만, 특급 신입생 빅맨, 하윤기(201cm, 센터)는 이날 경기에 출장했습니다.
고려대
문성곤(196cm, 포워드)
고교생들과 경기를 했기 때문에, 판단유보지만, 전체적으로 여전히 '슛' 의 폭발력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수비는 여전히 '질식' 수준이고. 적어도 KBL에서 공격에 기복이 있을지 몰라도, 수비에서는 확실히 자기 밥값을 할 것 같습니다. 장기 레이스를 무사히 소화해낼 수만 있다면.
볼 없을 때의 움직임도 좋습니다. 특히나 스텝백을 이용한 3점슛까지 장착하면서, '수비되고, 운동능력 좋은' 슈터로서의 가치가 높아질 것 같습니다.
다만, 돌파할 때, 아직은 정직한 플레이를 지향하는데(자신의 운동능력을 너무 믿고, 무모하게 골밑으로 돌진하는), 이 점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타이밍 조절이 필요하다는 거죠. 수비가 밀집된 상황에서, 그리고 피지컬하고, 좋은 스피드를 가진 마크맨이 붙을 경우에는 '돌아갈 줄 아는 지혜' 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워낙 점프력과 스피드가 좋아서, 웬만한 수비수로는 문성곤의 드라이브-인을 막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이종현(206cm, 센터)
작년에 비해, 몸은 가벼워지면서, 힘은 좀 더 붙었습니다. 점프 높이는 확실히 높아졌고. 이제 '영혼의 단짝' 이승현이 없어서인지, 골밑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미국 가서, 스텝을 이용한 기술을 연습한 것 같은데, 아직은 실전경기에서 '자유자재' 로 쓰기에는 부족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종현이 골밑을 지킬 때와 없을 때의 차이점은 존재했습니다. 공격에서건. 수비건.
이동엽(193cm, 가드)
4학년이 되면서, 좀 더 1번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트렌지션 게임과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경기를 운영해야 할 것이며, 그리고 패스의 타이밍에서도 작년에 비해, 개선된 점이 보였습니다. 빅맨과의 연계 플레이도 좋았고.
또한 이동엽을 시발점으로 하여, 다른 팀원들의 백도어 플레이를 이끌어내는 패스는 잘만 활용하면 이동엽만의 '전매특허' 가 될 듯 하네요. 그리고 워낙 장신(193cm)이다보니, 상대가 밀착 마크를 하더라도, 골밑에 엔트리 패스가 잘 들어가면서, 고대의 플레이가 잘 풀리는 경향이 보였던 점도 보기 좋았구요.
하지만 슛은 아직 기복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괜찮은 타이밍에 슛이 올라가다가도, 어떨 때는 '왜 저런 자세(예전 이동엽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몸이 뒤로 젖혀지면서, 슛이 올라가는 모습이 종종 나왔습니다.)로 슛을 던지지?' 라는 물음표를 저에게 던져줬습니다.
김낙현(182cm, 가드)
작년 연대와의 대학리그 파이널 3차전에서 '깜짝 활약' 을 했던 김낙현은 이 날 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더군요. 기본적으로 몸이 빠른데다가, 장신자 앞에서도 슛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올려놓는지, 어느정도 자신만의 방법을 마련한 듯 합니다. 공격에서만큼은 '맞춤형 양복(패턴)' 을 입히기보다는 '캐주얼(자유분방한)' 을 입히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당연히 1번보다는 2번이 어울릴 것 같구요. 수비에서는 여전히 손은 빠르지만, 선수를 끈덕지게 따라다니는 집중력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피에쑤- 이 친구를 매번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정말 '깡' 하나는 기가 막힌 듯 합니다.
강상재(200cm, 포워드/센터)
어떻게 보면, 올해 고대가 대학리그 우승을 하려면, 가장 큰 짐을 지게 될 선수가 강상재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지난 시즌, 이승현이 맡았던 역할을 어느정도 물려받았기 때문이죠. 강상재 최고의 장점인 '볼 없을 때, 수비수를 절묘하게 따돌리면서 올리는 득점' 은 여전하고, 그 득점을 올리기 위해, 수비수를 따돌리는 '타이밍' 도 좋습니다.
또한 작년에 비해, 좀 더 인사이드 안쪽으로 들어오는 횟수가 빈번해지면서, 마인드가 좀 더 전투적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드리블은 개선이 필요하고, 온더볼 상황에서 좀 더 다양한 공격방법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삼일상고
송교창 (201cm, 가드/포워드)
2015 춘계 MVP의 위력은 여전했습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송교창이 이런 수준의 선수였는지 꿈에도 몰랐네요.
대학교 정상급 선수들과 대결하면서도, 주눅이 들지 않으면서, 이종현과 문성곤 앞에서도, 공수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줬습니다. 고대의 강력한 드랍 존 수비 앞에서도 침착하게 플레이를 전개하더군요.
이날 송교창의 압권은 수비입니다.
맨투맨 수비에서 문성곤의 돌파를 2번 블록(그 이후, 문성곤이 엄청 불타오르면서, 짧은 시간에 다득점 퍼레이드를 벌이며, 코트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는데, 그 원인 제공을 송교창이 만들어준 셈이죠. 하지만 송교창도 그에 지지 않고, 같이 맞대응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을 해버렸고,
힘이 꽤나 좋은 이종현과 강상재의 포스트업을 수비에서 버텨내면서(송교창은 몸이 깡말라보이지만, 의외로 힘이 좋습니다.), 상대의 슛 미스를 유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공격력은 여전했습니다. 이날 송교창의 공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굳이 자신이 메인으로 나서지 않아도, 보조자 역할을 맡았을 때, 패서(김병수의 3점을 만들어주는 플레이같은)로서의 재능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에이스로 불리우는 선수들이 개인 위주의 경기력을 한창 선보일 때인 고교농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저에게는 인상적이었습니다.
2m 신장에 180대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자세는 높지만, 드리블링이 괜찮은 수준이기 때문에, 코스트 투 코스트를 시작하면, 수비가 막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리고 드라이브-인 시, 볼을 놓는 타점이 높아 이종현 앞에서도, 무리없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대로 봤는지, 모르는데, 플로터도 하나 성공시킨 것 같더군요. 약점으로 지적되던 3점슛은 이제 수비수가 마음껏 떨어뜨려 놓으면 안될 정도로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왔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만큼은.
하지만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도 알고 계시지만, 자세가 높아서, 드리블을 칠 때, 종종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또한 아직 세트 슛에 가까워서, 지금보다 슛 타이밍을 빨리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밑에 글을 올리겠지만, 이 날 송교창을 보면서, 더욱 세계 U19 선수권 대회가 기대되네요. 대표팀 성적은 크게 기대하지 않지만, 과연 송교창이 세계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쳐줄지.
김병수(192cm, 포워드)
춘계, 용산과의 결승전, 숨은 히어로의 위력은 여전하더군요. 현재 삼일상고를 통틀어, 슛 터치가 가장 좋고, 한 번 터지면, 막기 쉽지 않은 슈터들이 김병수와 문도훈입니다. 즉 '폭발력' 에 있어서만큼은, 고교에서도 정상급 수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병수의 '슈터' 로서의 위력은 이 날 4쿼터에서 나왔는데, 송교창이나 다른 팀원들이 만들어주기만 한다면, 노마크 혹은 상대 수비가 조금 떨어져 있을 경우에는 '여지없이 한 골' 이었습니다. 슛 릴리즈가 빨라서, 수비수가 타이밍을 잡기가 절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병수의 과제가 없는 건 아니죠. '1-1' 과 '수비' 는 개선이 필요합니다. 현대 농구의 트렌드는 지금 김병수처럼 '받아먹으면서, 서서 기다리기만 하는 슈터' 에게는 가혹한 환경입니다. 숨막히는 질식 수비가 대세이기 때문이죠. 이제 김병수에게 제1의 과제(고교농구 적응과 자기 존재감 과시)가 끝났으니, 제2의 과제(개인능력의 개발)을 수행할 차례가 온 것 같군요.
김준형(202cm, 포워드), 양준우(181cm, 가드)
김준형과 양준우는 김병수, 하윤기와 함께, 내년 삼일을 책임질 2학년들인데, 이들에게 아직까지 2015년은 시련의 계절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둘은 내년,송교창이 졸업한 다음에, 현재 송교창이 맡고 있는 역할을 쪼게 맡아서, 삼일의 성적을 책임져 줘야 하죠.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험난한 길' 이 아직은 많다는 걸, 이날 경기에서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김준형은 공격에서 온 더 볼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여전히 한정적입니다. 자세가 높으면서, 기본기가 좋지 않아, 볼핸들링이 불안합니다. 오로지 3점슛 던지는 것과 빠른 발을 이용한 속공 가담이 이 친구가 현재 공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인데, 슛감이 좋지 못하니, 속공수 역할도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공격에서의 플레이가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수비에서는 높이는 여전히 좋지만, 그뿐입니다.
수비 센스가 좋지 못하고, 몸이 얇아서 힘 좋은 선수에게는 속절없이 당할 가능성이 여전히 큽니다. 그래서 김준형에게는 운동능력을 잃지 않은 선에서의 벌크업과 볼핸들링 개선, 그리고 '잃어버린 슛감 찾기' 가 현재로서는 반드시 그가 해결해야 될 숙제입니다.
양준우는 여전히 왼손보다는 오른손 드리블 위주로 플레이를 선보이는데, 이미 상대 수비들이 이를 알아채고, 양준우의 드리블 루트를 다 막아내는 느낌이었습니다. 팀의 앞선을 책임지는 1번이 한 쪽 드리블이 안된다는 건, 매우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 물론 개인 공격력은 정말 좋습니다. 여전히 몸이 빠른데다가, 슛 터치도 나쁘지 않구요.
하지만, 드리블로 경기를 풀어가는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픽을 이용한 공격에 있어서, 특히 '패스 타이밍' 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윤기(201cm, 센터)
아직은 많이 만들어야 될 루키(1학년)입니다. 대학생들과 수준 차이는 확실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참 재미있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농구 재능은 확실히 좋습니다.
하윤기는 이 날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쉬운 골밑슛도 자주 놓치고, 어깨에 힘도 잔뜩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중학농구에서는 힘이 좋았지만, 대학생들의 '그 것' 과는 비교하기 힘들기 때문에, 골밑에서 '힘' 으로 자리를 잡거나, 혹은 공중에서 대학생 선수들과 몸을 부딪히면서, 득점을 성공시키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 반면, 턴어라운드 점퍼를 성공시키기도 했고, 하이 앤 로우 플레이와 받아먹기 골밑슛에서는 좋은 재능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투쟁심은 여전히 좋더군요. 사실 1학년이라, 아직 판단하기는 섣부릅니다. 그냥 현재 하윤기는 ' 1학년치고는 나름 체크해야 될 유망주' 정도로 보고 싶군요.
마지막으로 얼마 전, 올해 열리는 세계 U19 선수권 대회 대진표가 발표되었습니다.
남자대표팀은 도미니카공화국, 주최국 그리스, 세르비아와 D 그룹에서 경기를 펼치게 되었고, 여자대표팀은 호주, 세르비아, 브라질과 D조에 포함되었습니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l&ctg=news&mod=read&office_id=065&article_id=0000106301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세계 U19 선수권 대회는 최근 해외농구 관계자들이 큰 관심을 가지는 대회입니다. 또한 '국내농구' 에 익숙한 어린 대한민국 유망주들에게는 해외의 수준높은 유망주들과 경기를 펼치면서, 자신의 실력을 더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준비 잘해서,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선전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군요.
[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
위풍당당 !!! 고대 농구부 !!!
그대들의 열정에 힘을 보탭니다!!!
KOREA UNIVERSITY BASKETBALL TEAM SUPPORTERS
첫댓글 숙제의 압박을 줘서 미안했는데, 좋은 경기평을 읽고나니, 자꾸 압박을 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 찐하게 술과 양념통닭으로 밀린 이야기를 풀죠! ㅎㅎ
삼일상고는 위 멤버에 박정현선수가 뛰면 당장 대학리그 들어와도 웬만한 대학들을 이길듯 합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박정현 송교창은 내년에는 빨간 유니폼을 입고 대학리그에서 활동하는 그림이 자꾸 그려집니다
송교창선수가 춘계에서 삼일상고를 이끈 플레이를 보면 전자랜드 포웰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이승현이 포스트업으로 더블팀 들어오는 걸 이용해 잘 빼는 게 일품이었다면 송교창은 페이스업위주인데 파고 들어갔을 때 도움수비들어오는 걸 잘 이용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송교창선수의 패싱능력이 웬만한 가드 이상이라고 봅니다.
무빙슛만 장착된다면 탈아시아급 선수가 될 듯...
그냥 캬~~~~~ ㅂ니다.
설레인다 ㅎ
와우! 역시 훌륭한 평입니다. 선수의 장점과 보완할 점까지 짚어주시는 점에서 더욱 좋습니다. 이름까지 빛나는 송교창!!
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