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초, 경기도교육청 2층의 중등교육과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화입니다. 신규교사 선발 담당자와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던 민원인이 펑펑 소리를 내며 울었습니다. 갑자기 맨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서 울고 있는 주인공은 임용고시에 불합격한 기간제 여선생님이었으며, 큰소리로 울면서 하소연하는 소리를 듣는 마음은 측은지심(惻隱之心) 그대로였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도교육청에서 근무하는 장학사들은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각자 맡은 업무에 몰입되어 있는 것이 일상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낯설게 젊은 여성이 큰소리를 내어 대성통곡하는 울음소리를 들으니까, 30명이 넘는 사무실 직원들은 모두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벌떡 일어나서 그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한참을 바닥에 앉아 흐트러진 모습으로 울던 여선생님은 교사임용 파트의 사무관님이 달래고, 차를 한잔 주면서 진정시키니까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떠났습니다. "소란을 피워서 죄송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총총걸음으로 떠나는 뒷모습이 남의 일같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사정을 들어보니까, 그때의 임용고시 시험까지 총 6번 낙방을 하였다고 합니다. 30대 초반의 여선생님이 들려준 사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결혼도 해야하는데 결혼비용도 마련하지 못했고, 지금까지 부모님 눈치보면서 돈도 벌지 못하고 오직 청춘을 불살라서 임용고시에 매달렸지만, 이번에도 불합격의 쓴잔을 마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대체 자신의 점수가 어느 정도이기에 떨어졌는지 답답해서 알아보려고 왔다가, 너무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에서 그자리에 그냥 주저 앉아 울었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 커트라인에서 불과 0.1차이로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서러움의 눈물을 왈칵 쏟았던 것같습니다.
신규교사 임용고시의 성적 분포는 정말로 '합격과 불합격의 실력 차이'가 도토리키재기인 것같습니다. 흔히 인용하는 속담의 '백짓장 한장 차이가 아닌, 반의 반장 차이'정도로 운명이 갈리는 것같습니다. 합격자는 62세까지 평생 직장이 보장되지만, 불합격하면
또다시 1년을 준비해야 하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합니다.
지금도 노량진 학원가에서 내일의 교사를 꿈꾸며, 컵밥과 눈물젖은 빵을 먹고 결의를 다지는 많은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있을 것입니다. 열공하고 계시는 예비교사들을 응원하며 내년 시험에서는 꼭 합격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교육전문직시험 합격과 불합격의 차이도 실력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후문입니다. 이번 2019년 교육전문직 공개경쟁 선발시험에서 토요전학공 선생님들 중에 1차 시험에 합격하고 최종 발표에서 탈락한 대여섯명의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한동안 불합격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약 2개월 동안 속된 표현으로 맨붕상태에서 여름방학을 보냈다고 합니다.
일일이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다시 마음을 추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안부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조금더 회복시간이 필요하며 아직 권토중래라는 표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분들이 자신의 불합격 원인을 분석해서 대비하고자, 담당 부서에 전화를 하였더니 대부분 1차 시험 결과가 '합격-불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라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1차 지필평가에서 1교시, 2교시, 3교시 시험 점수가 끝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인 것같습니다. 2차 심층면접과 집단 정책토의는 거의 실력이 엇비슷해서 점수차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뉘앙스를 느꼈습니다. 1차 점수가 45점, 2차 점수가 55점이지만 결국 최종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1차 시험 결과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여기 제가 교육전문직시험을 준비하는 교사들에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충고가 있습니다. '자극을 받고, 동기부여가 되고 충격을 받아서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하라'는 의미에서 다소 거친 표현도 있지만, 가슴에 새겨 기억하라는 의미로 서술하였습니다(아래 진술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견해임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불합격자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우선 기본적으로 학습량이 적고,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변명하고, 자기방어적 태도로 '공부 안한 것'을 자기합리화하는 교사들이다. 한마디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요령만 피우며 말로만 공부한다고 하면서,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태도의 교사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 이리 빼고 저리 빼면서 자기가 쓴 답안을 잘 보여주지 않고, ‘아직 너무 부족하고 창피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정도가 아니다.’는 생각으로 자꾸 두더지처럼 숨으려하고, 감추려는 태도의 소극적인 교사가 이에 해당한다. 조금 부족해도 창피를 무릅쓰고 당당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발전하는 모습,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교사의 태도와 정반대의 행동을 하면 거의 100% 불합격한다.
셋째, 어떤 경우도 손해보지 않고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얌체의 태도를 가지면 동료교사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온라인 평가에서 탈락한다.
넷째, 종잡을 수 없이 불규칙적으로 공부하거나 스터디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사가 이에 해당한다. 매주 토요전학공을 함께 진행하다보면, 항상 지각하는 유형, 열심히 학습준비를 도와주지 않는 유형, 눈치보며 왔다갔다하면서 불규칙적으로 참여하는 유형, 자기자신의 정보는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자료나 경험(노하우)만 공유하려는 태도의 유형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다섯째, 속된 표현으로 '무식하게 공부하지 않는 교사'가 이에 해당한다. ‘적당히 공부하다가 안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합격의 목표의식을 잃은 교사,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려는 '요령껏 공부를 하려는 교사' 등이 이에 속한다.
여섯째, 자기 자신의 머리만 믿고 공부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의 유형이다. 공부를 제일 많이 하고, 오랫동안 “혁신교육정책”에 대한 학습량이 제일 많은 교사가 합격한다는 사실을 잊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교육전문직시험은 ‘제일 학습량이 많은 교사, 인성이 좋고 인품이 훌륭한 교사, 소통과 협력을 잘하는 교사, 자기 헌신과 봉사의 태도과 체질화된 교사’가 합격할 수 있도록 시험제도가 바뀌었다.
이제는 남들과 소통을 못하는 교사와 공부를 꾸준히 지속적으로 하지 않는 교사, ‘항상 손해보는 선택을 하면서 베풀고 양보하는 태도가 내면화’되지 않으면, 교육전문직시험에서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
업무로 인한 갈등을 겪었던 교사가 있거나, 언쟁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교사가 있다면 “온라인 동료평가”에서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학습면에서는 무식한 공부, 꾸준한 공부, 단 1초라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공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교육감님이 어느 포럼에서 무슨 말씀을 하였지?’하면서 핸드폰을 검색해야 한다. 교육감님의 발언을 한마디한마디 놓치지 않고 바이블처럼 되새기며, 정책논술과 기획평가로 연결시키는 발빠른 응용력도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첫댓글 늘 좋은 글 감사드려요~교장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니 저의 처지가 이입되어 울컥합니다. 다 제가 열심히 하지 않은 탓이려니, 반성하고 위로받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