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받지 못한 사랑, 동성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관과 인생관이 많이 바뀌게 마련이다.
평생을 어린시절 지니고 있던 가치관에 머물러 있다면 성장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흑백의 논리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인생이 흑백논리처럼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을 흑백의 논리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어린시절 받았던 일방적인 교육의 영향으로 우리는 자신과 조금 다른 존재에 대해 선입관을 가진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선입관에 의해 낙인이 찍혀 사회에서 영원히 배제된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세상 모든 사랑은 남자와 여자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의 사랑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단지 사회적 규범에 의해 어두운 운명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아직도 고지식한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동성애의 가치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한 것 같다.
자신의 진정한 삶을 얻기 위해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천형처럼 앓고 있는 그들의 아픔이 이제 밖으로 표출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들의 사랑이 평범하다고 할 수 없지만 결혼은 남녀가 하는 것이라는 가치관에 매달려 그들의 사랑을 폄하시킨 것은 아닌지. 세상을 좀 더 넓게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장 브록 (Jean Broc, French, 1771-1850) [히야킨토스의 죽음] Death of Hyacinth,
salon of 1801, oil on canvas,Musée des Beaux-Arts at Poitiers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그림 속에 동성애가 등장한 것처럼 동성애는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름다운 미소년을 사랑하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중세에는 종교적·정치적·도덕적 이유로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19세기에 들어와서야 성의 정체성에 관심을 가진 과학자들이 늘어나면서 동성애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Hyacinth is the figure on the left of the frame being supported by his lover Apollo - the discus may be seen in the bottom left.
중세 이후 종교적인 이유로 노골적인 동성간의 사랑을 그릴 수 없었던 화가들은 신화를 빌려서 간접적으로 동성애를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장 브록(1780~1850)의 <히야킨토스의 죽음>에서도 동성애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태양의 신 아폴론은 스파르타의 왕자인 아름다운 미소년 히야킨토스를 사랑했다.
아폴론은 이 미소년을 너무 사랑해 사냥할 때나 운동할 때나 소풍 갈 때 어디든지 데리고 다녔다.
어느 날 이 두 사람은 원반 던지기를 했다.
이때 히야킨토스를 짝사랑 하던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두 사람을 질투해 바람의 방향을 바꾸어 아폴론이 던진 원반이 히야킨토스의 얼굴에 정확하게 꽂히게 만든다. 히야킨토스를 끌어안은 아폴론은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이미 원반을 이마에 맞은 히야킨토스의 상처는 치명적이어서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만다.
아폴론은 탄식을 하면서 “언젠가 때가 오면, 이 용감한 영웅은 똑같은 이름의 꽃으로 다시 태어나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 히아신스다.
장 브록은 그리스 신화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동성애를 표현할 수 있었던 이야기인 히야킨토스를 부축하는 아폴론을 화폭에 담아내면서 남자들끼리의 자연스러운 성 접촉을 묘사했다.
구스타프 쿠르베 (Gustave Courbet, 1819-1877)[잠]The Sleepers.1866, Oil on canvas.Musée du Petit Palais, Paris.
남자들의 동성애를 표현한 역사가 고대 그리스 시대 부터였다면 여자들의 동성애가 표현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이후 부터다.
그러나 여자들의 동성애를 주제로 한 작품이 다루어지게 된 것은 남자들의 관음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남자들의 색다른 성적 만족을 위해 화가들은 그림 속에서 그들을 다룰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남자들의 동성애와 다르게 여자들의 동성애는 그리 질타를 받지 않았다.
여성은 사회적으로 장식품적인 존재였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순수하게 보았다.
여성 동성애의 대표적인 작품이 구스타프 쿠르베 (1819∼1877)의 <잠>이다. 쿠르베는 이 주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잠에 빠져 엉켜있는 두 여인은 분명 레즈비언 커플이다.
흐트러진 머리, 침대 위에 떨어진 장신구는 두 여인의 사랑이 막 끝났음을 알려주고 있다.
쿠르베는 이 작품을 대중들에게 공개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대담하게 동성애를 표현했다.
쿠르베는 레즈비언 커플을 그리면서 신화나 전설을 빌려오지 않고 적나라하게 그렸는데 그것은 모든 그림은 사실적으로 그려야 한다는 그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이 작품은 1866년 터키 제국의 대사이자 미술애호가였던 칼릴 베이의 주문에 의해 제작되었다.
동성애가 당시 문학 작품 속에서는 자주 다루어졌지만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는 사회적으로 제약이 많았다. 베이는 에로틱한 그림을 좋아해 그런 그림들을 수집했고 자신의 취향에 맞추어 그림을 의뢰하기도 했다.
귀스타브 쿠르베, '여인과 앵무새'(조안나 히퍼넌을 모델로 그린 또 다른 작품)
첫댓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시대와 맞춰가는 사람들과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 시대에 뒤떨어져가는 사람들로 구분된다.
그러나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들이 인류의 역사를 만들고
거대한 재산을 축척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고 있다.
예컨대 세계 상위 1%가 지구상 80억 인구의 자산의 50%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인간의 사랑도 그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