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롱, Season4] #1. 누구나 일할 능력이 있다 with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 살롱 스케치: 시즌 4 / 디웰 살롱
2015.09.0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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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살롱
[세상을 1%씩 바꾸는 사람들]
<누구나 일할 능력이 있다>
이진희 베어베터 공동대표
어느덧 9월, 시즌 4 <세상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 첫 번째 1%살롱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1% 살롱은 이진희 베어베터 대표님과 함께 하였는데요. 베어베터는 100인 이상 법인사업장의 장애인 의무 고용법을 역발상으로 접근하여 연 매출 40억, 전체 직원 중 80%의 장애사원이 함께 일하는 회사로 성장하고 있는 곳입니다. 빵과 커피, 인쇄, 제본 사업을 통하여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미션으로 하고 있는 회사베어베터! 이진희 대표님의 개인적인 철학과 베어베터 설립 이야기가 매우 궁금하였는데요.
큰 기대를 안고 '누구나 일 할 능력이 있다' 1% 살롱 #1 시작합니다!
Q. 베어베터를 창업하시기 전 이진희 대표님의 과거가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떤 삶을 살아오셨나요?
저는 어렸을 때 고무줄 놀이도 잘 못하는 모범생이었어요. 겁이 많아서 꼭 숙제를 해가는 학생이었지요. 그렇게 20살 되기 전까지 모범 학생으로 지내다가, 대학에 다니면서 바뀌었어요.
학업보다 사회운동을 열심히 하게 되었는데, 사회운동을 했던 그 경험이 저에게 지금까지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경제악 전공이었는데 너무 운동만 했기 때문에 경제학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비로소 경제학을 배웠어요. 그렇게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다보니 '아, 내가 평생 공부할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대학원 논문을 마치고 사회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직장은 경제연구소였고,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애널리스트가 되었어요. 그러던 중 둘째를 낳고 경력단절여성이 되었죠. 그 둘째 아이가 30개월때 자폐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아이 돌보는데만 전념했어요.
아이가 유치원에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잠시 여유가 생겨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일을 했던 회사는 글로벌 인사 컨설팅 회사였습니다. 입사 했을 당시 인사컨설팅을 잘 모르는 상태였지만 그곳에서 일을 열심히 하다가 결국 풀타임 잡으로 일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7년을 근무하면서 NHN을 고객으로 컨설팅하다가 NHN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둘째 아이의 장애를 알고 나서부터 막연하게 '나중에 이런 아이들을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가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을 계속 했었어요. 그리고 NHN에 다닐 당시 더 이상 생각했던 일을 미룰 수 없다고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자페인사랑협회를 찾아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탐색을 하는 기간을 가졌습니다. 중증자폐인을 위한 단기보호센터를 만들면서 NHN에서 저의 상사였던 김정호대표의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그 때 김정호대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김정호 대표가 '발달장애인에게 대학 장학금을 줄까' 하는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단호하게 대답했죠. '이 분들에게 대학은 의미가 없다. 대학이 이들의 인생을 바꾸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일자리가 없는 것이 가장 문제다' 라고요.
김정호 대표는 이 이야기를 듣고 그럼 이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어요. 그렇게 베어베터는 시작하게 되었어요.
Q. NHN에서 인사 관련 업무 경험이 현재 베어베터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있었나요?
인사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프로세스 분석, 직무를 쪼개고 분석하는 일을 늘 했었지요. 이러한 경험으로 베어베터에서 장애사원이 쉽게 일 할 수 있도록 업무 수행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업무를 쪼개는 등의 직무재설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NHN에서는 인사 전략 수립, 임원 임사 등의 업무를 주로 했는데 경영자의 입장에서 회사를 보는 경험이 되었어요. 생각해보면 인사 업무를 했을 당시 배웠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이죠.
Q. 베어베터는 어떤 회사인가요?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회사,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저희가 연계고용이라는 장애인 고용제도를 활용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자세히 설명하자면, 장애인 고용의무가 있는 회사가 장애인 고용을 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야하는데, 대신 장애인표준사업장과 거래를 하면 거래금액의 50%까지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감면을 받는 제도입니다. 즉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다하지 못해 과태료를 내는 회사들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명함, 꽃, 팸플릿, 커피원두 등을 베어베터에서 구입하면 과태료를 줄일 수 있고, 기업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절반 가격에 구매하는 셈인 것이죠.
예를 들어, 저희는 기업 사원 교육 자료나 명함을 인쇄하고, 직원의 경조사에 근조환을 배달하고, 사내 카페를 위탁 운영하는 등의 일을 합니다. 연계고용을 위해 기업이 우리에게 구매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계속 찾다보니 다양한 사업을 하게 되었어요. 네이버에는 층마다 직원들이 공짜 커피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거기에 커피를 공급하기 위해 로스팅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IT회사는 아침에 직원들에게 조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곳에 빵을 공급하기 위해서 제과를 하게 되었어요. 사내카페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연계고용이 가능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9월 2일자로 128명의 발달장애사원이 있고, 그 외에 25명의 비장애사원이 근무하고 있어요. 직원의 80%정도가 장애사원이에요. 장애사원 중 가장 많은 수가 하는 일이 배송인데요. 자기가 선호하는 일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희망한다고 당연히 업무를 할 수 있는게 아니라 능력도 있어야 가능해요. 배송 외에 다른 일은 손을 많이 써야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배송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혼자서도 출퇴근할 수 있어야지 저희 면접을 볼 수 있어요.
Q.발달장애인이 다른 장애인들의 비해 고용률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고용통계를 보면 전국민 고용율이 60%이고, 중증장애인은 23%, 경중장애인은 43%, 자폐나 지적장애는 통계가 정확히 나오지 않아요. 개인근로소득으로 보았을 때 장애전체 개인근로소득은 월 30-40만원, 자폐성장애는 그것의 1/100 정도에요. 고용자체가 쉽지 않고 고용이 되더라도 임금이 낮은 상태이죠.
지적장애인은 학습이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직에서 경쟁적인 조건으로 일을 하라는 것은 사실 일을 제대로 하지 말라는 것과 같아요. 또한 자폐성장애인은 특히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을 예로 들자면, "밥 먹으러 갈 시간~"이러면 자폐성 장애인은 같이 밥 먹자는 뜻으로 이해하지 못해요.. "지금 점심시간인데 나랑 밥먹으러 가자"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야 동료들이 이해할수 있어요. 사회성이 부족하여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는 점 때문에 이 친구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높더라도 그것이 발현될 수 있는 기회를 축소시키기도 해요. 혹은 아무리 우수해도 사회성이 주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이 친구들의 장애 특성에 맞게 업무를 나누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특성에 맞게 업무를 구조화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또 그 친구들이 일할 수 있는 관리환경이 만들어져 있지 않으면 이 친구들에게 일을 주기가 쉽지 않아요. 일반적인 기업에서 이런 시설을 준비하는 것이 어렵고 낮은 생산성에 고비용 구조가 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에 베어베터를 시작할 때 저희는 장애사원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발달장애 중심의 회사 운영 틀을 먼저 만들었고, 그 후에 기능전문가가 장애사원에 맞춰서 일하는 방식을 점차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Q. 중증장애인의 고용문제 경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에요. 저희 회사는 기본적으로 근무하는 시간이 4시간이에요. 하루 4시간 일하면 최저임금이 58만원 정도인데 이 정도로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던지시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발달장애사원들은 8시간 일을 하기 힘들어요. 베어베터에서 함께 일할 수 있으려면 다음의 3가지, 일할 능력, 체력, 의지가 모두 있어야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일을 시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안 좋을 수도 있거든요. 정말 중한 발달장애인들은 신변처리 조차 혼자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사람에게 일을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돌봄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은 일을 하게끔 하는 게 좋은 것이죠.
문제는 조금 더 기회를 줘야하는 사람들,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일반고용시장에 갈 수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사람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모두 복지관이나 보호작업장에 가서 있는 것이에요. 이 분들을 받아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계약직으로 한정되어 있어요. 저희 회사가 하는 역할은 모든 발달장애인들을 고용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자기 능력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일 하는 것이에요. 저희 직원 중에 능력, 체력, 의지가 되는 13명 장애사원들은 하루 8시간 일하고 있어요. 결국 복지관에서 잘 훈련받은 사람들이 베어베터로 올 수도 있고, 그렇다면 복지관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더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또 좋은 예로 베어베터에서 2년 동안 근무했던 3명의 장애사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이 된 경우도 있어요. 이렇게 의지와 역량이 되시는 분들은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확대해가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요?
낯설면 불편하게 생각하고 무서운 게 당연하죠. 어린 친구들은 더 어리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요. 그렇지만 우리 다 같이 살아야하는 세상이기에 서로가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급해지지 않고 많이 접하고 익숙해지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알고 알고있는 한 대학생 집단은 텃밭을 통해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을 1:1로 친교를 하는 친목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시에 10개 정도 있어요. 이 친구들 대단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홍보하고 다니는데, 그런 마음이 있다면 하나를 시작해서 그것이 기반이 되어 퍼져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모여서 장애인들을 위한 사업을 하려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결국 끝까지 사업이 지속되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내 아이 중심'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기 때문에 다양한 대상에게 사업이 확장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그래서 '내 아이 중심'보다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확장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보다 소비하는 사람의 입장을 더 먼저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직업재활전문가분들은 장애에 대한 지식은 많지만 비즈니스에 대한 지식은 부족해서 기업 경영이 지속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 경영 분야를 잘 아는 전문가와 함께 사업을 이끌어가는 게 중요해요.
Q.베어베터가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나요?
저희가 따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따로 하지는 않지만, 저희 직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 하며 계속적으로 사람들에게 노출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식개선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그리고 장애사원들은 일을 하면서 굉장히 밝아지고, 당당해 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어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일을 하면서 아주 조금씩이지만 좋아지고 있는 모습이 보여요. 또한 고객사에게도 변화가 있어요. 우리 직원들이 고객사에 배달을 가면 당당하게 들어가서 명함 배송 왔다고 소리를 친다고 해요. 고객들은 처음에 그것이 당황스러웠다고 하는데, 보다 보니 그게 사무실에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어요. 그리고 자신이 속한 회사가 이런 좋은 일도 하는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고 많이 말씀하셨어요.
Q.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저희는 연계고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회사의 가장 큰 위험은 제도가 바뀌는 것이에요. 실제로 고용을 덜 하는 쪽으로 제도가 바뀐 적이 있었어요. 그 때가 제일 힘들었죠. 정책 당국에서는 장애인을 대기업이 직접 고용하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연계 고용 제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직접 고용이 가져다 주는 이점이 분명히 있지만, 이 제도 안에서 계속 소외될 수밖에 없는 중증장애인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런 사람들은 간접 고용이라는 방식마저 없으면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것이죠.
Q. 이진희 대표님의 개인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베어베터도 계획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느닷없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제가 미래를 이야기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인 욕심은 오래가는 회사였으면 좋겠고, 어떤 일을 하든지 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Q.이진희 대표님이 생각하는 체인지메이커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게 체인지메이킹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아마, 내가 세상을 바꿀 거야, 라고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그게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니까요. 나에게 필요하고 나에게 확실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면, 그것이 물결처럼 퍼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낯설면 불편하게 생각하고 무서운 게 당연하다'라는 말대로 우리가 가진 편견은 어쩌면 잘 알지 못하고, 익숙하지 못해서 생겨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서로 다르다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조금 더 가까이 마주치고 서로를 알아간다면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 앞으로 9월~12월 동안 계속 진행되는 시즌 4 프로그램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 보아요.
[Season 4 - : '세상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