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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형광등♬( gudrhkdemd-_-v@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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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등이는 아직 2학년 이랍니다, 수능 보지 않았어요,.ㅜ_ㅜ;;
이제 부터 수능 준비로 집에 귀가 시간이 12시라는 뜻이랍니다. 허허허
※에고이스트 로맨스(Egoist Romance)※ 51
"오늘 스케줄은 팬사인회랑 라디오 밖에 없어요, 그런데 왜요?"
"약속을 잡아야 할 일이 있어서..아무튼 땡큐!"
아침부터 다짜고짜 나에게 와서 평소에 궁금해 하지도 않던 스케줄을 물어 보는 용범 오빠.
내가 이유를 물어 보자, 더이상 묻지 말라는 듯이 말 끝을 흐리면서 뒷통수를 긁적인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캐물어 보려고 했지만 괜한 참견 같아 입을 다물었다.
커다란 서점에서 팬사인회를 하면 이 놈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 쪼가리를 받으려고
오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거기에 놓으면 안 되지!! 옆에, 옆에!"
"알았어, 좀 조용히 해 봐!"
"이번에도 지면 레벨 또 떨어지니까 그렇지! 형이 지금 다 떨어 트려 놨잖어!"
"한 번 진 것 가지고 엄청 그런다, 최달구씨."
아침부터 일어나 컴퓨터 앞에 붙어서 테트리스를 하고 있는 니야와 달현이.
이리저리 키보드를 누르며 꽥꽥 소리를 지르는 니야,
니야가 하고 있는 게임의 아이디가 달현이 것인지 지려고 할 때마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키보드를 빼앗으려고 하는 달현이.
주말마다 오는 가정부 아줌마가 만들어 준 밑반찬을 식탁에 차려 놓고,
밥을 푸려고 하는데 '으악' 하는 고함 소리에 놀라 거실로 뛰어 나갔다.
"무슨 일이야?!"
"봉팔이 형이 레벨 떨어 트렸어! 내가 어떻게 올린 건데!!!"
"기다려봐!! 이 자식들 죽었다!"
"뭐하는 거야!!! 거기에 그런 말 쓰면 신고 당한 단 말야!"
"이게 뭐가 어때서!!!"
"뭐가 어떠긴 어때!! 19살 먹어서 그런 말 쓰고 싶어!?"
뭔지 궁금해서 주걱을 든 채로 두 남자에게 다가갔고,
달현이가 잘 내지 않는 성질을 내며 가리킨 곳을 보았다.
테트리스 게임 창에서 오른 쪽에 조그만한 채팅창에 써져 있는 글귀.
최강달구 : 기다려라 좆밥들아!! 이제 실력 발휘 할 꺼당ㅋㅋㅋ
최강달구라면 달현인 거고,
달현이는 니야가 채팅 창에 이런 말을 써서 그런 건가 보다.
달현이에게 등을 얻어 맞으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당당히 써 내려가는 니야.
어이가 없어서 바라보고 있는데, 결국 신고 당할 것을 두려워 한 달현이는 내 손에 들려 있던
주걱을 빼앗아 니야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안 나오면 이걸로 머리 때린다!"
"너한테 맞는 한이 있어도 이 놈들을 이기고 말 거다!!"
"그러다가 신고 당하면 게임 못한 단 말야!!"
"새로 아이디 만들면 되잖아!"
"여기까지 어떻게 올린 건데!! 미쳤어?!"
"달구 흥분 했네! 하지만 난 못 비켜!!"
"이 바보같은 승부욕!!"
결국 달현이는 포기 했는지 손톱을 불어 뜯으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신나는 배경음악과 함께 뿅뿅 거리며 빠르게 내려가는 블럭들을 보고 있던 나도
어느 새 의자를 가져와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게 되었다.
어쩜 그렇게 손가락이 빠른지 평소에 베이스를 튕기는 길고 긴 손가락이
춤을 추듯이 요리조리 키보드를 두드린다.
우리 애들 중에서 칼 잘쓰는 애가 니야만큼 손가락이 빠를까?
아니야 전직 소매치기 했던 애를 알아 봐야 할까? 궁금해 죽겠다.
과연 니야보다 빠를까?!
한참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데 팡파레 소리와 함께 니야의 환호성이 들렸다.
깜짝 놀라서 모니터를 바라보자 1등 자리에는 최강달구라는 아이디가 적혀 있었고,
니야는 환호성을 지르다 말고 또 다시 빠르게 손가락을 놀렸다.
최강달구 : 으하하하! 거 봐! 내가 한다면 한다니까!! 내 실력 봤지? 그러니까 까불지 마셈!
빠른 손놀림과 함께 엔터키를 누른 니야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달현이가 신고당할 것을 우려하며 말리는 대도 손가락을 놀리던 니야는 갑자기 뜨는 창에 의해
거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투표로 인해 방에서 퇴장당하셨습니다.]
"으아아악!! 이 자식들이 감히 강퇴를 시켜?!!"
모니터를 부쉴 듯이 바라보며 소릴 치는 니야의 모습에
달현이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원숭이 같아' 라는 말과 함께 배를 잡았다.
니야 때문에 한참을 웃고 있다가 갑자기 들리는 카이의 목소리 때문에
고갤 돌려 쇼파 쪽을 바라보았다.
"어? 누나 나온다!"
자고 일어나 까치집이 된 머리로 제대로 뜨지도 못한 눈을 하곤 티비를 보는 카이.
카이의 말에 자연스럽게 시선은 티비 쪽으로 향했다.
켜져 있는 티비에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환한 미소를 띄고 있는 남미소가 나왔다.
다시 시선을 돌리자, 카이 옆에는 리모컨을 들고 쇼파에 앉아 있는 반세륜이 보였다.
아직 스케줄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
평소에 아침 잠이 많은 반세륜이 일어난 걸 보면 이걸 보려고 한 거겠지.
남미소의 인터뷰가 끝이 나자마자 미련 없다는 듯이 쇼파에서 일어선 반세륜은
곧 바로 욕실로 향한다.
카이는 아직 졸린지 쇼파에 누워 퉁퉁 부운 눈으로 나를 향해 베시시 눈웃음을 친다.
"여보오오~"
"응?"
"자꾸 여보만 보면 커피가 생각나."
"무슨 소리야?"
"으음..향을 맡고 있으면 먹고 싶어서 죽을 것 같거든..근데 한 모금 마셔보면 삼킬 수가 없어.."
"..."
"너무너무너무너무 써서..으히히히..카이는 쓴 거를 못 먹거든요오"
잠꼬대를 하는 건지, 맨 정신으로 하는 소린지 구분을 할 수 없어서
나는 달현이에게서 받은 밥 주걱으로 카이의 이마를 딱 하고 가볍게 내려 쳤다.
그러자 금새 울상이 된 얼굴을 한 카이는 손으로 이마를 만지며 칭얼거린다.
"아프잖아, 히잉.."
"그럼 커피 말고 아이스크림을 드시던가요, 카이군."
"그러니까아! 나는!!"
"쉿, 빨리 눈꼽 떼고 밥이나 먹어!"
반박을 하려던 카이의 말을 잘라 먹은 나는 카이를 끌어 부엌으로 보냈다.
조분조분 꿈을 꾸듯이 말하는 카이의 몽롱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들으면,
말하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것 같았다.
나는 냉정한 사람이니까 상처주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왠지 카이에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벌 받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최대한 강아지가 할 수 있을 만큼 따스하게 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으라챠챠챠, 나도 밥이나 먹으러 가야지!"
그제서야 컴퓨터 앞에서 일어난 니야는 기지개와 함께 부엌으로 향한다.
남겨진 달현이는 컴퓨터를 끄고는 자신의 밥 보다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기 바쁘다.
문득 몇 일전에 반세륜이 했던 말과 어제 남미소가 나에게 했던 말이 스친다.
사귀는 사이란 걸 숨기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반세륜을 외국으로 데려 가겠다는 것..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고, 동시에 가슴이 답답해 진다.
회사에 갔을 때, 매니저 아저씨에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결국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일단 나는 오늘 반세륜한테 어제 뺏긴 라이터를 받아야 한다!
"누나, 전화 왔어."
"아?! 그래, 고마워."
나에게 핸드폰을 건내고는 주방으로 향하는 달현이에게 웃어 보였다.
이런 시간에 전화할 사람은 진환이 밖에 없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베란다로 나가 문을 닫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일어 나셨습니까?]
"응, 너도 꽤 일찍 일어 났네?"
[아침에 이런 말씀 드리기 곤란하지만..]
"니가 언제부터 그런거 따졌다고 그래, 답답하게 굴지 말고 후딱 말해."
[이 주변 일대가 하나하나 정동석에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후암, 우리 쪽 피해는?"
[이상한 건, 우리 쪽은 하나도 건들지 않고 주변 지역만 먹어가고 있는 다는 점입니다.]
"꽤 지루하게 노는 놈이네..알았어, 오늘 스케줄 별로 없으니까 거기 갈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무거운 이야기를 건낼 때, 항상 나타나는 딱딱한 목소리의 진환이에게
과장된 목소리로 짜증난다는 듯이 태연하게 굴었다.
오버스러운 하품 연기 까지 하고 말았다.
내가 정동석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다.
나는 이래 뵈도 한 조직의 보스니까 나약함을 절대로 드러내선 안되는 존재니까.
씁쓸하고 골치 아픈 머리 때문에 자연스럽게 담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려다가 허전한 느낌 때문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망할 반세륜.
"바보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 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네."
"뭐?!"
"어제 내가 한 말이 우습게 들렸냐?"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내 손에 들린 담배를 한 손으로 부수며 꽤 위협적인 목소리로 읇조리는 반세륜.
그런 반세륜의 눈빛 때문에 아침부터 소란 피우지 말자는 심정으로 한숨을 쉬며
시선을 돌려 자그만한 정원을 바라보았다.
숙소가 밝혀 진 건지 얼마 전 부터 계속해서 담 넘어로 팬레터가 넘어 온다.
잔디에는 각양 각색의 편지들과 선물들이 놓여져 있고, 덕분에 내 일거리만 늘어 났다.
이 놈의 소속사는 비밀 보장이라는게 제대로 되고 있긴 한 거야?!
제대로 잠을 못 자, 뻐근해진 눈 때문에 한 동안 눈을 감고 있다가
라이터를 받아야 겠다는 생각에 반세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울리지도 않게 무슨 책이야."
"이래 뵈도 다독자야."
"웃기시네."
"누구처럼 담배도 안피고, 누구처럼 왠만해선 술도 잘 안 마시지만 술은 쎄.."
"누구처럼 싸움은 하잖아."
"하지만 싸움을 밥 먹듯이 하는 누구보다는 더 잘해, 완벽한 남자거든"
"하하, 글쎄.."
뿔테 안경을 쓰고는 두툼한 책을 들고 있는 반세륜은 나에게 거만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래, 너 잘났다.
니가 세상에서 제일 잘나신 분인지 매번 까먹어서 문제네.
완벽한 남자라는 말에 분하게도 수긍이 가서 이를 부득 갈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골똘히 생각하다가 반세륜을 노려보며 말했다.
"한가지 부족하네, 성질머리! 신께서는 공평하게도 너한테 성격장애라는 고질병을 안겨주셨어."
"그래?"
"응, 그건 현대의학으로도 고쳐지기 힘든 병이잖아."
"현대의학으로 고치긴 힘들어도 다른 완벽한 것들이 커버해 줘서 아무 문제 없더라고,
아무리 싸가지 없이 굴어도 내 미소 한 방이면 만사 오케이 거든."
"너 오늘따라 더 재수 없다?"
"오늘따라 더 멋진 거 겠지."
우욱! 성질이 솓구치며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그런 나에게 더욱더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게 책을 넘기는 반세륜의 행동.
일부러 나를 도발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무슨 짜증나는 일이 있어서 나한테 스트레스를 푸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당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무척 짜증 난다.
지는 걸 싫어하는 이 강아지님을 누르다니!! 악악악악!!!
짜증이 나서 입술을 씹고 있는데 나즈막히 반세륜의 장난끼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할 말 있으면 해, 애꿋은 입술 물어 뜯지 말고."
"미친, 너는 그런 소리 까지 들리냐?"
"할 말 하기전에 험악한 입부터 고쳐."
"니가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명령 할 권한따윈 없는 것 같은데."
"..그런가?"
재수없이 킥킥 거리면서 '그런가?' 라고 뜻 모를 말을 지껄이는 반세륜의 행동에
발끈한 나는 당장 라이터 내놓으라고 소릴 치려고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이!!!..아오.."
때 마침 울린 반세륜의 핸드폰 때문에 막혔지만...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저런 놈한테 휘둘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분해서 더욱더 입술을 깨물고 있는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갈구며 재수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반세륜의 표정이
풀리며 은은한 미소를 짓는다.
분명히 남미소에게서 온 전화 겠지.
"그래, 봤어..얼굴이 빵빵해서 티비를 가득 채우더라."
밉상스러운 말을 하면서도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에
울컥하고 짜증이 밀려와서 감정을 주체 할 수 없다.
내가 뭐 때문에 이런 놈한테 이렇게 차별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거지?
나는 격해져 오는 감정 때문에 입술을 뜯으며 시선을 제대로 두지 못하고 두리번 거리다가
테이블 위에 올려 둔 내 담배 곽이 보였다.
그리고 순간 적으로 반세륜에게 힘껏 내 던진 담배 곽.
정확하게 얼굴을 맞추고 싶었던 담배 곽은 어이없게도,
반세륜이 읽고 있던 책 위에 힘 없이 떨어지고 만다.
자연스럽게 반세륜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하고,
나는 폭발 할 것 같은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반세륜과 눈을 마주 쳤다.
"......뭐야..."
"너 같은 새끼가 세상에서 제일 증오스러워."
폭발하기 직전이라 잔뜩 일렁이는 목소리로 쥐어 짜내 듯 말을 하곤,
홱하고 베란다를 빠져 나왔다.
"어, 어? 아무 것도 아냐."
나가면서 들리는 반세륜의 목소리.
아무 것도 아니라는 그 말이 내 감정을 더욱 격앙되게 만든다.
분명히 증오스럽다는 말을 할 때 표정이 가관이였을 거다.
지금 미친 듯이 눈이 아프고 코 끝이 찡하다 못해 괴로울 정도니까..
"어?! 여보?!"
나를 향해 동그란 눈을 해보이는 카이를 지나쳐 곧 바로 방으로 향했다.
당장이라도 이 지옥스러운 집에서 뛰쳐나가고 싶지만 그러기엔 나에겐 족쇄와도 같은
약속이 있다.
그 약속을 오기라도 지켜낼 거다.
지켜내고 나서 당당하게 이 집을 떠날 거다, 무엇 보다도 당당하게..
나를 2년간 괴롭히던 학주에게 자퇴서를 내고 학교를 나올 때보다 더욱 당당하게..
방으로 와서 문을 잠그곤 주저 앉자 마자 눈에선 참았던 감정들이 폭발했다.
마치 그 동안 답답한 감정이 눈물을 누르기 위해 생겼던 것 처럼,
눈물이 흐르자 마자 답답한 감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눈물 때문이 아닐 지도 모른다..
이미 내 머릿 속에서는 이 감정에 대한 인식 생겼기 때문에 일 것이다.
딱 한 번 이런 감정에 대해 확신을 가져 봤었다.
딱 한 번 다른 감정을 가지고 이런 감정이라고 혼동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인식이라고는 하지만 확신이 서진 않는다.
당장이라도 클럽으로 달려가 진환이에게 모든 걸 털어 놓고 싶지만,
조직 일만으로도 벅찬 그에게 사소한 감정 때문에 어리광을 부리지 못 한다.
이미 난 그런 어리광을 피울 상대도 어느 새 사라져 버렸다.
쾅쾅쾅쾅!!
"여보오! 여보!! 어떻게 된거야?! 무슨 일 생겼어?"
"아니야..그냥, 갑자기 졸려서.."
"졸려? 여보야는 졸리면 울어?!"
"응, 나는 졸리면 울어.."
"정말?.."
"응...용범 오빠는 눈에서 땀도 흐르잖아."
"아챠쿠나! 맞어, 그렇지!"
문 너머의 카이에게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곤 무릎을 세워 얼굴을 파묻었다.
이리저리 흔들려서 미칠 것 같다.
너무 어지러워서 토할 것만 같다.
나도 기댈 곳이 필요하다.
중학교 때의 오기가 이렇게 크나 큰 아픔이 될지 상상도 못했다.
몸을 기대면 나를 우습게 여기며 밟고 올라 서려고 한다.
그게 너무 무섭다.
이제 너무 멀리 까지 와 버린 것 같아서 무섭다.
뒤를 돌아 보면 어둠 밖에 없을 것 같아, 선 뜻 돌아 볼 수 없다.
뒤는 어둠 뿐이고, 앞은 뿌연 연기 뿐이다..
"잘하는 짓이다..강아지.."
***
"일찍 끝나 셨네요?"
"으으응, 아직 스케줄 중인데 몰라 빠져 나왔어."
"그래도 되시는 거예요? 완전 농땡이네."
"어차피 걔네들은 열심히 싸인 중일 텐데 뭘~, 나 사라진 것도 모를 거야."
클럽.
싸인회로 발이 묶인 멤버들이 있는 곳에서 빠져나와 곧장 클럽으로 왔다.
언제나와 같이 말끔하게 차려입은 정장 차림을 하곤 나를 맞이하는 진환이.
일부러 힘들 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몇 배 더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나를 수상쩍은 눈으로 쳐다보는 진환이에게 '죽는다' 라는 식으로 주먹을 휘두르자
어이없다는 듯이 웃어 보인다.
"진환아~"
"네."
"진환아~"
"네."
"오진화아아아안~"
"자꾸 왜 그러십니까?!"
"나 부탁이 있는데, 하나면 들어 줘."
내 행동에 서류정리를 하고 있던 진환이는 눈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본다.
노골적으로 '왜 저래?' 라는 듯한 눈빛에 나 또한 얼굴을 찡그렸고,
덕칠이가 가져온 음료수를 들이키며 몸을 완전히 진환이에게 돌리고는 입을 열었다.
"12월 31일날, 나랑 동해 놀러 가자."
"네?!"
"그리고 한 밤 자고 1월 1일날 해 보고 오자."
"뜬금없이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알았지, 약속이다!"
"숙박비랑 교통비, 식사비는요?"
"당연하게 니가 내는 거지!!"
내 말의 의도를 알수 없다는 듯이 고갤 흔들다가 결국 고갤 끄덕였다.
새로 뜨는 해를 보고, 에고이스트와의 모든 걸 떨쳐 버리고 새 삶을 살아 가는 거다!
나에게 있어 마지막 방어벽을 하나 만들어 둔 나는 뿌듯한 마음에 음료수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들이켰다.
그런 내 행동에 고갤 갸웃 거리는 진환이는 한숨과 함께 시선을 돌린다.
새로운 해가 떠오르면 내 마음 속에서 모든게 사라졌으면..
에고이스트도 숙소 생활도, 그리고 미련 맞은 이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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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또와-유나연재
[연애소설연재]
※에고이스트 로맨스(Egoist Romance)※ 51
형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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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1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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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오랫동안 기다렸답니다 이전편도 너무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