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을수록 기억력, 주의력, 언어능력, 판단력 등이 떨어진다.
흔히 나이 먹으면 ‘건망증’이 생기는데 그 정도가 심한듯하여 내자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종합병원에 갔다.
뇌신경계통을 검사 받았다. 다양한 설문조사를 받으며 뇌 검사를 위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과정을 거쳤다.
검사결과 괜찮다 한다. 전문의사 말에 의하면 직접 치매가 올수도 있으나 경도인지장해가 오는 경우가 많으니
격년으로 검사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경도 인지장애가 오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정상인의 경우 매년 1~2%가 치매로 진행하는데 비해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환자는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한다고 한다. 약 80%의 환자가 6년 안에 치매에 걸린다한다.
치매와 관련하여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씨의 글 ‘냉동실에 ‘빤쓰’를 넣었다’ 글이 흥미롭다.
> 자꾸 까먹는다. 글을 쓸 때, 사람 이름이나 개념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을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 경험한 '냉동실의 빤쓰'는 진짜 최악이다.
세탁기에 넣는다는 것을 냉동실에 넣어 둔 것이다. 언제 넣었는지 전혀 기억도 없다. 아내가 발견했다.
아내는 2주일에 한 번 정도 내려와 '현미밥'을 끼니별로 냉장고에 넣어둔다. 당뇨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냉동실에 '빤쓰'를 넣어 뒀다는 거다. 아, 냉장고와 세탁기의 공통점은 '문을 연다,
넣는다, 문을 닫는다.'가 전부다. 환장한다.
> 자연에 '직선'은 없다! 섬은 '곡선'이다! 요즘 섬의 '미역창고(美力創考)' 공사 때문에 자주 배를 타며
얻은 메타 인지적 통찰이다. 모더니티(근대화 modernity)의 가장 큰 오류는 '직선'에 대한 과도한 신념 이었다.
시작은 철도였다. 산에 막히면 터널을 만들어 뚫고, 계곡이나 강으로 끊기면 다리를 만들었다.
직선'의 철도를 만들면서 인간은 스스로 신(神)이 되었다.
이제 강물 옆으로, 계곡을 돌아 나가던 아주 오래된 길도 '직선'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다. 독일어로 고속도로를 뜻하는 '아우토반(Autobahn)'은 철도의 '아이젠반(Eisenbahn)'에서 가져왔다.
' 직선의 길'이란 뜻이다.
> 철도에서 시작된 '직선의 모더니티'는 이후 인간의 주거 공간으로 옮아왔다.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바로 이 '직선의 건축'이 가장 경제적으로, 그리고 가장 폭력적으로 실현된 형태다.
> 우리는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난 서구의 모더니티(근대화)를 수십 년 만에 해치웠다.
대한민국은 '직선의 모더니티'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잘 실천한 나라다.
'안 되면 되게 하라!'고 했고,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더 이상 '직선의 시대'가 아니다.
자연을 지배하려고 만들어 놓은 '직선'은 재앙처럼 우리 후손에게 전해진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들의 근원에는 바로 이 '직선의 모더니티'가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 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견디기 힘든 계층 간, 세대 간 대립 또한 직선의 압축적 성장이 남겨놓은 모순이다.
> 섬의 내 미역창고에 가려면 그야말로 산 넘고 물을 건너야 한다. 섬에 다리가 놓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그러나 섬에 다리가 놓이면 더 이상 섬이 아니다. 다리는 그저 익숙한 '직선의 유혹'일 따름이다.
내가 섬에 들어서는 순간 그토록 마음이 평온해지는 이유는 섬의 '착한 곡선' 때문이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나를 괴롭혔던 모든 문제가 바로 이 '직선'과 관계되었음을 깨닫는다.
참 치열하게 살았다. 부딪히면 뚫었다. 안 되면 되게 했다. 무슨 일이든 맡기면 해냈다.
그러나 내 직선적 행위가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줄은 전혀 몰랐다. 내가 타인에게 입힌 상처는 어느 순간 내 상처로 돌아왔다.
> 이제는 좀 천천히 가도 된다. '직선의 모더니티'는 평균 수명이 채 50세도 안 되던 시절의 이데올로기 다.
빨리 죽으니, 서둘러 가야 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재수 없으면(?) 백 살까지 산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에는 '하면 된다'가 아니다.
되면 하는 거다! 구불구불 돌아가며 살아야 동화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거다. 부딪히면 돌아가는 '곡선'을 심리학적으로는
'관대함'이라 한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가장 못하는 거다.
> 그나저나 꽁꽁 얼어붙은 '빤쓰'는 참으로 설명이 어렵다. 많이 걱정된다. (김정운)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 우리는 수백 년에 걸쳐 일어난 서구의 근대화를 단기간에 해치웠다.
우리는 근대화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잘 실천한 나라이다.
앞으로 변화의 속도는 어느 때보다 더 빠르게 올 것이라 한다.
스마트 폰 확산으로 수십억 인구가 손가락으로 이루어 내는 협력 결과는 세상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변화 시키고 있다.
미래학자 풀러는 지식의 총량이 10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왔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1900년대부터는 25년으로
현재는 13개월로 그 주기가 단축되었다 한다. 2030년이 되면 지식의 총량은 3일마다 두 배씩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
이른바 지식의 빅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하나를 얻었으면 하나를 잃게 마련이다.
근대화 및 산업화로 그동안 살기 편해졌으나 그 대신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
온난화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환경훼손으로 큰 재앙이 닥쳐올지 모른다.
필자는 자연을 지배하려고 만들어 놓은 '빠른 직선'은 재앙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하였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들의 근원에는 바로 이 '직선의 모더니티'가 숨겨져 있다 하였다.
천천히 가자.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닌 듯하다.
나도 뇌 검사 결과 아직은 괜찮다고는 하나 ‘빤쓰’를 냉동실에 넣게 될 날이 언제 오려는지 모른다.
나라고 그런 날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세월이 점점 나를 멍텅구리로 만들어 간다.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 이런 건강상태가 아니 오기를 희망하나 와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이 글은 단순히 흥미와 재미로 볼 글이 아니다. 치매가 염려되는 나이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