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완결]] [ 펌 ] 호상속의 안데니 By, 신원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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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반점 -alsnskfo@hanmail.net
출처- 윤안의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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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1월 18일
우리 god 는 4집활동을 시작했다.
부담스럽지도 않고, 듣기 편한 ' 다시 ' 라는 곡과,
타이틀곡 '길 '로
인기가요에서의 컴백을 했다.
우리가 컴백 하기 이전에도 팬픽, 동성팬클럽 등
인터넷에 난무하고 있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관심은 있었지만 그런 내용에 내가 점점 묻혀가고 있다는
내가 우스웠다.
벌써 설날이다.
오랜만에 가족들 만날 생각에 기분이 묘하다.
아니 왠지 낯설어지기도 한다.
항상 멤버들과 24시간을 지내다 보니까 이렇게 ?나부다.
나는 그냥 설날 아침, 차례지내고, 누나와, 엄마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척분들과 짧은시간내에
대화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앞에는 설날인데도 불구하고,
몇몇 팬들이 있다. 작은 플랭카드에 적혀있는..
' 호영신부 계상신랑 ' ( <- 대충지어낸;; )
호상팬인 듯하다.
그냥 무시하고 들어오면 될것을
왠지모르게 신경쓰이는 기분.. 짜증난다.
왜이러냐 안데니..
나름대로 변장을 했지만
알아보는 팬들을 막무가내로 뚫고 얼른 들어봐버렸다.
" 어-? 안데니 너 벌써 왔냐? "
" 그러는 너는.. "
계상이가 있었다.
가족이라면 사죽을 못쓰던 놈이 벌써 숙소에 있는게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기분이 묘했다.
" 나? 오늘 란제리쇼하잖아~ 그거보려고 일찍왔지 푸하하 "
" 뭐야- 진짜야? "
" 믿냐- 풋,, 친척동생들이 친구들 까지 데려와서 싸인
해달라 어째달라 난리를 피워서 그냥 와버렸어 "
" 어.. "
" 너는? 뭐냐. 기분도 안좋아보이는데.. 어머님이랑 다퉜어? "
" 아니. 그냥 피곤해서 쉬겠다고 일찍왔어 "
" 야- 우리 심심한데 술이나할래-? 그냥 여기서 맥주하고
소주, 몇병에다 안주거리만 있으면 되잖아 "
" 생각없는데.. "
" 먹자-! 너 먹어야 살이찌지! "
내가 힘든걸 알고 장난스럽게
받아주는 계상이가 고맙다.
지도 힘들텐데..
벌써 밤 12시가 넘었다.
내일부터 또 시작되는 전쟁들..
연휴라고 내준 하루의 시간도 이녀석과의
잡담으로 마무리해가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서로 각자의 시간을
갖느라 들어올 생각을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 순간이 좋다.
정말 왜이러냐... 안데니..
딩동
" 누구세요 "
" ......... "
밖에선 말이없다.
팬들의 장난일 법도 한데, 녀석은 직접 문을 연다
" 어-! 호영아-! "
" 계상이형- "
호영이는 만취한 상태에서 계상이에게 안기며
쓰러졌다.
그런 모습을 보고 취하면 그럴수도 있는건데
도저히 볼 수 가 없어서 방으로 들어와버렸다.
안데니......... 도대체 뭐냐..
#2
계상이는 아직도 호영이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별로 돕고 싶지않다.
예전의 나였다면 나서서 도왔겠지만......
모르겠다. 정말 요새.. 내가 왜이러는지..
나도 내가 변해가는걸 느끼고 있다-
" 윽- 호영아, 뭔 술을 이렇게 처먹었냐. 에휴 "
힘들게 방으로 옮긴 것 같다.
" 야-!! 안데니!! 넌 어떻게 보고도 못본척 그냥 들어가냐!
나만 힘들어 죽을뻔했네~ "
내방으로 와서 괜히 심통난 듯 따지는 계상이.
원래 저 위치는 나였는데...
저렇게 장난스런 얼굴로, 심통나고, 짜증내고,
그러는건.. 나였는데...
언젠가 부터 바뀌었다.
호상이라는 틀이 커지기 시작했을 때 부터..
" 야- 너 정말 왜 그러는데. 말을 해야알지. "
" 뭐가 "
평소와는 다른 내 행동에 당연히 이상하게 보이는게 당연하겠지..
" 됐다. "
어중간하게 말을 끝낼 찰나에
" 계상이.....형...... 우...웨..ㄱ "
" 호영아! 헉.. "
갑자기 방에서 힘들게 기어나온 호영이는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계상이 녀석은 깨끗이 호영이 입가를 닦아주고는
호영이가 일 본자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닦아내는 그도
나처럼 달라보인다.
내가 아는 윤계상은.... 무슨일이 생길때만 밝아지는 정말
희귀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는걸..
지금의 윤계상이 아니란것을..
나와, 계상이, 그리고 호영이..를 제외한 멤버들은
아직도 연휴로 한창이다.
나는 내방에서 혼자... 뭐하고 있는건가-..
그 녀석이 궁금하다.
호영이도... 궁금하고..
끼익
조심스럽게 나는 방문을 열었고
어둡게 내린 방사이로 서울의 네온이 살짝 비추어지고 있었다
그들의 형체가 들어날 정도의 약한.. 빛
" 으읍- 손호영-!! "
작게 방문사이로 흘러나오는 녀석의 소리
무언가를 뿌리치는 듯하다.
" 형.....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데...흑.. "
" 호영아. 다 알겠는데...그래, 니마음 알겠는데..
이러지마. 데니도 있는데.. 깨면 어쩌려고.. "
" 데니-!! 데니-!! 안데니.. 지겹다..내 앞에서..
요새 데니형 얘기 얼마나 자주하는지 알아? "
" 같은멤버니까-, 그리고 친한 친구이기도 하니까.. "
멤버.... 동갑내기 친구..
조심스레 말하는 녀석이지만,
난 이미 그들의 관계를 알아버렸고
지금이 어떤상황인지까지 파악해버렸다.
지금 내가 이 상황에서 작게 소리만 내면 저들의 행동은
순식간에 바뀔 것이다.
그러기전에... 내가 미안해지겠지..
" 으읍- "
외모로는 여려보이는 호영이지만, 저런
야성적인 면이 있는지는 몰랐다.
풋... 지금 나는 뭐하고 있는걸까. 저들의 애정행각을
훔쳐보고 한발자국도 때지 못하고 있는 나는.... 웃기다.
삐걱
손잡이에 내 손가락이 살짝 부딪혔다.
그 작은 마찰은 조용하디, 조용한 숙소를 온통
이상한 분위기로 몰아갔고
난.......
뛰쳐나왔다.
숙소를... 그들곁을 무작정
뛰쳐나왔다.
#3
" 호영아... 윽.. 좀 일어나봐.. "
" 형- "
" 미안한데,,, 나가봐야겠다. "
" 데니형.. 많이 놀랐을거야... 형이 잘... 말해 "
**
무작정나와서 그런지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어딜가나 전부 날 알아보는 사람 천국.
예전엔 이런걸 꿈꿔왔는데...
지금은 좀 불편한게 아니다.
내가 지금 어쩌자고 뛰쳐나왔는지...
늦은 밤-
그래서 더 다행일지 모른다.
" 헉..헉.. "
이상한 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 어...? "
" 야... 헉.. 뭐 여기까지 나왔냐- "
계상이었다.
반가우면서도... 미웠다.
내 이런감정... 이제 점점 틀이 잡혀가고 있는 듯하다.
" 야,,, 나 힘들어죽겠다. 헉.. "
급하게 뛰어나왔는지 녀석은 계속 가쁜숨을 쉬어댔다.
" 그럼.. 여기서 좀 앉았다가자. "
어색한 분위기속에 녀석이 먼저 말을 꺼냈다.
" 너... 가 본거.. "
" 응..? "
" 아니.... 그러니까...너 혹시.. 나 좋아하냐? "
" 어..? 무슨..? "
녀석의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나는 순간 몸이 굳었다
아니, 예상치도못한 질문때문이 아니었을것이다.
지금 내감정이,,,
지금 이 녀석을 향해 꽂혀있으니까.
" 나.. 좋아하는거면.. 좋아하지마라 "
" 무슨...소리야.. "
" 내가.. 잘못 짚은것일 수도 있는거 아는데..
너가 본것 그대로야.. 나랑 호영이.. "
" 그만해. 나 너한테 이상한감정 눈꼽만치도 없어.
착각하지마. 너하고 나는 그냥... 같은 팀의 멤버, 동갑내기친구잖아. "
" 데니야- "
" 너 먼저 들어가.. 난 좀더 있다가 들어갈께.. "
" 안데니.! 나도 요새 잘 모르겠어. 그런데.. 내가 없으면..
힘들어하는 호영이가 있어. 나도 내 감정 확신하지 못하는데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 "
" 들어가.. 안들을거니까. "
" 이정도는 알아야할거아니야.!! 그래. 니말대로 너랑나는
... 같은팀의 멤버....동갑내기 친구니까.. "
" 너가 말 안해도 벌써다 알아버렸고, 난 널 이상한 감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럼 된거아니야?
널 그토록 필요로 하는 호영이...끝까지 잘 챙겨..
모두들 그걸 원하니까. 풋.. "
그렇게 나는 마음에도 없는말을 내뱉어버렸다.
맨날 얼굴보고 살 사람인데 심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나오는말 나 해버리고 말았다.
수습하지도 못하면서...
" 그런거냐.. 풋. 뭐냐.. 그럼 나혼자 너가 날 좋아할거라고
생각하면서 기분좋아했던건가..? 미안하다.
내가 성격이 좀 그러잖아. 그래. 니말대로 호영이...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할거야. 지오디 활동하면서 내가 괜히부담된것
같애서 미안하다. 하하.. 나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한거네..
그런거네.. 나 들어간다. 집에 호영이 혼자있거든. "
나는 들으면서 그냥 못들은척. 계속 걸었다.
볼 위에 뭔가가 흐르는걸 느꼈다.
내가 지금.. 저 녀석때문에 울고있다는거지...
정말..
모든게 우습다.
녀석이 눈치챌만큼 내가 계상이에 대한 감정..
주체못했다는건가...
내가 많이 좋아하고 아끼는 착한동생 호영이를..
아니, 호영이가.. 내가 사랑하는사람...을 나랑같은감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거..
그리고.. 우리 셋..이 함께 활동하는 그룹에 있다는거..
바라지도, 예상치도 않았던 삼각관계가 되버렸다는거..
게다가
나도.. 내가 아끼는 동생에게도 상처주고 싶지 않다는거..
전부 우습다.
#4
" 일어나-!! 오늘 스케줄 일찍있는거 알지!! "
아침부터 매니저형의 목소리에 숙소는 정신이 없다.
스케줄은 항상 일찍있다고 거짓말치는걸 알면서도
일어나줘야한다.
왜냐면 난 god의 안데니니까..
" 으으... "
잠이 덜깨서 그런지 머리가 띵하다.
누구한테 얻어맞은듯이..
내 감정이 미워서 그런지 차라리 누구한테 맞았다면
그게 좋았을것이다.
" 데니형.. 일어났어? "
호영이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우리는 다시 한 가족처럼 지내는 멤버로 돌아와있다.
" 나 화장실 써도돼지? "
" 응. 나 다 씻었어. "
항상 부지런한 호영이.
어딜가나 방실방실이다.
내가 호영이라면 정말 내가 미울텐데..
뒤늦게 계상이를 가로채려는 내가 미울법도 한데,
항상 웃는얼굴만 보여준다.
" 이런.. "
피부가 더 지저분해지고있었다.
이것저것 신경쓸것도 많고,
스케줄도 바빠서 병원에 들른지 꾀 된것 같다.
건드리면 톡 하고 터질법하게 올라온 여드름
하지만 내가 직접 짜면안된다.
코디한테 혼난다.
지금 나는 지오디로서 내 모든걸 내 스스로 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내 감정또한 내가 스스로 바로세우질 못하겠다..
바보안데니
덜컥
" 너 다 ?었냐? "
" 아직. 지금 씻을거니까 문좀 닫아줘 "
계상이와 나.
아직도 수많이 엉켜있는 실타래에 매달려 있는것같다.
어색하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무안함
서로를 피하고 싶다.
아니, 나혼자 아직까지 이러고 있는지도 모른다.
**
" 혀엉-!! 우리 좀 놀자. 피곤한건 알겠는데 심심하잖아 "
개구쟁이 태우녀석이 또 시비다.
하긴.. 우리 멤버들이 벤 안에서 하는짓이라고는
잠자는것 뿐
놀아줄 사람이 없긴 없다.
예전같았으면 계상이, 나, 호영이, 쭌이형.
이 모두가 없었으면 안될존재였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힘들다.
" 계상이형-!! 멍하게만 있지말고 나랑 놀자? 응? "
" 귀찮아. 저리가~~!! "
" 칫. 데니형~ 나랑놀자. 응? 응? "
계상이에게 섭섭했는지
빨간 입술을 내밀고는 삐졌는지
나에게 놀자고 달려들지만
이 심난한 감정속에, 웃으면서 놀 자신이 없어진다.
" 그냥 자. 응? 스케줄도 바쁜데 자라. "
나 마저 거절하니까 태우의 입이 더 삐져나왔다.
그러자 호영이가
" 태우야, 그럼 나랑놀자~ "
웃으면서 다정스레 말했지만, 태우는 됐다며 토라지고만다.
" 됐어! 됐어! "
호영이는... 정말 착한아이다.
이렇게 나와 계상이는 자신이 힘들다는걸 티를 내고 있지만
호영이는 절대아니다.
바보같은녀석..
속은 벌써 새까맣게 타버렸을텐데-
벤이 방송국으로 이동할 동안 우리 셋..
계상이와, 호영이, 그리고 나..
말이없다.
한참 리허설중인데
" 아! "
다리를 또 접질렀다.
살짝 접질러도, 깁스를 푼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쉽게 부어오르곤 한다.
" 괜찮아? 괜찮냐? 또그런거야? "
가장먼저 와서 나를 치켜세워주는 계상이.
예전에는 이게 당연했지만 지금은..
어색하다.
계상이도 자기가 하고서도 어색한지
조심스레 내게서 한발자욱 멀어진다.
" 괜찮아. 자주 이러잖아. "
" 데니야~ 너 조심해야겠다. 나도 지금 허리때문에
고생많이 하는데, 넌 깁스풀른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냐.. "
쭌이형도 걱정하는 눈치를 살피면서 내게 왔다.
심하게 다치진 않았다.
자주 이러니까.. 이제 적응도된다.
다른멤버들 리허설이 한창인 매니저형이랑 멤버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대기실까지 앉혀놓았다.
잠시후,
내 앞에 보여지는 자판기커피
호영이다.
#5
" 후후 "
자판기커피를 식히느라 정신이없다.
아니, 내가 먼저 말걸기가 뭐해서
커피에 온 정신을 쏟아부은 것이다.
" 형.. "
적막한 이 분위기속에 호영이가 먼저말을건냈다.
내가 바란것일 수도 있다.
고마우면서도 두려웠다..
" 응/.? "
" 우리.. 왜이렇게 됐냐? 그지.. ? "
" ........ "
그냥 난 작은웃음만 보여주었다.
" 형이랑 나랑.. 힘든일만 골라서 하는거알아? .. "
" 그러게.. "
나와 호영이는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고,
그랬기에 서로를 더 잘알았다.
지금 이자리에 오기까지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누구보다도 더 잘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 계상이...형.. 많이.. 좋아하는..거야? "
" ....... "
그냥 대답안했다. 아니.. 못했다.
여린호영이의 눈에 눈물이 살짝이 맺히는걸.. 봤으니까..
그전에 용기가 없었다는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냥 일단.. 그의 말을 들어보기로했다.
" 계상이형 밉다.. 그지? 히힛.... 근데..형.. "
호영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아니, 리허설준비때문에 그런지
울렸다, 말았다 하는 음악소리에 더더욱 묻혀져 가고
있는듯 하다.
" 응.. 말해. 호영아. "
" 근데형... 정말 미안한데.. 나 계상이형이... 내곁에 없으면
견디기 힘들것같은데.....나 .. 바보같지? "
울었다.
호영이가 울었다.
내가 정말 아끼는 동생이 울었다.
나도 울것같았다.
지금 이상황에서 계상이가 너무미웠다.
계상이녀석 때문에... 우리 둘이 이렇게 힘들어해야하는지..
아니, 모두가 힘들어야 하는지 너무 밉고 지겨웠다.
" 그리고.. 형.. 미안해.. "
" 뭐가..너가 미안할게 뭐있냐.. "
" 엊그저께.. 우리 팬들때문에.. 기분.. 안나빴어..?
미안해. 형.. "
" 너가.. 뭐가 미안해. 그리고 기분 안나빴어.
우리 지오디 사랑해 주는 사람들인데 뭐가 기분이나빠.. "
그랬다.
호영이가 미안할 만도 했을것이다.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않았는데
내가오히려 미안해진다.
엊그제 우리 멤버 다섯은
오랜만에 다같이 숙소근처에 있는 슈퍼에 가보기로했다. 풋..
계상이. 나. 쭌이형. 태우.호영이. 아마 이 순으로 붙어갔다.
그때.
" 계상오빠!!! 바람피지마!!! 호영이는 어떡하구!! "
모두 뒤돌아봤다.
순간당황한건 계상이와 호영이가 아닌 나였다..
한두번 겪는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조용한 적막속에
큰소리로 들어서 그런지 그리 기분이 좋진않았다.
그냥 무시하고 다시 걸을 찰나에
" 데니오빠!!! 태우오빠옆으로 붙어요!!! "
정말 왜이러는지 가끔 화가날때도 있다.
왜 우리들을 이리붙였다, 저리붙였다, 하려하는지..
아니, 이해.. 한다. 요새 유행이라는것..
내가 거기 빠져가고있다는것.. 다 아니까.
그런데 이렇게 가끔 직접적으로 말하는 팬들이 나타나면
무안함과, 당황스러움에 그리 예뻐보이지 않는다.
이 일때문에 아직도 호영이가 마음에 두고있는듯했다.
난...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렇게 우리는 서로 리허설시간의 짬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웬만큼의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아니, 호영이의 마음만 확인한거겠지..
내 마음은 꼭꼭 가둬둔채 생방이 시작되었다.
#6
벌써 4집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렇게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많은걸 배워가는.. 그런 시기인것 같다.
우리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도, 항상 내 곁에 있어주는
멤버에게도 고맙다.
그래도 언젠간... 이 생활이 끝이나겠지.
" 우리 오늘 정말 열심히하자. 오케이? 원.투.쓰리.포 "
쭌이형의 힘찬구호로 4집막방을 시작했다.
정말 많이들도 와주셨다.
이럴때 가수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것같다.
미처 들어오시지 못한 팬들을 위해 작은 이벤트까지
마치고 우리는 공식적인 활동을 마쳤다.
" 수고하셨습니다. "
역시 예의바르고 착한 호영이가 먼저 주위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낸다.
여기저기 북적북적, 숙소안은 난장판이다.
이젠 잠시 여기서 떨어져 있어야겠지-
북적대는 거실을 피해 방에 앉아있었다.
" 안데니- "
느낌을 짐작할 수 없는 계상이의 목소리였다.
그는 조용히 내가 있는 방안으로 들어왔고
동시에 북적대는 밖과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는 듯했다.
" 왜..? 할말 있으면해."
" 이제 맨날 얼굴 못보네.. "
" 응.. 그러겠지. 숙소생활도 끝인데. "
" ......이번주 금요일날 나올 수 있냐 "
한참을 바닥만 보던녀석이 나오라고 말했다.
이럴때 어떻게 대답해야하는지..
우리는 같은 남자이고, 같은 멤버, 동료, 친구로서
만나는건 누가봐도 정상이었다.
그런데 나랑 이녀석은 왜 이렇게 만나자는 얘기한마디가
힘든지..
" 근데..왜.. ? "
" 그냥.. 영화나 보자구.. "
" 금요일날? 미안해서 어떡하냐. 그날 부평가야되는데. "
" 그러냐. 그래. 그럼. "
난 잊지도 않은 스케줄을 지어냈다.
내가 본게 녀석의 서운한 빛이였을까?
아님 내가 그렇게 느끼고 싶어서 그랬을까..
그렇게 녀석과 나는 서로 먼저 나가지도 못하고
침대에앉아 바닥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형-!! 짐안싸? 짐은 제일많으면서 게으름 피우는것좀봐!! "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준 태우.
나에게 짐을 싸라고 보채기는 하지만 순간 고마웠다.
그렇게 우리 다섯멤버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잠시 헤어졌고, 그래도 자주만날게 분명했기 때문에
그렇게 서운하고 그런점은 없었다.
" 호영아. 가자. 데려다줄게. "
내옆으로 지나가던 호영이를 불러세운 계상이녀석
일부러 저러는건가..
내 앞에서.. 일부러 저러는건가..
벼래별 생각이 다 든다.
아니, 저게 오히려 나한테 좋은 수단이 될 수도있다.
녀석을 잊기위한 좋은 수단.
#7
[hoyoung]
아직 해가 떠있을 시간인데도
바의 분위기는 나와 계상이형의 분위기를 짐작케 해주는듯하다.
" 형.. 많이 먹지마. 아직초저녁인데 너무 이르잖아. "
" 그냥 놔둬라 "
술병을 쥐고있는 형의 손을 잡으며 말렸지만
형은 매몰차게 뿌리쳤다.
무안하면서도 안타까웠지만 그런생각도
일시적일 뿐이다.
그렇게 날 거부하는 형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 호영아.. "
취기가 도는 형의 목소리에 잔잔하게 내 이름이 나온다.
술 기운이 있어야 내 이름도 그나마 다정하게 들을 수 있구나...
" 왜.. 형? "
" 호영아.. "
형은 힘없이 내이름만 불러주었다. 계속..
무언가 힘든말을 할것이 분명했지만
난 형의 눈동자를 보면 할말이 없어진다.
그의 행동에 주시하고 있을뿐-
" 형. 괜찮으니까 말해.. "
거짓말쟁이 손호영..
" 호영아... 너.. 정말.. "
점점 작아지는 톤에 알아들을 수 가없다.
차라리 그게 좋다. 알아듣고 나면 나도 내 감정을
어떻게 추스리지 못하니까..
한참을 고개숙이며 술병을 쥐고있던 형은
다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호영아.. 너 정말 나 없으면 안되겠냐..? "
" .......형.. "
이런 질문이 나올것을 예상했던 나였지만
직접 듣고 나니까 이렇게 버림받을 준비를 해야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 정말 나 없으면 안되겠어? 호영아?.. "
애원하는 말투..
나를 미치게한다.
이건 지금 데니형에게로 놔달라는 이야기겠지..
" ..그렇게 데니형이좋아..? "
형의 질문에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술을 훌쩍이던 나는
되물었다.
데니형이 그렇게 좋으냐고..
" 훗... 데니...데니말이지..? 나쁜자식.. "
형은 취했는지 아픈상처들만 늘어놓았다.
지금 더더욱 아픈 내앞에서 내가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보고있어야했다.
" 형.. 취했다. 그냥 가자.. "
" 나 안취했어. "
" 취했는데 뭘- 계속 이상한 소리만 하고.. "
" 호영아.. "
" 얼른 가자. 응? 형. "
난 바보같이 형의 입이 벌어지기가 무섭게
내 말을 내뱉어버렸다.
형이 지금 취하지 않았다는 상황에서 한번더 내게
형이 없으면 안되겠냐는 질문을 할까봐..
그럴까봐 바보같이 피했다.
" 그래. 가자. "
형은 취한 듯 취하지 않은 듯
똑바로 걸으며 날 이해라도 해준 듯
다시 걷기 시작했다.
" 형.. 내가 데려다줄게. 취한것같애. "
" 안취했다고.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
차를타고 가는 내내
서로 말이 없었다.
형은 형대로의 생각에 빠진것만 같았고
난 또 나대로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 나 들어갈께.. "
" 호영아.. "
집앞에 도착한 난 얼른 뛰어들어가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정말.. 멀쩡한 정신에 운전까지 하고 온 계상이형의 입에서
나올말이 두려웠으니까..
" 나 들어갈께. 잘가. 형 "
급하게 서두르는 날 붙잡아 세웠다.
아직도 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날 버리려는 그가 밉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 윤계상. 계상이형이다.
" 호영아.. 내 말 잘들어. 너가 날 원하듯이.. 나도 내가 원하는 사람이 있어.. 나 ... 놔주면 안될까..? "
형에 눈에선 눈물이 떨어질 것같았다.
얼마전에 있었던 게릴라 콘서트에서 10년만에 울었다고했는데 형은 내앞에서 요새 자주 눈물을 보인다. 이렇게 형은 자기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버리지 못할 정도로 착한사람인데.. 이런사람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내가 더 아플것 같았다.
" 형... "
난 형의 눈물만 보면 바보같이 약해진다.
미친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한 사람을 바라본다는게 얼마나 아픈건지 알면서도 택한 이 길의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오래토록 지녀온 내 사랑만큼 데니형과 계상이형도 한순간이 아닌 서로가 동료, 동갑내기 친구로서 지내오면서..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쌓여진..어쩌면 나보다 더 깊은 사랑일거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래 놓아주자..
날 사랑하지 않잖아. 바보 손호영.
놓아주자.. 놓아주자.. 그러자..
난 마음속으로의 나만의 최면에 빠져들면서
형에게 말했다.
알았으니까.. 날 버리라고..
#8
[hoyoung]
아직 해가 떠있을 시간인데도
바의 분위기는 나와 계상이형의 분위기를 짐작케 해주는듯하다.
" 형.. 많이 먹지마. 아직초저녁인데 너무 이르잖아. "
" 그냥 놔둬라 "
술병을 쥐고있는 형의 손을 잡으며 말렸지만
형은 매몰차게 뿌리쳤다.
무안하면서도 안타까웠지만 그런생각도
일시적일 뿐이다.
그렇게 날 거부하는 형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 호영아.. "
취기가 도는 형의 목소리에 잔잔하게 내 이름이 나온다.
술 기운이 있어야 내 이름도 그나마 다정하게 들을 수 있구나...
" 왜.. 형? "
" 호영아.. "
형은 힘없이 내이름만 불러주었다. 계속..
무언가 힘든말을 할것이 분명했지만
난 형의 눈동자를 보면 할말이 없어진다.
그의 행동에 주시하고 있을뿐-
" 형. 괜찮으니까 말해.. "
거짓말쟁이 손호영..
" 호영아... 너.. 정말.. "
점점 작아지는 톤에 알아들을 수 가없다.
차라리 그게 좋다. 알아듣고 나면 나도 내 감정을
어떻게 추스리지 못하니까..
한참을 고개숙이며 술병을 쥐고있던 형은
다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호영아.. 너 정말 나 없으면 안되겠냐..? "
" .......형.. "
이런 질문이 나올것을 예상했던 나였지만
직접 듣고 나니까 이렇게 버림받을 준비를 해야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 정말 나 없으면 안되겠어? 호영아?.. "
애원하는 말투..
나를 미치게한다.
이건 지금 데니형에게로 놔달라는 이야기겠지..
" ..그렇게 데니형이좋아..? "
형의 질문에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술을 훌쩍이던 나는
되물었다.
데니형이 그렇게 좋으냐고..
" 훗... 데니...데니말이지..? 나쁜자식.. "
형은 취했는지 아픈상처들만 늘어놓았다.
지금 더더욱 아픈 내앞에서 내가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보고있어야했다.
" 형.. 취했다. 그냥 가자.. "
" 나 안취했어. "
" 취했는데 뭘- 계속 이상한 소리만 하고.. "
" 호영아.. "
" 얼른 가자. 응? 형. "
난 바보같이 형의 입이 벌어지기가 무섭게
내 말을 내뱉어버렸다.
형이 지금 취하지 않았다는 상황에서 한번더 내게
형이 없으면 안되겠냐는 질문을 할까봐..
그럴까봐 바보같이 피했다.
" 그래. 가자. "
형은 취한 듯 취하지 않은 듯
똑바로 걸으며 날 이해라도 해준 듯
다시 걷기 시작했다.
" 형.. 내가 데려다줄게. 취한것같애. "
" 안취했다고.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
차를타고 가는 내내
서로 말이 없었다.
형은 형대로의 생각에 빠진것만 같았고
난 또 나대로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 나 들어갈께.. "
" 호영아.. "
집앞에 도착한 난 얼른 뛰어들어가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정말.. 멀쩡한 정신에 운전까지 하고 온 계상이형의 입에서
나올말이 두려웠으니까..
" 나 들어갈께. 잘가. 형 "
급하게 서두르는 날 붙잡아 세웠다.
아직도 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날 버리려는 그가 밉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 윤계상. 계상이형이다.
" 호영아.. 내 말 잘들어. 너가 날 원하듯이.. 나도 내가 원하는 사람이 있어.. 나 ... 놔주면 안될까..? "
형에 눈에선 눈물이 떨어질 것같았다.
얼마전에 있었던 게릴라 콘서트에서 10년만에 울었다고했는데 형은 내앞에서 요새 자주 눈물을 보인다. 이렇게 형은 자기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버리지 못할 정도로 착한사람인데.. 이런사람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내가 더 아플것 같았다.
" 형... "
난 형의 눈물만 보면 바보같이 약해진다.
미친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한 사람을 바라본다는게 얼마나 아픈건지 알면서도 택한 이 길의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오래토록 지녀온 내 사랑만큼 데니형과 계상이형도 한순간이 아닌 서로가 동료, 동갑내기 친구로서 지내오면서..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쌓여진..어쩌면 나보다 더 깊은 사랑일거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래 놓아주자..
날 사랑하지 않잖아. 바보 손호영.
놓아주자.. 놓아주자.. 그러자..
난 마음속으로의 나만의 최면에 빠져들면서
형에게 말했다.
알았으니까.. 날 버리라고..
#9
[danny]
지금 나는 뭘하고 있는건가.
사람들이 날 알아채지 못하도록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장을 보는 나 안데니.
스타가 된게 이런때는 정말 불편하다.
지금 녀석들은 잘 하고 있겠지..?
내가 지금 무슨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걸사야겠다 싶으면 저걸 사고, 이런저런 잡생각에
뭐 하나 제대로 집은것없이 봉지는 가득찼다.
무겁다 싶을 정도의 무게를 가득담은 봉지를 양손에들고
걸어왔다.
해가 어느정도 가라앉고 바람도 서늘하게 불어줘서
차를타고 가기엔 아까운 날씨였다.
그러기전엔 내 혼란스러운 머리부터 식히고 싶었다.
아파트 통로안으로 들어서는데
누군가 내 목을 감싸안으며 따뜻한 체온을 옮겼다.
" ..어. "
나도 모르게 놀랐는지 이미 찬거리를 가득담은 봉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다. 날 이렇게 따뜻하게 감싸준이.
누군지 짐작이 간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하지만 내가 놓아버린 사람.
계상이었다.
" 계상아... 호영이는 어쩌고.. "
" 잠깐만. 잠깐만 이러고 있게 해줘라 "
" 사람들이 보잖아.. "
사람들을 의식했는지 천천히 계상이는 나를 자신의 앞으로 돌려세웠다. 지금 이순간이 좋긴하지만, 내가 생각해야될 다른 한사람이 또있었다.
호영이.
어떤영문인지도 모른채 나는 그의 품에 안겨버렸고
그도 내게 말을 해주려 하지않았다.
" 너네집 되게 오랜만이다. "
" ..응.. 정말 그러네.. "
우리집에 오랜만에 온 계상이는 이것저것 만져보고 내려놓곤 한다. 깖끔한 정장차림에 그의 눈빛을 뚫고 나올듯한 색안경.그리고 지금 나와함께 있는시간.
부조화다.
녀석과 함께 있어야할 사람은 내가 아니란걸 절실히도 알고 있으면서 난 아무말 하지 않는다.
" 계상아.. 나 있잖아 "
부엌에서 이것저것 장봐온걸 꺼내며 챙기던 난 힘들게 입을열었다. 그런데 그는 대꾸도 안는다.
" 그러니까, 너 어떻게 된거야.. "
다시한번 힘겹게 말을꺼냈는데 어느새 그는 내 앞까지 닿아있었다. 그리고는 힘들게 말하던 내 입을 한순간에 삼켜버린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이유라도 알고 이래야 된다는 생각에 녀석을 밀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이다.
이럴땐 이런생각이 든다.
내가 정말 마르긴 말랐구나. 같은 남자녀석하나 뿌리치지도 못하고...
" 하아 하아하아.. "
" 하아.. "
녀석은 내가 알고 있는 남자중에서도 정말남자다.
난 이렇게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겠는데 녀석은 날돌려세워 어깨에 두손을 올린다.
" 데니야... 나한테 이제 불편해 하지 않아도돼.. 그래 너가 걱정하는거 뭔지 나도 알아. 너도 알잖아. 호영이 얼마나 착한지.. "
그렇게 녀석은 호영이를 버렸다는것을 착하다는것에 표현했고 미안하면서도 기대를 갖고 있는 정말 본능적인간, 내가 안데니다.
조심스레 내가 먼저 녀석에게 안겼고 녀석은 내머리를 조심스레 넘겨준다.
그리곤 나보다 키가 조금더 큰 녀석이 내 머리에 자신의 얼굴을 묻는다.
#10
[danny]
녀석은 항상 내곁에 있다.
이제, 그가 몰라도 내가 놓아주기 싫을정도로
난 바보처럼 녀석을 사랑한다.
녀석밖에 모르는 바보처럼..
" 계상아, 뭐 먹고싶은거 있음 말해. 해줄테니까 "
" 너가 뭘 할줄안다고. 비켜 내가 해줄게. "
할줄아는거라곤 밥하나.
그래도 녀석에게만은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고 싶었는데
녀석은 그런것도 모르면서 자기가 앞치마를 둘러맨다.
" 이거좀 묶어줘 "
길고 굵은허리때문인지 녀석은 앞치만끈을
뒤로한채 나보고 묶어달라고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다.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무섭다.
너무너무 행복하니까,
이게 깨져버릴까봐.
그래도 지금을 즐긴다.
왜냐면 난 본능적인 인간이니까.
" 짜잔~ "
계상이 녀석은 정말 이래저래, 완벽한 놈이다.
얼굴, 피부, 는 말할것도 없고, 음악쪽에 실력도 있고,
가족에게도 잘한다. 그리고 지금 내게도-
이런녀석과 , 계상이녀석이 차려준 밥을 먹고 있다는것 자체도 영광으로 느껴진다.
별로 있지도 않던 반찬으로 진수성찬을 만들어낸 놈은
입을 귀에걸고 수저를 들기 시작한다.
" 맛있다- "
찌개를 한번 맛본 나는 음식에 답례라도 해주듯
계상이를 보고 활짝웃어주었다.
우린 정말.. 신혼부부 같다.
아니,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내 꿈일뿐이다.
Rrrrrrr-
녀석의 핸드폰소리인 듯하다.
벨소리가 요란한게 계상이의 핸드폰이다.
" 여보세요 "
부엌에서 멀지감치 전화를 받는다.
예절까지 바른녀석-
" 데니야.. 잠깐만 나갔다 올게. "
전화를 받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끊은 녀석은
내게 잠깐 나갔다 오겠다는 말만던진채, 정신없이
뛰어나간다.
툭
녀석의 핸드폰-
난 멍하니 녀석의 핸드폰을 주워서는 그가 나간 자리를
바라보고 있을뿐이었다.
무섭다.
조금전까지의 꿈.
정말 꿈인듯 싶을 정도로 갑자기 서늘해진다.
날 영영 떠나버릴까봐서.
한참을 멍해있던 난 녀석의 핸드폰을 이리저리만지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되는걸 알지만, 나를 위해서.
내가 아프기 싫어서,, 해선 안될 짓들을 하고 있다.
[곰팅이]
발신자번호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그럼 태우일텐데-
Rrrrrrr-
[곰팅이]
또 태우다. 무슨일이 있나-
그런데 나한텐 전화해주지 않는다는게 더욱 날 궁지로
몰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받아야 되나, 말아야되나,,
" ..여보세요.? "
" 계상이형-! 어디야! "
평소에 나랑 계상이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태우녀석까지 혼동할정도인지는 몰랐다.
" 나.. 데니야.. 무슨일있어? "
" 데니..형? 어..저기, 계상이형은? "
" 무슨일있냐구. "
" 그게.. "
" 나한테 숨기는거 있어? "
" 호영이형 쓰러졌어.. "
나때문인가-?
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상황에선 난 무얼해야하는가..
' 호영이형 쓰러졌어... '
#11
[kyesang]
" 바보같은놈.. "
헉헉거리며 뛰어온곳이라곤 고작 녀석이 누워있는이곳이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호영아..
그렇게 쉽게 날 놓아줄땐 언제고, 제발 무사했으면,,,
병실문 앞에서 이래저래, 들어가진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간호사 한명이 다가와 내게물었다.
" 윤계상씨죠? "
" 아..예.. "
" 어머-!! 웬일이야-!! "
이런경우많았지만 지금 이런기분에 대꾸할만큼 힘이있지않다. 그래, 다시 무시하려던 참에 다시 날 붙잡는다.
싸인이라도 해달라고 그러는가..
" 저기요,, 정말로 호영씨랑 사귀는거예요? "
하... 한숨만나왔다.
이렇게 호영이와 나와의 관계가 팬들사이뿐만아니라,
정말 사람들이 전부 오해할만큼의 큰 문제였다니-
" 아닙니다. "
짧고 차가웠던말투때문이었는지, 다시 자기일을하러가는 간호사였다. 더이상 여기에만 있을수 없다고 생각한 난
조심히 병실문을 열었다.
" 어-? "
" 태우야- "
호영이는 자고있는듯했다.
저렇게 예쁜얼굴뒤에 아픔이 있을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못할것이다.
태우는 조심스레 날 병원밖에 있는벤치에 앉혔다.
" 호영이,, 괜찮냐? "
" 데니형은 어떻게 하고온거야? "
아-!!
데니와 함께하고있던 식사자리에서 무작정뛰어나온것이 이제서야 생각이났다. 데니... 지금쯤 많이 궁금해할텐데-
" 말못했어,, 바로 뛰어나오느라고. "
" 내가얘기했어. 그러니까 곤란해하지않아두될거야. 형.. "
" 데니,, 한테? "
" 형핸드폰으로 전화했더니 데니형이 받더라. "
정신없이 뛰어오느라 떨어뜨린것같았다.
" 호영이는.. 괜찮은거지? "
" 그렇게 걱정되면 좀 잘해주지그랬어. "
잘해주고, 못해주고를 떠나서 데니와 시작한 후부터 솔직히 호영이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아니, 그 누구도 내 눈안에 들여놓고 싶지 않았을거다
하지만 호영이만큼은 달랐어야했는데-
" 금방까지, 촬영하고 이제서야잠들었어. "
한바탕 소란이었던것같다.
지오디의 손호영이 쓰러졌다고 하니까, 여러곳의 취재진들이 몰려왔겠지.. 팬들도 많이 다녀간듯했다.
" 그렇구나.. 그런데,,, 쓰러진 이유가,, "
" 형. 내말 똑똑히 들어줘. 지오디의 태우가말하는게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서, 형의 동생으로서 말하는거니까,, 알았지? "
그냥 고개만 끄덕일뿐이다.
죄인이 무슨할말이 있겠는가,,
" 형,, 나 호영이형좋아해. 아주많이. 계상이형, 쭌형, 데니형 물론 다 친형같이 좋은형들이야.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달라. 호영이형.. 아프게하지마.. 형하고 어떻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도, 알고싶지도않아. 제발,, 호영이형 아프게하지마. 그냥,,, 그냥,,, 호영이형이 하자는대로 해주면안돼? "
바보같은녀석.
이녀석도 바보다.
아니, 우리넷 모두바보다.
서로 자신이 좋아하는거에 대한 미련은 훌훌버려버릴줄아는 정말 바보. 그리고서는 혼자 아파하는 진짜바보.
그런바보태우눈에 자그맣게 눈물이 맺혔다.
내가 어떻게 해줘야, 모든사람이 편할까-
" 태우야,, 내가 어떻게 해야겠어? 어떻게하면, 니눈에서도, 데니눈에서도, 호영이눈에서도, 팬들눈에서도 눈물안나게 할 수 있는거야? 응? "
" 호영이형이랑,, 다시시작해줘,, "
#12
[danny]
계상아,, 들어가,,
호영이가 있는 병실로 어서들어가,,
생긴것과는 다르게 계상이녀석 마음이 무지여리다.
태우의 전화를 받고나서 얼른 뒤쫓아왔지만
아직도 녀석은 병실문앞에서 안절부절 못한다.
이런 녀석을 지켜보는 나도,
모두가 우습다.
끼익
드디어 들어갔구나.
사람들에게 들켜보이지 않으려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온 나는 좀더 어두운곳을 찾았다.
병원 밖 한적한 벤치.
어둠이 내리기 시작해서 그런지 사람이 없다.
삐삐삐
녀석의 문자소리다.
볼수도 없고,,
예전에 녀석이 장난삼아 그런적이 있었다.
[ 데니야, 내 핸드폰 비번뭔지 알아? ]
[ 내가 어떻게 알아 ]
[ 그래도 맞춰봐 ]
대기실에서 짬을내서 눈좀 붙이려했더니 고작
녀석이 물어오는건 자신의 핸드폰 비밀번호였다.
당연히 녀석의 생일이나, 부모님 생신, 아니면 지오디
기념일일거라고 생각했지만-
[ 모르겠지? ]
[ 내가 어떻게 알겠냐. 너생일아니야? ]
[ 아니야. 헤헷 ]
[ ..... ]
녀석의 저런장난에 잠잘시간을 빼앗기는것이 억울해서
아무말도 하지않고 엎드려버렸다.
[ 너 생일이야.. ]
내생일이 자신의 핸드폰비밀번호라고 말한녀석.
그때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숨죽인채로
시끄러운대기실의 엎드려서 자고있는 한사람이 되었다.
녀석은 다시 지오디의 품속에 들어가 장난치기시작한듯했다.
내 생일...
계속오는 문자때문에 그냥 내 생일을 눌러보았다.
문자수신함. 100건.
녀석의 말대로 내 생일을 누르자 문자수신함이 떴다.
가득찬듯하다.
' 계상오빠, 호영오빠 잘간호해주세요ㅜ,ㅜ '
팬들의 메세지같다.
한두통도 아니고 100통씩이나,,
그냥 지오디로서, 같은멤버 잘 간호해달라는 말로이해하면
되겠지만 그렇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이사람도, 호상팬일까,, 이사람도-
정신병의 일종일까-
호상노이로제.
그리고 정말 이루어질수 없는사랑을 하고있는 우리셋..
이런저런 생각에 한참동안 혼자 벤치에 앉아있었다.
[ 형. 내말 똑똑히 들어줘. 지오디의 태우가말하는게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서, 형의 동생으로서 말하는거니까,, 알았지? ]
태우목소리다.
저만치 쯤 있는 벤치에 앉아서 누군가와 얘기하는것 같은데,,
가볼까-?
[형,, 나 호영이형좋아해. 아주많이. 계상이형, 쭌형, 데니형 물론 다 친형같이 좋은형들이야.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달라. 호영이형.. 아프게하지마.. 형하고 어떻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도, 알고싶지도않아. 제발,, 호영이형 아프게하지마. 그냥,,, 그냥,,, 호영이형이 하자는대로 해주면안돼?]
태우야,, 너 지금 뭐라고 한거니-
태우가 있는곳으로 다가가려던 내 발걸음이 한순간에
멈춰버렸다.
태우야,,, 너 그랬었던거야?
호영이,,,, 그런감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던거야?
근데,, 놓아주려는거야?
그런거야?
나도 모른사이에 차가우면서도 따뜻한무언가가 볼을
타고내렸다.
제길,,
이곳에서 난 바보같이 듣고만 있어야겠지..
[태우야,, 내가 어떻게 해야겠어? 어떻게하면, 니눈에서도, 데니눈에서도, 호영이눈에서도, 팬들눈에서도 눈물안나게 할 수 있는거야? 응? ]
태우랑 말하고 있는상대가 계상이였구나,,
[ 호영이형이랑,, 다시시작해줘,, ]
" 흐흣.. "
태우와 계상이의 대화를 다 듣고말았다.
녀석들에겐 들리지 않을정도로 입을막고 흐느껴 울었다.
나 안데니가,,,,
울어버렸다.
힘이풀린 다리를 질질끌고 조용한곳을 찾았다.
가끔 힘이들면 찾아오곤했던 한빌딩의 옥상이다.
봄인데도 날씨가 춥게 느껴진다.
날씨가 너무너무 추워서 우는거다. 난.
" 으아아악!!! "
내 밑으로 펼쳐지는 서울야경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내가 ,, 우리가 어떻게해야 모두가 행복해질수있을까!
바보같은 나도, 태우도, 계상이도,, 그리고 호영이도,,,,
" 어쩌라는거냐구-!!! 휴... 엉엉,, "
내 머릿속에서 태우의 마지막말이 떠나지가 않았다.
호영이와 다시 시작해달라는 부탁.
아니 처절한 몸부림.
사랑하는 이를 위한 자신의 희생.
그동안 난 나만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나만생각해왔다.
날 만나는 동안 힘들었을계상이.
혼자 지내면서 죽을만큼 아팠을 호영이.
누구에게 마음들키지 않으려고,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사람을
사랑하는걸알면서도 놓아주려는 태우.
이들 누구도 배려해주지 않았다.
" 하아,,,, "
졸지도 않았는데 벌써 동이텄다.
아무데도 가고싶지않아.
그냥,, 그냥,, 나 혼자서 마음껏 고민할수있는 곳을 찾고싶어-
' 계상아,,, 그냥 가버려라,, 나 이제 아플것도 없어.
너가 가버리면 내인생에 음악이고 뭐고 다 소용없게 되지만 가버려. 호영이한테든, 누구한테든 가.. '
말해버리고싶다.
가버리라고.......
사람들이 출근하기전에 옥상에서내려왔다.
다신 가고싶지않은 힘든사랑을 정리하기 위해
세상속으로,,,
#13
[danny]
이것저것 모든일이 머리속을 가득메운다.
계상이녀석과 함께 해온날들,
호영이녀석과 함께 해온날들,
우리 멤버들과 함께 해온날들,
필름처럼 스쳐지나가는이유는 뭘까-,,
" 데니야-!! "
연습실에 넋나간사람처럼 가만히 앉아있는나를
진영이형이 불렀다.
" 요새 곡 쓰기는하는거야? "
" 3곡밖에 못썼어,, "
" 너, 왜이렇게 딴생각만하는거야? 니 실력으로 곡 쓰려면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다구-!! 연습은커녕, 하루종일 가만히 앉아있기만하니, 곡이 나오겠어-!!! "
음반내기전처럼, 준비가 부족한우리를 서슴없이
꾸짖어준 진영이형. 오늘은 내가 그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 도대체 무슨일이길래 이러는데-!! 안데니-!! 형 화나게 하지마라, 실망도 시킬생각마.. "
형이 화를내는동안에도 난 녀석의 생각을 채우기로 분주했다.
옛날에는 같이 편하게 옷도사러 다녔었는데,,
같이 손잡고 영화도 보고그랬었는데,,
날 위해서, 일부러 자신의 학교와는 먼곳에 있는 우리학교까지 태워다 줬었는데,,
" 지금이순간도 딴생각이지-!!! 안데니, 이거 알아둬. 이 세계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잡생각 다 버려라,, 오직음악을 위해서 살라구, 연애? 너 혹시 여자생겼냐? 연애따위, 언제든지할수있어. 니 인생. 잘결정해라. "
" ................ "
형이 웃옷을 들고 나갈동안 내가 할수있는것은
마지막까지 그녀석 생각이다.
" 형,, 왜그래-? "
" 쉬어라 "
나가는 진영형과, 계상이가 마주친모양이다.
" 데니야,, 왜그러는거야? 진영이형 왜이렇게 화가많이났어? "
" 너랑상관없는일이야,, "
" 그런말이 어딨어 "
" 호영이는 좀 괜찮아,? "
" ....퇴원하고 얼마안되서 집에만 누워있지. 뭐.. "
" 다행이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으니까,, 나 먼저갈게. "
" 안데니, "
조금낮은듯한 녀석의 목소리로
아까 쓰고왔던 모자를 챙기며 나가는 날 붙잡는다.
" 할얘기있어? "
아직, 내 마음정리도 못한상태에서 그에게서 멀어지려고 일부러 발버둥치는 내가 우스워진다. 나도모르게,, 그에게는 더더욱 나쁜 안데니가 되어가고 있었다.
" 유치하게 그러지말자. "
" 무슨소리야-? "
유치하다는말에 기분이 상한 난, 그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 지금, 호영이때문에 그러는거아니야? 내가, 며칠동안 호영이한테 신경쓰느라 너한테 소홀한점, 그게 섭섭했니? "
" 그런거 아니라구. "
" 그럼뭔데, 여자라도 생겼냐? 아니면, 호영이가불쌍해?!! "
" !!! "
아무생각도 들지않는다.
결국, 결과는 이렇게 되버리는구나,,
난 정말, 호영이가 불쌍해서 계상이녀석을 놓아줘야겠다는 생각 해본적없다. 다만, 이런사랑을 하고있는 우리 모두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을뿐-
내마음도 모르고 줄줄 뱉어내는 녀석의 입이 미워졌다.
다시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날,, 녀석은 또다시 말로서 나를 붙잡아세웠다.
" 내가 사랑하는건 너인데,, 넌 왜이렇게 날 못믿니,, "
믿음이라는거,,,,
팬들과의 약속뿐만이 아니라는거,,,
믿음을 위해서 머리를 밀었던 내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건,,,
있을수도 없는일이고,,
있어서도 안될일이다,,
#14
이제, 미련따윈 없을듯하다.
난 내 사랑을 숨기며, 해왔지만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서 다시 계상이와의 로맨스를 꿈꾸지않는다. 녀석은 어떨지모르겠지만,, 난 다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내 생활속에 접어들고있었다.
" 안데니, 요새는 그래도 꾀 열심히 하는데-? "
진영이형이다.
저번에 실망시킨 모습을 감추기위해서, 열심히 하는것일수도 있지만, 이번만은 녀석을 잊기위한방법으로 사용했다. 내 전부인 음악을 말이다.
" 형, 이노래좀 들어봐줘 "
투둥. 투두둥..
약한비트와, 강한 멜로디.
가사도 내가썼다.
녀석이 보기엔 유치해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넘어서서는 안될 동성,,, 의 내용의 가사.
심의와는 상관없이 내가 부르기 위해, 내가 느끼기 위해 만든곡이다.
" 괜찮네-! 이거 너네 앨범에 실어도 손색이 없겠는데.! 그런데 심의가 문제지.. 가사바꿔서 해보는게 어떨까, 데니야? 내가 형석이형한테 부탁해볼게. 좋은가사 알아봐달라고. "
" 아니예요. 형. 이건 앨범에 실으려고 만든곡이 아니니까, 그러실필요없어요. "
" 이렇게 좋은곡을, 그냥, 썩히겠다구? 가사도 제법 그럴듯한데 심의가 문제지..혹시 이거 너가 겪은얘기 쓴거아니야? 하하"
" ...그런거 아니예요.. "
작아지는 내 목소리에 형은 장난이라 생각하고, 약속있다며 나가셨다. 쉬는기간에도 멤버들과 자주 만나고, 모이고 하는곳에 이곳 연습실인데 요즘은 멤버들의 발걸음이 뜸하다.
눈이라도 붙여야겠다 싶어 연습실 쪽칸에 있는 커텐을 스르르 걷자, 무슨시체라도 덮어둔것처럼 누군가가 꼼짝않고 누워있다가, 조심스레 일어났다.
" 너, 여기서 뭐해,, "
계상이었다.
진영이형과 나만 있는줄알았던 이곳에 계상이가 자고 있었던것일까,,
" 그 곡 나도 들려주면안될까 "
들었나보군.
나와 진영이형의 대화를 들은것같았다. 동성. 형이말한대로의 내 이야기. 녀석을 잊어야겠다는 가사.
모두 계상이에겐 숨기고싶은것뿐이었다.
" 이 CD니? 들어봐도되지. 우리 그정도는 할수있잖아. "
녀석도 체념했다는 듯이 차가운말투로 내 CD를 집어들었다. 이래야하나, 저래야하나, 이 어색한분위기를 깰수 없을것같아 가만히 녀석의 손동작, 귀에 꽂고있는 이어폰. 등을 관찰중이었다.
쪽팔리다,,,
지금 내 곡을 들으며 녀석은 살그머니 눈을감아내렸다.
마음껏자신을 감상하라는 듯, 나와는 반대인 뽀얀피부. 무서워보일정도의 날카로운 눈초리, 조심스레 흘러내린 생머리결. 이런 쪽팔린상황에서도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것은 녀석의 모든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곡에 가사를 넣지않고 따로 적어두었던 가사를 녀석이 보지않고 듣고있었다.
스륵.
가만히 서서 어쩔줄몰라하는 난 이미 굳어버렸다.
녀석은 책상위에 올려져있던 가사내용과, 귓속으로 전해져가는 음악소리와 맞추어보고있었다. 제길,,, 태어나서 이렇게 창피한적은 지금뿐인듯하다.
나를 사랑하긴했었는지
내가 널 사랑하긴했었는지
우린서로의 벽을 하나하나 쌓아가고있잖아
너의 뒤에서있는 그를
쉽게 놓친말아줘
널 사랑하는 내맘이 어찌될진 모르겠지만
이쯤에서 바보같은사랑 끝내려고해
우리의 지금상태를
사랑할수있다는것을 시리게 느꼈지만
이루어질수없다는것도 시리게 느끼잖아
.
.
.
하나하나 읽어가는 녀석의 목소리에 도저히 못있겠다 싶어 녀석이 듣고 있던 내 CDP와 가사를 뺏어 들곤 얼른 나와버렸다.
" 안데니, 그런거였어? 그런거구나. 나도 우리들이 하는 사랑 바보같다고 생각한적은 있었지만 끝내려고 한적은 없었는데,,
그렇게 힘들었었냐? 말을 하지그랬어. 너 말대로, 니 가사대로 앞으로 쌓아질 벽들 미리 허무는게 좋겠다. 그리고 안데니. 이거하나 알아둬. 우리가 이루어질수 없다고 했지, 나와 호영이도 같은남자고, 너와 다를빠 없는처지니까. 전부다 이 가사처럼 되진 않을거니까,, 수많은 팬들,, 그리고 호영이와 날 의식하는 사람들하고 너하고 다를거 없어. 그런거에 쉽게 무너지는 너,, 실망했다. "
녀석에게 실망을 주고싶진않았다. 끝내도 서로를 천천히 잊어갈수 있게끔 그렇게 끝내가고 싶었다. 녀석이 내 뒤로 내뱉은 말중에 틀린건 하나도 없다. 나와 계상이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내 가사처럼, 호영이와도 이루어질수 없는거니까,,
그의 모든 옳은말이 또 내발을 묶어놓았다.
몇몇 연습실에 쪼그려 앉아 있던 팬들도 놀랐는지 슬금슬금 사라지기 시작했고 난, 무릎을 쥐고 주저앉을수 밖에 없었다.
#15完
" 형 "
오늘도 어김없이 예쁜미소를 달고 온 호영이, 내게 자신이 직접 끓인듯한 커피를 조심스레 내민다.
" 고마워, 오랜만인것 같다. "
이제, 윤계상도 뭐고 다 잊었다.
그렇다고 생각하고있다. 이 맑은 호영이 웃음에 내 정답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 요새는 통 얼굴보기가 힘들어 형. 그렇게 음악이 좋아? "
" 응. 맨날 여기만 박혀있어서 그런지 이젠 나가는것도 귀찮네"
계상이를 잊고난뒤 내 유일한 비상구는 음악이었다.
솜씨가 있는것은 아니지만 죽자살자 나만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 넌, 좋아보인다. 이제 우리 다시 합숙해야겠네 "
" 아. 우리 콘서트연습이 이제 얼마 안남았구나.
형, 근데 내가 좋아보여? "
" 아닌가? 항상 웃고다니니까 모르겠다,, 임마 "
그렇게 대화를 해나가며 웬지모를 씁쓸한 커피를 훌쩍훌쩍 들이키고 있었다.
" 형. 나 뭐하나 물어봐도돼? "
" 뭔데? "
금방 전까지 보여주었던 작은미소는 금새 사라져버렸다.
" 계상이형.. 다 잊은거야? "
이 웃을줄밖에 모르는 바보가 한다는 소리가 계상이를 잊었냐는 확인질문이다. 솔직히 나도 나를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잘 참아왔고, 음악만 있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든 내게 대답은
" 응.. "
YES였다.
" 형이, 나 좋아보인다고했지? 이제 나 그만웃을까봐.. "
" 무슨소리야? "
슬퍼도, 화나도, 싫어도, 모든감정 재쳐두고 보여주던건 항상 웃음이었는데..
" 형이, 그냥 계상이형가져라. 푸훗. 계상이형이 물건도 아니구.. 그렇지만 나 이제 계상이형 미워졌어..그러니까 형이 가져. 응? "
아직도 나와 계상이는 차가운 얼음덩이 같은 관계였지만, 내가 보는앞에서 호영이에게 해주는건, 부러움을 살 정도였는데,, 도대체 이해가 가지않았다. 슬펐지만 둘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 왜그래, 호영아,,? 응? "
" 히힛,,, 후.. 말그대로 내가 정말 나빠진거지.. 옛날에는 계상이형이, 내 앞에서 형얘기하고 그래도 다 예뻐보이고, 사랑스러웠는데 지금은 아니야. 계상이형도, 나도 변했어.."
" 계상이가,, 아직도 내얘기하니? "
" 그건 형이물어봐. 헤헷. 나 그냥 이말하러 온거야.
계상이형이랑 다시 잘하라구. 이번엔 내가 차이는거 아니다? 형이 증인이야-!! 내가 이걸 확실히 보여주려고 온거라구.. 형. 그거 잊으면 안돼!! "
난 녀석이 무슨말을 할지 알면서도 내가 내입으로
그말을 하면 눈물이 복받쳐 나올까봐
그의 대답에 섞인 한마디를 꾸역꾸역 내뱉었다.
" 너가,, 차지않았다는거? "
우린서로 눈에 앞을가리는 무언가를 담고있었고
끝까지 그 무언가와 웃음을 함께 담아낸다.
" 그거하구... 계상이형이 사랑하는 사람은 데니형뿐이라는거..데니형도, 계상이형 사랑하고있다는거.. "
내가 참고 있었던 그말을 호영이가 결국 하고는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하루아침에 어수선해져버린 마음을 온종일 호영이와, 계상이에게만 두고있어서 그런지 정말 답답해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밤기운이 제법 쌀쌀하긴하지만,
항상 긴바지를 입고다니는 나에겐, 그저 바람일뿐이다.
여기저기, 공원이고, 마켓이고 돌아다니다 돌아온 아파트엔 그가 있었다..
윤계상이.. 있었다..
안절부절못하며, 밖에 서있던 나를 어두움을 재치고 날
봤는지 성큼성큼 다가온다.
" 오랜만이다. "
" 어..어.. "
" 물어볼게있어서 "
밤낮으로 이제, 얘들의 사랑싸움을 들어줄 힘도
있지 않았다.
" 나중에 얘기하면 안돼? 너무 늦었잖ㅇ "
녀석의 방식대로 말이끝나기도 전에 내입술을 먹어버린다.
호영이를 버리고 나에게 왔던 예전처럼.
날 먹어버린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눈을감고 그의 입술을 받아들인다.
차가운 바람이 우리 둘의 머리카락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또한
이제 거슬리지 않다.
하아..하아.
" 야. 안데니 "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내게 차가운말투로 그가 나를 불렀다.
" 응..? "
" 이제 너가 내 주인이라며? "
무슨 뜻인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참동안 그의 시선을 피한채 생각해냈다.
호영이가 가지라고 한물건..
윤계상.
그리고 그것을 다시 소유한 나. 안데니.
그러니까 윤계상은 내것이 되버린거다.
호상이라는 틀에서 항상작아져 왔던 안데니.
그 틀에 얽매이기 시작한것도 나였고, 얽매여서 고통스러워했던것도 나 안데니였다.
하지만 이겨냈다.
팬들과 상관없이 난 진정한 내 사랑을 찾았고
지금은 내 사랑과 콘서트연습중이다.
언젠간 밝혀지겠지-
우리가 연인이라는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