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과 논쟁을 동시에 불러일으킨 오바사이언스의 불임 치료법
난자줄기세포에서 얻었다는 난자 (출처: http://www.nih.gov/news-events/nih-research-matters/egg-producing-stem-cells-found-women) ▶ 2014년 8월 11일, 유명한 불임포럼에 익명의 사용자가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나는 마흔일곱 살인데, 오바사이언스(Ovascience)의 웹사이트를 눈여겨 봐 왔어요. 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난자를 전처리(pretreatment)하여 시험관아기(IVF)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방법이 있다더군요. 오그멘트(AUGMENT)라나 뭐라나, 혹시 그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분 없나요?"
그로부터 14개월 동안, 무려 3,50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상당수의 댓글들은 긍정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 응답자는 "난소 속에 들어 있는 원시세포(primitive cell)를 성숙한 난자로 만드는 방법이래요. 난 지금까지 아기를 낳기 위해 30만 달러를 날렸지만, 오바사이언스를 믿고 한 번 더 투자해 볼 거예요"라고 썼다. 또 다른 응답자는 이렇게 말했다. "장담컨대, 오그멘트를 이용하면 아기를 낳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리 가족은 연금까지 털어 오바사이언스의 주식에 투자했는걸요."
오바사이언스는 인간생물학의 미스터리, 즉 "난자가 왜 생식력을 잃는가?"라는 의문을 해결하는 데 올인하고 있으며, '노쇠한 난자를 회춘시킬 수 있다'는 희망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오바사이언스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여성의 생물학은 신비롭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한 아리따운 여성이 붉은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딘가를 응시하는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2011년 설립된 직후 벤터캐피탈들은 오바사이언스에 4,000만 달러의 자금을 몰아줬으며, 이듬해 나스닥에 상장되자 단숨에 2억 달러의 자금이 모여들었다.
오바사이언스의 오그멘트 프로젝트가 크게 성공한다면, 생식생물학의 지평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20세기에 실시된 실험에 의하면, 암컷 포유동물의 난소는 출생 시에 정해진 숫자의 난자를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생물학 교과서에는, "수컷의 고환이 늙어서도 정자를 생성하는 것과 달리, 암컷의 난소는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것 외에) 새로운 난자를 추가로 만들 수 없다"고 쓰여 있다.
매사추세츠 주 월섬에 본사를 둔 오바사이언스는 기존의 생물학적 통념을 부정하며, 오그멘트라는 불임치료법을 보급하고 있다. 오그멘트 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은 오바사이언스에 25,000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불임클리닉에 수천 달러를 추가로 지불한다. 그리고 25,000달러의 인공수정 비용은 별도다. 오그멘트의 핵심내용은 '소위 난자전구세포(egg precursor)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하여 IVF의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것'인데, 지금까지 이 방법을 이용하여 태어난 아기가 17명에 이른다. 오바사이언스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2차 치료법을 곧 내놓을 계획인데, 그것은 난자전구세포, 일명 난자줄기세포(oocyte stem cell)를 이용하여 불임 여성의 생식능력을 직접 회복시키는 것이다.
▶ 기자는 오바사이언스에 대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잠시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어떤 생식생물학자들은 오바사이언스의 활동에 깜짝 놀라며, "성체 포유동물은 난자줄기세포를 갖고 있지 않다"는 증거를 들이댄다.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오바사이언스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불임 여성들은 오그멘트에 열광하고 있다. 그녀들은 아기를 낳을 수만 있다면 돈을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고 어떤 치료법도 견뎌낼 수 있으며 어디에라도 갈 수 있다. 캐나다의 보건당국은 오바사이언스에게 기회를 줬지만, 미국의 보건당국은 "좀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환자들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모든 논란의 중심에는 조너선 틸리 박사(생물학)가 있다. 그는 난자줄기세포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주장)한 다음, 오바사이언스를 설립했다. 그는 호전적이고 결의에 차 있으며, 자신의 연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학자들에 대해 불만이 대단하다.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학술회의에서 발표를 한 후 질문이 나오기 전에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고 한다. "오바사이언스와 오그멘트를 둘러싼 열광적 분위기의 이면에는 과학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라고 캔자스 대학교 메디컬센터의 데이비드 알버티니 박사(생식생물학)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참고 1】 조너선 틸리 박사
생물학자인 조너선 틸리 박사는 난자줄기세포의 임상적 시사점을 재빨리 간파하고 오바사이언스를 공동 설립했다.
|
▶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과학이 되어야 한다. 문제의 발단은 2004년, 당시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 재직 중이던 틸리 박사가 핵폭탄급 논문을 발표한 것이었다. 그는 《Nature》에 기고한 논문에서, "마우스의 난소에서 새로운 종류의 줄기세포를 발견했는데, 이 줄기세포는 완전한 난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Science, 12 March 2004, p. 1593). 지금은 은퇴한 로저 고스덴(생식생물학)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이 좀 더 많은 난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여성의 건강에 혁명을 일으키는 획기적인 뉴스다"라고 말했었다.
2005년 틸리는 마우스를 이용한 연구에서, "난자줄기세포가 골수 속에 옹송거리고 모여 있으며, 골수이식을 통해 마우스의 생식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Science, 29 July 2005, p. 678). "그 당시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하나같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 가서 골수이식 수술을 받으면 새로운 난자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라고 뉴욕대학 부설 랑곤 메디컬센터의 데이비드 키프 박사(불임치료 전문가)는 말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환자들에게 '그 연구는 재현되지 않은 겁니다'라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환자들은 '아기를 낳으려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2006년 다른 연구진이 틸리의 주장에 반박하는 논문을 발표했다(Science, 16 June, p. 1583). 틸리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주안점을 바꿔갔다. 즉, 그는 난자줄기세포가 있는 장소로 '골수'보다는 '난소조직'을 지목했다.
틸리는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난자줄기세포의 존재를 증명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틸리가 주로 외관과 유전지표에 의존하여 난자줄기세포를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생식생물학자들은 '난자줄기세포가 감수분열하는 장면을 포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난자줄기세포에서 나온 난자를 수정시켜 낳은 자손을 보여달라'고 압박했다.
수세에 몰린 틸리에게 응원군이 나타났다. 2009년 중국 상하이 지아오통 대학교의 우 지 박사(생식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Nature Cell Biology》에 기고한 논문에서, "신생 마우스의 난소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불임 마우스에 이식한 결과, 새끼를 낳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우 박사의 연구실을 방문한 바 있는 영국 애든버러 대학교의 에블린 텔퍼 박사(생식생물학)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소에 뭔가가 존재하는 게 분명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이 아직도 못미더운 반응을 보이자, 틸리 박사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들은 평가기준을 자꾸 바꾸고 있다. 전에는 새끼를 보여달라더니, 이제는 임상시험 결과를 보여달란다"라고 그는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비판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금까지 네 그룹 이상이 '난자로 성숙하는 난자줄기세포'를 발견하는 데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우리도 지아오통 대학교의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를 반복해 봤지만, 난자줄기세포를 얻지 못했다"라고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의 리우 쿠이 박사(분자생식생물학)는 말했다. 난카이 대학교의 리우 린 박사와 공동연구를 수행한 키프 박사에 의하면, 원숭이, 인간,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3건의 연구에서 모두 난자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마침내, 2013년 두 명의 걸출한 생물학자 - 화이트헤드 연구소의 데이비드 페이지 박사(유전학)와 잭슨 연구소의 존 에피그 박사(생식생물학) - 가 그 동안의 논란을 해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Nature Genetics》에 발표한 논문에서, "특정 세포가 '난자와 매우 비슷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호르몬에 대해 난자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 세포들은 감수분열을 하지 못하므로, '난자 워너비'일뿐 진정한 난자는 아니다"라고 그들은 결론내렸다.
'난자줄기세포를 이식받은 마우스가 새끼를 출산했다'고 보고한 지아오통 대학교의 우 박사는 기자의 전화와 이메일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틸리 박사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우 박사의 연구결과를 재현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비판자들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9개월간의 연구를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 2013년 열린 학회에서 그 데이터를 발표했다. 그러나 반대자들이 곧이들을 것 같지 않아 논문을 발표하지는 않았다"라고 그는 말했다.
틸리는 반대자들의 완강한 태도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결과와 각종 생물학 문헌에도 불구하고 난자줄기세포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매우 순진하거나, (과학과 무관한) 불순한 의도를 지녔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틸리 박사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 있으니, 그는 캐나다 맥길 대학교의 휴 클라크 박사(생식생물학)다. 그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을 감안할 때, 난자줄기세포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한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생물학계에서 난자줄기세포의 존재를 믿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게임은 끝났다. 난자줄기세포를 둘러싼 논쟁은 이제 종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첫 번째 '오바사이언스 베이비'는 지난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검은 머리칼에 주먹을 꼭 쥔 '자인 라자니'의 사진은 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전세계에 퍼져나갔다.
【참고 2】 최초의 ‘오바사이언스 베이비’ 자인 란자니
자인은 엄마가 오그멘트 시술을 받은 후에 태어났다. |
자인의 엄마는 오바사이언스와 제휴한 클리닉에서 오그멘트(AUGMENT) 시술을 받았다. 오그멘트는 문자 그대로 '난자에 미토콘드리아를 공급하여 활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질에 존재하는 소기관으로, 세포의 에너지원 역할을 한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나이든 여성의 난자에서는 미토콘드리아가 불안정해진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에 의사들은 30차례에 걸쳐 건강한 여성들의 난자에서 세포질을 추출하여 불임여성들에게 주입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13명의 여성들이 임신에 성공했다. 나는 이 사례에서 영감을 얻어 오그멘트를 고안해 냈다"라고 틸리는 말했다.
기자는 1990년대 후반 문제의 연구를 이끌었던 레프로제네틱스(뉴저지 주 리빙스턴 소재)의 자크 코헨 박사(임상배아학)를 찾아가 연구결과를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코헨 박사는 즉답을 회피했다. "우리 연구에서 통상적인 경우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임신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연구는 어디까지나 예비연구였으며, 건강한 여성의 난자에서 추출한 세포질이 임신에 기여했다고 볼 만한 결정적 증거는 없었다'라고 그는 말했다(Science, 3 April, p. 14). 그러나 틸리는 이 연구결과에 큰 인상을 받았다. "참가자의 수가 적기는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더라도 그 연구는 성공적이었다. 임신율이 0%에서 43%로 증가했다면 대단한 것 아닌가?"라고 그는 반문했다.
오그멘트는 - 공여자가 아니라 - 환자 본인의 세포질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를 사용하는데, 구체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의사들은 먼저, (보통은 전신마취 상태에서) 복강경을 이용하여 여성의 난소 벽에서 조직을 채취한다. (2) 채취된 조직샘플은 오바사이언스의 연구실로 보내지고, 오바사이언스의 과학자들은 그중에서 '난자전구세포'를 분리해낸 다음, 여기에서 미토콘드리아를 추출한다. (3) 마지막으로, 의사들은 IVF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 정자'를 여성의 난자에 주입한 다음, 하나 이상의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다.
총 17명의 오그멘트 베이비 중 대부분은 젊은 엄마에게서 태어났다. 오바사이언스의 CEO인 미셸 딥은 9월 말 투자자들과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의사의 발표에 의하면, 오그멘트 덕분에 임신율이 10배 상승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딥이 인용한 숫자는 토론토와 두바이의 의사들이 《Journal of Fertilization: In Vitro-IVF-Worldwide, Repreroductive Medicines, Genetics & Stem Cell Biology》 8월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나온 것이다. 로버트 캐스퍼가 이끄는 토론토의 의사들은 평균 2회의 IVF에서 실패한 여성 34명에게, 마이클 파키가 이끄는 두바이의 의사들은 평균 4.3회의 IVF에서 실패한 여성 59명에게 오그멘트를 시술했다.
오바사이언스 측에 의하면 IVF에 여러 번 실패한 여성들의 생아출산율(live birth rate)은 통상적으로 1~2%라고 하는데, 이는 100명 중 겨우 한두 명 정도가 임신에 성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그멘트를 시술한 후 토론토 팀의 임신율은 26%(=9/34)로 상승했는데, 딥이 '10배 상승' 운운한 것은 이 수치에 근거한 것이다. 한편 두바이 팀의 임신율은 18%에 머물렀다. 캐스퍼와 파키는 오그멘트에 대해 딥보다 훨씬 더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지만, 기자의 자세한 인터뷰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위의 논문에서, 임신율이 각각 11배와 18배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키프 박사는 딥, 캐스퍼, 파키의 주장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는 FDA에서 주최한 세포요법 평가회의에 참석하여 이렇게 증언했다. "그들의 계산은 엉터리다. 그들은 IVF에 두 번 실패한 환자들의 미치료성공률(untreated success rate)을 0%로 간주하고, 세 번째 IVF에서 나타난 20%, 25%의 임신율을 모두 오그멘트에 귀속시켰다. 그건 마치 두 번의 동전던지기에서 앞면이 한 번도 안 나왔는데, 세 번째 시행에서 앞면이 나온 걸 갖고서, 성공률이 100배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캐스퍼와 파키는 위의 논문에서 "여성들의 예후가 불량한 상태였으며, IVF의 성공률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키프 박사는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IVF의 성공률은 다섯 번째까지는 크게 변하지 않으며, 매회 30% 주변을 맴도는 걸로 나타난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캐스퍼와 파키가 주장하는 26%는 IVF의 통상적인 성공률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오그멘트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 뒤에는 좀 더 근본적인 의문이 도사리고 있다. 생물학자들은 난자줄기세포의 존재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란을 벌여 왔는데, 양측은 지난 달 《Nature Medicine》에 실린 논문을 계기로 하여 정면충돌했다. 두 팀의 연구진이 기고한 논문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 해석은 제각각이었던 것이다.
리우 박사가 이끄는 스웨덴의 연구진은 "오바사이언스와 마찬가지로, DDX4(생식줄기세포 특유의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해 봤지만, 난자줄기세포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한편 미 국립보건원(NIH)의 에린 울프 박사(불임 전문가)가 이끄는 연구진도 "DDX4 항체를 이용하여 마우스, 원숭이, 인간에게서 난자줄기세포를 찾는 데 실패했다"고 보고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그는 "난자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일부 세포가 단지 DDX4를 발현하지 않을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참고로, 울프는 틸리와 함께 연구해 왔으며, NIH의 산학협동 프로그램에 따라 오바사이언스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는데, 지금껏 난자줄기세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 왔다(그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오바사이언스 측은 이 같은 혼선이 발생하는 이유를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이 난자줄기세포를 분리해내지 못하는 것은 '오바사이언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항체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바사이언스의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아더 트지아나보스에 의하면, "일반 시약업체에서 생산하는 표준 DDX4 항체들은 품질이 낮아, DDX4가 없더도 반응을 나타내거나 DDX4가 있어도 탐지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리우 박사는 트지아나보스의 주장을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오바사이언스의 과학자들을 제외한 모든 생물학자들이 저품질의 항체를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오바사이언스는 자사의 연구원들이 사용하는 항체를 외부의 과학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텔퍼 박사는 자신에게만은 예외를 인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녀는 본래 틸리의 연구결과에 회의적이었지만, 상하이 지아오통 대학교의 우 박사가 새끼 마우스를 출산시키는 것을 본 후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틸리가 공유해 준 데이터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오바사이언스 연구진의 개방성과 근면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현재 텔퍼 박사는 '난자줄기세포로 추정되는 세포'를 대상으로 감수분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세포분열의 표지(감수분열 유전자가 생성하는 단백질)를 추적해 왔는데, 카네기 과학연구소의 앨런 스프라들링 박사(생식생물학)에 의하면 그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왜냐하면 뇌종양 세포도 그 단백질을 발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분화/분열하는 세포의 운명을 추적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텔퍼 박사도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스프라들링 박사가 권고하는 방법을 사용할 계획이다.
트지아나보스는 난자줄기세포를 둘러싼 논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지금은 생식세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사람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그는 말했다.
난자줄기세포를 둘러싼 대립은 당분간 해소될 것 같지 않다. 회의론자들을 확신시키려면 위약대조연구가 필요하지만, 오바사이언스는 그럴 계획이 없다. 불임치료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IVF나 기타 불임치료법의 경우에도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친 적이 없다(Science, 15, Aigudt 2014, p. 744).
▶ 2013년 미 FDA는 오바사이언스에게 "여느 새 치료법들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임상시험을 실시하 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오바사이언스는 캐나다로 진출했다. 캐나다의 경우 불임치료에 관한 감독권이 주 정부에 있어서, 규제가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오그멘트가 널리 보급되는 추세를 보이자, 오바사이언스는 오그멘트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현재 오바사이언스는 '모든 나라에서 오그멘트를 승인받을 필요는 없다'는 원칙 하에, 미 FDA와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분석가들도 오바사이언스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일단 한 나라에서 입지를 굳히고 나면, 수익성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것이다. "불임치료 시장은 매우 매력적이다. 고객들의 욕구가 매우 강해, 가격이 높아도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다"라고 웨드부시 증권(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애널리스트 자락 쿠르시드는 말했다. 오바사이언스는 오그멘트 1회 시술의 가격을 15,000~25,000달러로 책정하고 있으며, 시술을 담당하는 클리닉에서는 별도의 시술비를 부과한다. 현재까지 오그멘트를 시작했거나 완료한 여성들은 200명 이상이며, 그중 대금지급을 완료한 여성은 35명이다. 오바사이언스 측은 오그멘트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 불임클리닉들을 훈련시키고 있는데, 훈련비용은 무료다.
그러나 오그멘트는 비즈니스의 시작일 뿐이다. 오바사이언스가 향후 출시할 오바프라임(OvaPrime)과 오바추어(OvaTure)는 미토콘드리아를 생략하고, 난자줄기세포를 직접 이용하여 아기를 낳게 하는 방법이다. 올해 말 모(某) 국가에서 선보일 예정인 오바프라임은 두 번의 복강경 수술을 필요로 한다. 첫째로, 난소 벽에서 조직을 채취한 후, 난자줄기세포를 분리해 낸다. 둘째로, 난자줄기세포를 여성의 난소에 삽입한다. 그러면 난자줄기세포가 그 자리에서 성숙하며, 환자는 IVF나 자연임신 등을 통해 아기를 임신할 수 있다. 오바추어도 오바프라임과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난자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성숙시킨 다음 수정시켜 착상시킨다는 것이다.
▶ 오바사이언스를 둘러싼 작금의 사태는 '과학자들이 동일한 데이터를 얼마나 다르게 해석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오바사이언스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을 연구하고 있으며, 동사의 과학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예일 대학교의 휴 테일러 박사(생식내분비학)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오그멘트 관련 연구들은 최고수준의 증거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을 모두 불합리하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 어떤 의학적 문제에 답이 없을 경우, 사람들은 좌절하게 된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비윤리적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미합중국의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임상시험의 일환으로 오그멘트를 권하고 있다고 한다. "의사들은 오그멘트가 도움이 된다는 실질적 증거를 원하며, 그 생물학적 근거는 부차적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키프 박사는 테일러 박사와 정반대의 입장이다. "오그멘트는 '모든 사람들은 산타클로스를 믿고 싶어 한다'는 심리에 영합하고 있다. 오바사이언스는 기초과학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 50,000달러짜리 상품(오그멘트 시술에 들어가는 비용을 의미함)을 판매하려면, 그에 걸맞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오바사이언스는 난자줄기세포의 존재를 확신할지 모르지만, 전세계의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 9월 오바사이언스는 오그멘트 시술 건수가 예상보다 저조하다고 발표하며, 그 이유를 오바사이언스와 제휴한 불임클리닉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M&A 탓으로 돌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오그멘트의 신장세가 주춤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오펜하이머 & Co의 애널리스트인 로힛 반자니는 2018년 전세계의 오그멘트 시술 건수가 8,500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노스이스턴 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틸리 박사는 '난자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의 연구는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결국에는 과학이 승리할 것이다"라고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 출처: Science(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5/11/feature-controversial-company-offers-new-way-make-ba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