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중앙의 권력이 진공화되면 사회는 불안정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러시아는 쉽게 분열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교착 상태.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적당히 정전으로 끌고 가고 싶겠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을 적어도 개전 전 경계까지 밀어내지 않으면 정전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도 개전 전보다 조금은 성과가 없으면 정전이 어렵다.
한편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미증유 제재가 드디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EU의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감축이 본격화되면서 가격도 급락했기 때문이다. 올 1~2월 러시아는 약 2조 6000억 루블(4조3000억엔 미만)이라는 기록적인 재정적자를 냈다. 보통 연말에 지불하는 무기 값을 연초에 미리 지불했기 때문이겠지만 이로써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거의 소화해 버렸다. 그래서 러시아는 국채를 증가발행하기 시작했다. 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말 경상수지 흑자는 제로에 근접했다. 지금까지 국가 세입의 절반가량을 원유 천연가스 관련으로 벌어들인 경제모델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
그리고 백인(白人) 선진국이라는 러시아인의 자부심(착각이지만)은 유럽 문명권에서 추방돼 진흙탕으로 얼룩졌다. 세계 2위 정도의 군사력은 우크라이나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라는 나라는 그 알맹이를 잃은 것이다. 정신 차리고 보니 대선은 내년 3월. 선거전은 이미 시작된 것과 같다. 푸틴 대통령의 연임, 사임, 쿠데타 등의 속셈이 뒤섞여 모스크바의 권력이 진공화되면 지방은 이반(離反). 테러가 빈발할지도 모른다.
서방에서는 러시아 분열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2차대전 말기 서방은 독일을 분할해 무력화시키는 모겐소 플랜을 만들었지만 같은 일을 러시아에서 하자는 이들마저 있다. 이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생각이다. 그런 말을 서방이 하면 러시아인들은 애국심에 불타 진심으로 저항한다. 게다가 분열된 러시아는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곳곳에서 분쟁의 원인이 될 것이다. 핵무기를 미리 중앙에 모아두지 않으면 핵보유국이 마구 늘어나 핵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할 것이다.
■ 분열한 것은 근대 역사상 두 번뿐
게다가 역사를 보더라도 러시아는 쉽게 분열되지 않는다. 18세기 표트르 대제가 러시아 제국을 성립시킨 뒤 나라가 분열된 것은 1991년 소련 붕괴와 그 이전에는 1917년 혁명 직후 내전기뿐. 후자에서는 독일에 영토를 크게 할양한 데다 극동에서는 극동공화국이 독립. 시베리아 등 전 국토에서 몇몇 유력 장군들이 모스크바 공산주의 정권과의 전쟁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되지도 않을 것이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모스크바의 중앙권력 약화, 지방권력 강화가 될 것이다. 1991년 소련 붕괴 직전에는 모스크바 권력이 진공화되면서 거둬들인 세금을 중앙으로 송금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가 나타났다. 개중에는 수장을 대통령으로 자처하고 독자적인 헌법, 독자적인 법제를 펴는 곳도 있었다. 이번에도 지방의 힘이 센 인도와 비슷한 연방성이 강한 국가가 나타날지 모른다.
이때 극동 여러 주는 중국으로 크게 기울어질 것인가, 아니면 대중 경계를 강화할 것인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스크바 중앙은 일본과의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돈과 맞바꾸려고 하겠지만 현지 사할린 주는 강경하게 저항할 것이다. 그것이 90년대 전반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니 러시아 분열에 손을 대거나 기회라고 생각하고 얕잡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좋다. 중국이 청나라 때 러시아에 빼앗긴 연해지방 탈환에 나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