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26 章 색마가 된 냉운
냉하곡을 휘감은 안개는 갈수록 짙어졌다. 모든 것을 얼려 버리는 빙
무(氷霧)는 현빙담 근처로 접근할수록 강해졌다.
햇빛마저 접근을 금지시키는 차가운 안개, 골짜기 양면은 수천 년의
세월을 통해 만들어진 두터운 얼음에 덮여 있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부가 그대로 얼어 버릴 정도로 빙극지기가 강했으
나 냉운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두터운 안개도 그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안개 속, 무수한 죽봉(竹棒)이 박혀 있다. 씨줄 날줄이 일정한 배열
에 따라 박혀 있는 죽봉. 협곡을 가득 메우고 있는 죽봉의 진(陣)은
삼십 장 면적에 달하고 있다.
죽봉의 표면은 두터운 얼음으로 덮여 있기에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고드름이 촘촘히 박혀 있는 듯했다.
안개가 심한 것은 죽봉으로 인한 진세가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바늘 끝보다 날카로운 살기가 쉬임 없이 진세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
다.
"시시한 마도기문진으로 날 막으려 하다니……."
냉운은 조롱의 미소를 흘리다가 죽진(竹陣) 앞에 세워져 있는 또 하
나의 금비를 보게 되었다.
<신비마궁(神秘魔宮) 제사관(第四關) 죽살진(竹殺陣)>
마궁이 마련한 네 번째 관문.
냉운은 선뜻 발을 들여놓지 않은 채 매의 눈보다 예리한 시선으로 죽
살진을 살폈다.
한 자루 향이 탈 시간이 지난 후, 냉운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
다.
'건곤풍뢰진(乾坤風雷陣)이다. 팔진도를 변형시킨 진세가 분명하다.'
건곤풍뢰진은 마도의 진세가 아닌 백도의 진세이다.
신비마궁이 무너진 마도 삼 파와 다른 것은 백도의 절기에 능한 자들
이 다수 들어 있다는 것이리라.
냉운은 진세를 파악한 후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건곤풍뢰진은 모두 여덟 개의 관문을 갖고 있다. 생문은 오로지 하
나에 불과하다. 하나, 생문을 선점한다면…… 진세는 그 즉시 무용지
물로 변하게 된다.'
냉운은 무림기인전 안에서 익힌 기문진학을 이용해 진세의 허점을 낱
낱이 파악한 후였다. 무공을 모르던 시절에도 불사검제가 마련한 진
세를 뚫지 않았던가.
그는 이미 강호의 절정 고수자. 어떠한 진세도 그를 막을 수 없다.
냉운은 죽살진을 바라보다가 한 곳으로 신선을 고정시켰다.
신광이 번득이는 눈, 안개를 뚫고 번지는 안광은 가히 신안이었다.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서 나와라!"
냉운의 말이 끝나는 직후 죽진 안에서 들려오는 음침한 목소리가 있
었다.
"제사관을 통과하기 위해 왔다면 나를 불러내지 말고 직접 안으로 들
어와야 한다."
냉운이 한 번 들은 목소리이기도 했다.
'어디서 들은 듯한 목소리인데?'
그가 고개를 갸우뚱할 때.
"극한관, 검관, 그리고 독관을 통과했으니 회의대 자격이 있다. 이제
여기를 통과하면 은의대(銀衣隊)가 된다. 어서 들어와라."
냉운의 호승심을 자극하는 말소리였다.
"안으로 들기를 두려워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냉운은 두려움 없이 죽진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직선으로 걷지 않고 비스듬히 걷는 걸음. 좌로 세 걸음 걷다가 곧장
앞으로 두 걸음, 다시 좌측으로 다섯 걸음, 그리고 곧장 나아가다 우
측으로 돌아가면 진세의 생문(生門)을 점하게 된다.
냉운은 쉬지 않고 열일곱 걸음을 내디뎠다.
그는 마침내 한 자리를 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곳이 생문이다.'
환하게 번지는 미소, 그 미소는 찰나지간 사라졌다.
생문이라 여겼던 곳이 돌연 사문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냉운의 얼굴이 일그러들었다.
'건곤풍뢰진이 역천혼돈진세로 펼쳐지다니…….'
그뿐이 아니었다.
마도의 음양마라진(陰陽魔羅陣)과 파천무극세(破天無極勢)가 진의 여
덟 관문에 포개어 설치되어 있었다.
엄밀히 말한다면 사상멸혼대진(四象滅魂大陣)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
다. 천재적인 기문술사가 없다면 그 네 개의 절진을 그렇듯 완벽하게
설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신비마궁의 힘은 냉운의 상상 이상이었다.
냉운은 한순간 방향감을 상실했다.
대나무가 사라지고 빙해가 나타난다. 빙해는 곧 사라지고 수천 수만
개의 빙괴가 그를 깔아뭉갤 듯 사방에서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꾸르르릉 ―!
수만 마리 준마가 일제히 날뛰는 듯한 굉음.
지축이 뒤흔들리듯 했고, 천지간이 그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냉운의 이마에 진득한 땀방울이 맺혔다.
'움직이는 건 하책이다. 움직이다간 진세의 흐름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냉운은 눈을 반개했다.
오음절맥이 완치되면서 신통한 오성은 사라졌으나 그의 지혜는 여전
히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냉운은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며 진의 변화를 관망했다.
급격하게 일어나던 환경이 한순간 동작을 멈춘 듯 일대가 고요해졌다
.
'진세가 멈춘 게 아니다. 마음에 따라 변환하기에 멈춘 것처럼 느껴
지는 것이다.'
냉운은 그래도 미동조차 않았다.
일각의 시간이 흘렀을까.
"으음……."
어디선가 답답한 침음성이 들려왔다.
진세 깊숙이 몸을 감추고 있는 자, 그는 냉운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려냈고, 그 순간 냉운의 반개했던 눈이 뜨여
졌다.
"드디어 찾았다."
그는 서둘러 왼편으로 세 걸음 이동했고, 멈추지 않은 채 일 장 허공
으로 날아오르며 뒤편으로 이 장 정도 물러나 떨어져 내렸다.
그가 지면에 발을 딛는 순간.
츠츠측 ―.
뱀의 혓바닥 놀리는 소리와 함께 등판으로 날아드는 무엇인가가 있었
다.
"기다리고 있었다."
냉운의 날카로운 감각이 그 소리를 놓칠 리 있는가?
냉운은 몸을 바람같이 회전하며 쌍수로써 천뢰신강(天雷神 )의 오묘
한 강기를 발출해 냈다.
꽈르르릉 ―!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주위가 풍비박산 뒤집혀졌다.
순간, 냉운은 손바닥에 통증을 느끼고 벌레 씹은 표정이 되었다.
"지독한 물건이군."
냉운은 손바닥을 내려다보고 혀를 내둘렀다.
손바닥에 검은 점 수십 개가 생겨나 있었다. 우모(牛毛)와 같은 독침
이 박혀든 흔적이었다.
'천뢰신강을 뚫고 들어올 수 있는 독침이 있을 줄이야…….'
냉운은 입술을 씹으며 손바닥에 막강한 진력을 흘려 넣었다.
손바닥이 확대되어 가며 독침 사십여 개가 천천히 빠져나와 땅바닥으
로 떨어졌다.
"지독한 놈! 암습마저 막아내다니……."
왼편에서 이를 가는 듯 처절한 음성이 들려왔다.
죽살진에 몸을 도사리고 있는 자. 그는 냉운이 진세를 돌파한 후 떨
어질 지점을 선점하고 있다가 불의의 암습을 가한 것인데 그것마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암습이 실패로 돌아간 이상 달아나는 게 최상책이다.
그가 서둘러 몸을 빼려는데, 그보다 빠른 것은 냉운의 움직임이었다.
냉운의 손이 뻗어지더니 슬쩍 끌어당기는 자세를 취했다.
"돌아와라!"
말과 함께 아주 강력한 흡인력이 일어나 홍의인을 낚시에 걸린 물고
기같이 바짝 끌어당겼다. 홍의인은 저항하려 했으나 무형의 흡인력에
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끝장이군.'
홍의인은 목숨을 버렸다고 생각하며 뒤뚱뒤뚱하는 가운데 두 소매를
아주 크게 휘둘러 댔다.
파파팍!
소매 안에서 검은 그물이 쏟아져 나오는 듯했다.
무수한 독침이 튕겨 나와 빠른 속도로 냉운의 전면을 휘감아 갔다.
"악독한 놈!"
냉운은 왼손을 그대로 한 채 오른손을 들어 비스듬히 뿌리는 자세를
취했다.
다시 한 차례 흡인력이 일어났다.
냉운을 향해 몰려가던 독침 한 무더기가 흡인력에 끌리며 한쪽 죽림
안으로 사라져 갔다.
"으으, 마제보다 강한 자가 있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홍의인은 또 한 차례 기습이 무위로 끝나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냉운은 그를 바짝 몸 앞으로 끌어당겼고, 그의 얼굴에
서 복면을 벗겨냈다.
복면 안에서 드러난 얼굴은 아주 낯선 얼굴이었다.
"누구냐?"
냉운은 홍의인의 완맥을 쥐고 냉막히 캐물었다.
"나는 신비마제의 마사자이다. 그리고 이곳 사관의 관주다. 너는 사
관을 통과했다. 이제 은의대가 되었다."
홍의인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냉운은 그의 목소리를 또 한 번 듣고 나서야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되
었다.
"하하……, 이제 보니 방 대협이시군."
냉운이 비웃듯 말하자, 홍의인이 눈을 감은 채 정색했다.
"나는 사관주다. 어서 나를 풀어 주도록 해라. 그리고 나는 방 대협
이란 사람과는 관련이 없다."
"설마, 그 사이 내 얼굴을 잊지는 않았을 텐데…… 나를 모르는 체하
다니, 무슨 꿍꿍이가 있군."
"나,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른다."
홍의인이 고개를 휘 내둘렀다.
그는 오십 중반 정도였고, 눈이 유난히 큰 청수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 하나 눈빛이 아주 사악해 보였다. 마공을 익혔기 때문이다.
"하하……, 청성신협(靑城神俠) 방호(方浩)라는 것을 알고 있소."
냉운은 그가 청성은옹을 죽이기 위해 청성파 지하 감옥 안으로 들어
왔다가 자신의 손에 패해 도망친 청성신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는 냉운을 모르는 듯 시치미를 떼다니, 알지 못할 일이었다
.
"흥!"
냉운은 그를 쳐죽이려다가 살기를 거두고 손을 놔 주었다.
청성신협의 식은땀으로 뒤덮인 얼굴 가득 의혹의 빛을 떠올랐다.
냉운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힘 있게 말했다.
"청성은옹은 돌아가셨소."
"으음……."
"배반했다고 하나, 과거 그분께 무공을 배웠다면 그분이 극락왕생하
기를 바래야 할 것이오."
냉운은 천천히 말한 후 등을 돌렸다.
과거 사매를 겁간하고 달아난 청성의 반도, 그를 죽이지 않는 건 청
성은옹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분께서 차마 죽이지 못한 자를 내가 어찌 죽일 수 있단 말이냐?'
냉운은 끓어오르는 살기를 억제하며 죽살진을 향해 오른손을 비스듬
히 흔들어댔다.
꽈르르르릉 ―!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앞이 허전해졌다. 협곡을 가로막는 죽진
이 단 일 장으로 흔적도 남지 않았다.
바로 불사신공(不死神功)이었다.
냉운은 괴로워하는 청성신협 방호를 뒤에 두고 아주 빠른 속도로 냉
하곡 안을 향해 신형을 폭사시켜 갔다. 방호를 죽이지 않은 까닭은
청성은옹 때문이지, 방호에게 개과천선을 바랬기 때문은 아니었다.
방호는 냉운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다가 어깨를 늘어뜨리고 한 구석
으로 물러났다. 아주 맥빠진 모습이었다.
얼마나 갔을까.
냉운은 흐르지 않는 물을 그득 담고 있는 거대한 호수 하나를 보게
되었다.
바로 현빙담(玄氷潭)이었다.
근처의 한기는 얼음굴 안을 능가했고, 세 자 두께의 얼음이 빙국(氷
國)을 이루고 있었다.
냉운은 홀연히 날아올랐다가 허공에서 몸을 뒤집으며 현빙담 바로 옆
에 사뿐히 떨어져 내렸다.
제사관 죽살진 이후 그를 막아서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다니……."
냉운은 신비마궁이 서 있기를 기대하고 달려들었으나 주춧돌 하나 발
견할 수 없었다.
거대한 토목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완전한 헛소문이었단 말
인가?
혈영신검이 말한 것처럼 그 모든 것은 냉운 한 사람을 위한 함정에
지나지 않았단 말인가?
냉운은 아무도 없다는 데 의아해하며 현빙담 가를 달리기 시작했다.
매우 광활한 호반이었다.
호수 가운데서 불어오는 한풍이 뼈를 깎을 듯했다.
냉운은 흑색신룡(黑色神龍)같이 표표히 움직여 호숫가를 달리다가 한
곳에 이르러 발을 우뚝 세웠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홍의복면 여인 하나가 있기 때문이었다.
화려한 궁장 차림의 여인, 살기를 뿜어내는 여인의 몸집이 어딘지 모
르게 낯익게 여겨졌다.
"호호호……!"
홍의녀는 냉운이 자신을 바라보며 다가서자 까르르 웃다가 소매를 떨
쳐냈다.
소매 속에서 날아오는 금패 하나가 있었다.
냉운은 조금 놀라워하지 않고 손을 내저어 날아드는 금패를 아주 가
볍게 받아냈다.
"왜 이것을 던지느냐?"
냉운이 금패를 건네 쥐고 싸늘히 묻자.
"그것을 자세히 봐라!"
홍의녀가 독랄한 눈빛을 하고 꾸짖듯 말했다.
어디선가 들은 듯한 음성이었으나 쉽게 기억나지 않았다.
'변성(變聲)시켜 말하는군.'
냉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홍의녀가 집어던진 금패를 내려다보았다.
황금패 표면에 새겨진 글자가 있었다.
<옥면살성자신위(玉面煞聖者神位)>
그것은 하나의 위패였다.
냉운은 위에 자신의 별호가 새겨져 있다는 데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
었다.
"이것을 만들어 던진 이유가 무엇이냐?"
"흥! 그야 물론 네놈을 죽이기 위함이다. 나는 신비마궁의 오관주(五
關主)인 동시에 네게 최명사자가 될 사람이다."
홍의녀의 말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졌다.
"나를 잘 아는 자군."
"물론이다, 냉운!"
"여기까지 오는 중 나를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너
만이 아는 척을 하는 게 이상하구나."
"이상할 건 없다. 더 이상 숨길 것이 없기에 이러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숨길 필요가 있었단 말이냐?"
"바로 맞췄다."
홍의녀의 눈빛은 먹이를 노리는 암 살쾡이의 눈빛을 닮아갔다.
"냉운, 너는 지금 신비마궁의 노리개다."
비웃는 듯한 말소리였다.
"노리개?"
냉운이 역시 비웃는 듯하자.
"네 목은 아주 귀한 물건이 되었다. 궁주께서 네 목에 아주 놀라운
상을 내걸었다. 칠관(七關)의 관주들이 네 목을 얻기 위해 갖고 있는
재간 중 가장 놀라운 것을 사용한 까닭이 그것이다."
"신비마제가 내 목에 상을 걸었다고?"
냉운이 비웃으며 목을 어루만졌다.
"호호……, 네 목을 얻는 사람은 곧 신비마궁의 부궁주(副宮主)가 된
다. 그 지위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이다. 관주들이 너를 잡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다."
"그럼 너도 부궁주가 되기 위해 내 목을 취할 작정이겠구나?"
"물론이지!"
"하하……, 나를 잡기는 쉽지 않다."
냉운은 냉막히 웃으며 수중의 금패를 쳐들었다.
홍의녀의 눈빛이 한결 흉흉해졌다.
냉운은 그녀의 눈빛이 쾌재에 차 간다는 것을 알고 혹시나 하는 마음
이 되었다.
'금패에 수작을 부렸을까?'
그럴 듯한 생각이었다.
금패 안에다가 강한 독이나 화약을 집어넣어 일부러 깨뜨리기를 바랄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나, 냉운은 그런 암수를 두려워할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무슨 수건 다 받아 주겠다.'
냉운은 불사현공을 끌어올리며 손아귀에 힘을 가했다.
순간, 폭음과 함께 분홍빛 기류가 흘러나와 안면을 휘감았다.
달콤하게 번지는 향내, 냉운은 이미 불사현공을 끌어올린 상태였기에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단해에는 여전히 무궁한 진기가 머물러 있다. 품안에 있는 벽독신주
는 백독을 녹여 버린다. 어떠한 독이라도 그를 중독시킬 수 없었다.
"호호호……!"
홍의녀가 박장대소를 하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냉운이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손은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하기
만 했다.
"어리석은 계집! 이 정도 잔재간으로 옥면살성자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느냐?"
냉운은 코웃음치며 손바닥에서 금패 조각을 떼어냈다.
"호호……, 두 손이 강철보다 단단하군. 그러나 나도 그 정도는 짐작
하고 있었다. 너는 나를 이기지 못했다. 나는 네가 쓰러지기를 바라
지는 않는다."
홍의녀가 스스로 위안하는 듯 아주 거만히 말했다.
"갈수록 가관이군.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나를 꺾으려 하느냐? 설마
정정당당히 겨루려 하지는 않을 텐데?"
"물론 그렇다. 하나, 시간이 약간 지나면 내가 승리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네가 이겼다고?"
냉운이 얼떨떨해하자 홍의녀가 득의한 웃음과 함께 두 손을 들어 얼
굴을 가린 복면을 벗겨냈다.
치렁치렁한 흑발이 흘러내리며 아주 귀엽게 생긴 소녀의 얼굴이 나타
났다.
"옥향(玉香)이군."
냉운은 복면녀가 백화궁의 옥향선자라는 데 적이 놀라고 말았다. 옥
향선자가 복면을 접어 품안에 간직하며 입술을 질겅질겅 씹으며 내뱉
듯 말했다.
"백화궁은 이미 신비마궁과 한몸이 되었다. 하나, 장차 신비마궁은
백화궁 출신 고수들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나는 네 목을 취해 신비
마궁의 부궁주가 될 것이고, 언제고 궁주가 될 작정이다."
"신비마제를 태산같이 믿는군."
"물론이다."
"하하……, 후회하게 될 걸?"
냉운은 살광을 폭사해 내며 옥향선자 쪽으로 미끄러지듯 다가갔다.
"잠깐!"
옥향선자가 두 손을 내저으며 뒤쪽으로 물러났다.
"왜? 나를 죽이기 싫으냐?"
냉운이 몸을 세우며 차갑게 말하자, 옥향선자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냉운 뒤쪽을 지적했다.
"너를 죽일 사람은 따로 있다. 낭군(郞君)께서 네놈을 가루로 만들어
내가 신비마궁의 부궁주가 되게 할 것이다."
옥향의 말이 끝나는 순간.
"우……!"
현빙담을 들썩이는 장소성과 함께 냉운의 머리 위를 타넘어 냉운과
옥향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적색 장포 차림의 외팔이 청년 하나가 있
었다.
아주 큰 모자로 머리를 가리고 있는 스물여섯 정도로 뚱뚱한 청년이
었다.
"냉면활불이군!"
냉운은 속인(俗人) 차림으로 떨어져 내린 적삼청년이 잔혼사 소장문
냉면환불이라는 것을 알고 흠칫 놀랬다.
'신비마궁이 삼대거파를 모두 흡수했다는 것이 사실이군.'
냉운은 신비마궁의 세력이 상상을 능가한다는 데 적지 않게 놀랬다.
냉면활불은 살기 어린 표정을 하고 천천히 말했다.
"나는 냉면활불이 아니다. 나는 환속(還俗)했다. 나는 이제 냉면판(
冷面判)으로 불리고 있다."
"잔혼사를 버렸군."
"흐흐……, 선부(先父)의 유언이 있었다. 잔혼사를 신비마제께 헌납
하고 대가로 신비마제의 전인으로 들어가라는……. 나는 그것을 지켰
다. 결국…… 네놈을 죽여 원한을 갚자는 것이 참뜻이다."
"으음, 일이 그렇게 된 것이로군."
냥운은 그제야 잔혼악승이 수하들을 물리치고 단신으로 대결한 진의
를 알 수 있었다.
비천마마승에게 전한 가죽 주머니.
그 안에 들은 것은 그가 우연히 얻은 마패. 그는 그것을 신비마제에
게 주었고, 그것으로 후사를 도모했던 것이다.
"호호……, 냉면판은 나의 낭군이시다. 네놈이 우리 부부 손에 죽으
면 나는 부궁주가 되고, 낭군께서 신비마궁의 태상호법(太上護法)이
될 것이다."
옥향이 깔깔 웃으며 냉면판의 뚱뚱한 몸 뒤로 숨어 냉운의 공격권 내
에서 벗어났다.
"어울리는 부부군."
냉운은 냉소 치며 천천히 팔짱꼈다.
냉면판이 이글이글하는 눈빛을 던지며 오른손을 번쩍 쳐들었다.
"네놈에게 패한 원한을 씻기 위한 한 가지 마공을 익혔다. 파천황마
장법(破天荒魔掌法)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 삼 초로 이루어진 수법이
다. 네놈이 삼 초를 받아낸다면 팔을 잃은 것을 운명으로 돌리고 복
수할 뜻을 버릴 것이나, 네놈은 나의 삼 초를 받아내지 못할 것이다.
"
"삼 초가 아니라 삼천 초라도 받아 주겠다."
"흐흐……, 옥면살성자답게 자신만만하군. 네놈이 협맹 태상맹주이며
옥면살성자라는 것을 알고 얼마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놈이
나의 팔을 자른 장본인인 동시에 나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라는 것이
분해서다."
"인과응보일 뿐이다."
"흐흐……, 협맹은 네놈 하나로 지탱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
는 네놈을 죽인 후 숙부이자 천하의 주인이신 신비마제와 함께 협맹
의 모든 자를 능지처참시킬 작정이다."
"어느 천 년에 그런 일이 생기겠느냐?"
"이미 삼 파의 추살대가 강호로 나갔다. 지금쯤 도륙을 끝냈을 것이
다. 네놈이 운이 좋아 이곳을 빠져나간다 해도 네놈을 반겨줄 사람은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간악한 놈들!"
냉면판의 말이 사실이라면…….
냉운은 협맹의 참상을 떠올리며 상반신을 크게 출렁였다.
찰나의 허점.
절정 고수자라면 그 순간을 놓칠 리 없다.
냉면판이 그 한순간의 허점을 이용해 파천황마장의 일장을 전개했다.
손바닥 그림자 수천 개가 일어났다.
냉운은 눈앞이 캄캄해짐을 느끼며 두 손을 슬쩍 내밀었다.
"물러가라. 암습은 통하지 않는다!"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푸르스름한 기류가 일어나 수천 수만 개의 장
영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꽝!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냉운이 상반신을 휘청였다가 급히 신형을 바로
잡았다.
반면 냉면판은 하나뿐인 팔이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을 이기지 못하며
잇달아 열 걸음 물러나 엉덩방아를 찧을 듯 휘청거렸다.
"하하……, 그 정도로 원한을 갚기는 힘들다."
냉운은 우렁차게 외치다가 한순간 안면근육을 일그러뜨렸다.
갑자기 이상한 일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활화산처럼 일어났던 진기가 갑자기 무산되는 것이 아닌가!
그뿐이 아니었다. 몸이 후끈 달아오르며 아랫도리가 뻐근해지기 시작
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백화궁에서 가장 강하다는 화정마독에 당하고도 살아남았던 만
독불침지신이 아니던가!
지금은 벽독신주마저 갖고 있는데, 독기운을 느끼다니…….
냉운이 휘청이자.
"기다렸다!"
옥향이 그 틈을 놓칠 수 없다는 듯 열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린
채 심장을 후벼 팔 기세로 달려들었다.
나이 십칠 세에 불과했으나 이미 숙성할 대로 숙성한 몸뚱이.
느슨해진 옷자락 사이로 출렁거리는 육봉이 언뜩 비쳤고, 반쯤 풀어
헤친 치맛자락 사이로 옥같이 뽀얀 허벅지 살이 내비쳤다.
그리고 그 위 울울한 방초까지.
냉운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처구니없게도 욕화가 치밀어 오르는 통에 공력이 모아지지 않았다.
냉운은 다급한 심정에 뒤로 세 걸음 물러났고, 갈고리처럼 구부러졌
던 옥향의 열 손가락이 퉁겨지며 열 줄기 지력이 작살처럼 가슴팍에
틀어박혔다.
파파팟!
"크윽! 몸뚱이가 살이 아니라 무쇠로 만들어졌구나."
옥향은 열 손가락이 부러지는 층격에 한 모금 피를 토해냈다.
지력을 격중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무쇠보다 단단한 몸뚱이를 뚫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가공할 반탄력에 손가락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
게 된 것이다.
냉운은 가슴팍이 뚫어질 듯한 고통에 가까스로 욕화를 참을 수 있었
다. 그가 겨우겨우 신형을 바로잡으며 불사현공을 끌어올릴 때.
"죽어라!"
냉면판이 비둔한 몸집을 비호처럼 날리며 등뒤로 다가서더니 우장을
힘차게 쳐냈다.
잔혼비급 안의 마공이 시전되며 허공을 검게 물들였다.
냉운은 채 피하지 못하고 등판에 일 장을 격중당하고 말았다.
펑!
폭음과 함께 냉운의 몸이 일곱 자 위로 퉁겨 올랐다.
그와 같은 순간, 냉운의 몸을 강타하는 데 성공했던 냉면판은 오른손
목이 탈구되는 고통 속에서 뒤로 곤두박질치며 오장을 튕겨 나갔다.
막강한 호신강기에 의해 하나밖에 없는 손목이 부러진 것이다.
냉면판의 내공력으로는 냉운의 불사지력으로 인한 호신강기의 벽을
깨뜨릴 수 없었던 것이다.
냉운이 허공에서 몸을 바로잡자, 옥향이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어 입
술을 깨물었다.
"불사신(不死身) 같은 놈. 하나, 이제 시작이다."
옥향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떼구르르 구르는 냉면판 곁으로 다가서
며 냉운 쪽을 향해 힘껏 외쳤다.
"다가오지 마라!"
하나, 냉운이 그 말을 듣겠는가?
"모두 저승으로 보내 주겠다!"
냉운은 분노를 이길 수 없어 혼신공력을 끌어올렸다. 이상한 것은 여
전히 진기의 흐름이 자꾸만 끊어졌다.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아예 공
력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옥향은 아예 옷을 벗어 던졌다.
아낌없이 드러나는 여체에 냉운은 눈 둘 곳이 없었다.
왜 이리도 욕정이 강하게 일어나는지, 모든 힘이 불두덩으로 모이는
것 같았다.
굴곡이 완연한 몸뚱이.
한 손으로 움켜쥘 수 없이 솟아오른 살덩이가 왜 이리 가슴을 뜨겁게
하는지, 그 울울한 방초는 왜 그리도…….
냉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옥향은 공포에 젖은 가운데 희열의 표정을 지었다.
"냉운! 너를 사모하고 있는 유화선자가 우리 손에 있다. 그 계집년을
구하고 싶지 않느냐?"
옥향이 냉면판을 안아들며 앙칼지게 외쳤다.
"일타운?"
냉운은 허공에서 허리를 꺾으며 급히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호호……, 일타운은 중이 되기 위해 산사(山寺)를 찾다가 내 손에
잡혔다. 지금 이 근처에 있다. 보고 싶으면 저쪽으로 가 보아라!"
옥향이 현빙담의 동쪽에 솟아나 있는 깎아지른 벼랑의 밑 부분을 급
히 가리키며 훌쩍 날아 올라갔다.
'일타운이 잡혔다는 말이 사실일까?'
냉운은 복망산에서 작별한 일타운이 옥향선자에게 잡혀 있다는 말을
듣고 모르는 체할 정도로 냉혈한은 아니었다.
"가 보자!"
냉운은 몸을 휘청이며 옥향선자가 지적한 곳을 향해 번개같이 움직여
갔다.
기이한 열류가 안력을 흐리게 했다.
그는 기이한 욕망(慾望)에 휘감기며 옥향이 말한 장소로 접근해 가다
가 전에 듣지 못한 괴성을 듣게 되었다.
"흐흐흐……."
아주 음탕한 콧소리였다.
억눌렀던 욕정을 발칵 뒤집어 버리고 남을 자극적인 음성은 절벽 아
래에 나 있는 동굴 안에서 들려왔다.
"일타운의 목소리다!"
냉운은 피가 뒤집히는 것을 겨우겨우 참아가며 동굴 안으로 신형을
폭사시켰다.
동굴은 들어갈수록 넓어졌으며, 이십 장 정도 들어가자 아주 넓은 석
실(石室) 하나가 나타났다.
냉운은 자신이 그곳까지 어떻게 달려들었고,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조
차 알지 못할 정도로 조급한 상태였다.
"흐흐흐흑……!"
우는 듯 웃는 듯한 신음 소리는 석실 바닥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차가운 석실 바닥에 사지를 벌리고 누워 있는 전라의 미인 하나가 있
었다.
천하삼미의 한 사람인 일타운이었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얼굴, 몸, 배, 그리고 희디흰 넓적다리가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차
림이었다.
하늘이 내린 옷, 곱디고운 피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는 일
타운의 허리에는 가죽끈 하나가 묶여 있었다.
"흐흐흑……!"
일타운은 그것이 자신을 속박한다는 데 짜증스러워하며 하반신을 비
비꼬며 괴이한 신음 소리를 끊이지 않았다.
몸이 뒤틀릴 때마다 암노루의 엉덩이보다 살집 좋은 둔부가 출렁거렸
고, 어떤 때는 냉운이 차마 바라보지 못할 비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냉, 냉 공자……."
사지를 비틀어대던 일타운이 냉운을 발견하고 사지를 활짝 벌렸다.
땀으로 젖은 육봉, 기름으로 빚은 듯한 아랫배, 그 아래 여인의 신비
경이 적나라하게 눈으로 들어왔다.
냉운은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뜨거운 눈길로
일타운의 몸뚱이를 핥기 시작했다.
한성의 빛을 발하던 눈빛은 사라졌고, 대신 뜨거운 욕화가 넘실거리
고 있다.
"흐으! 냉 공자, 제발…… 제발 나를……."
일타운은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며 사지를 비비꼬았다.
그녀는 지금 지극히 강한 최음약(催淫藥)에 중독된 상태. 음기가 폭
발하기 직전이라 몸뚱이를 식혀 줄 누군가의 몸이 필요하다.
사내의 손길을 유혹하듯 파르르 흔들리는 육봉.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간직한 그 울울한 여인의 궁은…….
"으으……!"
일타운의 기성에 호응하듯 사나이의 거친 신음 소리가 흘렀다. 바로
냉운의 입이 벌어지며 흘러나오는 격한 신음 소리였다. 냉운은 그녀
의 나체를 보는 찰나 이성을 잃고 말았다.
사실 그도 일타운이 당한 것과 똑같은 최음약에 당한 상태였다.
냉운이 독성(毒性)에 잘 견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옥향은 독을 쓰
기보다 최음약을 썼던 것이다.
금패를 부술 때 들이마셨던 가루가 바로 최음약이었다.
옥향이 벌거벗은 채 공세를 취한 것은 최음약의 기운을 북돋기 위한
수단이었다. 결국 냉운은 옥향의 육탄공세를 막다가 최음약의 기운에
취했고, 지금은 왜 이곳에 와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 되었다.
지금 그는 한 마리 발정한 야수에 불과했다.
몸 속에 뜨거운 기름이 머물러 있다. 토해내지 않으면 몸뚱이를 잿더
미로 만들 뜨거운 기름이…….
그것을 토해내야 한다.
냉운은 원초적 욕망이 끄는 대로 일타운을 향해 움직여 갔고, 끈끈한
여체를 만지는 순간 발작적으로 끌어안았다.
"으으……!"
일타운의 허리를 붙잡아 매고 있던 가죽끈이 순간적으로 끊어지며 두
사람의 몸이 하나로 합해졌다. 냉운은 어느 틈에 옷을 벗었고, 있는
힘을 다해 일타운의 아랫도리를 힘껏 조였다.
고봉으로 솟아올랐던 육봉이 사내의 손길에 유린되며 찌푸려들었다.
두 개의 입술은 이미 하나로 뭉쳐졌다.
냉운은 이미 성문을 향해 돌진해 들었다.
귿게 닫힌 문, 그러나 언젠가는 열려야 하는 문이다.
"흐으으윽……!"
일타운은 곧 죽는 사람같이 날뛰어 댔고, 냉운은 더더욱 힘을 가했다.
춘풍만당(春風滿堂)!
절정(絶頂)의 순간은 곧 닥쳐올 것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미친 들개같이 여체를 탐닉하는 냉운의 등을 바라보며 빠른
속도로 다가드는 일남일녀가 있었다.
냉면판과 옥향이었다.
옥향은 여전히 알몸뚱이다. 그녀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듯 치부를 가
릴 생각조차 않았다.
냉면판은 열락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냉운과 일타운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옥향의 재간은 일품이오!"
"호호……, 어서 목을 따내요. 놈이 저리 급히 날뛸 줄 누가 알았겠
어요?"
까르르 웃을 때마다 가슴에 매달린 살덩이 두 개가 춤을 춘다. 백화
궁의 방중비기로 단련된 여체는 너무도 황홀하다.
용모에 있어 일타운에게 뒤질지 모르나 몸의 굴곡은 오히려 일타운을
능가하고 있다.
냉면판의 눈길은 어느덧 옥향의 몸뚱이에 고정되었고, 그의 눈은 살
광 대신 욕념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