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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140년 전만해도 미황사에는 40여명의 스님이 있었다 한다.
그 당시 중창불사를 위해 스님들이 해안을 돌며 일종의 순회공연을 하며 시주를 모았다.
어느날 설쇠맡은 스님이 어여쁜 여인의 유혹을 받는 꿈을 꾸고는 오늘은 쉬자고 했으나
주지스님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들은 완도, 청산도로 공연하러 가던 길에 폭풍을 만나서
배는 침몰하고, 설장고를 맡은 스님 하나만 빼고는 모두 떼죽음을 당했다 한다.
그 때 미황사는 망해 버렸다. 이 전설같은 이야길 뒷받침 하듯, 미황사 아래 서정리
사람들은 비바람 치는 을씨년스런 날씨를 두고, '미황사 스님들 궁고를 친다.'는 말을
속담처럼 쓰고 있다. - 참조, 답사여행의 길잡이 5-
이 외에 창건설화를 뒷받침 할만한 유물이나 자료가 없다.
단지, 불교가 육로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물길을 따라 불교가 전해 졌다는
속설도 어느정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전라남도 땅끝마을을 향해 내려가다 병풍처럼 펼처진 달마산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넓은 바닷바람을 한껏 들여 놓으며, 물빛비추는 연못 몇몇을 앞으로 두고, 스스로
없는 빛에도 발광하는듯 한 미황사.
일주문도, 해탈문도 없는 그곳을 주위의 나무길을 따라서 올랐던 제작년 가을, 오전 나절을
보낸 그곳에 다녀온 그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미백색의 기둥하며, 뽀오얀 질감의 문살... 주초에 세겨진 각가지 바닷조각들...
홀로 궁시렁 거리며 돌아본 부도밭과 멀리 내려다보는 탁 트인 공간을 바람따라
들어서는 오솔길을 가슴에 그리며 찾아오른다.
옆으로난 길을 따라 조금이라도 편하고자 하는 이넘의 중생이 사찰의 옆풀데기
를 치고 들어가는 불경을 범해 버리고만다.
봄날의 오후는 가을날의 오전과 흡사하다.
사찰 앞마당을 넓게 두고 달마산 기슭에 그때 보았던 그모양 그대로 그자리에
그렇게 대웅보전이 반기며 서 있다. 봄날 오후의 햇살을 맘껏 받아먹으며...
묵은때를 방금 벗겨낸듯, 깨끗이 목욕재게한 질감에 똑같은 감동을 한번더 먹는다.
여기 내가 안부를 물어야 할곳은 대웅보전의 부처님이 먼저가 아니라 공포에
세겨진 용머리하며, 끝갈데 없이 처마끝에 매 달린 화룡점정의 풍경과 어디를 그리
여유롭게 기어가는지 주초에 세겨진 거북과 게와 각각의 바닷 모양들이 먼저이다.
카메라에 담으며 인사하고, 이쁘게도 갈라진 뽀오얀 기둥의 질감에 손을 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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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미황사 대웅보전 주초와 기둥
등짝이 말라붙어 버렸구만 그래도 기어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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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끝갈대 없는 화룡점정의 풍경 -바람불어 아름다운 풍경소리 들리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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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뽀얀 질감의 용조각. 서방정토로 향하는 그대의 뱃머리가 힘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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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법당내부 - 저 뒤 검은 상자가 가로로 놓여 있다.
가뭄이 들 때 걸어놓고 기우제를 지내면 비를 내리게 한다는 영험한 쾌불 보관함.
영조 3년 1727년에 조성된 이 쾌불은 근래에 기우제를 지낼적에 기우제 도중에 비가 쏟아져
배접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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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천장 - 이 모든것 하나씩 즐거이 감상하자면 얼마나 걸릴까? 그런여유가 내게 있을까!
화려한 공포와 함께 여러 나한들과 학, 모란 등이 그려져 있다.
절간 안으로 들어가 이상하게도 슬픈표정을 한 듯, 삼존불을 향해 머리를 조아린다.
몇번이고...
그리곤 이정도면 되었겠지요? 하면서 구닥다리 카메라로 마구 눌러댄다. 철퍽 철퍽!
쾌불탱화 걸개그림이 보관된 검은 상자만 만저보고 담겨진 그림을 상상만 하며 합장한다.
좁은 공간이지만 너무도 넓은 공간속에 몸을 담았다 나올땐 항상 넓은 시야를 확보 해야만
속이 뚫린다. 해서, 대웅보전 앞머리에 우뚝서서 앞을 바라보지만 새로이 불사한 루대가
가로막혀 시야를 가려버렸다.
뚫고보는 투시력이 내게 있다. 내공을 집중하여 상상만 하는 기가막힌 투시력...
누가 얘길 했드라? 스님은 자식도 없고 하니 꼭히 남기고 싶은게
하나씩 있을 수 있지 않을꺼냐며...'그래도...' 하는 욕심이 나는건(어! 이 이야긴 비밀인데..)
작은 안내에 들려 쾌불제때 사용하는 탱화그림을 사진으로 감상한다.
아무래도 아미타불 같은데... 젊은 스님 약사여래불일것 같다는 이야기에 다시한번
협시불로 그려진 그림을 다시 찬찬히 띁어 보지만 더욱 어지러워 질 뿐인걸.
약사면 어떻고, 아미타불이면 어떠랴! 내 맘대로 보고 느껴 보리니...
아마도 창건설화와 무관하지 않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돌아선다.
중생은 항상 배고프다. 미련스러울 만치 속을 채우려 한다. 뜰 앞에 흘러넘치는
물 몇바가지 마시곤 출렁이는 뱃속을 담고 부도밭을 향해 길을 잡는다.
동백이 하나씩 피어나고 있고, 멀리 바닷바람이 불어 올것같다.
누구는 소풍길 같다 하더라만, 꾸불꾸불 돌에 채이며 지금까지 보고온 그것들
줏어 담느라 여유로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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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미황사 부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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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부도 상륜부 - 암막쇠 수막쇠 까지...그시대 건축물의 양식을 다시한번 견본처럼 축소하여 보여준다. 과연 조각의 명품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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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부도에 세겨진 조각 - 조각가의 자유로운 상상이 너무 즐겁다.
정성스레 한정한정 새겨 나가는 그의 장인정신과 땀방울과 찍어내는 정 소리가 상상만으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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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부도에 새겨진 물고기 - 이끼와 먼지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황사 부도밭에는 고독도 있고, 사무치는 그리움도있다.
아기들의 노랫소리같은 맑고 청아함도 있고, 흘러간 물이 역행하는 어지러움도 있다.
그러길래 혼자 궁시렁 거리며 돌아다니는 내가 한곳에 집중하며 앉아 감히 담배한대
꼬나물고 놓치기 싫어 시간을 죽인다. 일순 정지된 그 찰라를 혼자 움직이며 즐겨본다.
그네들은 꼼짝마소! 이젠 나 혼자 움직일 수 있는 그 순간이니, 꼼짝마소!
코 가까이 대어보기도 하고, 머리 꼭대기를 올려다보기도 하며, 툭툭 건드려 보기도 한다.
이것은 나만의 즐거움이다.
*정기 답사가 내일 출발이군요!
많이 보시기 보다 즐겁게 보시고, 행복한것들 많이 담아들 오시길 기원 하면서
얼마전에 다녀와 써 놓은글 올립니다.
초시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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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봄날의 오후는 가을날의 오전과 흡사하다..........초시님의 감성에 매번 반합니다..저 낡은 단청과 세월에 쩍 쩍 갈라진 기둥을 보러 저는 내일 떠납니다.
함께 못해서 않타깝구먼요! 하여간 잘 댕겨 오시고 그 향기도 같이 풀어 주시구랴^^
혼자서만 그렇게 깊이 훔쳐 보실려고..오랫동안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겨 둘려고..그러시는 구나..나도..이번 답사에는 말을 줄이고 생각을 많이 해야지....그네들은 꼼짝마소!..ㅎ
맨 마지막 글...부도밭을 보면서 회원들과 나누겠습니다..박초시님 감사드립니다.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깨우쳐 주시네요...아~~ 가고싶당..
부도밭도 가는군요...답사가기전에 좋은글 도움되는글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