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앞으로 가는데 산은 뒤로만 가고 / 생각은 달려가는데 강물은 누워서 가고 / 마음은 날아가는데 기차는 자꾸 기어가고. (정완영 시 ‘외갓집 가는 날’ 전문 )
오랜만에 동생들을 만나러 대전으로 가고 있다. 대전현충원에 부모님이 계신다. 코로나로 인해서 몇 년 동안 형제들을 만나지 못했다. 엄마 기일에 찾아뵙지 못해서 겸사겸사해서 가고 있다. 무궁화호 열차를 탔다. 대전까지는 무궁화 열차를 타고 여행처럼 가는 것도 좋다. 2시간 정도 걸린다. 오랜만에 기차 여행이라 사뭇 기대되었다. 경산역에서 대전까지 가는 동안 정겹게 맞아주는 간이역과 인사하며 한가롭게 가고 있다.
경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은 조금은 지루하게 지나간다. 새벽부터 설쳐서 준비한 탓에 기차 타는시간보다 일찍 역에 도착했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몇 년 만에 기차를 타 본다. 코로나 이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기차를 타고 부산 여행을 했다. 부산행 기차를 타고 가다가 마음이 변하면 밀양에서도 내리고 청도에서도 내렸다. 간혹 구포에서 내려서 낙동강 강가를 거닐다 오기도 했다. 여전히 기차역에서 느끼는 설렘은 여전하다.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날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 돌아올 때는 기차보다 더 빠르게 시간이 흐른다. 오늘도 기차표를 여러 번 확인하며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렸다. 이런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다.
경산역에서 출발해서 동대구 대구역 왜관 약목 구미 김천 추풍령 황간 영동 심천 옥천 대전역에 도착한다. 고속철을 타고 가면 지나치는 간이역을 잠시지만 머물다 간다. 인삼 좋은 역장님이 손을 흔들어 주는 듯한 정겨운 간이역이다. 황간역에 도착할 즈음 역사 외벽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건너편에 앉아서 사진 찍는 각도가 어려웠지만 다행스럽게 건너편 좌석에 사람이 없어서 만족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황간역은 시가 있는 간이역이다. 고만한 시골 간이역이 이제는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사람들이 찾아가는 명소가 되었다, 친구들이 한번 가보라고 추천을 해준 곳인데 아직 가보지 못해서 더욱 반가운 역이다. 항아리에도 시가 살고 있었다. 그네 의자도 보이고 건너편에는 벽에 쓰여 있는 문구가 시 같아서 검색을 해보니 정완영 시인의 시 일부였다, 참으로 간이역에 어울리는 시구라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기차는 대전으로 점점 가까이 가고 있다. 안산에서 내려오는 동생과 문자로 현장의 소식을 알리며 더디게만 가는 기차의 꽁무니를 밀며 2시간 가까이 앉아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마음은 이미 대전역에 가 있다. - 2023년5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