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마늘캐던 날 산문 / 박상주
마늘잎이 노랗게 되면서 언덕 위 김씨네는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마늘 줄기 뽑아낼 때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굳은 땅에 단단히 박힌 마늘을 캐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급한 마음에 걱정까지 들어온다. 마늘 수확 철이면 꼭 따라오는 장마는 농사꾼 마음에 부채질한다.
김씨 아내전주댁은 허리가 아파서 일을 못한 지 꽤 오래되었다. 허리가 아프면서도 조급한 마음이 몸을 이끌어 간신히 마늘밭에 가 있다.안전 방석 허리에 차고앉아 작은 곡괭이로 조금씩 찍어내리며 마늘 하나씩 캐어 손으로 쓰다듬는다. 굵은놈이 올라올때면 힘든 것도 잊었는지 전주댁 입가에 웃음이 흐른다. 일주일마다 한번씩 내린 비는 밭에 있는 마늘 농사에 적당히 알맞아 올해 수확이 좋다.
남편은 몇 년 전부터 마늘을 안 심는다고 했었다. 하지만 전주댁은 아이들과 형제들에게 한접씩 나누어 주는 재미로 조금만 심자고 해서 지난가을에 마늘 열접을 심어 지금캐고 있는 것이다. 힘은 들어도 굵은 놈이 하나씩 나올 때면 기분이 참 좋다. 재미도 있다. 시골에서는 나이 들어 일없이 논다는 게 더 힘들다.
여지껏 다른 생활을 해본 게 없으니 종일 일없이 논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여복하면 심심해서 죽겠다고 할까 말이다. 일할 때 쓰는 삿갓 그늘 아래는 낮의 뜨거운 열기를 차단하고 시원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뜨겁다고 생각하겠지만 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뜨거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
전주댁은 마늘을 캐면서 지난날을 생각한다.
그때 참으로 좋았지. 젊은 시절 마늘농사를 크게 지어 돈을 많이 벌던 때, 그리고 초가삼간 헌집을 밀어내고 새로운 집을 짓고 들어간 때. 새집에는 입식 주방에 깨끗한 샤워실, 그리고 넓고 큰 이방 저방에 침대를 놓고 살아 보니 꿈만 같았다. 처음 시집와서 시부모 모시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성실한 남편과 열심히 일하면서 자식들을 다 키워 출가시키는 인생의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늙고 골병만 남아 서서히 몸을 괴롭히고 있다는 게 서글프기도 했다.
나이 칠십을 넘기니 세월도 금세 금세 지나간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더 빠르게 지나간다더니, ‘어’하다 보니 벌써 올해도 반년이 지나려고 한다.
토실토실한 마늘을 하나씩 캐고 있는데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전주댁 신랑 김씨가 "여보" 소리친다.
언덕 너머 서쪽에서부터 소낙비가 세차게 몰려온다.
후두둑 소나기와 함께 달려오는 남편이 보인다.
시원하다. 더운 날씨에 땀에 쩔은 옷에 쏟아지는 소낙비는 도리어 시원하다.
"여보 괜찮아요 ㅎㅎㅎ"
"그래요 모처럼 우리 소낙비 좀 맞아 봅시다."
김씨 부부는 시원한 소낙비를 맞으며 웃음꽃이 핀다.
[[수정을 해보았다]]
잠시 후
서쪽 하늘에는 아름다운 쌍무지개가 두 사람을 위해 아름답게 행복에 다리 를 놓는다.
첫댓글 좋은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