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계] 17. 세대 간의 권력투쟁이 시작되었다!
- 정보화 사회로 이전함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들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 아직도 농경사회, 산업화사회의 패러다임에 얽매여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여러 면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지 않는지요? - 패러다임의 변화야말로 우리가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입니다. |
- 세대갈등, 세대갈등 합니다만 고대 이집트에도 세대갈등이 벽화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세대갈등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지금 현재로서는 선진 외국에 비해 세대 간의 갈등은 별 달리 심각해 보이지 않지만 그것은 지금의 신세대들이 경제적으로 부모세대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지 이들이 우리 사회의 경제 주도권을 장악하기 시작하는 5~10년 뒤부터는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또는 유보되어 왔던) 갈등이 폭발하여 심각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와 단절로 발전될 우려가 큽니다.
- 그것은 바로 ‘한국’ 이라는 특수한 역사와 사회 환경에서 기인합니다.
- 한국의 기성세대는 세계에서 그 유래를 볼 수 없는 독특한 세대입니다.
- 한국의 기성세대는 농경사회에서 태어나 자랐고 산업사회에서 국가와 가정을 위해 청춘을 바쳤으며 정보화 사회 변혁을 겪는 세대입니다.
- 인류역사의 대변혁인 농경사회, 산업화 사회, 정보화 사회를 한 인생에서 모두 겪는… 인류역사, 세계역사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이고 유일한 세대가 바로 한국의 기성세대입니다.
- 일본이나 미국 등은 이미 19세기부터 산업화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비록 40년대, 50년대, 60년대에 태어나 농경 사회적 요소가 많다고는 해도 우리보다는 산업화된 환경에서 자랐죠.
- 그러나 우리는 가난하기 그지없었던 40년대, 50년대, 60년대에 태어나 짚신부터 외제 고급 수입 구두까지 골고루 신어 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유일한 세대라는 겁니다.
- 일본이나 미국, 유럽의 기성세대는 산업화 사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정보화 사회로의 이전 과정만 겪으면 되는데 비해 한국의 기성세대는 농경사회에서 태어나 기본적인 의식의 뿌리를 농경사회에 두고 있는 까닭으로 짧은 산업화 사회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농경사회적인 사고의 틀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만큼 후기 산업화 사회에서 태어나자마자 정보화 사회로 건너와 버린 신세대와 사고방식의 틀에 너무도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그렇다면 현재의 기성세대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 이들이 태어난 시대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의 하나였을 때였습니다.
- 일제 35년간 착취될 대로 착취당하고 6․25라는 민족비극과 외환위기 등으로 인해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 오직 절망만이 그들에게 주어진 유산이었고 오직 배불리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비참한 유년시절이었죠.
- 그래도 우리 민족의 특징인 뜨거운 교육열은 그 어려운 시절에도 식을 줄 몰랐고 부모님들이 소 팔고 논 판 돈으로 교육만은 제대로 받고 자랐는데 바로 이 점이 다른 나라들과 달라 한국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 원동력의 하나가 되었던 것입니다.
- 이들의 청년시절은 조국근대화란 기치 아래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려 물불 가리지 않고 땀 흘려야 했고 결과적으로 40대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아진 결과를 낳기도 했지요.
- 이 세대가 흘린 땀을 거름으로 우리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여 이제 선진국의 나라로 조국을 이끌어 올려놓았습니다.
- 즉 이들은 한국의 경제기적을 지켜보거나 직접 겪으면서 성장한 세대인 만큼 고생도 많았지만 자부심 또한 대단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 시대적 환경, 또 살아온 과정이 이러하므로 이 세대는 신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 철저히 능률 지향적이고 성공 지향적이며 현실적이고 물질적이며 과학기술문명을 신봉하며 미래에 대한 낙관과 긍정적인 시각을 지닙니다.
- 그러면서 부모로부터 받은 유교적 교육은 사회의 부조리, 모순에 대한 강력한 반발심을 지니게 되어 자본주의라는 현실에 적응하면서도 자본주의 모순에 반발하는 이중 구조적 의식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 사회의 모순, 낡은 가치관, 규범에 대항하며 현실에 타협하기를 거부한 이들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반체제 운동 민주화 투쟁에 몸을 던지는가 하면 독재정권이 자리 잡지 못한 유럽, 일본, 미국과 같은 선진 국가에서는 대대적인 사회개혁운동, 반전운동 등이 이 세대에 의해 격렬히 전개되었던 것입니다.
- 신세대는 바로 이런 사회개혁에 몸을 던졌던 이들 기성세대의 아들, 딸, 손자, 손녀이기도 합니다.
- 이들 기성세대의 사회 이데올로기적 참여는 세계적으로 의식구조에 일대 전환기를 가져왔고 환경문제, 평화운동의 주도권을 장악하기도 했으며 오늘날 이것이 확산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 그러나 이들이 사회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할 무렵에는 비록 오일쇼크, IMF사태 등으로 시련을 겪기도 하였지만 경제가 전반적으로 크게 발전하여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기 시작한 최초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 빈곤했던 어린 시절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영악해져야 했던 세대, 고등교육을 통해 사리분별이 명확한 세대, 사회개혁운동과 그 좌절로 인해 더욱 현실적이 된 새로운 기성세대, ‘옳은 길’ 도 알고 ‘그른 길’ 도 알지만 실리를 위해 적절히 타협할 줄 아는 기성세대가 된 그들…
- 그들은 모든 것을 맹목적이고 절대적 가치에 의해 바치던 아버지 세대보다 훨씬 계산적이고, 훨씬 물질적이기도 한 세대로 그 전 세대보다 훨씬 개인주의적이기도 한 세대여서 그 자식들이 더욱 개인주의적인 것은 바로 자신에게도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 외국의 경우 그 결과로 나타난 대표적인 현상이 여피족입니다.
- 여피족이란 젊고 도시에 사는 전문직업인을 일컫는 말인데 변호사, 의사, 디자이너 등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 전문 인력으로서 도시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고급차, 고급의상 등 소비가 미덕인 것으로 알고 아이도 갖지 않으려들고 편리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일삼아 소비시장의 흐름이 이들에 의해 결정되다시피 했죠.
- 우리나라의 과소비 사치풍조도 이 세대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 그러나 이 세대는 확고한 가치관과 ‘할말’이 있습니다.
- 나는 땀 흘려 열심히 일했다! 국가와 사회와 그리고 가족을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해 일했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소신껏 살아왔으며, 불로소득을 꿈꾸지 않고 땀 흘려 번 대가로 내 인생을 즐긴다!
- 이런 기성세대의 눈에 신세대의 모습이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 이런 기성세대의 신세대 평가는 당연히 갈등과 분재의 원인이 됩니다.
- 독일 함부르크의 시장조사 기관인 GEWIS가 신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는 독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까지 적용되는 신세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관점을 얘기해 주고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출세 지향적이다(48%), 물질적이다(43%), 회의적이고 비판적이다(39%), 이기적이다(30%)]
- GEWIS의 조사결과, 응답자의 71%가 대답하기를 신세대는 전세대로부터 편파적이고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으며, 62%는 전세대가 신세대의 희생 위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 신세대의 불만은, 기성세대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자연과 환경이 오염되고 심각한 공해 문제 등 자신들에게 불리한 세계를 남겨준다는 것입니다.
- 또 건설과 발전의 시대에는 얼마든지 비약이 가능하며 신문팔이 소년이 재벌총수가 되는 등 웅지를 펼 수 있었던데 반하여 이제 남겨진 세대는 너무 철두철미하게 판이 짜여 져 기성세대가 직업적 사회적인 이점을 독점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남겨진 가능성과 운신의 폭은 크게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 신세대가 어리기 때문에 오늘날의 사회구조와 제도는 결국 기성세대가 만든 것이고 만약 이 구조와 제도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면 결국 책임도 기성세대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 기성세대는 세계화다, 국제경영이다 해서 전 세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놓았습니다.
- 자연 노동력의 이동도 자유스럽게 되고, 기업도 세계를 무대로 생산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은 자연 임금이 낮은 나라로 공장을 옮기고 임금이 높은 나라의 일자리는 자꾸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 그러나 이금이 높은 나라의 경우 한번 높아진 임금은 결코 낮아질 수는 없기 때문에 생산기지의 저임금으로의 이동은 가속화될 것이며, 고임금국의 노동력은 점차 남아돌게 됩니다.
- 한 예로 자동차 산업만 하더라도 미국, 일본, 독일의 대형 자동차 회사들이 말레이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저임금국가에 다투어 공장을 짓고 여기서 생산, 조립된 자동차는 본국으로 역수입되고 있습니다.
- 이렇게 되니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고임금국의 노동자의 위치는 날로 위태로워져 가기만 합니다.
- 여기에다가 고임금국가에서는 한 푼이라도 임금을 아끼기 위하여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고, 컴퓨터, 로봇의 등장으로 공장은 모두 자동화되어 노동자 수는 크게 줄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남아도는 고임금 노동력은 더욱 많이 남아돌게 되어 실업자 수는 폭증하고 있습니다.
- 경제학자들의 진단에 의하면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20%의 실업률에 육박하고 있는데 다음 세대에는 실업률이 80%에 이르러 열 명 가운데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두 명, 단 두 명만이 지금보다 몇 배의 임금을 받는 대신 나머지 8명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는 예측입니다.
- 이렇게 되면 지금의 기성세대는 비교적 고르게 일자리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이 물러난다고 그 일자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지는 게 아니라 그대로 없어져 버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는 어떠한 보장도 없는 암담한 것이죠.
- 신세대는 기성세대와 크게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 이 점을 기성세대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더 큰 문제는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이 두 세대 간의 이해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 이러한 불연속성이 계속될 때 세대 간의 투쟁은 더욱 격렬해지겠지요.
이원복. 21세기 미래여행.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