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선의 「생의 찬미」 감상 / 이수명
생의 찬미
백은선
새가 난간에 앉아 울고 있었다. 괜찮냐고 묻는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우주로 사라지고 싶어. 사라지지 마. 사라지지 마. 창밖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어떻게 해야 어둠을 지고 나아갈 수 있을까.
난간에 걸려 흔들리는 차가운 숨. 펄럭이는 심장.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심장이 하는 말. 들려? 들을 수 있어? 어둠 속에 누워 오래도록 주파수를 돌리던 새벽이 문득 떠올랐다. 이제 그런 시대는 다 지나갔다.
나의 섬은 이제 깊은 구덩이 속에 누워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나를 버릴 거야? 내게 묻는다. 더 이상 무엇도 아끼고 싶지 않아. 뼈처럼 울고 뼈처럼 살자.
어두운 동굴 속을 기어가다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보았다. 유해도 수습할 수 없었다고 한다. 기어갈수록 점점 비좁아지는 구멍 속으로 미끄러지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시집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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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특별한 일이 생겨서가 아니다. 새가 난간에 앉아 울고 있는 것이 전부다. “나는 우주로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창밖으로 낙엽이 떨어질 뿐인데, 어두워질 뿐인데, 사라지고 싶다. 무게중심이 사라지는 순간이 오고 만 것처럼,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언제나 그것을 만류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사라지지 말라는 간곡한 음성, 그리고 “이렇게 나를 버릴거야?”라고 다시 되묻는 음성이 있다. 나는 죽음에 기울면서 동시에 삶으로 기울어진다. 유튜브에서 본, 동굴 속을 기어가다 죽은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한다. 사라지고 싶은 때는, 그리하여 사라짐에 이르는 때는, 생에 가장 근접하여 “뼈처럼 울고” 마는 순간이다.
이수명(시인)
첫댓글 무슨 특별한 일이 생겨서가 아니다. 새가 난간에 앉아 울고 있는 것이 전부다. “나는 우주로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창밖으로 낙엽이 떨어질 뿐인데, 어두워질 뿐인데, 사라지고 싶다. 무게중심이 사라지는 순간이 오고 만 것처럼,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언제나 그것을 만류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사라지지 말라는 간곡한 음성, 그리고 “이렇게 나를 버릴거야?”라고 다시 되묻는 음성이 있다. 나는 죽음에 기울면서 동시에 삶으로 기울어진다. 유튜브에서 본, 동굴 속을 기어가다 죽은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한다. 사라지고 싶은 때는, 그리하여 사라짐에 이르는 때는, 생에 가장 근접하여 “뼈처럼 울고” 마는 순간이다.
이수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