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에서 故 노무현 前대통령의 49재와 안장식에 함께한
'촛불소녀의 코리아'가 식을 모두 마치고 잠깐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부산에서 안장식 날에 맞춰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콘서트가 치러지기 때문이죠.
뜨겁고 생생한 현장소식 전해 드리겠습니다.
부산대학교 정문의 모습입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더위를 식혀 주었습니다.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는 고인을 추모하러 온
부산, 인근지역 시민 1만여 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눈에 많이 띄네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고인이 남긴 뜻을 함께 새기고
깨어있는 민주시민 의식을 가르쳐 주고픈 부모님 마음이 느껴집니다.^^
오프닝 공연은 이 자리가 만들어지기까지
적극적으로 힘써준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힘차게 열었습니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뜨거운 젊음의 기운이 느껴지시나요?
부산대 학생들에게 수고 많았다고 격려의 박수 한번 보내주세요. ^^
이 자리는 콘서트장 맨 앞에 고인의 자리로 남겨놓은 공석입니다.
노란 의자 위에 퇴임 뒤 농부로 돌아간
고인의 밀짚모자가 얹혀져 있네요.
"이 콘서트 현장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서 함께하고 있다"고,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우리와 함께 콘서트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회자의 멘트에 그만 코끝이 찡해지고 말았습니다.
추모영상이 나오자 모든 사람들이 침묵 속에 숙연한 마음으로
"내 마음속의 노무현"을 떠올리며 회한에 잠겼습니다.
이날의 사회자는 오한숙희님이었는데요.
지난번 서울 추모콘서트 때 사회를 봤던 권해효씨 못지않은
순발력과 입담으로 콘서트 분위기를 멋지게 이끌었습니다.
"여러분, 얼마 전에 서울에서 바람이 불었죠?
부산에서도 불었으니 서로 맞바람이 되었습니다.
맞바람이 불면 막혔던 대한민국이 뻥 뚫릴 겁니다. 그렇죠?"
부산 시민들이 재치있게 화답합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지난 번 고인의 영결식 때
눈물의 추도사로 500만 조문객을 울렸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주신 사랑의 힘으로
오늘 대통령님의 49재를 마치고 봉화산 기슭에 안장해 드렸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잠들지 말고 깨어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는 시민의 힘으로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이 깨어있는 민주주의이십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을 편안한 곳에 묻어드리고 이곳 부산대로 왔는데
왜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것일까요.
그리운 바보, 정말 바보, 우리 곁에 있는 바보 노무현.
지금 바람이 되어 이 자리에 함께 계십니다.
바람이 불면 언제나 당신이 오신 줄로 알겠습니다.
편히 잠드소서. 감사합니다."
추모 콘서트를 위해 출연료도 받지 않고
먼길 달려온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잔잔한 노래로 시민들의 가슴을 울리는가 하면,
신나는 노래로 콘서트장에 정말 바람을 불어 넣었습니다. ^^
"하늘에 계신 그분께 우리의 함성소리와 점프가 닿을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분은 예전에도 우리의 친구였고, 지금도 친구고, 앞으로도 영원한 친구입니다.
Jumping to the sky!"
-레이지본
노란 바람이 콘서트장 가득가득 펄럭입니다.
그동안 민주주의가 막혀있어 답답했던 시민들의 가슴 속에도
시원한 노란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콘서트의 마지막에는 모든 출연가수와 시민들이 함께
고인이 즐겨부르던 노래를 합창합니다.
하늘에서는 노란 종이 비가 흩날리며 우리 모두의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 줍니다.
안녕,
내 마음 속의 대통령 노무현.
수많은 국민이 수없이 울며 말했던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말
먼 하늘에 계시더라도 잊지 말아주세요.
당신을 추모하는 콘서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콘서트가 끝난 뒤에도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쓰레기를 줍고 의자를 정리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부산대학교 정문을 곧장 가로질러 거리행진에 나섰습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깨어있는 민주시민의 힘 아닐까요.
집회자유, 표현의 자유가 모두 막혀 숨쉴 수 없는
공안정국에 대한 분노를 화끈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센스 넘치는 부산 시민들, 화끈한 피켓시위로 거리행진 마무리.
이곳 경찰들은 참 착하게도 연행도 안하고 몇 분 있다 알아서 물러가더군요.
거리에만 나오면 곧바로 잡아가는 서울이랑 차이가 너무 나서 좀 부러웠습니다. ^^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
고인의 비석에 새겨진 이말, 가슴에 꼭꼭 새기면서
생활 속 민주주의를 꾸준히 실천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촛불소녀의 코리아에서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부산 추모콘서트 현장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
첫댓글 부산에서도 수고하셨네요...일산에서도 12일 6시 30분, 콘서트 있습니다. 많이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