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3일
저녁이든 아침이든 수다가 끊이지 않는 우리. 12일 저녁, 그러니까 어제 디팍 G.H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내려와서 회재를 제외한 모두가 약간의 물갈이 증상을 내비쳤다. 그중에 특히나 선동오빠와 숭훈이가 심해서 둘은 침대에 그저 누워있었고 상화와 나, 그리고 회재 이렇게 셋이서는 정말, 실컷, 새벽 두 세시까지 영화이야기를 줄창 하곤 했었다, 정말이지 좋아하는 것이라면 지구 끝까지 갈 것 같다니까.
"아, 그래 그거, 그거 제목뭐지?"
"니콜키드먼? 음.. 뭐지, <디아워스>는 아니고, <디아더스>도 아니고, 난 모르겠는데!"
"<휴먼스테인>! <휴먼스테인>!"
"<휴먼스테인>? 아, 난 그 영화 모르는데, 그거 재밌어?"
"응, 그거 재밌더라, 그거 니콜 키드먼 거기서 되게 색다르게 나와."
"<빌리엘리엇> 봤죠?"
"응, 아 <빌리엘리엇>! 거기 나오는 그 아이, 중간에 왕립학교 시험보러갈때 했던 대사가 진짜 와닿았는데"
"<빌리엘리엇>은 다시봐도 재밌던데, 아, <프라이멀피어>라고 봤어요 혹시? 리차드? 리차드기어 나오는 영화인데"
"<프라이멀피어>, <프라이멀피어>, 기억해야겠다. 회재야 그거 재밌어?"
우리의 대화는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수많은 영화들의 제목이 우리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고 (중간에 <레지던트 이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숭훈이가 잠꼬대로 "어어 나 그 영화알아" 라고 말하곤 다시 잠에 빠져서 우리는 깜짝 놀란 동시에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셀 수도 없는 그 많은 영화들, 회재는 계속 영화 많이 안봤어요-라고는 하지만 회재가 쏟아내는 영화 제목만 봐도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끊어질만 하면 다시 이어졌다.
영화에서 낙타 사파리를 하던- 그때의 사막 이야기로, 그리고 동문서답하던 나의 낙타꾼 이야기와 사막이야기. 사막에서 돌아온 지 이제 겨우 다섯 시간 남짓. 신나게 이야기하던 우리, 슬슬 잘 때즈음해서, 그리고 서로 조금 피곤하다고 느낄 즈음 상화와 나는 슬쩍 일어나 우리의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 추천 영화 하나씩 말하고 자러갈까?"
"유리의 뇌!(상화)"
"프라이멀피어요!(회재)"
"어댑테이션!(나-사실 <콘스탄트 가드너>였는지 <어댑테이션>이었는지 잘 기억나지않지만)"
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종료되었다. 그리고는 13일의 아침. 벌써 토요일이었다. 하긴, 이제 인도에서 더이상 요일은 중요하지 않았다. 일요일에는 물론 상점들이 문을 대부분 닫기는 하지만 인도에 오고 나서는 요일개념이 정말로 제대로 작용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저 그것을 즐겼다. 하루를 한달같이, 한달을 하루같이, 이 모든 말은 인도에서는 성립되었던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이살메르 성 안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날이 너무 맑다)
(커튼 무늬가 예뻤다. 하룻밤 300루피는 좀 비싸지만 그래도 아늑한 방)
아침에 일어난 우리는 일단 티벳음식점, '리틀 티베탄'이라는 곳에 갔다. 사실 나는 좀 우울해있었는데, 델리에서 사서 몇 번 입지도 않은 주황색 바지를 여기서 잃어버린 것이었기 때문. 분명히 어제 자이살메르에 도착할때는 침낭에 끼워놨는데 뭔가 허전하다 싶더니 왠걸 사막에서 꾸깃꾸깃 꾸역꾸역 입고 다니던 바지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찾을 수도 없고 똑같은 바지를 살 수도 없어서 그저 체념하고 오늘 쇼핑이나 하며 같은 모양의 바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인도음식에는 이제 슬슬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딱히 맵고 짜고 이런것들, 물론 좀 심하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우리의 입맛에는 적당히 들어맞는 것 같았다. 이 티벳음식점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다양한 메뉴를 시켜서 서로 나눠먹었는데 음식의 이름들은 지금 솔직히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소바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의 이름도 기억이 안나고. 나는 왠지 느끼한게 먹고싶어서 치즈파스타? 뭐 그런 종류의 음식을 시켰다. 얌전히 앉아서 다음의 여정에 대해서 고민하는 우리 다섯명. 어제의 피곤도 다음날의 아침을 보면 왠지 말끔히 없어질 것만 같았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나는 음식을 기다리며 아주 오랜만에(인도에서) 붓을 잡았다. 사실, 붓이라고하기는 너무 거창하고, 선동오빠의 PDA에 있는 조그마한 스틱으로 낙서를 했다고 해야 옳겠지. 계속해서 끄적끄적거리면서 슬쩍 천장을 바라보기도 하고, 선동오빠에게는 꼬옥 이 그림을 지우지 말고 나중에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문득 사진을 찍기 위해서 사진기는 가져왔지만,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는 가져온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일기를 이틀간격으로 끄적거리는 노트와 펜은 있지만 집에서 연필 한 자루 가져오지 않았던 내가 생각났다. 그렇다고 해서 미술학도인 스스로 '꼭 그림그릴 꺼리를 가져가야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실을 알면 집에 두고 온 그리다가 잠시 중지해놓고 두고온 나의 자화상이나 기타 등등 나의 끄적거림들이 얼마나 슬퍼할까 라는 혼잣말들이 나의 머리속에서 빙빙 돌며 나를 자극했다. 하지만 그림, 잠시 두고와도 괜찮겠지. 무엇보다 나는 지금 나름의 그림을 그리고 있잖아, 이게 바로 수많은 그림도구들을 두고와도 나는 그 속에서 늘 존재한다는 이야기겠지 라고 되뇌이며 낙서를 중지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바람은 어느정도 솔솔 불고 있었고 날씨는 여느때처럼 화창했다. 인도에 와서 화창한 날씨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맞는, 그래, 몇 번째의 날들인지. 그만큼 이곳에 와서는 비도 한 방울 보지 못하고 눈은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한국에 폭설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언뜻 엄마에게 들은 것 같은데. 인도는 과연 눈이 올까?
(디팍 게스트하우스의 바깥뜰)
(디팍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뽀송뽀송 이쁜 소)
"이거, 직접 만드는거야?"
"그럼, 물론이지. 저 쪽에 만드는 모습을 보라구, 우리 가게는 굉장히 오래되었어."
"얼만데? 종류는 많아?"
"하나에 5루피, 큰건 10루피, 종류는 다양해, 앉아서 골라봐, 친구."
친구, 친구. 우리는 언제나 물건을 사거나 흥정할때 그들의 친구가 되곤했다. 아마도 인도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그건 아마도 'Namaste!(나마스떼, 인도의 인삿말)' 다음으로 'Hellow, my friend!(안녕, 나의 친구!)'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를 친구라고 불렀다. 듣기 싫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스럼없이 우리를 친구라는 단어로 부르곤하는 인도인들을 보며 한 편으로는 정겹기도, 한 편으로는 어색하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나는 여전히 그의 '친구'인 상태에서 흥정을 시작했다.
"이 가방은?"
"오, 그건 좀 비싼데, 150루피야."
"종류는 하나밖에 없어?"
"여기 여러개 있어, 자 보라구."
"음, 그런데 150루피는 좀 비싼데, 좀 더 깎을 수는 없을까?"
"얼마를 원해?"
"두 개를 살테니 200루피는 어때?"
"음, 그건 좀 곤란해. 그렇지만 그렇게 원하면 130루피는 어때?"
"그럼 120루피는?"
"120루피면 좋겠어? 행복해?"
어, 화났나? 갑자기 나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는 이 사람.
"응? 120루피면 좋지, 응, 물론 행복해. 근데 왜 물어 그건?"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 그럼 그 가격에 가져가."
"정말? 고마워, 반야왓(감사합니다-라는 뜻의 힌디어):)"
자이살메르의 어느 가게, 바로 이 가게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샀다. 나와 선동오빠, 상화는 팔찌를 여러 개 샀고, 나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로 낙타가죽으로 만든 동전지갑을 몇개 사기도 했다. 조그마한 손가방도 두 개정도 샀고 상화도 역시 나름의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숭훈이는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고 회재도 역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장소를 이동해서 길거리를 걸어다니던 중, 이 가게 주인의 아들이 하는 가게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고 우리는 그 곳에서 더욱 멋진 가방들과 그리고 모자들을 볼 수 있었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잘 어울려? 괜찮아?'라는 말들을 반복하던 나와 회재, 선동오빠, 그리고 상화. 결국 나와 선동오빠는 카우보이 모자를 하나 사버렸고 회재는 고가의 가방을 사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는 그저 결과물에 흡족했다. 자, 어쨌든 우리는 신나게 사버린 상황이다. 후에 나는 사실 잠깐 스쳐지나온 녹색 귀걸이를 발견해두었었는데 결국은 그것을 사러 가방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그 가게를 찾아갔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한지는 모르겠으나 조금 독특한 습성이 있다면, 내가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사기전까지는 머리맡에서 그 물건이 빙빙 도는, 그래서 결국 사게되는 행동패턴이 나에게 존재한다. 어디서나 옷을 사건 가방을 사건 적용되는 습관이었는데 이것이 인도까지 나를 따라오다니. 조금은 우습지만 그래도 '예쁘니까'라는 이유로 나는 고놈의 귀걸이를 선동오빠의 도움으로 약간 흥정해서 살 수 있게 되었다(지금도 잘 하고 다니고 있다, 물론!). 귀걸이를 사자마자 숨을 후욱 들이마시고 생각해보니 양 손에는 짐이 한가득. 윽, 이제 겨우 인도에서 일주일정도 있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짐이 굉장히 늘어서 가겠는걸!
쇼핑을 끝내니 어딘가를 들를 시간은 되지않았고 우리는 곧장 짐을 빼와서 우다이뿌르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가야했다. 디팍G.H로 가보니 아침에 보았던 뽀송뽀송한 털의 눈망울이 큰 송아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뭐, 귀여운 소는 어딜가나 볼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짐을 가지고 게스트하우스를 빠져나왔다. 늘어난 짐에 어딘가모르게 무거운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 축 쳐져서 있을 수는 없었다. 늘어난 짐은 결국은 내가 늘게 만들었던 것이니, 누구를 탓하리오 강민영씨.
짐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아주 잠깐 머물렀던 도시, 자이살메르를 떠나는 것이다. 단 하루의 기억. 사실 자이살메르의 야경은 정말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 자이살메르를 아는 사람들, 혹은 인도를 여행했던 사람들은 자이살메르에 가면 꼭 조금 비싸더라도 성 안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어볼 것을 추천했다. 사실은 그렇기에 그 멋진 야경을 보기위해 성내의 게스트하우스를 잡은 것이지만 쿠리의 사막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바로 올라온 니의 눈에 자이살메르의 성벽이 아무리 멋지게 보여도 그것은 인공 빛을 쏘아올린 하나의 조형물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멋지긴 했지만, 전날의 여파가 너무 컸다고 해야하나, 자이살메르의 하늘은 쿠리의 사막에서의 하늘처럼 별도 많이 보이지 않았고, 별똥별도 찾을 수 없었다. 지쳐서일지 아니면 이런 이유일지 나에게 자이살메르라는 도시의 야경은 아무런 감정도 불어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자이살메르에서 보는 야경도, 이 도시만의 것이고 다른 곳에 가면 그리워질지도 모르는 부분이기때문에. 아직은 쿠리에서의 멋진 저녁을 잊지 못하는 나의 작은 두근거림이었을 것이다.
"어, 언니!"
우연히 델리에서 자이살메르 구간의 기차를 같이 탔던 한국 사람을 만났다. 그때 기차에서 모두들 만났을때 재혁이와 같이 있던 언니였는데 기차에서 내린 후 언니는 자이살메르에서 줄곧 묵고 있었고 우리는 쿠리에 다녀온 것이었다. 그날과 비해 복장도 뭔가 달라져 있었고 모르는 여자분과 같이 손잡고 걸어다니고 있었던 언니, 우리는 잠시 성문 앞에서 서서 이야기를 했다.
"자이살메르에 계속 있을거세요?"
"아니, 조금지나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어디로 가는 길이야?"
"저희는 우다이뿌르로 가려구요, 세시차예요."
"그렇구나, 몸 조심하고, 다음에 보자!"
그렇게 짧은 인사를 끝내고 우리는 처음으로 타보는 12시간이 넘는 버스의 시간, 그리고 그 긴 시간을 대비하기 위해 물과 먹을 것들을 시내에서 샀다. 오렌지라든가 작은 비스켓 종류도 있었던 것 같고 저녁을 대체할 기타 등등의 먹을꺼리들을 사서 버스에 올랐다. 사실 버스에 침대칸이 따로 있는 줄 알았으나 우리는 느즈막히 예약을 했기에 침대칸은 이용할 수 없었고 우리 다섯은 서로 둘,둘, 하나씩 갈려져 앉은 채 우다이뿌르로 향했다. 출발하기전,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정규씨, 재혁이, 그리고 정규씨 일행분들. 다들 우다이뿌르로 가는구나 그때 그 기차처럼 한 버스 안에서. 우리를 제외하고도 많은 한국인들이 이 버스에 올라왔다. 뒤의 짐칸에 짐을 올릴때 침낭을 꺼낼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겠지-라는 심정으로 숄만 꺼내 늘 그래왔듯 몸에 칭칭 감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뒤에 앉은 숭훈이와 회재를 간간히 보며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대각선 뒷 편에 혼자 앉은 선동오빠에게 종종 말을 걸기도 하고, 그러면서 상화와 나는 창 밖을 보기도 하며 물을 마시고 과일을 야금야금 뜯어먹었다. 세시가 조금 지나서야 버스는 출발했고 아마도 한참을 달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틀 티베탄이라는 음식점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이제 세시면 해가 지려면 조금 남았고, 그래서 다음날 도착할 시간은 오전 여섯시에서 일곱시 정도였다. 어림잡아 15시간정도 되는 시간. 그동안 한번쯤은 버스가 정차하거나 휴식을 취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창밖을 어두워질때까지 응시하고 있었다. 버스는 매우 좁았지만 그래도 마구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조용히 아이팟을 꺼내들어 귀에 꽂아넣고, 상화에게 한 쪽을 빌려주며 그저 바깥만 내다보고 있었다. 아마 음악을 들으며 인도에 와서 처음으로 '사유'라는 것을 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해는 조만간 지겠지,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해가 지는 모습이 사막에서 보았던 모습과 같을까, 라는 말을 혼자서 되물으며 어느새 나는 잠이 든 것 같았다.
깨어나보니 대충 여섯, 일곱시정도 되었을까. 버스가 한번 멈췄다. 화장실을 다녀올 사람들은 다녀오고 저녁을 먹을 사람들은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도 했다. 내가 샀는지, 혹은 누군가가 샀던 짜이를 버스 스탠드 근처의 노점상에서 마시며 새삼 약간 추움을 실감했다. 빨간 숄을 다시 꽁꽁 온몸에 둘러싸고 따듯한 짜이를 후 불어가며 마셨다. 옆에는 재혁이가, 그리고 상화가, 선동오빠가 있었다. 선동오빠는 저녁을 대충 먹으러 가보겠다고 저 앞으로 걸어갔고 나와 상화는 화장실을 찾아 어기적 어기적 반대편 도로쪽 큰 상점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늘 그렇듯, 큰 상점이라고 해서 화장실이 딸려있는 것은 아니었고 우리는 사막같은 곳이 아니라 도시에서는 처음으로 인도인들이 그렇게 하듯, 구석진 길거리에서 볼일을 마쳐야 했다. 화장실은 잘 다녀왔냐고 묻는 정규씨, 상화와 나는 웃으며 정규씨와 작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버스가 출발할 즈음, 우리는 차에 탔다. 그 이후로 우리가 조용히 창 밖만 보면서 갔느냐, 그건 또 아니다. 다섯이서 앞뒤로 바라보며 속칭 '바보게임'이라는 것도 했었고(나는 눈물이 날 정도까지 당했다) 그 게임만으로 우리는 세시간정도를 깜깜해진 바깥도 신경 쓸 겨를없이 버스안에서 배를 잡고 웃으며 보냈다. 마지막에 답을 가르쳐주기 전까지(정말 어이없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회재와 선동오빠에게 골탕을 먹었고 그렇게 실컷 떠들고 나서 우리는 서로 지쳐서 풀썩 앞을 보고 앉았다. 시간은 아마도 10시정도가 되었을 것 같다. 버스의 상태는 그렇게 좋지 않았기에 창문은 버스가 한번씩 급정거를 할때마다 활짝 활짝 열리곤 했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문을 쾅 닫으며 몰려들어오는 찬바람을 얼굴에 맞아가며 추위를 실감했다. 밤 차가 무척 힘들다고 하더니, 그 이유가 이것이구나. 문득 따듯한 온돌방이 그리워지는 것이었다. 졸리기도 하고 왠지 피곤도 해져서 선동오빠 PDA로 영화를 보다가 나는 잠을 청했다. 옆에서는 상화가 곤히 자고 있었다.
발 밑에는 뭔가 또로록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가 샀던, 우리의 오렌지인것 같아서 다시 비닐봉지에 주워담았다. 숭훈이의 작은 손전등이 또 또로로 굴러가고, 나는 그것을 움켜쥐고 숭훈이에게 건냈다. 다시 자리에 앉아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잠이 들기를 바랬다. 버스 안은 고요했고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인도 땅이 얼마나 넓기에 하나의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할때마다 열두시간이나 걸리는 걸까. 인도는 우리 나라 땅의 약 서른 세 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지고 있다는데 수치만으로 솔직히 그것을 비교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여튼 이런저런 생각이 또다시 오갈 무렵, 또 한번 거센 추위를 느끼고 몸을 좌석걸이에 걸쳤다. 그리고 또다시 인도의 밤을 지내기 위해 눈꺼풀을 감겼다.
첫댓글 담편 기대해용~~
갑선님 늘 감사드립니다..ㅎㅎ
다시 가고 싶네요...
여행사진을 보다보면 늘, 그리워져요.. 전 결국 올해 또 나가게 되었네요^^
자이살메르를 가보지 않아서 궁금했었는데 사진까지 곁들여주니 감사하네요^^ 글을 읽다보니 가보고싶네요ㅎㅎ
와..똘레랑스님 읽어주신것 자체가 저는 감사드립니다..ㅎㅎㅎ
처음에는 우연히 클릭하게 되어서 뒷편 부터 끄적 끄적 읽게 되다 아건 아니다 싶어 처음부터 다 읽게 되었네요. 물론 리플은 끝자락에 한소절 남기지만.. ^^; 정말 글도 재미 있게 잘쓰셨고. 예쁜사진 예쁜 추억을 공유 할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1/3도 안보여주신거죠 ~~ ^^;
감사합니다 :) 차근차근 풀어나가다보니 좀 오래걸리네요..ㅎㅎ 아직 1/3도 안된것같아요 ㅎㅎ 이제 13일째니..ㅎㅎ
예전 생각이나네요 성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진짜 멋있고 아름다웠는데 ㅋㅋㅋ ^^
자이살메르에선 오래 머물지못해서, 에휴 인도 어디건 그러지않은 지역이 어딨겠어요..ㅋㅋ 너무 다들 다시가고싶은곳
아랫글들 쭉~읽고 왔습니다..ㅎㅎ 잘 봤어요~재밌네욤..으하하하
슬슬 자이살메르를 떠나고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