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밭 일구다 허기진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주는 국수. 맛 좋고 값도 싸서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해왔다.
전국 팔도 각 지역에 따라 국수의 맛도 모양도 다르기 마련. 다양한 국수의 궤적을 따라나서는 여정을 통해 국수 한 그릇에 담긴 삶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제1부. 어부가 건진 맛, 경상도 *영상보기->http://www.dailymotion.com/video/x3xp6v5
한반도 동쪽 땅끝, 경상도 포항. 바다에서 찾은 국수의 맛을 만난다.
호미곶의 어죽국수 호미곶의 대동배 마을의 김찬호 선장 부부는 그간 풍랑주의보로 사흘 만에 바다로 나섰다. 부부를 기다리는 건, 최근 몇 년 사이 동해로 돌아온 청어다. 그 옛날부터 곡식이 떨어지면 호미곶의 어부들은 무더기로 잡히는 청어를 넣어 어죽을 끓였고 건면이 보급되면서 어죽국수가 됐다. 이웃들과 어죽국수를 먹으며 따끈한 맛의 추억을 나눈다.
구룡포의 모리국수 동해안 어업전진기지 구룡포 항. 폭설이 내려 바다에 나가지 못한 석병 마을 사람들이 모였다. 어부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빠지지 않는 음식, 모리국수다. 팔고 남은 생선을 한 데 넣고 얼큰하게 끓인 것으로 바다 일의 고단함을 달래준다.
해풍과 햇살이 만든 국수 포항에 마지막 남은 이순화 어머니의 국수공장. 45년간 늘 변함없이 바람과 햇볕으로 국수를 만든다. 전쟁 이후 밀가루가 값싸게 들어오면서 국수는 바다 일에 바쁜 어부에게 고마운 한 끼가 되었다.
제2부. 메밀 맛도 모르면서,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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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길고 혹독한 강원의 겨울. 그 춥고 허기진 날들을 버티게 한 메밀국수의 향수를 쫓는다.
삼척 노부부의 꼴두국수 산이 깊은 강원도에서도 오지인 삼척의 점리. 산꼭대기 외딴 집, 장익황 할아버지 부부가 산다. 한글학교 다니는 만학도 서방님 위해 국수를 만드는 할머니. 아껴둔 메밀을 디딜방아에 곱게 찧어 꼴두국수를 끓인다. 그 옛날 혹독한 겨울날을 버티려고 질리도록 먹어 ‘꼴도 보기 싫다’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렇게 힘들던 시절을 흘려보내고 다시 찾은 그 맛은 어떨까.
만담가 할아버지의 칡국수 칡 캐기에 나선 양양의 신병철 할아버지와 심마니 부부. 강원도에 지천으로 널린 칡은 흉년이나 춘궁기에 먹던 구황작물이다. 맛깔난 입담으로 그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할아버지. 그 중 산골 어머니가 해준 부드러운 칡국수 맛을 잊지 못한다. 할아버지를 위해 아내는 정성껏 그날의 밥상을 차린다.
할머니의 손맛, 막국수 원주에 황둔 마을, 음식 솜씨 좋기로 소문난 조계화 할머니. 함박눈 맞으며 찾아온 이웃을 위해, 맛깔난 막국수를 만든다. 오래된 맷돌과 국수 누름틀로 만든 거칠지만 부드러운 막국수엔 할머니의 지난 세월이 녹아있다.
제3부. 아흔넷 엄마의 국수, 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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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중에 평야가 가장 많은 전라도. 논밭에서 나는 다양한 작물이 자라는데 그 넉넉함이 아낌없이 내어주는 우리네 엄마를 닮았다.
꽃 따는 아낙들의 봄동 비빔국수 전라남도 완도, 해풍 맞고 자란 봄동이 꽃처럼 피었다. 봄동 수확이 한창인 마을 어머니들. 농한기에 소일거리는 고마운 법이라며, 손주 용돈 챙겨줄 생각에 부지런히 손을 움직인다. 꽃을 따는 마음으로 봄동을 수확하곤, 아삭한 봄동을 매콤하게 무쳐 국수와 함께 새참으로 낸다. 다음 봄이 와도 어머니의 국수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테다.
아흔넷 엄마와 여든아홉 딸의 팥국수 전라북도 남원의 작은 시골 마을에 특별한 모녀가 살고 있다. 여든아홉의 딸 박순덕 씨와 아흔넷의 엄마 양판석 씨.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남편과 결혼하며 열아홉 살에 엄마가 되었다. 얼마 전 다리 수술을 한 딸을 위해 팥국수를 끓이는 아흔넷 엄마. 팥 음식은 동지 때 먹는 음식으로 알지만 전라도에서는 아무 때나 먹었다. 넓고 비옥한 평야에서 자라는 팥을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 팥을 푹푹 삶아 으깨고 직접 반죽 밀어, 정성으로 만드는 팥국수. 모녀간의 애정이 깊어진다.
고부의 들깨칼국수 섬진강 물줄기 따라 너른 들판이 낮게 엎드려 있는 구례. 4년 전 시어머니가 계신 고향으로 돌아온 양금자 씨. 그 옛날 시어머니가 밀을 키우던 밭에 다시 밀을 심었다. 3년간 농사를 말린 시어머닌 농사 선생이 됐다. 작년 가을에 파종한 밀의 김매기를 끝내고 고소한 들깨칼국수로 고부의 정을 쌓는다.
제4부. 세월이 쌓이면, 충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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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가깝고 산과 강이 평탄해, 조선시대 양반들이 내려와 살았던 충청도. 세월은 흐르고 맛이 쌓인 양반집 국수는 어떤 맛일까.
참판 어르신의 온면 조선 명종 때 벼슬을 지낸 이정이 내려온 후 예안 이 씨가 대대로 사는 아산 외암 마을. 그 중 조선 말기 이조참판을 지낸 이정렬 선생의 고택엔 종손인 이득선 씨 부부가 살고 있다. 유년 시절을 할아버지와 함께 보낸 종손은 손님이 오면 내주던 따뜻한 온면 한 그릇을 기억한다. 종손부에게 정성껏 온면을 배우는 신세대 며느리. 세월이 흘러도 그 맛과 정성은 변함없이 쌓인다.
선비가 반한 맛, 낙지칼국수 서산 벌천포 갯벌에 봄 낙지 잡으러 나선 오지리 사람들. 갓 잡은 낙지로 국수를 끓여 먹기 위해서다. 이 맛이 그리워 겨우내 찬바람 멈추기를 손꼽아 기다렸다는데. 그 맛의 역사는 조선시대에 내려온 선비들에게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의 까다로운 입맛 사로잡은 국수는 대체 뭘까.
장수에서 맛으로 구기자칼국수 충청도에 우뚝 솟은 칠갑산 아래, 청양군 운곡면의 위라리. 봄을 앞둔 요즘 마을 곳곳 구기자 농사가 한창이다. 충청도 양반들의 장수비법으로도 손꼽히는 구기자. 옛날엔 달여서 차로 마시던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오늘날엔 고운 빛깔의 칼국수로 재탄생됐다. 시어머니에게 구기자칼국수를 배운 한상예 씨. 4년전 귀농 온 이웃집 새댁에게 그 맛을 전한다.
제5부. 탐나는 한 그릇,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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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산, 들이 내어준 한 그릇의 국수. 본연의 맛을 살린 ‘베지근한’ 그 맛엔 제주가 담겨 있다.
국수 골목의 고기국수 제주시 동문시장엔 50여 년 된 국수 골목이 있다. 70년대 근처 국수공장이 생기면서 작은 통로에 우후죽순 들어선 국숫집. 어느새 세월에 못 이겨 하나둘 떠난 골목을 두옥자 어머니는 묵묵히 지키고 있다. 도시에서 돌아온 아들 내외는 어머니의 고기국수를 배운다. 잔치가 있을 때마다 돼지를 잡아 몸국을 끓였던 제주. 건면이 들어오면서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고기국수다. 제주를 닮은 ‘베지근한 맛’으로 시장 상인들의 고단함을 뜨끈하게 풀어준다.
바다가 내어준 귀한 맛, 옥돔국수 서귀포의 작은 항구, 박윤갑 선장이 제철인 옥돔 잡이에 나섰다. 옥돔만을 생선이라고 치는 제주 사람들. 그만큼 귀한 맛이다. 제주도에 건면이 발전하면서 해안가를 중심으로 만들기 시작한 옥돔국수. 겨우내 바다와 씨름하느라 고생한 선장을 위한 보양식으로 아내가 솜씨를 발휘한다.
웃뜨르의 꿩메밀칼국수 한라산 정상보단 낮고 바다보단 높은 중산간을 일컫는 ‘웃뜨르.’ 먹을 것이 귀한 겨울에도 꿩이 지천이라 사람들은 꿩을 잡으러 나섰다. 그 옛날 아버지를 따라 산을 다녔던 강희탁 씨. 수렵이 허가된 11월 말부터 2월엔 꿩을 잡아 이웃에게 메밀칼국수를 대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