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
[박미향의 맛집] 일산 주엽동 <과메기와 홍어>
“그 파, 찍으면 안 되는데, 세일한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정돈된 파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주인 손대철(50)씨가 한소리 한다. 가지런한 파는 아름답다. 파란 색이 물결처럼 율동감이 있다.
“그냥 찍어. 솔직한 것이 최고지.” 몇 초 뒤 그의 소박한 몇 마디가 뒤를 잇는다.
경기 일산 신도시 주엽동에 있는 <과메기와 홍어>는 음식점 이름부터가 색다르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겨울철 대표 음식을 한 자리에서 맛보라고 유혹한다. 사연이 궁금해진다.
“우리 세대는 전라도 경상도 구분했어. 갈등이 많았지.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싫어. 장사하면서 내 나라를 위해 뭔가 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싶었지.” 지방색이 다른 두 가지 음식을 같이 하는 이유란다.
6년 전 문을 열었을 때,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들 중엔 홍어를 더러 먹어본 이들이 있더란다. 반면 전라도가 고향인 이들은 과메기를 모르더란다. 6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과메기와 홍어’는 ‘화합’의 맛을 표현하는 상징어다. 쫄깃한 과메기와 시큼한 홍어, 그 둘이 빚어내는 맛의 방정식은 일품이다.
홍어탕 |
‘만만한 게 홍어X’이란 말이 나온 까닭 듣고 아!
이 집에서 맛볼 수 있는 <홍어탕>은 또 다른 맛의 화합 방정식이다. 한 숟갈 뜰 때 첫 맛은 된장국처럼 구수하다가 수저를 내려놓을 때는 ‘훅’하고 심장까지 정신이 번쩍나는 홍어 특유의 맛이 느껴진다. 주인 손씨는 홍어살로 만들었다고 귀띔한다. 홍어탕이라고 하면 으레 내장이나 홍어애(홍어간)를 떠올리지만, 이 집에선 홍어 살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수저가 입질을 할 때마다 깔려 있던 홍어 살이 은가루처럼 흩어지다 다시 솜뭉치처럼 뭉치는 조화를 부린다.
주인 손씨의 ‘화합’ 철학은 이 집에서 파는 술 메뉴도 그대로 담겨 있다. 이 집에서 파는 막걸리는 고양시 막걸리다. 하지만 손씨는 이를 ‘통일막걸리’라고 이름붙였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북한에 갈 때 들고 간 막걸리”라서 메뉴 이름을 이렇게 정했다고 그는 말했다.
홍어는 수컷보다 암컷이 크고 살이 부드러워 비싸다. 그래서 수컷 생식기를 잘라서 암컷이라고 속여 비싸게 팔기도 했다는데. ‘만만한 게 홍어X’ 이란 말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중요한 정보 또 한가지. 이 집에서 파는 홍어는 절대 국산이 아니다. 칠레산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사실을 당당하게 밝힌다. 귀할대로 귀해진 흑산도 홍어는 이미 서민들의 먹을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대신 그는 수입되는 것 중에서는 칠레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그의 이런 당당함 역시 맛나다.
(02)031-916-1722
◆ 못 다한 이야기
인생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꽃밭인 듯하다가 느닷없이 지옥이 된다. 주인 손씨의 지난 시간을 보면 더욱 그렇다. 사근사근한 목소리와 세월의 흔적이 묻은 눈매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젊은 시절 국내 모 항공사의 승무원이었단다. 비행기 승무원하면 대부분 여성이었던 시절, 특이하다.
항공사 남성 승무원 출신…곱창집 실패 곰삭혀 알싸한 성공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한 사업은 그를 나락으로 밀었다. 재입사한 직장도 신통치 않았다. 아무 것도 없이 ‘먹을거리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곱창 집을 열었다. 재료가 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것 역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과메기와 홍어>를 성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 시절 ‘실패’를 성공삼아 ‘돈’에 연연하지 않고 ‘일’을 하니 저절로 지옥은 꽃밭으로 변했다. 그는 곧 서울 상암동에 분점을 낼 계획이다. 인생의 재미는 또 이런 것이리라! 누구든 인생의 볕 들 날을 기대해도 되는 것!
삼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