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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요양원 중증장애인 봉사활동
(부활절 기념 영훈고 국내비전트립)
절하는 아들
강원도 철원에 있는 은혜요양원은 우리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요양원이다.
1997년부터 2014년까지, 참 많은 영훈고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많은 감동과 격려가 있었고, 장애인들과 감동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 때 나의 제자들은 참으로 최선을 다해 봉사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봉사활동 초기 때, 학교에서 여러 모양으로 말썽을 피우던 한 남학생이 요양원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가자고 해서 따라갔던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 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그 아이는 부모님이 계신 방으로 갔다.
“아버지, 어머니 절 받으십시오.”
말썽꾸러기 아들이 갑자기 절 받으라는 말에 부모님은 깜짝 놀랐다.
“웬~ 절?”
물어보기도 무섭게 아들은 넙죽 절을 했다. 의아해하는 부모님께 그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 저를 건강하게 낳아주시고, 건강하게 키워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이 고백을 듣는 부모님 눈에도, 아들의 눈에도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남학생은 봉사활동을 통해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었다.
감사와 감동으로
우리 아이들이 철원까지 가서 십 수 년 봉사활동을 했던 것은 봉사 점수를 받기 위함이 아니었다. 물론 다소의 점수를 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감사한 것은 아이들이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부모님께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을 배운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아픔을 직접 체험하고, 그들을 생각하고 동행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진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요양원 쪽에서는 우리 학생들을 무척 좋아했다. 원생들과 잘 놀아주고, 또 매우 착한 성품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학교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2015년부터 근 3년여를 은혜요양원 봉사활동을 할 수 없었다.
기도 가운데 끊어진 이 봉사활동을 언젠가 회복시켜야한다고 기도하며 준비하던 중, 금년에 하나님께서 기회를 허락하신 것이다.
기독교정신의 학교로
영훈고의 건학이념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충무정신에서, 2년 전 기독교 정신으로 바뀌었다. 영훈고가 기도 가운데 기독교학교가 된 것이다.
기독교 정신은 무엇인가? 그것은 당연히 ‘사랑’이다.
‘네 하나님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 22:39).
사랑은 지식적으로 아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식으로만 아는 것은 엄밀히 말해 ‘사랑’을 다 안다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사랑은 행하는 것이다.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뒤집어 말한다면,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기독교정신의 사랑은 곧 하나님의 사랑이며,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은 목숨을 건 사랑이다.
내가 죽고 상대방이 사는 헌신의 사랑이다. 그 사랑은 힘이 빠져 있는 사람에게 힘을 주고, 마른 뼈같은 사람에게 생기를 주며, 낙심되어 있는 사람에게 격려를 주고, 말라붙은 건조한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그것이 사랑의 힘이며, 기독교의 사랑이다. 이 사랑이 나에게, 그리고 영훈고에 가득하기를 소망하며 기도해왔다.
선생님들의 눈물겨운 헌신
2018학년도에 세 번의 은혜요양원 방문 봉사활동을 계획했다.
3월 31일, 6월 2일, 9월 15일이다.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다 진행하시고 이루실 것이라 기도하며 생각하고 진행하기로 했다.
3월 16일 공지를 하고, 3월 31일 참여할 아이들의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는 40명이 넘었다. 그리고 아이들 사전교육을 3월 23일, 3월 28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첫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최종적으로 38명이었다. 선생님들은 모두 5명이 함께 하셨는데, 영훈고에서 네 분, 영훈국제중에서 한 분이 동행했다.
학교 스쿨버스를 대여하고, 점심 김밥을 주문하고, 기타 간식과 현수막 등등을 준비했다.
하나님께서는 필요할 때 사람을 붙여주시고, 함께 동행하게 하신다. 기도하는 네 분의 선생님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잘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의 사역은 큰 기쁨을 준다. 그것은 사람이 계획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하게 하시는 사역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사역은 항상 과정 중에 큰 기쁨과 또 열매를 보게 하신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 선생님들의 헌신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자기의 시간과 열정을 내어, 휴일까지도 하나님과 제자들에게 쏟아 붓고 있는 이 선생님들을 하나님께서 필경 축복하시리라 믿는다. 이 자리를 빌어 함께 해준 선생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봉사활동을 참 잘해요
함께 하는 1,2학년 아이들도 사전교육에 잘 참여하고 있었다. 수년 간 끊어졌던 봉사활동, 그것을 다시금 회복시키도록 하는 것에는 하나님의 분명한 뜻이 있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새롭게 영훈고등학교가 기독교학교로서의 ‘사랑’의 전통을 만들어가는 시작이 되는 것이라 여겨졌다.
당일 8시에 출발했다. 그리고 오전 10시에 요양원에 도착, 강당에서 요양원 측의 사무국장님을 통해 잠깐 사전교육을 받고, 장애인들이 있는 3층과 4층으로 아이들을 올려 보냈다.
남학생들은 남자 원생들, 여학생들은 여자 원생들을 만나게 했다. 원생들의 나이는 30대 이상이었지만, 정신지체 등으로 인해 정신 연령은 낮았다.
아이들을 올려 보내고 20분 가량 지났을까? 요양원 측의 사회복지사 황선생님이 다가왔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선생님, 아이들이 왜 이렇게 봉사활동을 잘하죠? 1학년들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남학생들도 여학생들도 참 잘해요. 역시 영훈고예요.”
그 말을 듣는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기특한 아이들
나는 하던 것을 정리하고, 아이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생활실로 올라갔다.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얘기했던 대로였다.
우리 아이들은 천사와 같았다. 얼굴이 무척 밝아져 있었다. 장애인 원생들은 더했다. 들고 뛰고, 우리 아이들의 손을 붙잡고 긴 복도를 계속 걸어 다니고 있었다. 남학생들은 노래방 기계 앞에서 탬버린을 치고 춤추며 노는 아이들은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고, 즐거워했다. 노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이나 장애인들이나 구분이 없었다.
여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게임도 하고, 말벗도 하고 있었다. 선생님들도 우리 아이들을 잘 관리하고 있었고, 또 장애인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기도 가운데 준비하게 하시고, 기도 가운데 진행하게 하시고, 감동과 은혜로 봉사활동을 마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더욱이 부활절 하루 전날 이웃을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대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아이들의 소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이들은 봉사활동 소감을 한 마디씩 발표했다. 그 내용을 여기에 간단히 추려 정리한다.
- 오늘 처음으로 이런 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정말 뜻깊었고, 거기 계신 분들이 처음에 먼저 다가와주시고 반갑게 반겨주셔서 좋았습니다.(변0진)
- 작은 스킨십으로도 행복해하셔서 저도 손잡으며 함께 행복했습니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이0지)
- 서로 도우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을 계획하시고, 다치지 않게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이 봉사활동을 계획하시고 같이 동행해주신 선생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정0훈)
- 봉사를 가보니 사소한 일에도 웃어주시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아요. 다음에도 참여하고 싶어요.(노0미)
- 원생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최0현)
- 굉장히 힘들고 불편할 줄 알았는데 진심으로 따뜻함이 느껴지고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강0우)
- 거기 계신 분들과 돌아다니면서 노래도 불러드렸는데 너무 좋아해주셔서 저도 너무 재밌었고,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싶습니다.(한0희)
- 오늘 하루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인 것 같아요. 처음엔 물론 당황스러웠지만 점차 얼굴도 알아가고 손을 잡거나 토닥토닥해주거나 안아주는 스킨십을 통해 더 서로에 대해 알아간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초반에 제 손을 잡고 같이 달려갔던 원생분이 매우 인상 깊어요. 처음엔 당황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계속 웃어주시고! 마지막까지 제 손을 놓지 않으셨던 원생분도 너무 감사하고 정말 오늘 하루 의미있던 날이었던 것 같아요.(김0아)
- 은혜장애인요양원에 계신 분들이 제 손을 잡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어요. 생각보다 한 분 한 분 다 너무 해맑으시고 잘 웃어주셔서 저도 하루하루를 보람있게 보내야겠다고 느꼈어요. 되돌아보면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뜻깊은 기억으로 더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잘 배우고 갑니다.(신0은)
기도 가운데 계획하게 하시고, 기도 가운데 진행하게 하시고, 봉사활동을 통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의 뜻을 실천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찬양합니다. 아멘!
2018. 4.1 부활절에
영훈고에서 최관하(010-6264-5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