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2010년 6월 19일 (토) 오대산 노인봉-소금강계곡 원정산행

[알파마요]

지난 달 산꾼방에 촛불님께서 올리신 원정산행 후보 중 정선 가리왕산과 원주 치악산을 우여곡절 끝에 제치고 이번 달 원정산행지로 결정된 오대산 노인봉-소금강계곡~

국립공원제도가 생기기 전 이미 1970년에 명승지 제1호로 지정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원래 이 산의 이름은 청학산. 소금강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학자 이율곡의 유청학산기(遊靑鶴山記)에서 유래한 것으로 빼어난 경관이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매년 10월 청학제가 열리며, 소금강 입구에는 율곡선생께서 직접 쓰신 '소금강(小金剛)'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저로서는 1989년 여름휴가 때 소금강 초입의 무릉계곡을 올라 구룡폭포까지만 그야말로 수박 겉 핥기로 다녀온 후 21년 만에 다시 찾아보는 기회...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는 산행코스입니다.

오늘 산행은 진고개 정상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노인봉이 1338미터, 그리고 진고개가 960 미터이니 380미터만 올라가면 그 다음부터는 소금강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비교적 쉬운 산행입니다.

오대산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오늘 처음 함께하시는 영일만님, 호박님, 적우님, 석호필님, 마로님과 인사도 나누고 또 즐거운 대화를 나누다 보니 버스는 어느새 산행 들머리인 진고개 주차장에 도착. 진고개 주차장에서 산행 출발 전 마지막 준비를 하며 오늘 산행안내를 맡으신 촛불대장님으로부터 산행계획을 듣고 곧장 노인봉을 향하여 출발합니다.

진고개에서 노인봉을 오르는 코스는 계단으로 시작됩니다. 촛불대장님 말씀으로는 작년에 오셨을 때는 계단이 없었다고 하시네요. 그런데 이 계단이 만만치 않습니다. 다행히 계단 간격이 높지는 않지만 전체 오르막 380 미터 중 아마 200 미터도 넘게 계단이 연속되는 것 같습니다ㅠ 

그러나 우리님들 습한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계단을 오릅니다. 산행 출발 때 “세시 반까지 하산하여 무릉계까지 도착하면 경포대 백사장을 들러 바닷가를 거닐고 회도 먹을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주신다”는 촛불대장님의 달콤한 유혹이 크게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루하게 계속되는 계단이 끝나고 일단 능선에 오르니 완만한 경사의 마치 숲길 산행 같은 여유있는 코스입니다. 우리방 산행신청방의 뒷문 지킴이이신 돌담길님도 본인에게 딱 맞는 코스라며 여유만만입니다ㅎ.

그런데도 몇몇 분들은 시작구간의 오르막 계단이 부담스러웠나 봅니다. 노인봉 대피소에 먼저 도착하신 분들은 벌써 노인봉 정상으로 올라갔는데도 뒤에 오시는 분들은 한참을 기다려도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먼저 노인봉에 오르신 분들이 단체사진 촬영까지 마치고 내려오려 할 즈음이 되어서야 마지막 꼬리인 미소로님께서 후미대장 두리벙님의 호위를 받으며 그래도 여유있게 미소를 지으며 나타나십니다. 한동안 바쁘셨고 또 유월 초 옆지기께서 북한산 산행 중 문수봉에서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셔서 조신하게 옆지기 지키며 병수발 하시느라 산행을 못하신 탓인가 봅니다.

노인봉에서 낙영폭포까지 하산 길은 다소 가파른 내리막.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 낙영폭포까지 내려와 점심식사를 위해 식탁을 마련합니다. 새벽잠 설치고 정성껏 준비해오신 음식들이 깔판 위에 차려지니 오늘도 진수성찬. 게다가 새벽에 나오느라 아침식사를 변변히 못해 배도 고파있던 탓에 모두들 맛있게 점심을 먹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소금강계곡을 따라 무릉계를 향해 내려갑니다. 이제부터는 힘든 오르막도 없습니다. 그저 물과 바위와 숲이 만들어낸 소금강의 비경을 마음껏 즐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모두들 한껏 기대에 부풀어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이게 웬일... 낙영폭포를 출발하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오전부터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후덥지근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소나기가 내리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정작 소금강의 비경이 시작되는데 빗줄기는 점점 굵어집니다. 비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하느라 광폭포, 만물상 등도 제대로 볼 겨를도 없지만 짙게 낀 운무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연식이 꽤 된 내 낡은 디카는 어두컴컴해진 주변 때문에 셔터 속도가 늘어져 사진도 제대로 찍히지 않네요. ㅠㅠ 

구룡폭포에 다다를 즈음에서야 비가 멈추었습니다. 소금강계곡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이곳 구룡폭포가 가장 멋진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수십미터의 높이에서 굽이치며 떨어지는 상폭(上瀑)의 시원한 물줄기와 그 물줄기가 수만년의 세월에 걸쳐 만들어낸 소(沼) 그리고 그 아래로 또 다시 하폭(下瀑)이 이어집니다.

21년 전 잠시 찾았던 그 때의 감동을 추억하며 오늘은 함께한 행토방 우리님들을 사진에 담습니다.

구룡폭포를 둘러보고 다시 무릉계로 출발할 즈음 갑자기 날카로운 외마디 비명. 조금 전까지 행토방 우리님들께서 그리고 제가 새로 함께하신 적우님과 구룡폭포의 멋진 물줄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바로 그 바위에서 여자 등산객 한분이 미끌어 떨어진 것 입니다. 다행히 우리 행토방 회원님은 아닙니다. 그리고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계곡산행을 하다 보면 바로 이렇게 물가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항상 물기를 머금고 있어 미끄럽기 때문에 자칫 주의를 게을리하면 미끄러져서 크게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제 벌써 세시...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서 부지런히 하산합니다. 경포대 해변을 거닐고 또 동해안 싱싱한 회도 먹으려면 세시 반까지 입구에 도착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름산행에서 막바지에 탁족은 절대 생략될 수 없는 필수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특별히 오대산 정기를 머금은 소금강 계곡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절호 기회입니다. 탁족으로 하루 종일 고생한 발의 피로도 풀어 주고 또 동심으로 돌아가 물싸움도 하며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즐거운 모습입니다. 아마 경포대 해변도 동해안 싱싱한 회도 까맣게 잊으신 듯...ㅎ

무릉계 아래 주차장에 도착해 젖은 옷 갈아입고 모두들 차에 탑승하니 시간은 벌써 네시 반. 원래 약속대로라면 경포대와 동해안 싱싱한 회는 벌써 물 건너갔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좀 다르네요. 우리 촛불대장님 회원들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고 다수결이라는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 주문진 횟집에서 뒤풀이 결정~짝짝짝~

(그 동안 순악질, 막가파 촛불님에서 천사표로 거듭 나신 것 같습니다~ㅎㅎ)

산행을 마치고 바닷가 횟집에서 초고추장 듬뿍 찍어 상추에 싸 먹는 회 맛~ 거기다가 시원한 오징어 물회~ 정말 일품입니다.

계획된 시간을 많이 넘겨 늦으막하게 주문진을 출발 이제는 서울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새로 오신 분들의 가수 뺨치는 열창과 함께 모두 하나되어 어우러진 흥겨운 노래방으로 오늘 오대산 노인봉-소금강 일정을 아쉽게 마무리합니다.

우리 회원님들 오늘 산행 즐거우셨나요? 혹시 산행도중 내린 비로 힘들진 않으셨나요?

우리님들 이번 주도 내내 즐겁고 행복하시길~♬ 그리고 저 알파마요는 이번 토요일 미니대장님과 함께하는 관악산 토요산행에서 여러분들을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추신으로...

오대산 노인봉-소금강 멋진 코스 안내해주신 촛불대장님께 감사드리며 하루 종일 후미에서 뒤처진 우리 회원님들과 함께하시며 수고하신 두리벙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미키]

막걸리 같은 맛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누룽지 같은 맛이라고 할까요 구수함이 베어있는 후기네요.....누구보다도 애정이 많으신 마요님....늘 감사하구여....언능 다리 회복되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알파마요]

저도 이번주 관악산에 미키님 뒤풀이 참석 고대하고 있습니다~~~

[날개]

요로콤 질서정연하며,거의 육하원칙에 준한 콤한 후기..정 많은 마요님만이 할 수 있는 특기가 아닌가 싶습니다..마요,마로.. 사촌 생겨 거운 알파마요 대장님 후기 감 입니다...

[자유]

희야 사진 겉들이 후기가 왜 없나 했어여 ㅎ

[알파마요]

관련자료 인터넷에서 찾아서 확인하면서 후기 쓰려면 사실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근데 이번엔 월드컵 보느라... ㅎㅎ 그래도 16강 진출했으니~~~♬ 이제 8강을 향하여 다시 한번 화이팅~~~!!!

[태기]

다시한번 그날의 즐거움이 샘솟네요....내일 그 즐거움 다시 느껴봐~~~~요..

[연재]

요즘 산에 못가니까 더 우울해요,~ 멋진 산과 멋진 우리님들 보니까,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새로운 얼굴들도 많이 보이고, 보고 싶은 얼굴들도 많고,~곧 만날 날을 기다리며, 사진으로 대신하고 갑니다. ~~멋진 행토방님들 홧팅.~~!

[두리벙]

그때의 산행 추억이 어느덧 먼산 저편으로 한장의 메모지가 되었네요 .. 소금강에서 물놀이 잊을 수 가 없고요. 알파마요
대장님의 후기에 다시한번 오대산의 정기를 받으니 신이 절로 납니다 .. 고생 하셨습니다

[소피아]

글도 잘쓰시고 사진도 잘찍어주시고,못하시는것이 없는 마요님마요님표 파인애플이 생각나네요.

[두리벙]

나두 나두요

[촛불]

사진과 곁들인 자세한 산행후기를 보니 다시한번 가고픈 생각뿐입니다. 항상 중간에서 때로는 선두에서 사진봉사와 먹거리준비에 산행후기까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궂은 날씨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