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문화가 되살아난다고 한다.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상품이 인기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복고 취향 뮤지컬과 양희은 등 포크음악, KBS '열린음악회'의 '추억의 그룹사운드'가 기성세대를 감동시켰다. 중년 이벤트의 절정은 지난 6월 12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7080 보고싶다 친구야' 콘서트일 것이다.
'샌드 페블즈' '건아들' '로커스트' '라이너스' '블랙 테트라' '피버스' '옥슨' 등 70, 80년대 대학가요제 출신의 캠퍼스 밴드와 '작은 거인'의 김수철, '산울림'의 김창완, '들국화'의 전인권 등 70∼80년대 대중음악의 슈퍼스타들이 총출동한 추억의 콘서트였다. 무려 3만여 관중이 운집했다. 듬성듬성한 머리에 배가 나온 중년의 몸으로 애들처럼 소리지르고 온몸을 흔들어대는 등 모처럼 축제의 밤을 맞이했다. 이 콘서트는 힙합, 댄스음악에 빠지기에는 나이를 먹었고 '가요무대'의 트로트에 끼기에는 젊은, 말하자면 어정쩡한 세대들의 갈증을 풀어줬다.
최근 되살아나는 중년문화의 주역은 캠퍼스 그룹 사운드 출신인 배철수,김창완, 구창모이다. 구창모와 김창완이 54년생, 배철수가 53년생이니 모두 50이 됐지만 과거엔 모두 톱스타였다. '7080 콘서트'에서 구창모가 '모두 다 사랑하리'를 부르자 아줌마들이 '오빠'를 부르며 열광한 것을 아는가? 이들은 그동안 노래를 접고 전업했다. 배철수는 라디오 DJ와 성우로, 김창완은 연기자로 각각 전업한 것 같았고 구창모는 아예 중국과 드라마 무역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노래의 열정만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구창모는 가수로 복귀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년들의 내장된 문화적 욕구가 이렇게 강하다면 이들이 일회적 공연을 넘어 아예 복귀하는 건 어떨까?
그러나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향수상품은 소비의 사용가치보다는 이미지와 감수성이 우선시된다. 소비자는 그런 상품에서 과거의 상징이나 기호를 수용하고 즐긴다. 하지만 인간은 그 과거를 향수라는 감성적인 태도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엄정한 현실적 인식이나 반성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중년들이 '7080 콘서트'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지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한 때문만은 아니다. 따라서 복고 상품이 과거에 대한 무제한의 허용과 그리움의 흐름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미사리의 포크 가수들과 같은 세대임에도 미사리에 가지 않는다. 미사리 카페 앞의 플래카드에 적힌 흘러간 포크가수들의 이름은 왠지 초라해 보인다. 과거를 그대로 재현해 중년들의 노스탤지어만 자극해서는 청승과 공허함도 커진다. 대중음악계는 '중년들의 문화반란'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구조적으로 미흡한 측면이 많다. 중년들은 과거 베테랑의 복귀에는 박수를 치지만 그들이 들고 온 신보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7080 콘서트'가 1~2번은 성공할 수 있겠지만 계속 중년들의 한풀이 굿판이 되서는 중년들의 문화주권을 이어갈 수 없다. 음악이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면 대중음악도 긴장감이나 세련됨이 필요하다. 양희은의 노래가 세상을 어렵게 견뎌낸 중년에 대한 격려가 되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과 싸움걸기를 희망하거나 음악적으로 새로운 것을 원하는 팬들의 갈증까지도 해소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일까? 최근 10집 '상처'를 낸 한대수가 '물 좀 주소' 하나 가지고 계속했다면 대다수 후배가수들이 존경하는 지금의 한대수가 될 수 없었다. 올드가수들의 존재가 익숙함의 확인에서 오는 안도감이 아니라, 그 못지 않은 낯섦과 긴장을 가져다줘야 한다는 음악평론가 박애경의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이 지점에서 올해 48세인 인순이가 생각난다. 그녀는 노래가 부업이 된 세 명의 '7080스타'와 달리 계속 노래만을 불러왔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을 뿐이다. 댄스그룹 희자매의 리드 보컬에서 80년대 솔로로 나선 인순이는 신중현의 명곡 '떠나야할 그 사람'과 '밤이면 밤마다'로 반짝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세월과 함께 어린 가수들에게 밀려났다. 그러다 90년대 '열린 음악회'를 통해 실력 없는 가수들이 판치던 가요계에 경종을 울려주며 꿈같은 재기에 성공했다. 지금은 아들뻘 후배 조PD와 함께 부른'친구여'로 주류 가요계를 평정했다.
그녀가 매번 '밤이면 밤마다'만 불렀다면 지금 그녀의 가요인생도 계속 '밤'일 것이다. 인순이는 실험과 도전정신으로 묵묵히 노래해왔다. 신명과 풀어짐의 맛이 절묘한 그의 노래해석능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매너는 그렇게 해서 개발된 것이다. 사람들은'친구여'로 새롭게 부활했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사실은 내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게 아니라 수면이 다시 내려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인순이는 늘 해오던대로 다음달 16번째 앨범 'A에서 Z까지'를 낸다.
인순이의 콘서트 관객이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해진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모두 맞추려다 보니 장르를 가리지 않게 됐다. 솔 댄스 트로트 록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을 시도했다. 요즘은 재즈(스윙)에 국악을 접목한 음악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지점이 어떤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다. 과거의 히트곡들만 불러 취향과 감성이 그 시절, 그 노래에만 갇혀 있기를 거부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항상 음악의 새로운 시도와 재해석, 다양성에 귀를 열었다. 그녀가 얼마전 TV에 나와 한 말은 중년 가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자기 것을 파괴해야 새로운 것이 나온다." 7080 가수들은 인순이를 벤치마킹하면 음악의 길이 보일 것이다.
첫댓글 병기야 나는 중년이 아니고 집사다![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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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인순이 너무 멋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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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인순이 좋아해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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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그녀를 참괜찬은 가수로는 알고있지만, 이리 상세한 정보를 접하고보니 더멋있는 보습이보인다, 멋있어,,,,,
데미안의 아프락시스가 생각이 나네... 자기의 것을 파괴해야 새로운 것이 나온다. .... 라...내재된 욕구의 방향성을 가진 표현,,, 음 ..병기야 대단하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가? 나도 인순이 좋아하는데- 열정적이어서 좋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다. 꼭 가수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더라.
나도 인순이 팬... 나이는 우리보다 많은거 아인가? ㅎㅎ
인순이 지금은 51세지..
온몸과 정열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인순이의 뒤엔 많은 노력과 애환이 있었구나....
우리도 인순이 콘서트 할때 번개 함 때리자,,,갔다 온 친구들이 그렇게 멋질수가 없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