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전 접촉단계는 신체가 배경이 되고 어떤 흥미로운 환경적 자극이 전경이 되는 단계이다. 예컨대, 한 사람이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에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때, 그 순간 오아시스가 그의 전경으로 떠오를 것이다. 즉, 오아시스는 그의 갈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흥미로운 환경적 자극으로서 전경을 차지하게 된다.
다음으로 접촉단계에서는 전 접촉단계에서 전경이었던 것이 배경으로 물러나고 그것을 해소시킬 수 있는 행동 가능성들이 전경이 되며, 그 중에서 가능한 행동은 선택되어 행동으로 옮겨지고 그렇지 못한 것은 거부된다. 이때 개체는 에너지 동원과 함께 의도적인 환경조작을 통하여 장애물을 제거하면서 매력적인 대상에 접근행동을 한다. 예컨대, 오아시스를 향해서 열심히 걸어가 마침내 오아시스에 도달해서 사람들에게 두레박을 빌려 열심히 물을 긷는 행위 등이 접촉단계에서 행해지는 행동들이다.
최종 접촉단계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환경적 자극이나 신체는 배경으로 물러나고 목표물만이 전경이 된다. 이때 모든 의도적인 행동은 사라지고 지각과 운동, 그리고 감정이 하나가 되며 목표물만이 전경으로 남아 생생하게 알아차려진다. 이는 오아시스에서 우물물을 마시는 행위에 해당하는데, 물을 마시는 동안 모든 것은 배경으로 사라지고 오로지 물만이 전경으로 생생하게 알아차려진다.
마지막으로 후 접촉단계는 전경과 배경의 구분이 사라진 채 유기체-환경이 상호작용함으로써 게슈탈트가 해소되어 사라지는 과정이다. 이는 물이 몸 속으로 흡수되면서 갈증이 사라지는 과정에 해당한다.
이렇게 게슈탈트가 생성되고 해소되는 반복과정을 ‘체험주기(Cycle of Experience)' ‘게슈탈트 형성 주기(Gestalt Formation Cycle)’, 또는 ‘알아차림-접촉 주기’라고 한다.
Zinker(1977)는 알아차림-접촉 주기를 물러남→ 감각→ 알아차림→ 에너지 동원 → 행동→ 접촉의 여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1) 배경에서, 2) 어떤 유기체 욕구나 감정이 신체감각의 형태로 나타나고, 3) 이를 개체가 자각하여 게슈탈트로 형성하여 전경으로 떠올리고, 4)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에너지를 동원하여, 5) 행동으로 옮기고, 6) 마침내 환경과의 접촉을 통해 게슈탈트를 해소한다. 그러면 그 게슈탈트는 배경으로 물러나 사라지고 개체는 휴식을 취하게 되고, 잠시 후 다시 새로운 욕구나 감정이 배경으로부터 떠오르고 이를 알아차려 게슈탈트를 형성하고 해소하는 새로운 알아차림-접촉 주기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그런데, 알아차림-접촉 주기의 어느 곳에서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단절될 때 개체는 미해결 과제를 쌓게 되고 마침내 심리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알아차림-접촉의 첫 단계가 배경으로부터 유기체 욕구나 감정이 신체감각의 형태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첫 번째 단계에서 단절될 때 신체감각 자체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신체의 고통이나 불편한 상태 등이 무시되어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외부 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 지각되지 않는 현상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신체감각에 대한 지각은 이루어지지만 이를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련 속에서 조직화함으로써 하나의 의미있는 유기체 욕구나 감정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단절현상은 개체가 자신의 욕구를 오랫동안 억압해왔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게슈탈트 상담에서는 이러한 내담자에게 그의 신체감각에 주의를 집중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올바른 알아차림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김정규, 1995).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의 기초적인 신체감각은 접촉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이다. 신체감각을 통해서 개체는 자신의 감정을 접촉하게 되고, 신체적 에너지를 동원하여 행동을 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유기체의 욕구를 접촉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개체는 접촉을 통하여 자신의 것과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이 통합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점에서 개체는 자신이 만나는 것에 대해 동화할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만 한다. 건강한 개체는 접촉경계에서 환경과 교류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경계를 열어 받아들이고, 해로운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닫음으로써 자신을 보호한다. 그러나 경계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환경과의 유기적인 교류접촉이 차단되고 심리적, 생리적 혼란이 생긴다. 이것을 접촉장애 혹은 접촉경계혼란이라고 한다(김정규, 1995).
앞에서 언급했듯이 게슈탈트 상담의 목표는 알아차림과 접촉이다. 억압되어 있는 개인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고 이를 표현함으로써 접촉하게 하는 것이다. 즉, 게슈탈트를 형성하고 이를 해소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접촉경계의 장애가 게슈탈트 형성을 방해함으로써 미해결 과제를 남기게 된다. 결국 미해결 과제를 완결시킴으로써 접촉이 가능해지고, 접촉을 위해서는 알아차림이 이루어져야 하며, 알아차림, 즉 게슈탈트 형성을 위해서는 접촉경계혼란을 감소시켜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게슈탈트 상담자들은 모든 정신병리 현상이 항상 접촉경계혼란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고 내담자들이 자각하지 못한 채 얼마나 습관적이고 만성적으로 접촉을 방해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둔다(Caffaro, 1989). 이러한 접촉경계혼란은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는 바, 이들 유형들의 개념과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슈탈트 상담의 발달사에 나타난 접촉경계혼란 유형의 순서를 살펴보면, Perls(1947)가 그의 최초의 저서에서 투사(projection), 내사(introjection), 반전(retroflection)에 대해 기술하였으며, 이후의 저서(Perls et al., 1951)에서 융합(confluence)과 자의식(egotism)을 접촉경계혼란 유형에 포함시켰다. Polster와 Polster(1974)는 편향(deflection)을 저항의 한 형태로 기술하였으며, Crocker (1981)는 전향(proflection)을 추가하였다. 또한 감각차단(desensitization)은 Perls(1947)와 Perls 등(1951)의 저서 모두에서 언급되었지만 특별히 접촉경계혼란의 한 형태로 지칭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Kepner(1982)는 비록 감각차단이 반전, 편향과 같은 접촉장애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신체 지향적인 상담자들에게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감각차단을 접촉경계혼란의 한 형태로 추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유계식,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