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에서 내려와 노적봉 바로 아래 언덕에 자리한 옛 일본영사관으로 갔다. 1900년 12월 완공한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물이다. 일본영사관에 이어 목포이사청, 목포부청 등으로 활용되다, 광복 이후 목포시청, 목포시립도서관, 목포문화원으로 사용되었고, 2014년 목포근대역사관 1관으로 개관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짜리 건물은 멀리서도 한눈에 딱 들어온다. 외벽 곳곳에는 일본을 상징하는 욱일기 문양이 박혀 있다. 내부로 들어서자 2층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과 화려한 샹들리에가 보인다. 마치 잘 꾸며진 세트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전시관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됐다. 방마다 마련된 전시공간에는 애환이 담긴 유물과 자료 100여 점이 보관돼 있다. 1930년대 일제 동양척식주식회사 직원들이 사용한 토지 측량기를 비롯해 당시 부유층들이 썼던 축음기, 나무냉장고 등이 눈길을 붙잡는다. 1940년대 목포오거리의 모습을 재현한 축소 모형과 일본인이 사용하던 벽난로, 거울도 보인다. 벽난로는 원래 총 9개가 설치돼 있었는데 현재는 2곳만 남았고 나머지 일곱은 복원된 것이라고 한다.
건물 뒤편엔 일제가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전쟁에 대비해 만든 방공호가 자리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굴을 파는데 강제 동원된 목포 주민들의 모습이 재현돼 있어 당시의 비참한 상황이 느껴진다. 방공호 왼쪽에는 옛 목포부청 서고가 눈길을 끈다. 목포근대역사관 건물이 목포부청으로 활용될 당시 건립된 것으로, 현재 목포근대역사관의 전시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로 활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