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비평 미디어아트 비평 / 심리학과 하지인

[하지인]

미야지마 타츠오 <Changing Time with Changing Self for K (2012)>

(직접 찍은 사진은 LED 가 잘 잡히지 않아 그의 사이트에서 퍼온 것을 첨부합니다.)

(직접 찍은 사진)

 시간은 연속된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현재만을 살고 있다. 내가 현재라고 말하자마자 그 순간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고, 잠시 뒤가 미래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은 현재로 다가온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과거와 미래 모두 현재로부터 발원된 연쇄작용의 하나이기에 과거-현재-미래가 서로 다른 시간이라기보다 하나의 스펙트럼상에 위치해있는 것이라 볼 수 있고, 그렇기에 과거-현재-미래는 모두 영원한 시간인 동시에 찰나의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시간’에 대해 고찰해보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 내게 타투를 새겨준 한 타투이스트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녀는 우울증을 앓다가 어떠한 계기로 인해 마치 LSD 마약을 복용한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개인적으로 추측해보기로는 세로토닌의 작용이 유사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청각의 교차 및 지각 전반이 왜곡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증상이 신기했지만 유독 나의 흥미를 끈 것은 시간에 대한 그녀의 인식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깨달음’이라고 일컬었는데, 과거-현재-미래는 모두 연속선상에 존재해있으며 그렇기에 그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경계는 증발될 수밖에 없고 ‘모든 것(시간은 물론이고 모든 생명체)은 하나’라는 것이다. 당시 내게는 마치 우주의 본질에 대해 깨달아버린 사람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시간의 속성이 내포한 철학적 의문에 대해 천착해오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 수업시간 중 <사랑의 블랙홀> 영화를 보면서도 이어졌는데(영원한 오늘 그리고 영원회귀), 얼마 전 부산에 놀러가서 방문한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반갑게도 ‘시간에 관하여 : 반복과 차이’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삶이 항상 ‘반복’되지만 ‘차이’가 있듯이 인간은 영원한 현재를 살고 있지만 같은 것을 재현할 수 없다.”는 전시 서문의 문장이 와닿았다. 그 중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나의 생각들을 적확하게 담은 것만 같은 미야지마 타츠오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나고는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미야지마 타츠오 작가는 LED라는 현대 기술을 동양의 생명 사상에 접목시킨 작품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Keep Changing)’,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Connect with All)’, ‘모든 것은 영원하다(Goes on Forever)’는 세 가지 생각을 작품으로 드러내는데, 주로 시간을 상징화한 LED 숫자판을 이용한다. 그의 작품은 꽤나 단순하면서도 명징하게 시간에 대한 그의 사유를 드러내고 있었는데, <Changing Time with Changing Self for K (2012)>를 비롯한 대다수의 작품에서 LED 숫자판은 켜졌다가 꺼지는 것을 반복하고, 나타나는 숫자는 매번 달랐으며, 그 주기 또한 제각각 달랐다. 그러나 공통점 또한 분명했다. 첫째, 숫자(즉 각각의 시간)는 한 공간에(종종 연결되어) 존재한다는 것과 둘째, 결코 완전히 꺼지지않고 영원히 반복된다는 것.

 이처럼 시간은 변화하고, 동시에 연결되어 있으며, 이 사실은 영원하다. 숫자가 꺼지고 켜지는 주기가 제각각 다르듯 때로 시간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주관적으로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달콤한 순간은 1초처럼 짧고, 쓴 순간은 억겁인양 느껴지기 마련이다. 시간 그리고 이로부터 발아되는 생명 사상에 대해 이처럼 단순하고 명쾌하게 풀어낸 작품이 또 있을까? 그의 작품을 통해 나는 시간과 존재에 대한 단상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인지 신경과학을 공부하다보면 소뇌 측부(lateral cerebellum)가 뇌의 내부 시계로서 시간적인 정보를 주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위가 손상될 경우, 우리가 머릿 속으로 어느 정도 정확한 시간을 재는 감각, 즉 언제 근육을 움직이고 멈출지, 이 정도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를 유추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인간에게는 모두 뇌의 내부 시계가 존재하기에 시간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을 세울 수 있고, 그러나 이 내부 시계는 철저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럼에도 인간 일반이 가지고 있어야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야말로 상대적인 동시에 절대적인 유일한 것 아닐까. 나는 앞으로도 시간에 대한 고찰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 블로그에서 퍼온 gif 파일도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