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기 문화가 발달했던 나라. 민초들의 염원을 담은 건국 설화를 바탕으로 찬란한 해양 문화를 꽃피웠던 금관가야의 본고장. 김해 땅을 밟아 보는 일정은 정겨움과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첫 번째 코스로 찾아간 수로왕비릉. 금관가야의 시조인 수로왕의 왕비, 허황옥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수로왕과 허황옥의 사랑 이야기 금관가야 발상지 구지봉과 구지가 하늘에서 내린 6개의 황금알 전설 발길 닿는 곳마다 옛 영화 전하는 듯
천연염색 생태체험 학교도 인기 노란 물결 봉화마을 찾는 이 북적
수로왕비릉 입구에는 '파사석탑'이 서 있다. 인도 아유타 국 공주인 허황옥이 바다를 건너올 때 풍랑을 잠재웠다는 뜻에서 '진풍탑'이라는 별명이 붙은 5층 석탑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파사석탑이 배의 무게 중심을 잡는 평형석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구지봉 앞으로 김해시가 한눈에
그렇게 가야로 온 허황옥은 아들 10명을 낳았다. 그중 첫아들은 아버지 수로왕의 뒤를 이어 거등왕이 되었고 둘째와 셋째 아들은 어머니의 허씨 성을 이어받아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되었다. 나머지 일곱 아들은 경남 하동에 있는 칠불사에 들어가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현대식 표현으로 허황옥을 '다문화 가정 1호 여성'으로 자식 농사까지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한다면 무리한 발상일까.
파사석탑.
수로왕비릉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구지봉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내밀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서기 42년. 이곳 백성들이 부른 노래, '구지가'에 감동한 하늘이 황금알 6개를 내려주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그 첫 번째 알에서 태어난 사람이 바로 허황옥의 남편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인 수로왕이다. 그렇다면 구지봉은 금관가야의 발상지가 되는 셈이다.
수로왕릉.
"거북의 머리를 내밀어라"는 노랫말은 "깨끗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염원하는 민초들의 정서가 담겼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해석이다 .
구지봉 쪽으로 5분가량 걷다 보면 자동차도로와 마주친다. 일제강점기 우리 국토의 맥을 끊어 놓기 위해 일본 사람들이 만든 도로다. 풍수 지리학자들은 이를 두고 '거북의 목이 잘린'형세라고 말한다. 분노한 김해 시민들이 힘을 모아 그 도로 위로 흙길 다리를 만들어 거북의 목을 복원한 곳이다.
최춘원 문화재해설사는 이에 대해 "거북의 목이 다시 이어진 이후 김해에서 대통령 2명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국립김해박물관.
김해 출신 대통령이 2명이라니? 의아스런 표정으로 던진 질문에 최 문화재해설사는 "한 사람은 김해시 진영면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고 다른 한 명은 본관이 김해 김씨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고 답한다.
복원된 흙길 다리를 건너서 도착한 구지봉. 정상에는 구지봉석이라고 새겨진 고인돌이 있다. 조선 시대 명필 한석봉이 썼다는 말이 전해오는 글씨다. 구지봉 앞으로는 김해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던 들판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곡창지대에서 공업도시로 바뀌는 모습에 어딘지 아쉬움이 남는다.
생태체험학교
김해 시내를 바라보며 구지봉을 내려오면 '국립김해박물관'이 나온다. 입구에는 검붉은 철 구조물이 서 있다. '철의 왕국, 가야'를 상징하는 구조물이다. 박물관 안에는 낙동강 하구에서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해상무역 중심국가로 성장했던 가야 문화의 발자취를 설명하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최첨단 철기 문명을 가장 먼저 꽃피우고도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갖추지 못한 탓에 신라에 흡수될 수밖에 없었던 가야. "경제는 일류였는데 정치가 삼류였던 바람에 나라가 망했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구지봉 고인돌.
국립김해박물관에서 10분 거리에 수로왕릉이 있다. 왕릉 옆에는 수로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숭선전이 있다. 매년 봄과 가을, 김해 김씨 종친회가 주관하는 제례가 열리는 곳이다.
각자 무덤이 따로 있는 수로왕 부부. "왕비 허황옥이 먼저 사망하자 예우 차원에서 거의 왕릉 수준의 무덤을 만들었지요. 그 후 11년 만에 수로왕이 세상을 떠났을 땐 임금이 앞서 간 왕비 무덤에 함께 묻히기에는 격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 문화재해설사의 설명이다.
■관광 코스된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
수로왕릉을 빠져나오자, 최근 김해 답사에 생태체험 학교와 봉하마을이 정규 코스로 포함됐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자동차로 30분가량 달려서 도착한 한림면 '참빛' 생태체험학교. 김철희 교장의 지도에 따라 천연염색 체험학습이 진행된다. 불과 20여 분 만에 자연의 빛깔로 다시 태어난 손수건이 신비롭다.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
생태체험학교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봉하마을. 입구부터 온통 노란색 물결이다. '서민 대통령'을 자처하다 퇴임 후 유명을 달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대기와 사진이 걸려 있는 기념관 앞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과연 우리나라가 가난하고 소외된 민초들을 밝은 세계로 이끌어 줄 만큼 뛰어난 능력과 소신을 함께 갖춘 정치지도자를 맞이하는 것은 건국 설화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해 질 무렵 황금빛 들판이 펼쳐지는 봉하마을에서 김해 탐방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가져본 생각이다.
글·사진=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여행 팁
■교통편
경전철;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로 갈아타서 수로왕릉역과 박물관역에 내리면 된다. 도시철도 3호선도 대저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로 환승할 수 있다.
시내버스; 8, 123, 128, 1004번 버스가 부산과 김해 사이를 수시로 오간다.
■먹거리
김해 시내에서 간단하게 점심 요기를 할 수 있는 먹거리로 갈비탕(사진)을 권하고 싶다. 소갈비를 물에 담근 상태로 12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어 두면 핏물이 제거된다. 여기에 대파, 생강을 함께 넣고 2시간가량 끓인 다음 국간장을 넣어서 간을 맞추면 갈비탕이 완성된다. 6천500원. 해담정 055-331-1000. 정순형 선임기자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잘보고갑니다